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의 72.1%가 3000㏄ 미만 자동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자동차산업 팀장은 "3000㏄ 미만 승용차 관세 철폐 첫 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FTA 체결 전에 비해 6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림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상무는 "2.5% 관세 철폐 여부를 떠나 무엇보다 연간 1700만대 규모인 미국 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상관계 개선으로 통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ㆍ미 FTA 체결로 GM대우와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국계 업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미 수출 증대 기회가 창출되면서 모기업이 이들 업체에 대한 추가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ㆍ미 FTA로 인해 한국이 얻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관세 철폐를 수용한 것은 한국 자동차업체들의 현지 생산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관세보다는 환율 등 대내외 여건이 미국 시장 판매 증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 소비자에게 큰 이익 = 이처럼 한ㆍ미 FTA 체결이 자동차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엇갈리지만 소비자들이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선 관세 철폐로 미국산 차값은 현재보다 최소 7% 정도는 내릴 전망이다.
미국산 차값 인하는 경쟁업체인 유럽ㆍ일본 차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국산 자동차 가격 인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세제 개편도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세제는 구입시 부과되는 특별소비세(800㏄ 미만 면제, 2000㏄ 미만 5%, 2000㏄ 초과 10%)와 자동차세, 지하철공채 등으로 구성된다.
한ㆍ미 FTA 타결로 현행 자동차 가격의 10%인 2000㏄ 이상 승용차는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5%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현재 5단계인 자동차세를 3단계(1000㏄ 미만, 1000~1600㏄, 1600㏄ 초과)로 축소하기로 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혜택을 얻게 된다.
세제 개편은 미국 차뿐만이 아니라 유럽ㆍ독일산 수입차와 국산차까지 적용되는 것이어서 차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항구 팀장은 "내수시장이 살아나면 자동차 세금도 많이 걷힐 것이기 때문에 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감소 염려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완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미국산 차에만 적용한다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즉 미국산 차에 대해서만 유예해 주고 국산차에 국내 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공정경쟁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용어> ■ 자동차 원산지 규정 = 자동차의 원산지를 어떤 기준으로 볼지에 대한 논쟁은 한ㆍ미 FTA 자동차 협상의 핵심 중 하나였다.
미국이 한ㆍ미 양국간 자동차 교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며 자동차 원산지를 보는 기준을 순원가법으로 주장한 데 반해 한국은 순원가법 대신 공제법을 주장했다.
순원가법은 자동차 완제품이 미국 내에서 조립되더라도 미국 내 발생 비용과 역외 부품 등 해외 조달 비용을 따져 완제품의 일정 원가 비율에 따라 미국산으로 원산지를 인정할지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공제법은 역외 부품조달 비율을 따져 원산지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 OBD = 휘발유 자동차의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를 일컫는 말이다.
OBD(On-Board Diagnotics)를 자동차에 장착하면 차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오작동으로 배출가스가 증가할 때 차내 계기판의 정비지시등이 자동으로 점등돼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2003년 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OBD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04년 6월 관련 고시를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사는 배기량 800㏄ 이상, 차량 총중량 3.5t 미만, 승차인원 9~15인의 중형 휘발유 승용차와 포터 등 배기량 800㏄ 이상, 차량 총중량 2t 이상 3.5t 미만인 중형 휘발유 화물차에 한해 2007년부터 모든 모델에 부착하기로 정했으나 2009년으로 유예했다.
■ 픽업 트럭 = 사륜의 뚜껑이 없는 소형 트럭을 의미하는 픽업 트럭도 FTA의 주요 쟁점이다.
다른 자동차 세그먼트에서는 한국차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물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지만 픽업 트럭만큼은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가장 우위에 있는 부분이다.
■워킹그룹 = 실무회의를 진행하는 협의단을 의미한다.
FTA 협상에서 따로 워킹그룹을 조성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중요성이 높음을 의미하고, 현재 자동차와 섬유, 의약품ㆍ의료기기 부문 등에서 모두 워킹그룹이 조성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