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몸치의 댄스일기35(댄스와 가슴 저린 사연)
2004. 8. 3
왈츠를 시작한지 몇 달 후 작년 이맘때쯤의 일이었다.
그때 난 강원도 영월의 내 사업 현장에 있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여성에게서 전화가 와서 나에 대한 여러 가지를 물었다. 특히 나의 외모와 키에 관해서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었다.
전화를 한 그 여성도 왈츠와 댄스스포츠 전 종목을 배우고 있는데 함께 해볼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털어놓고 나를 만나기를 원했다.
첫 통화를 한 후 며칠 간격으로 두어 번 더 전화통화를 하니까 막연하게나마 호감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첫 만남은 양재동의 내가 연습하는 장소에서였다.
먼 길을 찾아오신 손님이기도 해서 처음 만났지만 홀딩하고서 왈츠 베이직으로 홀을 몇 바퀴 돌았다. 그 당시에는 서로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맞는다고 생각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쑥스럽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댄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니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둘 다 햇병아리의 애교라고나 할까.
그 후 우리끼리 몇 번 더 만나서 연습을 하고선 내가 레슨 받고 있는 학원의 김원장님께 그 분을 데리고 가서 함께 댄스를 배워보겠다고 하니까 사부님이신 원장님께서는 아무 반응도 없이 그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요구를 들어 주셨다.
그 일도 지금 생각하니까 사부님께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신 것 같았다. 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 새까만 햇병아리가 어디서 파트너감 여성을 데리고 왔으니...
어쨌든 사부님은 우리 둘이 왈츠를 몇 바퀴 돌려보았다. 그리고 첫 시간 커플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그 분은 내가 강습 받는 단체반에도 등록을 하고 적극적으로 함께 댄스를 할 모든 준비를 했다.
첫 단체반 강습을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받고 그 다음에 우연히 그 분은 병원에 사전에 계획된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전혀 엉뚱한 다른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릎 부분이 커다란 이상이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본인이 자각할 수 없는 사이에 아주 심각할 정도여서 잘못하면 그 다리를 완전히 못 쓰게 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병명을 들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최종 결과가 나올 동안에 댄스도 중단하고 며칠 후에 진단이 나왔는데 예상대로 최악의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입원하게 되었고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몇 번 병문안을 다녀왔지만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그리고 수술한 곳이 거의 아물 즈음 어쩌다 또다시 수술한 부분의 뼈가 부러져서 재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 길로 그 분은 영원히 댄스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고 절름발이가 되어 버렸다.
정신력이 굉장히 강한 분이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댄스를 못하게 되어서 그 분은 극단적인 의사까지 나에게 밝혔다.
당시에 그 분은 가정문제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댄스를 시작한지는 몇 년 되어서 라틴댄스는 꽤 잘 하시는 편이었다. 모던댄스는 겨우 맛을 알게 된 시기였고.
재수술을 받고 거의 완쾌되어서 병원내의 벤치에서 만나서 함께 시간도 보냈으나 나도 시간이 없어서 그녀가 입원한 지방까지 자주 병문안을 갈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흘러서 몇 개월이 지난 후에 별거 중이던 남편과 다시 합해서 가정으로 되돌아갔다는 연락이 왔다.
그 분이 소속되어 댄스활동을 하던 동호회의 파티가 있다면서 그 파티에 함께 참석해달라고 나를 초청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분의 초청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파티장소인 지방으로 내려갔다.
약속장소의 주차장에 그 분은 승용차를 타고 왔는데 옆에 운전해주는 남자분이 있었다. 여자 분은 목발을 짚고 절룩거리며 코트를 걸친 채 차에서 내렸다.
전에 그녀가 직접 운전하고 다니던 차종이 아니었다.
그 분의 남편이 혼자 가겠다는데도 굳이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함께 왔다며 나에게 인사를 시켜주었다.
그리고 남편 분은 주차장에서 대기를 하고 그 분과 나는 파티장으로 들어가서 두 시간 정도 나는 모던 댄스를 즐겼다.
그 분은 오래된 자기 동호회원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내가 춤추는 모습만 구경하고 있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기다려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댄스파티에서 나오니까 주차장에는 남편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편분이 자기 부인과 함께 내 차를 타고 가서 차나 한 잔 하라고 하면서 전화 주면 부인을 태우러 가겠노라고 했다.
나는 사양했지만 솔직히 남편이 문전에서 기다리고 있는 유부녀와 차를 마신들 마음이 편할리 가 있겠는가.
그 남편도 그렇게 아름답고 잘 났던 자기 부인이 우연찮게 불구의 몸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테고 본인의 심정은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을 게 틀림없었지만 내 앞에서는 전혀 그런 내색을 안 하고 담담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이 내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몇 번 안부전화는 주고받았지만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났다. 그 동안에 난 그 분이 전에 활발히 활동하던 그 인테넷 동호회 카페에라도 들어와서 흔적을 남겼는가 관심을 가졌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댄스를 잊으려고 노력하는 걸로 짐작되었다.
그 분은 이제 댄스와 관련해서는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얼마 전에 나와 관련 있던 분이 또 무릎을 다쳤다는 말에 간이 떨어지는 것처럼 놀랐었다.
댄스 초년기에 그런 경험을 겪은 나로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 목발 짚고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댄스파티에 마지막으로 나왔던 그 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함께 댄스를 할 수 있는 아까운 동호인 매니아 한 분을 잃은 것 같아서 너무나 찡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2004.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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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이 글을 읽고서, 저도 언젠가는 댄스를 놓아야 될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그 분이 넘, 안타까워요. 열분, 항상 건강하시래요...............// 04.08.03 12:18
답글 차칸맨
현재도 그러하지만 처음에 댄스에 중독될 때쯤이면 무릎 아픈 현상이 나타난다. 그것은 신체적인 결함보다는 모던댄스의 워킹 베이직에 있다고 스승님이 이야기하셨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샤세등 1,2&3 하는 스텝은 모두 다 그러하다고.. 그럴 때 먼저 나가는 발이 툭 떨어지면 100% 관절이 다친다고 수없이 이야기하셨지 04.08.03 12:39
답글 차칸맨
지금도 계속 지적을 받고 고치려하지만 역시 팔로 리드하는 것에 대한 익숙함.. 초보자들에게 과잉친절하게 스텝 연습시켜준다고 잘난 척(?) 할 때 더욱 힘이 들어가 계속 엉망이 되는 것을 느낀다.. 하체로 추는 것.. 특히 단전에 힘을 주어 힙 스웨이하는것.. 이것이 안 되면 무릎 아픈 것은 기본이요. 춤추면서 상대방에게 04.08.03 12:43
답글 차칸맨
언제라도 조소를 당할수 있다는 것에 명심하며 우리 회원분들.. 열심히 연마하세요.. 몸으로 하는 운동.. 수영 자전거등등은 수십 년이 흘러도 감각만 찾으면 원위치 되므로 끊임없는 연마와 탐구자세로 이 여름을 이겨나가시길 기원합니다.. 오늘도 강변마을님에게 글 잘 읽고 고마움을 표합니다.. 04.08.03 12:46
답글 cbmp
강변마을님도 건강조심하시고....즐댄하시길.... 04.08.03 13:47
답글 soul
지난주 누군가가 춤은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라는 나의 질문..그래서 아마 지칠지도 모른다. 나는 대답했다. 끝이 안보이니까 더 배울수 있어서 좋다 라고...항상 끝이 안보이니 불안감도 없고.. 나만의 착각일까요?? 04.08.03 13:52
답글 CBM~
무릅 고장나는 댄서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1. 반드시 준비운동을 한다. 2. 너무 무리하지 않는다. 3. 정확한 풋워크와 바른 자세로 한다. 4.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보조 운동을 하다. 5. 딱딱한 바닥에서 무리하게 춤을 추지 않는다....회원님들 발목과 무릎을 잘 보호합시다!!! 90까지 댄스를 위해 04.08.03 14:30
답글 사라
가슴 저린 아픈 추억이군요. 글속의 님의 파트너 정말 안됐슴다. 04.08.03 20:24
답글 bandeboche
강변님 우리나라에도 feel chail dance 가 상당 한 수준 에 와 앗읍니다. 휠 체어 댄스 파티 에 가 본 적 이 잇엇는데.. 아주 행 복 해 하는 표정 이엇읍니다. 건강 조심 합시다. 04.08.04 05:14
답글 패밀리
댄서를 배우며 즐기며 항상 느낀 점 손목으로 춤을 추시는 분과 발에 다 체중이 안 가시는 분하고 댄서를 하면 무릎이 차릿하게 중압감을 느껴 실례를 한다고 하고 그만하곤 합니다 선배님들이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서 자기 파트너 와 해 보라고 권하여 04.08.05 07:40
답글 패밀리
해 보면 그분들의 팔목으로 계속 누루는 중압감을 느끼고 준비 운동을 안좋아 전혀 안하시더라고요 준비운동과 행복한 맘 바른 풋워크 항상 느낍니다 댄스의 궁합이 아닐까 호흡 50 대 50.... 04.08.05 09:55
답글 blue
...패님, 잘 알갔시유... 노력할께유.........^^* 04.08.05 09:25
[마쿰바 카페 댓글]
작성자 겨울나그네 작성시간04.08.03
너무나 가슴 찡한 이야기이니다......남에 일같지않은 우리 댄스인 모두의일같습니다.....
작성자 강판석 작성시간04.08.03
댄서가 다리를 잃다니.ㅠㅠㅠ 세상엔 이렇게 가혹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나 봅니다.슬프지만 ...그렇기에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시길...^^^
작성자 미소와 행복 작성시간04.08.03
정말 슬픈일이 있었군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시길~~~
작성자 조용한 작성시간04.08.04
무슨 영화 스토리처럼 마음 아픈 사연이군요. 그 여인의 남편되시는 분이 또 대단하십니다. 대한민국에 그리 자상하게 아내를 배려해서 춤도 추게 하고 춤 파트너와의 만남까지 허용해 주시는 남편이 다 있다니요...! 아무튼 건강이 제일이지요. 건강할 때는 몰라도 잃고나면 잃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작성자 wine 작성시간04.08.04
슬프지만아름다운, 댄스매니아님의글,,,가슴이찡해져오네요...
작성자 푸른솔 작성시간04.08.07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한편으론 넘 안타깝네요!!!
작성자 재은 작성시간04.08.08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