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명작을 낳는다
박 래 원
부산외대수필문학회 제3대 회장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24년 외성문학 제8호’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4년 9월 부산외국어대학교 평생교육원에‘수필, 그리고 자서전 쓰기’강좌가 개설된 지 올해로 꼭 10주년을 맞게 되는 것 같습니다. 부산외대수필문학회의 짧지 않은 발자취를 돌아보건대, 그 시작은 비록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수필은 모든 글의 근간이 되는 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수필은 글쓰기의 정석이며, 감히 글의 교과서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체험이나 사건 등 팩트(fact)를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진한 감성이 가장 가까이에서 묻어나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작가는 가장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수필문학은 시적이고, 소설적이며 드라마틱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이는 문학적 감수성 면에서는 시가 수필의 좋은 교재가 된다고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수필을 가지치기하고 뼈대를 비틀어 다양한 색으로 칠하면 시가 되기도 하고, 잎이 무성한 나무처럼 픽션과 묘사를 적당히 버무려 세세하게 부풀리면 소설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릇 작가라면 수필로 시나 소설로 축약하거나 몸집 부풀리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수필은 다른 장르의 표본 내지는 으뜸글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고교 졸업 후 신문사 기자가 돼 간결하고 정확한 문체를 익혔습니다. 그 후 이탈리아에서 적십자 운전요원으로 일하다 부상을 당해 입원한 병원에서 미국인 간호사에게 구애를 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은 「무기여 잘 있거라」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얼마 후 고향에서 여덟 살 연상의 해들리와 결혼한 뒤 파리로 가 각국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얻은 영감으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로 일약 스타가 됩니다.
그는 기자 출신 ‘폴린’과 또 사랑에 빠져 재혼을 하게 됩니다. 부유한 처가의 도움으로 세계를 여행하며 영감을 얻고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중년의 그는 종군기자 마사 겔흔과 스페인 내전을 취재한 내용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써 베스트셀러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런던 특파원이었던‘메리’와 네 번째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 후 낚시광인 그는 쿠바에서 낚시를 소재로 한 「노인과 바다」를 써서 결국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게 됩니다. 그는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좋은 글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는 네 명의 여성이 준 영감으로 즉, 아내가 바뀔 때마다 새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헤밍웨이뿐 아니라‘괴테’도 75세 때 열아홉 살의 ‘올리케’라는 처녀를 만나 청혼한 일이 있었으며,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할 때마다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합니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자살하자, 한때 좋아했던 소녀가 곁을 떠나가 버렸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있었습니다. 그는 74세의 나이에도 사랑에 대한 집착만은 놓지 않았다는 방증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묘약과도 같은 것인가 봅니다. 사랑의 속삭임에서 여줄가리처럼 솟아오른 영감이 작가의 필력을 돋우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영감을 주는 사랑이라면 한번쯤 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십여 년간 후학들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 주신 박희선 지도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부산외대수필문학회를 성심껏 이끌어 가시는 권계원 회장님, 조영경 재무님, 김재선 편집장님의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아울러 흐트러짐 없이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기꺼이 함께해 주신 모든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푸른 용의 해인 올해는 회원 여러분들의 가정에 늘 행운이 함께하길 빌며, 또한 문운이 창대하여 헤밍웨이를 비롯한 위의 유명한 작가들처럼 사랑의 영감을 얻어 좋은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부산외대수필문학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박래원 회장님
격려사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박래원 회장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