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寒风习习,砭肤透骨,天空彤云密布,晦暗如暮,华阴县大街上行人寥落,市面不胜萧条。
太白酒店却上了七成座,这家酒店门板日拆夜收,内外畅敞,由外望内一览无遗,十数张白木桌上只三四张桌面无人,座上食客却不畏瑟瑟寒风,谈笑自若,临风把盏,有几个独自一人浅酌低饮,一付悠然自得神色。
靠东进栏柱座上座定一身着黑色长衫老者,面色沉肃,目光峻冷,肩搭一柄长剑,系有两绺红黑丝穗,擎杯沾唇浅饮,似有所思。
两侧,各坐着四旬开外劲装神态悍鸷汉子,由于老者沉肃神情骇人,均不敢出声言语。
忽闻一汉子高声道:“酒保,添酒。”
接着又道:“符老,他们买办*⑴之物也该买齐啦,一俟田老三返回,咱们也该回谷去。”
那黑衣老者无疑是符竹青,闻言冷冷一笑道:“回谷,恐怕未必如此容易!”
两人不禁一怔,面面相觑,不解符竹青话中何意!
符竹青低声道:“我等来时,已为人暗蹑上了,分明是本山强敌,倘不出老朽所料,此刻他们已在途中守候暗袭我等,老朽已吩咐田老三买办齐全另由小径赶回。”
“什么? 咱们为人暗蹑上了?”
“不错。”
符竹青沉声道:“老朽所以久久不离去之故,即是迫使对方守候不耐,找来此处,由暗化明,得以逐一搏杀。”
蓦地——
相邻一张桌面上立起一貌似村塾老儒,倏地转身,右掌迅如闪电按在符竹青右侧汉子胸后命门穴上。
那汉子只觉一股奇寒泛布全身,立时血凝气结,面色惨变。
老儒阴恻恻冷笑道:“符竹青,咱们把话说明,你若妄动,可别怨老夫心辣手黑,殃及无辜。”
符竹青大感意料之外,不由面色变了变,示意一旁同党不可轻举妄动,冷冷笑道:“朋友你错了,恐须自食其果。”
老儒低声道:“老夫决错不了。”
继又四巡了一眼,高声道:“众位街坊,请速结帐离去,不得窥探,免得误伤。”
食客们大为震恐,慌张离座留下酒钱,纷纷离去一空,只剩下一年轻汉子,身着一袭蓝布大褂,肤色黝黑宛如古铜,饮酌自若,漠然无视。
老儒目注符竹青一笑道:“对面屋上后街巷暗处均伏有无数高手,你自问有能为闯出重围逃生。”
符竹青冷笑道:“符某不知朋友真正来意。”
老儒道:“老夫开门见山,有劳带路去见柏姑娘。”
符竹青哈哈大笑道:“柏姑娘不见外客,符某恐难为力,而且朋友亦到不了无忧谷就把性命送了?”
“这个不须你费心,老夫自有打算。”
符竹青座侧汉子救助同伴心切,倏地虎窜奔出,双掌一翻,迅如雷奔望老儒胁下打去。
老儒似不及防,身形毫不闪避,噗的一声,双掌击实在老儒胁下。
那汉子猛感双掌陷入老儒胁内,只觉奇痛如折,不由骇然变色。
只听老儒冷笑道:“去吧!”
但见那汉子身如飞矢震飞在三四丈外,轰然倒地,腕折掌断,血涌如注,气绝毕命。
老儒狞声一笑,右掌猛然吐劲,凄厉惨噑腾起,又是一人殒命。
符竹青勃然大变,翻腕撤出长剑,身形疾飘离座。
老儒微微一笑道:“符竹青,老夫明言相告,在你酒中老夫已弄了手脚,片刻之后毒性便须发作,用不着老夫出手。”
符竹青闻言心神暗震,忖道:“听他所言似非虚声恫吓。”
蓦闻一个细微语声传来道:“符老别怕,在下已于酒中解去毒性。”
语声甚熟,猛然醒悟那是何人所发,心中狂喜,不自禁地望了望那旁身着蓝布大褂年轻汉子一眼,四道目光,符竹青愈发肯定确是唐梦周,顿时嘿嘿冷笑两声,霍地拔剑出鞘,疾掠出店外。
老儒冷笑道:“你未必走得了!”
符竹青落在街心,对面屏上飞扑下三条身影,符竹青不待来人站地,右腕飞振,流芒电奔出手。
只听三声惨噑,匪徒轰然横尸在地,均是胸前七坎死穴刺穿透明窟窿,不差分毫,鲜血汨汨流出。
老儒一跃而前,见状不禁大骇,厉声道:“看你不出在剑上竟有如此高深造诣。”
符竹青冷笑道:“阁下是否一试符某剑招威力。”
说着翻腕剑尖平指,颤出一抹眩目寒星。
老儒心神大骇,只觉符竹青剑势奇奥无此,虽未出手。但剑势所及均是指向致命要害重穴,无法闪避开去,暗暗忖道:“为何他毒性尚未发作?”
右手一搭腰间,撤出一条长约五尺软鞭。
符竹青冷笑道:“只要你能避开符某三招,便可饶你不死。”
老儒忽倏地腾空拔起,振吭发出一声清澈长啸,穿空如电,啸音未绝,身影已杳。
符竹青料不到老儒竟会不战而退,不禁一怔,那蓝布大褂年轻汉子忽擦身而过,传来语音道:“你我在北门外见!”
身法宛如行云流水,似缓实速,转瞬没人长街尽端。
符竹青定了定神,走入酒店,提着两具尸体跃上屋面,望北掠去。
北门外一片荒凉。
距城墙不远是一片低洼湖荡,芦苇飞雪,湖周丹枫凋蔽,黄叶飘空,景色凄楚。
符竹青草草埋葬了两具尸体,目光四巡,只觉静悄悄地无人,暗道:“莫非唐少侠临时遇未来么?”
慢步走进湖沼,突听芦苇丛中随风飘送出唐梦周语声道:“符老远来相叙!”
只见芦苇丛中穿出一艘小舟,唐梦周双手操楫迅快拢向岸边。
符竹青双肩微振,纵身腾起,落叶般悄无声息落在舟中。
中舱已设有小桌,酒菜纷陈,唐梦周笑道:“你我久未相见,符老可好!”说着小舟离岸,奔矢般穿入苇丛。
符竹青答道:“托少侠福庇,老朽粗体贱安。”
唐梦周殷殷垂询柏月霞傅灵芝等人好否,并在符竹青之前满满斟上一碗酒。
两人略事寒喧后,符竹青道:“如非少侠解厄,今日老朽难逃不测之祸,少侠知否此人来历。”
唐梦周摇首笑道:“不知,在下不过适逢其会而已。”
符竹青道:“少侠此次前来,是否欲去敝谷探望姑娘,姑娘迩来心神不宁,易于激怒,动辄伤人,老朽感觉莫非为了少侠之故,少侠前去当可慰舒姑娘忧郁心情。”
唐梦周微笑道:“我那义妹决非为了在下之故,只恐其中另有原因,在下自然要去无忧谷,但并非去见月霞义妹,即是你我同行,只怕为符老带来性命之危。”
符竹青面色一怔道:“少侠这倒是真情实话,自姑娘返转谷内,颜鸿庆二谷主恐有强敌找上姑娘,命廿八名高手相护姑娘,明是守护,其实乃监视我等一举一动。”
语音略顿,又道:“少侠意欲去见何人?”
唐梦周道:“拜望颜二谷主。”
符竹青面色大变道:“少侠此去必须谨慎,颜鸿庆非但目光锐厉,而且更引进甚多江湖高手,将无忧谷布设得宛如金城汤池*⑵般,互相监视,若稍有可疑,立罹磔尸之祸。”
唐梦周微笑道:“符老请放心。在下自有防身之策,不知符老返转无忧谷之后,可曾见过了谷主么?”
符竹青长叹一声道:“未曾,甚至姑娘也无由得见!”
“为什么!”
唐梦周诧道:“那颜二谷主呢?”
符竹青摇首道:“他也无法相见。”
唐梦周不禁呆住,道:“总有一个相见之策?”
继而微微一笑,接道:“符老转回后,暂请守秘不可告知姑娘,俟有良机,自可与她见面。”
彼此谈论一阵,天色渐渐昏暗下来,符竹青起身抱拳笑道:“老朽暂先回谷,恭候少侠驾临。”
唐梦周道:“在下明晨必到!”
符竹青长身一跃,落足苇面,施展“登萍渡水”绝乘轻功,几个起落,远去无踪。
唐梦周将小舟拢岸后,间至华阴县城。
西岳华山,十月已是千山飞霜,绝顶飘雪季节,朦胧曙光,崎岖山道上现出唐梦周身影,蓝布大褂迎着砭骨寒风瑟瑟飞舞。
他走的是后山,前山是华山派禁地,西岳广袤数百里方圆竟然裂土割据与无忧谷泾渭*⑶有别,毫不相涉。
唐梦周忽闻一声大喝道:“来人止步!”
迎面蹬道上忽闪出一巨灵大汉,手握一柄精钢打铸月牙铲,虎目中威光暴射,神态威猛。
唐梦周忙抱拳道:“烦劳通禀,在下谈灵求见颜二谷主。”
巨灵大汉冷笑道:“谈灵?你总该有个来历。”
唐梦周道:“在下见了二谷主,自然知道在下来历。”
巨灵大汉哈哈大笑道:“原来你是个孤陋寡闻之人,本谷向例拒见不知来历陌生武林人物,依家相劝,尊驾还是请回吧!”
笑声如雷,响震山谷。
唐梦周摇首道:“跋陟千里,那有空回之理,仍请烦为通禀,见与不见,自有颜二谷主定夺。”
巨灵大汉忽浓眉一剔,月牙铲疾如奔电铲向唐梦周,带起一股悸耳啸风。
唐梦周身形迅快闪了开去。
铲势迅猛收势不及,哗啦大响,一块大石竟铲掉一半,轰隆坠向崖下。
唐梦周五指疾如电光石火飞攫而出,一把扣在铲身,只听喀嚓声响,月牙铲立分为二,当锒锒乡摔在石蹬上火星直冒。
巨灵大汉握着半截柄杆,不禁目瞪口呆,断处平整光滑,生似挫平一般,不由倒吸了一口冷气,道:“原来阁下是武林高人,某家失敬了,阁下请少待,容某家传报。”
猛一拧腰,跃登如飞,没人转角处。
唐梦周靠坐在路旁山石上,屏神凝气相待。
山谷隐处传来一声响箭破空啸声,心知已代传报入谷。
静候了一顿饮光景,忽闻一声朗朗大笑道:“谈朋友要见颜某为何?”一条身影疾如鹰隼泻落在唐梦周身前七尺外石蹬上。
唐梦周目光抬处,果是在大名所见二谷主颜鸿庆,立抱拳一揖道:“颜二谷主是否独自一人而来,还是身后隐随有人?”
颜鸿庆闻言不由呆得一呆,道:“谈朋友此话何意?”
唐梦周道:“在下此来有事相告,兹事重大,不可为第三人耳闻,倘二谷主见疑,在下立时掉面就走。”
颜鸿庆目露疑容注视了唐梦周一眼,忽高声道:“你等立即后撤!”
隐隐可闻一片远去衣袂振风之声。
颜鸿庆道:“现在谈朋友可见告了!”
唐梦周在身旁取出一面玉牌,递与颜鸿庆道:“二谷主可识得此物!”
颜鸿庆接过端详了一眼,大惊失色道:“此物谈朋友从何处得来?”左掌凝势待发,只要谈灵一个不对,立即出手击毙。
唐梦周微微一笑道:“在下实奉荆一鸣监令急命赶来!”
即低声叙出五毒堡门下多人已隐伏在无忧谷内,荆一鸣严令自己来无忧谷查明歼除。
颜鸿庆骇然变色道:“申屠宗门下么?颜某竟丝毫不知情。”
唐梦周冷冷一笑道:“二谷主如果知情,在下也用不着赶来,荆监令心中忧急如焚,不及传讯门主又不敢擅离,故令在下持本门信物赶至。”
颜鸿庆道:“荆监令如何探出五毒门下潜隐在敞谷内。”
唐梦周见颜鸿庆盘根究底,不愧心细如发,遂微微一笑道:“荆监令率领在下等一行潜迹在嵩岳山麓相距不远一座荒废无人居住之文昌阁上,不料在下随荆监命两人外出之际,申屠宗率领门下匪徒掩袭而至,本门弟子俱被毒杀………”
颜鸿庆目中怒光逼射,沉声道:“如此说来,嵩山之谋已为申屠宗身后凶邪探悉?”
唐梦周道:“早有所悉,对方亦欲谋染少林,惜为本门抢先一步,使对方无计可逞,怨毒在胸,遂毒谋搏杀本门个人。”
说着略略一顿又道:“申屠宗在文昌阁内外设伏,静待荆监令与在下返回一网成擒,不料荆监令警觉情形有异,以迅雷不及掩耳之势,用本门玄奥手法将隐伏在文昌阁外五毒门下一一点毙,可笑申屠宗毫无所觉,为荆监令窥听申屠宗与其门下相谈之言,非但无忧谷内潜伏有五毒门下,而且玄灵宫亦有多人在内。”
颜鸿庆面色顿变,道:“如今五毒堡主申屠宗何在?”
唐梦周答道:“荆监令为恐申屠宗知悉我等已窥闻隐秘,遂守候在阁外不动,申屠宗见荆监令久久未返不耐,率众离阁,展开一场猛烈拚搏,荆监令手刃三名五毒门下后,因众寡悬殊退去。”
“如今荆监令在何处?”
“尚在搜觅申屠宗行踪下落,仍栖身在文昌阁。”
颜鸿庆已然释去疑虑,抱拳一笑道:“谈朋友请!”
此处距无忧谷尚有一大段途程,唐梦周只觉所经之处险恶异常,削壁如刃,危崖险峻,戒备森严,不禁暗暗心惊!
岫云飞浮,暮霭渐落。
唐梦周处身在无忧谷内一间精榭内,窗明几净,布设幽雅,谷中四季如春,窗外遍植琪化瑶草,清香沁人心脾。
他正眺赏窗外景色之际,忽见一青衣垂髫小童进入,禀道:“二谷主前来拜望谈爷。”
颜鸿庆已随后趋入,发出爽朗笑声。
垂髫小童从门外端入佳肴美酒,两人相对落座,杯酒尚未沾唇,窗外忽送来高声,道:“稽老师到!”
颜鸿庆双眉倏地一挑,暗道:“他为何前来!”
一高瘦目光炯炯有神黑衫中年人疾掠而入,道:“二谷主,山外五大邪神及丐帮高手频频现踪,似有谋对本谷不利之图。”
颜鸿庆道:“传命下去严加戒备。”
高瘦汉子低应一声是,转身快步而出。
唐梦周道:“此人乃五毒门下!”
颜鸿庆不禁面色大变!
颜鸿庆诧道:“谈老师为何辨识稽化民乃五毒门下,稽化民在颜某手下多年,忠勤不二
只怕未必如谈老师所言。”
谈灵笑笑道:“二谷主不妨牵来犬猫试试,便知在下之言是否危言耸听。”
颜鸿庆闻言信疑参半,击掌传人命速牵一犬进来。
须臾牵来一只黄狗,颜鸿庆将一盌鼓油焖鸡倾置于地。
那只黄狗似饥不择食般片刻间风卷云散而尽。
颜鸿庆静观黄狗食后变化,盏茶时分过去,黄狗忽唁唁低鸣,似喉部不适,倏已倒卧旷地,目光黯淡呆滞,嘴吐白沫,四脚弹了几下便自不动。
谈灵微微一笑。
颜鸿庆骇然色变,满面怒容道:“谈老师是如何知道的。”
谈灵道:“二谷主暂不要问在下是如何知情,该去瞧瞧稽化民是否仍留在无忧谷。”
颜鸿庆面色一寒,厉声道:“唤稽化民来见。”
随令撤换酒食。
片刻,一青衣劲装汉子飞奔入内,禀道:“稽化民遍觅无着,想是逃出谷外。”
劲装汉子目睹躺在地下的黄犬,便已了然大半。
谈灵冷笑道:“稽化民逃也不远,方才他躬身抱拳向二谷主禀事之际,施放无形奇毒,他却不料在下暗中施展‘穿心指’点伤他的心眼,只在谷外十里方圆之内便可发现他的尸体。”
说着目光注视青衣劲装汉子,语音一沉道:“此处发生之事不许张扬出去,以免打草惊蛇。”
青衣劲装汉子呆了一呆,低声应是。
颜鸿庆怒容满面,立命心腹亲信搜觅稽化民尸体。
酒菜已然换上,颜鸿庆敬了一杯酒后,迈:“谈老师如何查明五毒堡匪徒。”
谈灵道:“此事不宜操之过急,俾使在下得以从容查出,但在下忧心的是无忧谷内潜隐不仅他们一帮匪徒在内。”
颜鸿庆面色一变,道:“难道他们志在………”
“志在柏春彦谷主。”
颜鸿庆苦笑一道:“颜某犹不敢妄入虎穴一步,若真如所言,不过自速其死而已。”
谈灵道:“这不关在下之事,门主已全数付托二谷主,在下只待查出潜随在无忧谷匪徒之后,尚须赶往玄灵宫。”
颜鸿庆点一点头,道:“谈老师须小心谷主爱女柏月霞,她武功机智不下于颜某,稍露错失,立遭不测之祸,到时颜某也难以相救。”
谈灵微笑道:“这个,二谷主请放心,在下始终不明白柏姑娘到手紫电剑怎又会失去?”
颜鸿庆摇首答道:“这不怪柏姑娘,按理判断以柏姑娘一身武功,五邪并非敌手,怎奈一时轻敌,剑被震得脱手飞去,更不知黄雀在后,来人飞攫抢剑,乘间逸去……”继又发出一声长叹道:“令人困扰的是,那人攫夺紫电剑后就从此音信杳然,目前门主仆仆江湖即是为寻觅紫电剑下落。”
谈灵颔首微微一笑道:“在下亦尝闻荆监令提及,门主曾严令我等刻意查访,一有下落立即传讯。”
说着立起抱拳道:“天色尚早,容在下去至谷内走走,探明五毒门中究有多少人渗入谷内。”
颜鸿庆道:“谈老师可任意行动,不受拘束,但必须小心柏姑娘。”
谈灵道:“在下谨记,不敢有违二谷主之命。”欠身施礼一揖,告辞飘然而出。
颜鸿庆略一沉吟,轻轻击掌出声。
青衣垂髫小童奔入,道:“二谷主有何吩咐?”
颜鸿庆道:“速命邓光来见我。”
垂髫小童疾掠如飞出去,须臾领着一个短矮中年汉子进来。
颜鸿庆忙道:“邓光,速往面晤荆监令,快去快回。”
遂密语嘱咐一阵。
邓光唯唯称是,两人相偕走出门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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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으로 화음현(华阴县)은 저녁처럼 어두웠고 뼈를 시리게 하는 삭풍마저 몰아쳐, 성안의 큰길은 행인이 드물었고 늘 붐비던 저잣거리마저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태백주점(太白酒店) 안에는 이미 7성(成) 가량의 좌석이 차 있었다.
주점의 창문 문짝은 낮에는 들어 올리고 밤에는 내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 올려 놓으면 시야가 탁 트여 주점 내외가 한눈에 들어왔다.
십여 개의 탁자들 중 서너 개를 제외하곤 이미 손님들이 자리 잡고 앉아, 창문을 흔드는 한풍 정도는 개의치 않은 채 술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며, 개중 몇몇은 홀로 여유롭게 술잔을 홀짝거리며 있었다.
동쪽으로 나있는 난간 기둥을 면한 탁자에는 흑색 장삼(长衫)을 입은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엄숙한 표정에 눈빛은 차갑고 준엄했으며, 검붉은 술이 두 가닥 매달린 장검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노인은 술잔을 들고 있었지만 입술만 적시고 있는 게 마치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고, 그의 양측에는 나이가 사십은 넘어 보이는 경장(劲装) 차림의 인상이 사나운 사내 둘이 있었는데, 노인이 워낙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런지, 그들 역시 굳은 얼굴로 감히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그들 중 한 사내가 큰 소리로,
"점원, 술을 더 가져 오게!"
하고 외친 후 흑의노인에게 말했다.
"부로(符老), 전(田) 노삼(老三)이 돌아오는 대로 우리도 당연히 곡(谷)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흑의노인는 다름 아닌 부죽청(符竹青)이었다.
"곡으로 돌아가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사내는 어리둥절해 서로 시선을 교환했는데, 마치 부죽청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부죽청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오는 도중 누군가가 우리 뒤를 밟고 있었는데 분명 본문의 적임이 분명하다.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금 저들은 우리의 앞 길 어디선가 숨어서 암습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전 노삼에게 일을 마치고 별도로 소로를 택해 곡으로 돌아가라 지시했다."
"뭐라고요? 우리들이 미행을 당했단 말입니까?"
"틀림없다."
부죽청이 나직하게 말을 계속했다.
"그래서 노부는 이곳에서 시간을 끌며 상대로 하여금 기다림을 참지 못해 이곳으로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려고 한다.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적을 밝은 곳으로 끄집어 내어 일거에 박살(搏杀) 내잔 얘기다."
그때 바로 옆 탁자에 앉아 있던 시골 서당 유생(儒生) 차림의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별안간 몸을 홱 돌려 부죽청의 우측에 앉아 있던 사내의 가슴 뒤 명문혈(命门穴)을 우장으로 내리찍었다.
사내는 오싹한 한기가 전신을 파고 드는 것을 느끼는 순간 피가 응고되고 기의 순환이 막혀 안색이 참혹하게 변했다.
늙은 유생이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부죽청, 분명히 말하건대, 경거망동하다간 재앙이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그때 가서 노부의 마음과 수단이 악랄하다고 원망하지 않도록 해라!"
부죽청은 의외의 상황에 놀라 안색이 급변한 채 일단 옆의 부하에게 함부로 거동하지 말라고 눈짓을 한 후 차가운 음성으로 상대에게 호통을 쳤다.
"친구, 너는 무언가 착각하고 있구먼! 네가 한 일에 대한 대가는 필히 치를 것이다!"
늙은 유생이,
"흥, 그럴 리가 없다."
하고 대꾸하더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여러분은 속히 계산을 마치고 떠나시오! 혹시라도 엿보다간 몸이 성치 않을 것이오!"
크게 놀란 식객(食客)들은 술값을 식탁 위에 던지고 황급히 자리를 떴는데, 오직 한 사람, 녹슨 구리처럼 거무스레한 얼굴에 남색의 무명 적삼을 입고 있는 젊은이만은 마치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늙은 유생이 다시 부죽청에게 고개를 돌렸다.
"맞은편 지붕 위와 뒤편 골목에 많은 고수들이 매복하고 있는데, 포위를 뚫고 탈출할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 보시구려."
부죽청이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기나 하시오."
늙은 유생이 말했다.
"좋소이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라. 나를 안내해 백(柏) 낭자를 만나게 해 주시오!"
부죽청이 껄껄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낭자께선 원래 바깥 손님을 접견하는 경우가 없소. 그러므로 노부가 애써 봐야 소용 없고, 오히려 걱정된다면 지금까지 우리를 쭉 미행해 온 당신이 무우곡에 도착하기 전에 목숨을 잃을까 하는 것이오."
늙은 유생이 코웃음을 쳤다.
"그건 당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소. 노부에게 다 대책이 있으니까."
부죽청의 왼편에 있던 사내는 다친 동료를 돌보느라 경황이 없는 듯 보였는데, 돌연 그가 몸을 홱 돌리더니 호랑이가 숲에서 뛰어 나오듯 늙은 유생을 향해 돌진하며 그의 옆구리를 겨냥해 쌍장을 번개 같이 날렸다.
늙은 유생은 방어할 엄두도 못 내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쌍장이 옆구리를 정통으로 때렸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의 쌍장이 상대의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 손이 부서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늙은 유생이 냉소를 터뜨렸다.
"꺼져라!"
사내의 신형은 마치 쏜 화살처럼 3, 4장 바깥으로 날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고, 양 손목이 잘라진 채 피를 분수처럼 뿜어대며 죽어 있었다.
잔인한 미소를 띤 늙은 유생이 지체없이 다시 우장을 휘두르자,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다른 사내마저 목숨을 잃고 말았다.
수하 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어 버리자 부죽청은 안색이 급변하여 식탁위에 놓여 있던 장검을 손에 들고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늙은 유생이 웃으며 말했다.
"부죽청, 당신에게 알려 줄 게 있는데, 당신의 술잔에 노부가 이미 수작을 부려 잠시 후 독성이 발작할 거라 노부는 출수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오."
부죽청은 내심 큰 충격을 받았다.
'저자의 말이 단지 허언 공갈은 아닌 듯하구나.'
그때 돌연,
"부로, 걱정하지 마세요. 소생이 이미 술잔의 독을 제거했소이다."
하는 개미 소리와도 같은 미약한 전성(声传)이 들려왔는데 그 음성이 매우 귀에 익었다.
문득 음성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깨달은 부죽청은 심중 기쁨을 금치 못하며 옆쪽에 있는 남색 적삼의 젊은이를 곁눈질하였다.
두 사람의 네 눈동자가 마주쳤고 부죽청은 그가 당몽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부죽청이 흐흐거리며 별안간 검집에서 검을 빼 들고 주점 밖으로 달려나갔다.
늙은 유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갑게 소리쳤다.
"그런다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소?"
부죽청은 들은 척도 않고 맞은편 지붕 위로 몸을 솟구쳤고, 그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세 인영이 몸을 채 일으키기도 전에 그의 오른손 장검이 번쩍하고 검광을 발하니, 세 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비적들 모두 앞가슴 칠감사혈(七坎死穴)에 구멍이 뚫렸다.
뒤따라 지붕 위로 올라온 늙은 유생은 벌어진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이었다.
"그대의 검술이 이처럼 고명한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부죽청이 냉소를 날렸다.
"귀하도 직접 부모의 검초를 시험해 보지 않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손목을 홱 돌리며 검을 수평으로 한 차례 쓸어 보이자, 차가운 한광이 폭사되며 눈을 시리게 하였다.
늙은 유생은 가슴이 오싹했다.
비록 정식으로 출수한 것은 아니었지만 방금 본 부죽청의 검세가 미치고 지향하는 부분이 모두 치명적인 급소와 중혈(重穴)들일 뿐 아니라, 검세가 워낙 기묘해 몸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는 속으로,
'왜 독성이 발작하지 않는 거지?'
하고 의아해 하며 오른손으로 허리춤에서 길이가 5척 가량 되는 연편(软鞭)을 꺼내 들었다.
부죽청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부(符) 모의 3초만 받아낸다면 아까 한 짓은 불문에 부치고 죽이지 않겠다."
그런데 늙은 유생이 갑자기 몸을 솟구치며 한 줄기 긴 휘파람 소리를 발하더니 돌연 허공을 뚫고 눈 깜짝할 사이에 행방을 감추었다.
부죽청은 늙은 유생이 싸움을 피해 도주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남색 적삼을 입은 젊은이가,
"우리 북문(北门) 밖에서 봅시다!"
하는 전음을 남긴 채 그의 곁을 지나쳤는데, 행운유수(行云流水)와도 같은 신법은 느린 듯 보여도 실은 엄청 빨라, 순식간에 큰길 끝을 지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신을 가다듬은 부죽청이 주점으로 돌아와 두 구의 시신을 짊어 메더니, 지붕 위로 뛰어 올라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북문(北门) 밖 황량한 벌판, 성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는데, 물가 갈대숲은 하얀 이삭들이 눈처럼 날리고 있었고, 호수 주위 나무들의 단풍도 빛을 잃고 낙엽이 되어 바람을 타고 허공에 흩날리니, 그 정경이 쓸쓸하고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부죽청은 두 구의 시신을 서둘러 땅에 대충 묻고 고개를 들어 둘러봤지만 사방이 적막하기만 할 뿐 아무도 보이지 않자,
'설마 당 소협이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길이었단 말인가?'
하고 궁금해 하며 천천히 호숫가 늪지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갈대숲 안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당몽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부로, 우리 다른 데로 가서 얘기합시다."
갈대숲에서 한 척의 작은 배가 나타났는데, 배 위의 당몽주가 양손으로 노를 저어 빠른 속도로 기슭을 향해 다가왔다.
부죽청이 어깨를 으쓱 하며 몸을 솟구친 다음 마치 낙엽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배 안으로 내려 앉으니, 선실의 작은 탁자에 술과 안주가 가득 마련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당몽주가 웃으며 말했다.
"부로, 오랫동안 뵙지 못했습니다. 별고 없으셨죠?"
말하는 사이 작은 배는 화살처럼 갈대숲으로 들어갔다.
"소협 덕분에 보잘것없는 이 늙은 몸은 안녕합니다."
당몽주가 백월하(柏月霞)와 부영지(傅灵芝) 등의 안부를 일일이 물은 후 부죽청 앞에 술을 한 사발 가득 따랐고, 두 사람은 한동안 지난 얘기를 주고 받았다.
부죽청이 말했다.
"오늘 소협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 늙은이는 재앙을 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소협은 그자의 내력을 아시는지요?"
당몽주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저도 단지 우연히 그 주점에서 마주친 것뿐입니다."
부죽청이 한숨을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소협이 이번에 이쪽으로 오신 이유가 폐곡으로 가서 낭자를 만나기 위함인지요? 소저께서 최근 마음이 편치 않은지 쉽게 화를 내고 걸핏하면 사람을 다치게까지 하시는데, 이 늙은이가 보기에는 소협 때문에 그러신 것 같소이다. 소협이 가셔서 그녀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외다."
당몽주가 웃으며 말했다.
"의매(义妹)가 그러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고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소생은 당연히 무우곡으로 가지만, 이는 의매를 만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로는 무우곡에 들어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부죽청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더니 짐작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소협의 말씀이 사실일 겁니다. 낭자께서 무우곡에 돌아간 뒤 안홍경(颜鸿庆) 이 곡주는 적들이 낭자를 노리고 있다는 구실로 28명의 고수들로 하여금 낭자를 보호하게끔 조처하였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보호이지 실은 낭자를 포함한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부죽청은 화가 나는지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소협은 누구를 만나러 폐곡으로 가시는지요?"
"안 (颜) 이 곡주를 만나러 갑니다."
부죽청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소협은 반드시 신중하여야 합니다. 안홍경은 비단 안광이 예리할 뿐 아니라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끌어들여 무우곡을 금성탕지(金城汤池=철옹성)*⑵로 만들어 놓았고, 서로 감시하게 하여 조금이라도 의심을 사는 사람은 살신지화를 면하지 못합니다."
당몽주가 미소를 지었다.
"부로, 안심하세요. 소생은 방비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부로는 무우곡으로 돌아간 이후 곡주(谷主)님을 뵌 적이 있습니까?"
부죽청이 길게 탄식하였다.
"나뿐 아니라 심지어 낭자께서도 뵙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의아한 표정의 당몽주가 연이어 물었다.
"그렇다면 안 이 곡주는 만나보았습니까?"
부즉청이 머리를 저었다.
"그 역시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당몽주가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당몽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만나볼 방법이 있지 않겠소이까?"
이어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부로께선 곡으로 돌아간 후 당분간은 나와의 일을 백 낭자에게 말하지 마십시오. 나중 기회를 봐서 낭자를 직접 만나겠습니다."
한동안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어두워졌고, 부죽청이 몸을 일으켜 웃으며 포권했다.
"이 늙은이는 먼저 곡으로 들어가 소협이 오시기를 학수고대하겠습니다."
당몽주가 말했다.
"저도 내일 아침까지는 도착할 것입니다."
부죽청이 큰 키의 신형을 훌쩍 날리더니 등평도수(登萍渡水) 신법으로 갈대를 밟으며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당몽주는 작은 배를 기슭에 댄 후 화음현성(华阴县城)으로 향했다.
오악(五岳) 중 하나인 서악(西岳) 화산(华山).
10월은 뭇 산에 서리가 내리고 높은 봉우리들에 눈발이 흩날리는 계절이다.
새벽이 밝아오는 험준한 산길 너머로 살을 에는 찬바람에 남색 두루마기를 휘날리는 당몽주가 모습이 드러냈다.
그가 있는 곳의 앞산은 화산파의 금지(禁地)였는데, 수백 리 광활한 서악의 땅을 화산(华山)과 무우곡(无忧谷)이 나누어, 경수(涇水)와 위수(渭水)*⑶가 유별(有别)하듯 추호도 서로를 침범하는 일이 없었다.
돌연 커다란 호통소리가 들렸다.
"걸음을 멈춰라!"
맞은편 오르막길에 돌연 몸집이 거대한 대한(大汉)이 나타났는데, 손에는 정강(精钢)으로 주조한 월아산(月牙铲)을 들고 호랑이 눈으로 위광을 폭사하는 위세등등한 모습이었다.
당몽주가 황급히 포권하며 소리쳤다.
"소생은 담령(谈灵)이란 사람으로 안(颜) 이 곡주를 만나러 왔소이다!"
거한이 냉소부터 날렸다.
"담령? 우선 자세한 내력이나 말하시오!"
당몽주가 대답했다.
"이 곡주를 만나게 되면 자연히 밝혀질 것이오."
거한이 껄껄거리며 말했다.
"무슨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내력이 불분명한 무림 인물은 본곡의 규정상 출입을 거절하게 되어 있으니, 좋게 얘기할 때 돌아가기를 권하는 바이오!"
거한의 우레와 같은 웃음소리가 산골짜기를 진동시켰다.
당몽주가 고개를 저었다.
"산길 천리, 고생하며 이곳까지 왔는데 어찌 그냥 돌아간단 말이오? 번거롭겠지만 위에 통지해 주시오. 만나고 안 만나고는 안 이 곡주가 결정할 것이오."
거한이 눈썹을 찡그리더니 별안간 당몽주를 향해 다가오며 월아산을 질풍처럼 휘둘렀는데, 기세가 흉맹했고 거센 바람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당몽주의 신형이 홀연히 거한의 눈앞에서 사라졌고, 목표를 잃은 월아산에 커다란 바위가 굉음을 내며 두 쪽이 나 절벽 아래로 굴렀다.
당몽주가 다섯 손가락을 전광석화처럼 뻗어 월아산을 낚아챈 다음, 지력을 가해 누르니,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월아산은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져 반 토막 난 월아산을 들고 있던 거한은 문득 잘라진 부위가 매끈하게 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더니 기겁을 하였다.
"원래 무림의 고인이셨구먼요. 실례였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소인이 곡중에 통보하겠소이다."
말을 마치곤 급히 몸을 돌려 쏜살같이 길 모퉁이를 지나 사라졌다.
당몽주가 길 옆 바위에 몸을 기대고 기다리고 있자 잠시 후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계곡 안에서 들렸는데, 거한이 곡중으로 보고함이 분명했다.
대략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난 후 낭랑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담(谈) 씨 친구가 안(颜) 모를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당몽주의 7척 앞 오르막 길 바위 위에 마치 송골매가 날아 내리듯 날렵한 신법으로 한 줄기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당몽주가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대명부(大名府)에서 본 적이 있는 이 곡주 안홍경이었기에 즉시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안 이 곡주 혼자 오셨습니까, 아니면 수하를 거느리고 게십니까?"
안홍경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담 씨 친구가 그리 묻는 이유가 무엇이오?"
당몽주가 대답했다.
"소생이 오늘 말씀 드릴 일은 매우 중요하므로 다른 사람이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곡주께서 믿지 못하신다면 소생은 즉시 돌아가겠소이다."
안홍경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당몽주를 한동안 주시하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너희들은 물러가거라!"
말이 떨어지자 멀리서 옷소매가 펄럭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안홍경이 입을 열었다.
"담 씨 친구는 이제 말할 수 있겠소?"
당몽주가 품안에서 옥패(玉牌)를 꺼내 안홍경에게 건넸다.
"이 곡주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안홍경이 건네 받아 들여다보더니 대경실색하여 물었다.
"담 씨 친구는 이 물건을 누구에게 받았소?"
말하며 좌장에 몰래 경력을 집중하여 만일 담령(谈灵)의 말이 거짓이면 일장에 격살한 준비를 하였다.
당몽주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소생은 형일명(荆一鸣) 감령(监令)의 급명을 받고 왔습니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오독보(五毒堡) 문하(门下)가 다수 무우곡에 잠입하여 암약하고 있다고 설명한 후, 형일명이 그들의 찾아 모두 죽이라는 엄명을 내렸다고 전했다.
안홍경이 얼굴빛이 급변했다.
"신도종(申屠宗)의 수하들이? 안 모는 전혀 모르고 있었소이다."
당몽주가 싸늘한 웃음을 띠고 말했다.
"만약 이 곡주께서 알 수 있을 정도라면 소생이 달려올 필요가 없었겠지요. 형 감령께선 마음은 급한데, 그렇다고 문주께 보고해 이 곡주를 곤란에 빠지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고 하여 소생에게 신물(信物)을 주며 달려가라 명하신 겁니다."
안홍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 감령께선 어떻게 오독문 무리들이 잠입해 있다는 것을 아셨다고 하오?"
안홍경이 꼬치꼬치 캐묻자 당몽주 역시 의심을 사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며 대답했다.
"형 감령께서 소생 등을 인솔하여 숭산(嵩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문창각(文昌阁)이란 황폐한 누각에 숨어 있었습니다. 도중 형 감령이 소생만을 데리고 외출했다 와 보니, 신도종이 무리를 이끌고 기습을 하여 본문의 제자 모두가 독살되었는데..."
안홍경이 눈에 노기를 띠며 중얼거렸다.
"말을 들어보면 우리들의 숭산 공략 계획이 이미 신도종 배후의 마두에 의해 탐지되었다 말인가?"
당몽주가 말했다.
"알고 있을 겁니다. 상대방 역시 소림을 도모하려 했는데 우리가 한발 앞선 것을 알게 되고, 원한을 품은 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본문 사람들을 독살한 듯합니다."
당몽주가 잠시 말을 멈췄다 다시 이어갔다.
"신도종은 형 감령과 소생이 돌아오면 마저 일망타진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형 감령께서 수상한 정황을 감지하고 본문의 현묘한 수법을 사용하여 문창각 주위에 매복하고 있던 오독보 수하들을 일일이 찾아내 섬멸했는데, 가소롭게도 신도종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하들과 얘기만 하고 있더군요. 얘기를 들어봤더니 비단 무우곡뿐만 아니라 현령궁(玄灵宫)에도 그들이 다수 잠입하여 있다고 합니다."
안홍경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지금 오독보주 신도종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신도종이 알아챌까 봐 누각의 바깥에서 꼼짝 않고 있었는데, 형 감령이 오지 않자 기다리다 지친 신도종은 결국 무리를 거느리고 문창각을 떠났고 그 와중에 우리와 맞부닥쳐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형 감령께선 오독문 수하 셋을 죽였지만 중과부적으로 우선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형 감령은 지금 어디 계신가?"
"신도종의 행방을 계속 추적할 목적으로 다시 문창각 근처에 몸을 숨긴 채 머물고 계실 겁니다."
안홍경이 의구심이 해소되었는지 웃는 얼굴로 포권하며 말했다.
"담 친구, 갑시다!"
이곳은 무우곡에서 아직 한참 떨어져 있는데, 당몽주는 지나는 곳이 절벽은 칼날처럼 깎여 있고 봉우리는 가파른 그야말로 험준한 지형임을 알고, 또 곳곳에 삼엄한 경비망이 펼쳐져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마음속으로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빠르게 스쳐가고 저녁 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당몽주가 묵고 있는 무우곡 안의 자그마한 정사(精舍)애서 창을 통해 보는 바깥 정경은 맑고 깨끗하고 우아했다.
곡중의 날씨는 마치 사계절 봄인 양, 기화요초(琪化瑶草)가 자태를 뽐내며 맑은 향기를 퍼뜨려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당몽주가 창밖 경치를 감상하고 있을 때 머리를 땋아 늘어뜨린 소동(小童)이 들어왔다.
"이 곡주께서 담야(谈爷)를 뵈러 오셨습니다."
곧이어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안홍경이 뒤따라 들어왔다.
잠시 후 동자가 문밖에서 미주가효(佳肴美酒=좋은 술과 풍만한 안주)가 그득한 술상을 들이자 두 사람은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그들이 술잔을 입에 대기도 전에 밖에서,
"계(稽) 노사(老师)께서 오셨습니다!"
하는 소동의 외침이 들려왔다.
안홍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왜 온 거지?'
키가 크고 마른 체격에 눈빛이 형형한 흑삼(黑衫) 차림의 중년인이 급히 들어왔다.
"이 곡주, 최근 곡 주위에 오대사신(五大邪神)과 개방(丐帮)의 무리가 자주 출몰하고 있는데 본곡에 대해 무언가 불리한 일을 도모하려는 듯합니다."
안홍경이 말했다.
"경계를 더욱 강화하라고 명령을 전하시오!"
계 씨 중년 사내는 낮게 응답하곤 즉시 몸을 돌려 가버렸다.
담령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 사람도 오독 문하입니다."
안홍경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담 노사는 무슨 근거로 계화민(稽化民)이 오독 문하라고 하는 거요? 그는 나의 오래된 부하로 충직하기 이를 데 없소. 담 노사가 잘못 알고 있는 거요."
담령이 웃으며 말했다.
"이 곡주께서 개나 고양이를 데려다 이 음식을 먹여 보면 소생의 말이 절대 허황되지 않음을 아실 겁니다."
안홍경은 반신반의하며 손뼉을 쳐 사람을 부르더니 속히 개 한 마리를 끌고 오라 지시했다.
잠시 후 황구(黄狗) 한 마리가 끌려왔고 안홍경이 튀긴 닭 한 접시를 개 앞에 쏟자, 누렁이는 굶주린 듯 허겁지겁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안홍경이 황구의 변화를 말없이 관찰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개가 갑자기 목이 막힌 듯 낮게 컹컹대며 바닥에 드러누웠는데, 곧이어 눈빛이 희미해지며 입가에 하얀 거품을 물더니 네 다리를 몇 차례 떨고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담령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안홍경은 안색이 급변하여 만면에 노기를 띤 채 물었다.
"담 노사는 어떻게 알았소?"
담령이 대답했다.
"지금 소생이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 일보다, 계화민이 아직 무우곡에 있는지 확인하는 게 급할 것 같습니다."
안홍경의 안색이 싸늘해지며 거친 음성으로,
"계화민을 오라 해라!"
하고 소리치곤 이어서 술상을 다시 차려오라고 명령했다.
얼마 안 있어 푸른 경장 차림의 사내가 달려와 보고했다.
"계화민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게 이미 곡 밖으로 도망친 것 같습니다."
경장 사내는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개를 보더니 이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짐작한 표정이었다.
담령이 냉소하며 입을 열었다.
"계화민은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 방금 그가 이 곡주에게 포권하며 음식에 몰래 무형기독(无形奇毒)을 시전했는데, 그때 소생이 암암리에 천심지(穿心指) 수법으로 그의 심장을 상하게 했습니다. 아마 반경 십 리 이내만 수색해도 그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담령이 말을 마치곤 청의 경장대한을 주시하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곳에서 벌어진 일은 절대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마시오. 타초경사(打草惊蛇)의 우(愚)를 범하는 짓이오."
청의 경장대한은 쩔쩔매며 낮은 음성으로 알았다고 대답했고, 안홍경은 격분한 표정으로 계화민의 시신을 서둘러 찾으라고 소리쳤다.
주안상이 다시 차려지자 안홍경이 공경의 예로 담령에게 술 한 잔을 따른 후 입을 열었다.
"담 노사는 숨어 있는 오독보의 무리를 어떻게 찾아낼 생각이시오?"
담령이 말했다.
"이 일은 너무 서두르면 안 되고, 소생이 은밀히 조사하게 해 주십시오. 단지 우려되는 일은 현재 무우곡에 잠입하여 암약하고 있는 무리가 오독보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안홍경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설마 그들도 노리는 것이...."
"그렇습니다. 바로 곡주(谷主) 백춘언(柏春彦)입니다."
안홍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안 모도 잘못하면 호혈(虎穴)로 들어가는 격이 될까 우려하여 아직 감히 도모하지 못하고 있는데, 만약 담 노사의 말이 사실이면 그들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일 것이오."
담령이 말했다.
"문주께서 전권을 이 곡주에게 맡기셨으니 그 일은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고, 소생은 무우곡에 잠입한 도배들을 색출한 후에 즉시 현령궁(玄灵宫)으로 가야 합니다."
안홍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담 노사는 곡주의 영애 백월하(柏月霞)를 조심하시오. 그녀의 무공과 기지는 결코 안 모보다 아래가 아니오. 자칫하여 실수라도 하면 즉시 불의의 재난을 입게 되고, 그 경우 안 모도 구해 주기 어렵소."
담령이 미소를 지었다.
"이 곡주께선 안심하십시오. 그나저나 소생은 백 낭자가 손에 넣었던 자전검을 어떻게 다시 잃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안홍경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크게 이상할 건 없소. 순리대로라면 백 낭자의 일신 무공으로 오사(五邪)의 적수는 결코 될 수 없었는데, 오사가 황작재후(黄雀在后=참새가 사마귀의 뒤를 노리고 있는 줄은 모른다는 의미)의 상황임을 모르고 적들을 경시하다 돌연 나타난 괴인에게 검을 탈취 당한 것이오..."
이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곤혹스러운 일은 그자가 자전검을 탈취해 간 후 종적이 끊어졌단 것이오. 그래서 현재 문주께서 자전검의 행방을 찾아 강호를 종횡하며 고생을 하고 계신 것이오."
담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생 역시 형 감령께서 언급하셔서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응당 자전검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한 가닥 단서라도 얻으면 즉시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담령이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했다.
"아직 날이 어둡지 않으니 소생은 곡중을 다니며 오독문 문하가 얼마나 잠입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안홍경이 말했다.
"담 노사는 구속 받지 말고 마음대로 행동하되, 단지 백 낭자만은 조심하시오."
담령이 말했다.
"이 곡주의 당부를 어찌 잊겠습니까? 소생 삼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담령이 몸을 굽혀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안홍경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손뼉을 치자, 청의를 입고 머리를 길게 딴 소동(小童)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이 곡주, 무슨 분부이십니까?"
"빨리 등광(邓光)을 불러 오거라!"
소동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가더니 얼마 안 있어 키 작은 중년인을 데리고 왔다.
안홍경이 다급히 지시했다.
"정광, 속히 가서 형 감령을 만나라. 서둘러 다녀와야 한다."
이어서 귓속말로 정광에게 무언가를 지시하자 정광은 연신 '네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문밖으로 나섰다.
(11장 마침)
[註]
*⑴买办 : 사전적 의미로는 문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일단 번역에서 뺐습니다. 고수님의 도움을 바랍니다.
*⑵金城汤池 : 쇠로 두른 성벽과 끓는 물이 가득한 해자란 의미로 철옹성, 난공불락의 요새를 의미.
*⑶泾渭 : 화산이 위치한 섬서(陝西) 지역을 흐르는 경수(涇水)와 위수(渭水)를 의미함.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황하의 지류인 涇水는 맑고 渭水는 흐려
두 강이 합류하여 한동안 맑은 물과 흐린 물이 일정 거리를 섞이지 않고 흐르다 나중에 섞여 흐린 물이 된다 합니다.
여기서 맑고 흐린 물이 분명하여 사리 분별을 나타내는 涇渭라는 말이 나왔다네요.
아, 泾渭有别이 강물의 탁도로 대별된단 의미를 갖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