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교수의 에세이 산책/ 청량산 벽계수야 "예던길"이 어디메뇨

[dosanbunae]

굽이쳐 흘러가는 벽계수는 거칠고도 쉬이 흐르며 깊고도 맑다. 강은 자기 품에 들어온 산을 명징하게 자화상으로 그려주었다. 산은 강물이 흐르는 길을 방해하지도 않았다. 강물은 유년시절에도 지금도 산과 산 사이를 유구히 조화롭게 흘러가고 있다. 강은 커다란 산 뿌리에 생명의 에너지를 주었고 산은 강이 자유롭게 흘러갈수 있도록 길을 터 주었다.

퇴계의 '예던길'은 선인들의 그윽한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고요하고도 호젓한 강변길이다. 주변 풍광부터 예사롭지 않다.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우는 청량산 육육봉이 연화처럼 청량사를 곱게 안았다. 좌우 육육봉은 오산당이 중심이다.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펼쳐진 산세와 청량한 산 줄기는 협곡 속에 산수화처럼 그려놓은 아름다운 산촌마을 가사리(가송리)를 신령스럽게 품고 있다. 가송리(佳松里)는 장군봉과 건지산으로 에워싸인 경관이 뛰어난 도원마을이다. 가사리(가사)와 소두들(송오)를 합친 지명이며 단애로 형성된 양 협곡 사이를 가파르게 흘러가는 낙동강물이 두 마을을 갈라놓은 형세이다. 소두들의 '소(沼)' 명칭인 "올미소"와 솔마당, 독산(고산) 등 산천 하나 하나가 경승지로 손색이 없다. 가송리는 온동네가 절경 속에 둘러싸였지만 역설적으로 천옥이라 할 만큼 매우 폐쇄적인 지형이다. 인간의 발길이 드물었던 이곳은 산과 강과 바위들이 터전을 일구며 도산팔곡이라는 비경을 낳았다. 강물이 거칠게 흐르다가 깊어지면 의례히 '소'를 만들고 전설이 나오기 마련이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삼척 구문소의 강물이 장인봉을 지나다가 절경에 취해 독산과 올미(일명 오미午梶: 말의 꼬리)앞 층암절벽 아래 고산정[성재 금난수(1530~1604):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정유재란 때 의병장, 퇴계 문하생, 1554년 서재 성성재를 짓자  퇴계가 편액을 써줌, 가사리 고산정 건립자, 예안 동계정사에 제향(동계서원)]에서 노닐며 소두들의 깊은 '소'를 후벼팠다. 고산정 오른편에 천길단애를 '올미'라고 하며 그 밑에 소를 '올미소'라고 부른다. 깊은 강물이 고여 있는 곳이어서 징담이라고도 한다. 전설 같은 얘기지만 옛날 홍수때 이 올미 절벽이 봉화에서 떠내려왔다는 얘기가 전해지며 올미소는 천 길 깊이여서 명주꾸리를 세 개나 풀어야만 바닥에 닿을 수 있다고 한다.

건지산 오솔길에서 조망한 강변에 누워있는 농암종택은 가히 강호시가의 우거답다. 궁산벽촌인 맹개마을과 면천의 고즈넉한 풍경도 그림 같다. 낙강에 고색창연한 묵화를 그린 먹황새의 서식지인 학소대의 층암단애는 인간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 신선들의 땅처럼 보인다. 뫼가 높은 오지마을 장구목과 매내 중턱에는 갈 길을 잃은 운무가 천길 낭떠러지 아래 부채살 형상인 백운산 끝자락에 걸려서 물굽이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터를 잡은 강변마을 백운지를 무념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배오지에서 거슬러 올려다보는 물 길은 막혀있되 트여있고 트여있되 막힌 미로처럼 신비로운 형상이다. 산(山)과 천(川)의 조화는 단사협에 이르러서 또 다시 용트림을 치며 갈선대(일명 칼선대)라는 비경을 빚어냈다. 갈선대 정상에서 육사가 토해놓은 '절정'의 시상들은 목실골(목곡) 삽지껄(항곡길초입, 걸)부터 왕모산 끝자락까지 병풍처럼 장막을 친 층층암벽 곳곳마다 포도알 같은 창연한 싯구가 되어 알알이 박혔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940년 문장지(文章誌)에 발표한 육사의 "절정"이다. 일제 치하기 폭정에 신음하는 민족의 수난사를 저항정신으로 맞서는 육사다운 강렬한 면모가 하늘을 찌르는 갈선대의 기상처럼 드높기만하다. 독립을 갈망하며 피를 토하며 쓰는 육사의 단말마적인 처절한 표현이 아니던가. 그래서 절정을 저항시의 꽃이라고 했던가.
"아~ 초인의 기개를 번득이며 광야를 파몰아치는 선구자의 가쁜 말굽소리가 굽이굽이 산천 병장 예던길을 달려가구나~"
육사가 울부짖은 거친 '광야'와 목가적인 향촌에서 임을 기리는 '청포도'는 지금도 단사와 천사 그리고 원촌 온마실에 전설이 되어 처연한 빛을 발하고 있다.

세상을 삼킬 듯한 거친 강물은 내살미(천사 혹은 천곡) 큰 여울목을 황급히 빠져나와 사련진에서 가쁜 숨을 고른 후 다시 의인 번남 앞을 지나 섬마 탁영담과 도산서원 그리고 분강촌으로 고요히 흘러든다. 단천(대사, 대세, 단사)은 조선땅 최고의 명승지 가운데 하나이다. 대사는 검푸르게 굽이쳐 흐르는 깊은 강물 위로 무량억겁의 세월들이 만든 층암단애로 둘러쌓인 천하의 기경을 자랑하는 천혜마을이다. 낙동강 1300리 길 가운데 절경의 백미가 이곳 예던길이 아니던가.

청량사를 창건한 원효대사도 화엄사상을 설파한 의상대사도 고려의 풍운아인 공민왕도 신라의 대학자인 최치원도 남북국시대 명서가인 김생도 동방의 성인인 퇴계도 강호시가의 대가인 효절공 농암도 이 도산구곡 일대를 이리저리 소요하며 찬연하고도 고매한 시대정신과 기상을 품고 읊고 펼쳤으리라♧.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리우는 청량산 육육봉이 연화

처럼 청량사를 곱게 안았다. 좌우 육육봉은 오산당이 중심이다. 우뚝 솟은 축융봉은 명호북곡 산성이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청량사를 창건한 원효대사도 고려의 풍운아인 공민왕도 신라의 대학자인 최치원도 남북국시대 명서가인 김생도 동방의 성인인 퇴계도 강호시가의 대가인 효절공 농암도 이 도산구곡 일대를 이리저리 소요하며 찬연하고도 고매한 시대정신과 기상을 품고 읊고 펼쳤으리라.
[♤사진: 청량산 청량사에서]

주변 풍광부터 예사롭지 않다. 청량산 줄기가 협곡 속에 산수화처럼 펼쳐진 가사리를 신령스럽게 품고 있다. 온동네가 절경 속에 둘러쌓여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사리는 천옥이라 할 만큼 매우 폐쇄적인 지형이다. 인간의 발길이 드물었던 이곳은 산과 강과 바위들이 터전을 일구며 도산팔곡의 아름다운 비경을 낳았다.
[♤사진출처: 미상이다. 필자가 촬영한 것 같기도 하고 확실하지 않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삼척 구문소의 강물이 장인봉을 지나다가 절경에 취해 독산 올미앞 층암절벽 아래 고산정에서 노닐며 소두들의 깊은 '소沼'를 후벼팠다(사진에서 보이는 층암절벽을 돌아나가면 고산정이 바로 나온다. 단애 맞은편은 독산이고 독산앞 절벽 이름은 올미이다. 올미 절벽 앞 푸른 강물이 이곳 '소두들' 마을의 바로 그 '소沼' 이다.

[♤사진: 때때옷의 선비 농암 이현보, 국립중앙박물관, 2007: 농암종택 주변산천의 풍광]

가사리의 큰 바위는 유년시절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그 곳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말이 없다. 세월의 풍상과 검푸른 이끼로 큰 바위의 얼굴은 더욱 자애롭고 관대한 모습이 되었다. 타향살이에 지친 푸념들을 풀어놓을 때면 큰 바위는 언제나 도타운 정감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 가사리 골짜기 정상에 자리한 거대한 큰바위(줄베층) 얼굴이 사시사철 형상을 달리하며 경이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목실골 항곡 정상에서 바라본 줄베층의 자애로운 풍채이다.

갈선대 정상에서 육사가 토해놓은 '절정'의 시상들은 목실골 항곡길 삽지껄(절벽 왼편 목실골로 들어가는 초입 지명을 이곳 사람들은 "걸"이라고 부름, 걸은 경북 방언으로 개울 혹은 개천을 의미하며 삽지껄의 "껄"은 주변을 뜻함)부터 왕모산 끝자락까지 병풍처럼 장막을 친 층층암벽 곳곳마다 포도알 같은 창연한 싯구가 되어 알알이 박혔다. 육사가 울부짖은 거친 '광야'와 목가적인 향촌에서 임을 기리는 '청포도'는 지금도 단사와 천사 그리고 원촌 온마실에 전설이 되어 처연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진은 백운지와 단천 사이에 있는 목실골 삽지껄이며 이곳에서부터 병풍 같은 층암단애가 장막을 쳐서 왕모산 끝자락까지 이어진다. 세상을 삼킬 듯한 거친 강물은 내살미 큰 여울목을 황급히 빠져나와 사련진에서 가쁜 숨을 고른 후 다시 의인 번남 앞을 지나 섬마 탁영담과 도산서원 그리고 분강촌으로 고요히 흘러든다.

왕모산 중턱에 자리를 잡은 채 영겁의 세월동안 강인한 뿌리를 강물에 드리우고 있는 전설의 갈선대(葛仙臺: 육사의 "절정" 시상이 잉태된 곳). 우뚝 솟은 기개가 하늘을 찌를 것만 같다. 공민왕도 농암도 퇴계도 육사도 갈선대에서 시대정신을 읊고 소회하며 펼쳤다고 하니 이 곳의 신령스러운 기운과 정기를 더 말해서 무엇하랴.
[♤위 사진(2021.9.19)은 단천 도산국민학교 신교정 운동장에서 촬영한 강 건너 맞은편에 있는 갈선대의 전경이고 아래 사진은 원촌 이육사(이원록 1904~1944) 선생의 생가이다. 육사는 도산국민학교(도산공립보통학교) 1회(1919) 졸업생이다]

조선땅 최고의 명승지 가운데 하나인 단사(단천, 대사, 대세). 푸르고 깊은 강물 위로 무량억겁의 세월들이 만든 층암단애로 천하의 기경을 자랑하는 천혜마을인 대사. 낙동강 1300리 길 가운데 절경의 백미가 이곳 예던길이 아니던가.

[♤사진:이동운(58회)ㆍ아름다운 풍경(드론 촬영)]

폐교된 도산국민학교 신교정을 지나 원천교(사진에서 크게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천사마을인 내살미와 싹실마실로 접어든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서 산으로 올라가면 주차장과 더불어 왕모산성, 월란사, 갈선대 등이 줄줄이 나온다. 이른바 "예던길"로 접어드는 삽지껄이라고 보면 된다.

도산팔곡 일대에는 고산정과 쏘두들(송오), 올미소, 독산, 솔마당, 줄베층, 농암종택, 학소대 등 빼어난 풍광들이 첩첩이 펼쳐져 있다. 지난 2019년 7월 농암 선생 불천위 제사 때 아내와 종가집(농암종택 및 분강서원ㆍ1976년 안동댐 준공으로 수몰되어 분천동에서 현 가송리로 이전)에 가서 애일당 맞은편에 있는 강각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나는 농암 선생의 16대 손이다. 유년시절 삶의 터전이었던 분강촌(분강서원)과 도산서원 그리고 도산국민학교가 내 인생에 미친 아름다운 궤적과 맑은 정신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은혜롭고도 감사한 많은 일들을 만들어 주었다.
옛날 분천동 애일당 난간에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동취병산 아래 퇴계 선생의 도산서원이 바로 보였고 맞은편에는 섬마 솔밭 속에 시사단이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었다. 꿈 같은 추억과 기억들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돌아간다.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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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광이 정말 일품이야
너무너무 멋지고 아름답지~
청산리 벽계수가
바로
청량산 맑은 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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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모산에서 가송까지 굽이굽이 절경 정말 아름다운 고향이야~
어릴적 살고 있을땐 몰랐는데 지금은 가보면 너무나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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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강산 도산골이 바로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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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가 무릉도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