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심리치유 기제와 효과
최근 마음챙김을 근거로 한 치료 프로그램으로는 만성 통증 환자를 위한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을 근간으로 우울증 재발 예방을 위해 구성된 인지치료인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명상과 인지치료 원리를 통합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인 DBT(Dialectical behavior therapy), 수용전념치료인 ACT(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등이 있다(박성현, 2006).
이러한 마음챙김의 심리치료 기제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한 정서 장애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사고 내용의 비합리성이나 비논리성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 등 내적 경험을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하는가에 주목한다(정준영, 박성현, 2010). Kabat-Zinn(2005)은 마음챙김을 통해 상위 인지적 통찰인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로,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임을 통찰하게 되며, 그 생각이나 정서를 굳이 피하거나 없애려고 불필요한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고 하였다. 일상생활에서 꾸준하게 마음챙김을 적용하면 다양한 장면에서 나타나는 마음속 여러 '나(Self)'에 대해 떨어져 바라보며 초연한 태도를 취하는 빈도가 늘어나 점차 일상의 여러 '나(Self)'에 대한 집착이 옅어져 간다(김정호, 2018).
Teasdale(1999)은 마음챙김이 자신의 사고에 대한 비판단적이고, 탈중심적인 태도를 통해 반추적인 사고패턴을 방지해 준다고 하였다. 탈중심화는 즉각적인 경험에서 한 걸음 비켜서서 사건과 그에 대한 자신의 반응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능력으로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마음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정신적 사건으로서 관찰할 수 있게 한다(Safran & Segal, 1990).
Hayes와 Smith(2010)는 경험의 회피란 자신의 생각, 감정, 기억, 신체감각, 행동 성향 등의 경험들과 접촉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말하며, 장기적으로 볼 때 행동상의 곤란을 야기하며, 우리가 수용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 마음챙김을 통해 증상이 있든 없든, 통증이 있든 없든, 무섭든 무섭지 않던 그 순간의 자신을 수용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을 거절하는 대신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스로를 완전히 만개한 증상의 느낌 속으로 들어가게 허용한다(Kabat-Zinn, 2005). 이봉건(2013)의 연구에서는 암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수용하기 힘들어하여, '왜 내게 이런 병이 온 것일까?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무서운 병이 온 것일까 두렵고 무섭다.'에서 운명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편안해져 '아내에게 정말 고마워요.'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수용을 하면 부정적 감정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고했다.
한편, Kabat-Zinn(2005)은 마음챙김에서 명상수련을 열심히 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규칙적인 자기 수련을 이어나가는 태도가 "상위 인지적 기술"이며, 이는 실제로 명상수련의 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마음챙김은 현재 경험에 대한 순수한 주의와 알아차림뿐만 아니라 이런 과정을 열심히 수행하려는 동기와 또 실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을 감찰하고 목표 상태에 맞게 조절해 나갈 수 있는 상위 인지적 기술이 하위 성분으로 포함되어야 한다(김교헌, 2008). 즉 상위 인지적 주의의 조절은 자신의 현재 경험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수용적인 주의를 기울이려는 목표와 현재 상태가 일치하는 정도를 감찰하고 목표상태에서 벗어나는 주의과정을 바로 잡는 전략과 기술로 이상적인 마음챙김 상태가 유발되면 생각, 정서, 행동 및 동기에 대해서 관찰자의 시각에서 한 걸음 떨어져 관조할 수 있는 여유나 힘이 생기고, 이는 자기 조절의 효율성을 높여 준다(김교헌, 2008). 이러한 상위기제들은 자기조절, 가치 명료화, 인지와 정서, 행동적 유연성 그리고 발현으로 요약되며 이들 네 가지 변인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심리학적인 증상감소에 대한 잠재 조건의 기제로서의 역할을 한다(Shapiro 등, 2005).
지금까지 살펴본 마음챙김의 치료기제를 바탕으로 마음챙김의 효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마음챙김은 몸과 마음의 고요한 만족을 준다. 마음챙김을 통해 집중된 마음이 훈련되며 집중된 마음이 무언가에 몰입될 때, 호흡이 고요해지고 심박이 안정되고 몸은 긴장을 풀게 된다(Simpkins & Simpkins, 2011). 또한 계속해서 지껄여대는 부정적인 자기 대화와 반응적 충동과 감정에서 한 걸음 비켜 있을 수 있으며 그 결과 고요한 만족으로 삶이 드러난다(Williams & Penman, 2011).
마음챙김은 몸의 통증 경감에 도움을 준다. 몸의 통증을 가진 사람들은 통증 그 자체보다는 무력감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몸의 감각이나 통증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 올라오는 생각에 큰 비중을 두며, 두려움이나 공포를 갖기 때문이다(Germer, Siegel & Fulton, 2012). 이러한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조건화와 반응성에 사로잡히게 되며, 우리를 계속 고통과 사슬에 묶어 두어 2차 화살을 맞게 된다(Boccio, 2009). 마음챙김과 통증의 관계를 연구한 선행연구(김수지, 안상섭, 2019; 박여나, 김정호, 김미리예, 2019; 심교린, 2017; 신재숙, 이봉건, 이혜경, 2014; 이태선, 김정호, 김미리혜, 2010; Kaplan, Goldberg, & Galvin-Nadeau, 1993; McCracken & Eccleston, 2003)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챙김이 통증 경감에 효과적임을 검증했다. 자신의 고통에 대해 자동반응을 하지 않고 단지 바라보는 마음챙김 훈련으로 고통을 평소와는 다르게 경험하게 되며, 적어도 고통과 관련해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이차적인 사고들이 자신을 더 괴롭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부정적 사고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게 됨으로써 고통의 경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김정호, 2004).
꾸준한 마음챙김 훈련으로 자동적인 내적 반응을 알아차리고 내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더 이상 그런 반응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힘을 키우는 것이 자기조절의 핵심임을 고려할 때(김완석, 2019), 마음챙김은 생활습관이나 중독 등의 자기조절 문제를 돕는데 유리하다(김완석, 유연재, 2015; 남수아, 조용래, 노상선, 2019; 윤병수, 2016; Bowen, Witkiewitz, Dillworth, Blume, Parks & Marlatt, 2006). 윤병수(2016)는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한 프로 그램이 중독을 감소시키는데 영향이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마음챙김 수련이 약물 사용이나 중독 행동에 효과적이었음을 보고하였다. Bowen 등(2006)의 연구에서도 알코올 중독자나 마약 중독자의 약물 사용을 줄이는데 마음챙김이 효과적임을 보고하였다. 남수아, 조용래, 노상선(2019) 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 폰 중독을 마음 챙김 명상의 개입으로 자기조절력의 향상에 의해 매개될 가능성을 보고 하였다. 김완석, 유연재(2015)는 마음챙김 소비가 충동구매, 중독구매와 강한 부적상관이 있어 소비행동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마음챙김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조절에 효과가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도 마음챙김은 불안, 재발성 우울증, 경계선 성격장애, 섭식장애, 신체 이미지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뇌손상 환자에 도움을 주며, 면역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Teasdale, Moore, Hayhurst, Williams & Segal, 2002; Segall, 2005; Hözel 등, 2011; Piet & Wützen, 2012; 조옥경, 윤희조, 2013에서 재인용).
2)요가
5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요가가 완전히 성숙한 영적인 전통으로서 자리를 잡은 시기는 약 2500년 전이다. 요가의 역사와 문헌은 힌두교의 전통과 많은 관련이 있다. 또한 다양한 요가사상은 불교나 자이나교의 사상에서도 발견된다. 인도의 세 가지 위대한 정신적 전통과 문화인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사이에서 '요가'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복잡한 유산이 창조되었다(Feuerstein, 2004). 요가(yoga)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어의 'yuj'라는 동사 어근에서 파생된 명사로 '결합'과 '합일'의 의미이며(이태영, 2012), 개체자아와 우주적 참자아의 결합을 말한다. 요가는 개인을 속박하는 온갖 조건화로부터 해방된 목샤(Mokṣa)를 정점으로 하는 인간의식 변용의 테크닉이다(조옥경, 왕인순, 2016). 따라서 단순히 건강차원에서 요가에 접근하고 수련한다면 요가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극히 일부만을 접할 뿐 나머지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규칙적으로 꾸준히 수련해 나가다 보면 신체의 유연성과 힘이 점차로 증가하고 통합과 균형을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다 명료하고 집중된 마음을 계발할 수 있다(조옥경, 2011).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Yogasūtra) 제 2장에 나오는 요가의 8단계(aṣṭāṅga)는 금계(yama), 권계(niyama), 자세(āsana), 호흡(prāṇāyāma), 감각 철회(pratyāhāra), 집중(dhāraṇā), 명상(dhyāna), 삼매(samādhi)이다(문을식, 2015). 요가의 8단계는 목샤(Mokṣa)로 가기 위한 요가의 기본 과정이자 우리의 정신과 육신을 향상해 주는 수행방법이다(김순금, 2005). 요가의 8단계는 크게 외면요가와 내면요가로 정리할 수 있다. 외면적 요가는 내면적 요가를 위해 신체, 호흡, 마음을 준비시키며, 외적인 행동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므로 수련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내면적 요가는 전적으로 내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그 경험이 보다 사적이고 미묘하므로 외부로 드러난 모습으로는 수련자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조옥경, 2006).
외면요가에 해당하는 처음 5단계는 인류 누구나 지켜야 할 보편적 윤리인 비폭력, 진실,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금욕, 탐욕을 하지 않음의 다섯 가지인 금계(yama)이다. 개인적인 수행의 측면으로 신체청결, 만족, 고행, 성전(聖典)을 통한 자아 교육, 이스와라(Īśara)로 신에 대한 헌신 등의 다섯 가지인 권계(niyama)이다. 그리고 요가자세(āsana), 호흡의 확장을 의미하는 호흡(prāṇāyāma)이다. 외적 대상에 의한 지배로부터 해방과 자율훈련인 감각철회(pratyāhāra)이다. 내면요가에 해당하는 마지막 세 단계는 내면화된 대상에 완전히 몰두하게 되는 집중(dhāraṇā), 집중이라는 흐름이 방해받지 않을 때 일어나는 상태인 명상(dhyāna), 해탈의 단계인 삼매(samādhi)이다(김순금, 2005).
신체, 정서, 마음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요가는 불편한 몸과 마음의 두카(dukha) 상태를 해소하여 몸과 마음 모두가 가볍고 자유로우며, 안락할 뿐 아니라 확장된 느낌을 수반하는 수카(sukha)상태로 유도한다(조옥경, 김명권, 2009). 수카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은 요가의 치료적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데, 요가의 치료적 원리는 인간 존재를 전일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는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이다. 다시 말해, 건강이 단순히 몸의 차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다양한 측면들이 서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전일적 관점임(Ajaya, 2015)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형록(2005)은 현대인들이 육체, 정신, 영혼, 영성이라는 다양한 인간 존재의 구성요소에서 육체, 또는 정신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건강을 소홀히 하고 있으며, 인간의 실존적인 내면의 존재성의 의미나 가치에 대한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실정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신체, 정서, 마음상태를 아우르는 전일주의의 원리에 입각해서 환경, 신체 및 신체의 기능, 공기, 음식, 대인관계, 정서 및 자아의 상태, 습관, 욕구, 사고와 같은 요소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 개선해 나감으로써 몸과 마음, 영의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왕인순, 2010).
인도 철학 사유의 시작이면서도 그것이 모두 담겨있는 문헌(문을식, 2015)인 따잇뜨리야 우빠니샤드(Taittirīya Upaniṣad)에는 인간을 전일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요가의 인간관을 잘 보여주며, 인간의 몸을 단순히 신체 차원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따잇뜨리야 우빠니샤드에 의하면 인간은 다섯 가지 몸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를 산스크리트어로 빤짜 꼬샤(pañca kośa)라고 한다. 빤짜(pañca)는 숫자 5를 의미하며 꼬샤(kośa)는 층, 덮개, 껍질을 의미한다. 따라서 빤짜 꼬샤는 다섯 가지 몸 또는 층으로 이해된다. 다섯 가지 층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거친 차원에서 보다 미세한 차원 그리고 원인적 차원으로 나뉘게 된다. 이 다섯 가지 층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안나마야 꼬샤(annamaya kośa), 생명력의 쁘라나마야 꼬사(prāṇāmāya kośa), 마음으로 이루어진 마노마야 꼬샤(manomaya kośa), 지성으로 이루어진 위갸나마야 꼬샤(vijñānamaya kośa), 지복으로 이루어진 아난다마야 꼬샤(ānanadamaya kośa)이다(곽미자, 2008).
빤짜 꼬샤 이론은 하나의 자세나 동작을 단순히 해부학적 정렬 상태로만 보지 않고 결국 몸으로 드러나는 호흡, 정서, 성격, 행동 등이 인체의 모든 시스템에서 일어난 것의 반영으로 본다는 관점이다(왕인순, 2009). 요가는 외적인 모습으로 드러나는 신체뿐 아니라 신체가 담고 있는 다양한 주관적인 세계들을 중요하게 여기며 적절한 훈련을 통해 이들을 자각하고 정화하며 계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Kraftsow, 2011). 요가의 빤짜 꼬샤적인 해석으로 보면 신체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정서의 형성 또한 인간존재를 전일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요가의 지혜를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마음챙김요가가 여성의 신체이미지와 신체자각에 미치는 영향/ 박민숙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심신통합치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