<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물방울화가 김창열을 제주에서 만난다. 물방울이 참 신기하다. 가까이서 보면 조금 멀리서 볼 때 느껴지는 질감이 나오지 않는다. 한 발작만 멀어지면 물방울이 된다. 그것도 영롱, 투명한. 일상의 사소한 물상을 이렇게 다시 태어난다. 화가의 손은 마이더스의 손이다. 그래도 의문은 인다. 신기하지만 감동은 아닌데, 감동이 아닌 예술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1. 대강
명칭 :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용금로 883-5 (월림리 115-23)
입장료 : 2,000원
방문일 : 2022.5.7.
2. 둘러보기
미술관 자체가 미술관이다. 실내 그림을 안 보고 밖에서만 둘러보고 가도 후회가 없을 듯하다. 그래도 안에 들어오면 유명화가의 그림을 엄청나게 볼 수 있으니 더 좋다. 220점을 화가가 제주도에 무상기증하여 이루어졌다는 박물관. 덕분에 한눈에 그의 세계를 대강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아름다운 옥외 풍광에, 엄청난 그림들이 모여서 자연과 문화를 한껏 누리게 해준다.
아울러 제주를 예술의 공간으로 만든다. 더구나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이 있는 이 블럭은 완전 그림의 공간이다. 야외에는 조각공원이 있고, 미술관 담장을 넘으면 또 미술관이 있다. 본관과 분관이 나눠진 제주현대미술관이 바로 옆에 있고, 김흥수아뜰리에도 있다. 카페 안에서도 소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림에 빠지면 곁의 방림원은 갈 여유를 찾기 어렵다.
화가가 자기 세계를 갖고 대중에게 알려지기는 쉽지 않다. 김창열은 물방울이라는 자기만의 상표를 가지고 세상에 우뚝 서 있는 작가다.
'물방울을 그리는 행위는... 모든 것을 ... 무로 돌려보내기 위한 행위이다. ... 우리들은 평안과 평화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화가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물방울을 들여다 봐도 무로 돌아가지 않고, 평화를 느끼기도 어렵다. 수용미학에서는 작품은 해석하는 독자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김창열의 작품 또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로만 해석되지 않고, 독자가 지 마음대로 해석할 권리가 있다.
나는 평화보다 물감으로 물방울을 그려내는 스킬에 자꾸 사로잡힌다. 저기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것인가. 어려운 숙제는 잊기로 하고, 그냥 물방울만 본다.
이건 더 어렵다. 한문 문구를 가만히 봐도 잘 해독이 안 되는데, 그 위에 얹힌 물방울은 무슨 의미인지, 둘이 합쳐셔서는 어떤 제 3의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50년대 전후를 풍미했던 초현실주의 문학과 예술이 지금은 희미해진 것은 의미에 도달하라고 독자를 힘들게 해서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조금 더 편하고 친절하게 자연과 교감할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어쨌든 이런 물방울들을 보면 눈이 즐겁다. 흘러내릴 듯하지만 안 흘러내리고 화폭에 매달린 것이 신기하다. 내 마음에 묻어 있는 거 같다. 마음도 빨려든 걸까.
물방울 그림들을 보고 처음 알았다. 물방울의 모습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그래도 그림마다 감동이 다르지 않다. 그냥 전체가 한 작품인 것마냥 물방울 그룹, 덩어리 등으로만 다가온다.
그래서 의문이 인다. 왜 이렇게 물방울만 그렸을까. 변별적으로 인식이 안 되는데, 조금만 그리고 다른 소재를 그렸으면 어땠을까. 평생 그린 그림들이 너무 한눈에 다 파악되버리면, 아니 모두 동일한 색깔로 다가오면 미안하지 않은가.
너무 어려운 질문인 거 같다. 그냥 편하게 보자.
나오니 더 화창한 하늘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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