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책을 샀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는
나는 가난하였다.
가난이 달았다.
책을 외상으로 사들고
서점 문을 나서서
한시간 오십분 동안 완행버스를 타고
책을 보다가
차에서 내려 삼십분 동안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어떤 날은 헌책을 샀다.
지게로 한짐이었다.
책을 짊어진 나는
밤나락을 짋어진 농부처럼
성큼성큼 들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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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심산골 전깃불도 없는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 다대리라는
시골에서 태어나 흥천초등학교 6학년 1학기를 마치고 서울로 전학하였습니다.
영등포초등학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제외하면 서너달 다니고 졸업하였습니다.
6학년 1학기에 전학을 하여 6년 동안 정들었던 고향의 친구들의
모습이 가물가물합니다.
졸업앨범이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문 앞에 헌책방이 있었습니다.
책방 모퉁이에 앉아 누렇게 변한 소설책을 읽기도 하고 시를 감상하며
소년시절부터 그토록 꿈꾸었던 글쟁이의 꿈을 먹고 살기 위해
헌책방의 구수한 냄새에 취해 곱게 접어 가슴에 묻어야하는 운명에
울면 안되는 사내새끼는 아무도 모르게 골목길 전봇대 뒤에 숨어
눈물을 감추어 두고 집에 돌아와서는 웃었습니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라고....
이 헌책방에 있는 시간이 저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제가 소유한 책 중에 유일하게 새책은 교과서 뿐,
각종 참고서나 소설, 시, 수필....은 모두 헌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참고서에 있는 낙서를 지우개로 모두 지우고 마치 새책인양 귀하게 간직하였습니다.
가끔, 헌책방 주인 할아버지께서 덤으로 소설이나 시집을 한 권씩 주시는 날은
고개를 수십 번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詩들은 책속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습니다.
시낭송가님은 이 시들을 손으로 깨워,
눈으로 대화하며 시가 말하는 의미를
가슴 깊이 담아 입을 열어 진한 향기를 발합니다.
이 향기에 취한 저는
"그래, 이것이 인생이야. 아무렴...."이라 독백합니다.
코로나-19 건강 관리 잘 하시고,
취해보세요. 책의 향기에.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