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모처럼 아내와 아들과 아들여자친구와 함께 그것도 목요일 근무시간을 빨리 마치고 아들이 예매한 영화를 보기위해 공항 롯데 시네마에 갔다. 영화 제목은 “항거”로 유관순 열사의 감옥생활을 주제로 한 영화였다.
일 년에 한두 차례 영화를 보지만 특별한 장르를 골라 보는 것은 없다. 그저 남들이 많이 본 영화를 찾아서 보는 편이다.
오후에 갑자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여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려하면서 같이 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싫다고 하면 아내가 삐질 것 같아서 마지못해 알았다고 했다. 무슨 영화 인지 어디에서 하는지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기다렸다. 조금 후 연락이 왔다. 오후 5시 40분 영화라 한다.
영화관 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여 조금 넉넉하게 집에 도착하였다. 아들은 이제야 샤워를 하며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성인이 된 아들을 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고 , 출발하기 전부터 잔소리 한다고 할까봐 나는 미리 차에 내려와 기다렸다. 시간이 촉박해지는 데 느지막이 내려왔다. 공항 롯데 시네마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여보니 시작시간이 다 되었다. 주차장에서 영화관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여 백화점 안을 10여분을 헤매다 더 늦어졌다.
항상 약속시간을 빠듯하게 잡아 움직이는 아들 덕분에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영화관에 도착하였다. 그 와중에도 아들은 “아버지와 엄마는 먼저입장하세요” 하며 여자 친구와 함께 팝콘과 음료수를 사기 위하여 매장으로 간다.
아내와 나는 한층 올라 서 출입구에 도착하니 “ 안녕 하세요” 누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는 누구인가 하다가 잘 아는 아이 였다. “야 너 여기에서 근무하는 구나” 하였다. 그애는 “제가 청개구리 모임에서 여기 근무한다고 하였는데요” 서운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내는 누구냐고 귀속 말로 물어본다. “응 청개구리 출신 아이야” 하고 이야기 하였다. “여자애야?” “아니 남자애”, 그애의 목소리와 행동이 여성스럽게 보였나 보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다 다시 그 애를 만났다. “안녕이가세요” 다시 살갑게 인사를 한다. “응 아직 근무 중이야, 수고해” 하면서 지나치는데 아내는 아까 와 같이 남자애야 여자애냐 물었다. 또 의심스러운 말투로 다른 말을했다. “나 모르게 영화관에 자주 왔나봐 근무하는 아이도 잘 알고 있고” “청개구리 출신 아이야,” 아내도 내가 청개구리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다시금 확인하는 것 같다.
청개구리는 매년 봄 3월부터 12월 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대상으로 하는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저녁 식사를 주면서 금연상담. 학교 생활상담. 노사문제. 간단한 만들기 공예. 함께 하는 공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고강동 중앙공원에서 시작하지 벌써 9년에 접어 들어가는 공동체 행사이다.
처음 시작은 부천역 가출 청소년을 상담하고 식사를 주던 물푸레 공동체 활동에서 시작되었다. 상담 결과 오정구 청소년들이 유달리 많이 가출하여 노숙 생활을 하는 것을 알았다 한다. 그 예방 차원에서 고강 청소년 문화의 집과 함께 고강동에서 시작하였다.
시작은 책상 하나에 빵과 토스트 등 간단한 식사와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지나가는 학생들을 대화 하면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지금은 천막 에 간단한 음식조리 시설과 식사 할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 있다. 여름에는 선풍기와 겨울에는 온풍기 등 시설을 갖추면서 활동을 한다.
참여하는 학생 수가 많을 때는 300여명을 넘었다. 요즈음은 80-150명 정도가 모인다. 2년차부터 청개구리 맘이라는 동네 어른들의 봉사단체가 결성되었다. 그 이후로 매주 수요일 음식 장만을 하고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같이 하게 되었다. 지금은 청개구리 맘 , 움직이는 봉사단, 주민자치 센터. 고강 파출소. 지역주민 등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아이들의 인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항상 시작준비와 마무리 정리하는 청소년 문화의집 담당 직원과 봉사활동 하는 학생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즐기면서 일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참여한 나는 청개구리 맘 에 소속되어 매주 담당 일을 한다. 참여한 학생들의 이름을 적고 접수하면, 나는 돈 천원을 받고 숟가락을 준다. 식사 후에 숟가락과 그릇을 반납하면 오백 원을 내주는 것이다. 간식이 있을 때는 간식 배당까지 한다. 또 현장에서 생기는 민원에도 적극 참여한다. 돈을 받는 이유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뒷정리를 스스로 할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무료로 주면 그릇이나 숟가락을 반납을 하지 않고 가는 아이들이 있기에 방법을 찾은 것이다. 모여진 돈은 다른 봉사 활동에 찬조를 한다.
2-3년 전부터는 나는 두 손으로 주고받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돈을 받는 것이나 숟가락을 주는 것 그릇을 반납하는 것 등 모든 일이 나에게 왔을 때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보면서 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많은 얼굴을 알게 되었다.
청개구리가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 행동은 거칠지만 어른들을 대할 때에는 조금이나마 조심성을 표했는데 요즈음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행동은 상대편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가정교육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과거의 우리시대는 부모나 어른들에게 기본적인 예절을 배우고 보았는데 요즈음은 한손으로 얼굴도 보지 않고 눈은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가끔 인사를 한다. 자주 와 말썽을 피운 아이들이 더 반갑게 한다. 어린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인사할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과 많이 가까워 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청개구리를 초창기에 참여하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다시 봉사활동으로 참여하는 아이도 있다, 취직하여 인사를 오는 아이도 있으며, 군에 간다고 찾아오는 아이도 있다. 올챙이들이 완전한 청개구리로 성장하여 찾아와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런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성공사례로 벤치마킹도 많이 왔고 방송도 되었다. 요즈음은 이와 비슷한 활동을 부천에서도 몇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흥에서도 시작을 한다고 찾아왔다.
이 시대는 마을에서 어른을 사라지게 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지나가다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상스러운 말을 하여도 함부로 말을 하고 훈계를 할수 있는 사람이 없다. 훈계하고 간섭하다 잘못되면 오히려 큰 낭패를 당할수 있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고 꾸짖는 동네 어른이 없어졌다. 어른을 할수 있는 제도와 힘이 무너졌다. 아이들 눈높이로 다가가 그들 스스로 느끼게 하며 사회는 함께 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랜 활동으로 밝게 자라준 청개구리 덕분에 오늘 같은 인사도 받고 사람 사는 느낌을 같게 된다. 아이들을 위하여 조금 더 가깝게 할 것을 다짐한다.
첫댓글 수정하여 올려보았습니다
명칭도 예사롭지 않은 '청개구리' 봉사단에서 오랜시간
많은 활동을 하셨네요
곧은 운화쌤 성격에 맞는 봉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ㅎ~~
앞으로도 계속 좋은 활동 기대할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