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산악회 코스 계획 중 A 코스 '유마사 주차장 → 유마사 → 용문재 → 모후산 → 중봉 → 철철바위 → 계곡 합수점 삼거리 → 유마사 → 유마사 주차장'의 원점회귀 7.2km, 4시간 구간과 B 코스 '유마사 주차장 → 유마사 → 용문재 → 모후산 → 중봉 → 집게봉 → 집게봉 갈림길 → 유마사 → 유마사 주차장'의 원점회귀 8.5km, 5시간 구간 중 상황을 보고 선택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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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후산[母后山]
높이: 920m
위치: 전남 화순군 남면
화순군과 순천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919m의 산으로 광주 무등산과 순천시 조계산의 그늘에 가려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유마사, 화순 물염적벽, 주암호, 사평폭포 등의 명소가 곳곳에 있고, 항상 맑은 계곡물이 넘쳐 관광객과 등산객에게 주목받고 있다. - 한국의 산하
유마사[維摩寺]
전라남도 화순군 사평면 모후산(母后山)에 있는 삼국시대 유마운과 딸 보안이 창건한 사찰.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말사이다. 627년(무왕 28)에 중국에서 건너온 유마운(維摩雲)과 그의 딸 보안(普安)이 창건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부속암자인 귀정암(歸靜庵)·금릉암(金陵庵)·운성암(雲城庵)·사자암(獅子庵)·오미암(五味庵)·은적암(隱寂庵)·남굴암(南窟庵)·동암(東庵) 등과 함께 수많은 승려들의 수행도량으로 이용되었다.
17세기 무렵 경헌(敬軒)이 중건하였고, 그로부터 약 50년 뒤에 가안(可安)이 나한상을 조성하였다. 1889년(고종 26)에는 전라도관찰사 김규홍(金奎弘, 1845∼?)이 중수하였다. 그러나 6·25전쟁 때 이 절과 부속암자들은 모두 소실되었고, 그 뒤에도 오호연·김해은 등의 승려들이 중수하였다. 최근에 주지 박상규가 재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정면 3칸의 대웅전과 산신각·백운당(白雲堂)·종각·요사채 2동이 있다. 원래 이 절에 있던 범종은 구례 화엄사로 옮겨졌으며, 현재 종각에는 종이 없다. 절의 서쪽 계곡에는 널따란 바위다리가 놓여 있는데, 그 바위 한쪽 편에는 ‘維摩洞川普安橋(유마동천보안교)’라고 새겨져 있다. 이 보안교는 보안이 옮겨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보안교를 놓기 위하여 모후산 중턱에서 많은 인부들이 이 바위를 운반하려고 온 힘을 기울였으나 험한 산길이라 작업 진도가 부진하였을 때 보안이 치마폭에 이 바위를 싸더니 유유히 들고 와서 놓았다는 전설이다. 보안은 적벽근처에 보안사를 창건하였으며, 유마사의 약수인 제월천(濟月泉)에 얽힌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보안교 건너 서쪽으로 150m 지점에는 해련탑(海蓮塔)과 또 하나의 부도가 있는데, 모두 도괴되어 있던 것을 1981년 화순군에서 복원하였다. 이 중 해련탑은 1992년 보물로 지정되었으며 창건자 유마운의 부도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절 입구에는 높이 1.5m의 경헌대로사리탑(敬軒大老舍利塔)이 있는데, 대석의 네 모서리에는 사자·호랑이·돼지의 조각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동물들이 새겨져 있다. 또한, 옛 절터에는 많은 기와조각들이 산재하고 있어 거찰이었던 옛날을 말해주고 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0월의 첫 번째 토요일인 7일은 화순의 모후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천고지 몇 개 산을 제외하고 목표로 한 산행을 완료한 이후 한국의 산하 인기 200, 산림청 숨은 산, 까만 소 100+ 등을 참고해 산행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생소한 산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모후산이다. 처음 발견할 당시는 이름부터 생소해, 한 안내산악회에 신청했으나, 천고지와 겹치는 바람에 취소했다. 다른 건 몰라도 까만 소 100+에 속하는 산이라, 안내산악회에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출발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를 천고지를 먼저 다녀왔다. 이후 몇 번 모후산행을 신청했으나, 오지 산과 겹치거나, 출발 며칠 전 과연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산인가 회의가 들어 취소했다.
이제는 그나마 오지 산행도 거의 다 다녀와, 선택할 수 있는 게 가성비가 좋지 않아 가기를 망설였던 산으로 제한되는 바람에 가장 먼저 눈에 띈 모후산을 선택했다. 물론 그것도 가격으로 승부하는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기로 해 가성비가 좋아졌기에 가능했다. 어쨌든 산악회 코스 계획에 의하면 그나마 긴 B 코스가 8km에 불과해, 3시간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거로 생각된다. 그런데 평소라며 볼 것도 없이 더 긴 B 코스를 선택하겠지만, 철철바위 방향으로 하산하는 조금 짧은 7km 구간이 A 코스라는 게 걸린다. 대개 산악회에서 주요 코스를 A로 선정하는 거에 비춰봤을 때 철철바위 방향으로 기암괴석이나 암릉 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이다. 해서 코스 선택은 현지에서 분위기를 보고할 예정이다.
짧고 가벼운 코스의 산행이라,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한다. 그리고 일찍 하산 후 유마사 주차장 조금 아래에 있는 ‘유마가든’에서 늦은 점심을 먹을 계획이다. 하지만, 들머리인 유마사 주차장에 12시가 다 되어 도착할 예정이고, 식당이 영업 중이라는 보장이 없어, 만약에 대비해 신사역표 김밥을 사 가기로 했다. 그 외 다른 준비는 평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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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신사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 버스라 사당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와는 달리 조금 늦게 기상해도 된다. 하지만, 일·월 지리산 화대 종주[산행기], 목 정선 기우산행[산행기]으로 몸이 정상이 아니라, 평소와는 달리 등산 준비를 못 해 일찍 기상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배낭을 쌌다. 그래봐야, 냉장고에 들어 있는 비상식이 든 지퍼백과 얼린 물 하나, 생수 하나를 숄더힙색에 넣는 게 다지만. 그리고 6시경 집을 나서, 6시 50분경 신사역에 도착해 김밥 한 줄 사서 힙색에 넣고, 5번 출구로 나가며 보니, 평소와는 달리 버스 두 대가 대기 중이다. 응? 사당에서 벌써 올 리가 없는데? 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신사역을 기점으로 하는 다른 안내산악회 버스다. 목적지는 선자령! 선자령에 버스 두 대면 단체일 확률이 높으나, 거기에 대한 정보는 없다.
안내산악회 버스가 오는 사당 방향을 주시하며 시내버스 정류장 의자에 5분가량 앉아 있으니, 익숙한 버스가 다가오는 게 보여 그리로 갔다. 그리고 버스에 타 힙색을 선반에 올리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산악회와는 달리 44인승 버스라 불편해야 하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승객만 없다면 그런 것에 신경 안 쓰는 인간이라 문제는 없다. 어쨌든 만석의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잠을 청했다. 그렇게 30분가량 자고 일어나, 태블릿으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버스의 실내등이 들어온다. 휴게소로 들어간다는 신호라, 태블릿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보니, 여산휴게소다. 여산? 얼마 전에 왔었는데? 해서 찾아보니, 그 얼마 전이 올해 5월 7일 백두대간 연결 산행으로 성삼재에서 주촌마을까지 달린 산행[산행기]으로 5개월 전이다. 세월 참 빠르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늘 그렇듯이 인솔 대장이 모후산행의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하지만 코스가
짧고 간단한 산행이라 특별히 주의할 것도 없다. 그보다는 5시간이라는 소요 시간을 책정했으나, 빠르면 3시간이 안 걸리는 코스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문제다. 그런데 유마가든 사장이 서울에 있어 영업을 안 해, 대장이 산행 게시판에 먹거리를 각자 준비하도록 공지를 올렸었다. 물론 그 공지는 봤으나, 산행 며칠 전 산행 계획을 본 홍 원장이. 화순에 근거를 둔 문화재단 행사가 같은 날 있으니, 합류하라고 권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고로 산행이 끝나면 화순 시내로 간다. 어쨌든 설명이 끝나고 다시 책을 보기 시작해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는 순간 선반에서 힙색을 내리고 등산화의 끈을 조이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12시경 유마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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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주차장 왼쪽으로 둥근 돔이 있는 봉우리가 보인다. 모후산 정상이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등산 앱을 가동한 후 고도를 확인했다. 265.7m, 모후산이 600m(용문재에서 지도를 보기 전까지 이렇게 알고 있었다)가 조금 넘으니, 수직으로 350여 미터 올리면 된다. 표고차가 350m 정도에 긴 코스가 8km 내외라, 아주 가벼운 산행이다. 해서 일·월 화대 종주와 목 기우산행을 했음에도 다시 기회가 올 거 같지 않아, 산행 후 최소 이틀은 쉰다는 원칙을 깨고 따라나선 모후산행이다. 주차장 주변 구경을 끝내고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2시 2분이다. 그런데 등산로는 유마사 일주문에서 벗어나 있다. 일단 그걸 사진으로 남기고 유마사 구경은 하산 때 하기로 하고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위로 갔다.
이정표나 등산로 상태가 좋아 길을 잃을 염려는 없으나, 오가는 등산객이 많아서인지 거의 미로 수준의 등산로라, 이정표를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혼동하기 쉬운 산이다. 그렇다고 흔히 얘기하는 알바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에 다른 길로 도착할 뿐이지만. 결과적인 얘기나, 포장도로가 끝나면 등산로가 나타날 거로 생각했는데, 용문재까지 임도다! 그리고 등산로 곳곳에 정자형 쉼터다. 지금은 등산로로 바뀐 과거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등산 앱으로 수시로 고도를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고도가 금방 높아진다. 그리고 용문재가 보이는 곳에 도착해 고도를 확인하니, 500m 내외다. 그럼, 용문재에서 모후산 정상까지 100여 미터만 올리면 되니, 사실상 산행은 끝났다. 그런데 무언가 꺼림칙하다. 한국 산에 깔딱이 없다니, 말이 안 된다.
12시 58분 모후산 정상 강우레이더 기지 근무자 출퇴근용 모노레일이 가로지르는 용문재에 도착했다. 그리고 모노레일 밑을 통과한 후 정자 쉼터 옆에 있는 지도를 봤다. 용문재의 고도가 677m다! 응? 그럼, 모후산은? 918m! 처음 든 생각은 지도에 오류가 있다였다. 그래도 확실히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GPS가 아니라 등산 앱의 지도로 모후산의 높이를 확인했다. 맞다! 918m다. 그런데 왜, 나는 600m가 조금 넘는 거로 알고 있었을까? 목요일 다녀온 기우산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600m 귀신에 씌었나? 어쨌든 300m 이상을 더 올려야 한다. 고로 남은 구간이 깔딱이다. 역시 한국 산에 깔딱이 없을 수가 없다! 능선을 따라 난 등산로와 나란히 강우레이더 기지로 향하는 모노레일이 이어진다. 고로 용문재까지 임도는 과거 기자 근무자를 위한 도로였다가, 모노레일을 설치한 후 등산로로 바뀌었을 거다.
모노레일과 나란히 달리는 등산로로 호흡을 조절하며 정상으로 향하는 중에 앞서간 일행 몇을 추월하기도 했다. 그리고 1시 10분경 일행 중 한 명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곳에 도착해, 전망대라 생각하고 그가 떠난 바위로 가봤으나, 아니다! 소나무가 시야를 막고 있다. 그래도 자리를 잡은 이상 뭐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흐릿한 날씨지만, 앞에 보이는 걸 기록으로 남겼다. 위치로 봐서는 조계산 방향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는 않으나, 사진을 찍은 후 다시 정상 방향으로 8분 정도 올라가자, 아래 전망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서쪽이 보여, 그걸 파노라마로 찍었다. 그러는 동안, 나뭇가지에 가린 무등산을 발견했다. 비록 나뭇가지에 가려 전모는 볼 수 없지만, 무등산을 본 것만으로도 이번 산행은 의의가 있다.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산이 높아, 주변을 다 조망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거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방해물 없이 무등산을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정상의 돔을 보면 위로 향하자, 예상대로 방해물이 없는 전망대다. 당연히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를 파노라마로 남겼다. 그리고 다시 정상을 향해 가자, 이번에는 갑판 전망대로 보이는 것이 앞에 있다. 해서 큰 기대를 안고 갑판에 도착해 보니, 전망대가 아니라 쉼터다!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든 산행이 아니라, 쉼터를 그대로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데, 13시 35분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줘 동영상을 찍으며 위로 향해, 1시 36분 강우레이더 기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2분 후인 1시 38분 모후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앞선 일행 10여 명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찍거나, 주변 경치를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물론 점심을 먹는 사람도 있고.
먼저 인증 대상이 바뀌는 틈을 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기자, 인증 사진을 검토하든 일행이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핸드폰을 주며 다시 찍어 달라고 해, 찍어줬다. 물론 다 찍은 후 그가 나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생각보다 널찍한 정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거기서 보이는 주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러다 거대한 정상석 반대편에 오래전부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작은 정상석을 발견했다. 그것과 고려인삼 시배지 화순이라는 안내문이 있어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미련 없이, 정상을 떠났다.
1시 42분경 급경사 등산로로 중봉으로 내려가며, 신사역에 산 김밥을 꺼내 먹으며 갔는데, 가며 보니, 나만 김밥을 먹으며 가는 게 아니다. 동지가 있다는 것에 기뻐하며, 급경사로 조심조심 정상에서 내려오자, 등산로는 다시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 그나마 가끔 뒤로 기상레이더 기지의 돔이 보일 뿐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저 앞만 보며 중봉을 향해 가자, 2시 5분경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줘, 그때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 1분 후인 6분에 도착했다. 중봉 정상은 철철바위 갈림길로, 우회전은 A 코스인 철철바위 방향, 직진은 B 코스인 집계봉 방향이다. 그런데 정상석은 없더라도, 중봉이라는 표지 정도는 있을 거 같아 주변을 둘러보니, 예상대로 있다. 그것도 반가운 준.희가 만들어 나무에 매단 '모후지맥, 중봉 804.9m' 표지다. 해서 산행 후 모후지맥을 검색해 보니, 차일봉에서 분기해 모후산 집계봉에서 끝나는 지맥이다.
이제는 집계봉으로 향할지, 철철바위로 내려갈지 결정해야 한다. 분위기로 봐서는 A 코스인 철철바위 방향이 산행 재미가 더 있을 거 같으나, 그래도 1km가량 더 긴 집계봉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모후지맥 끝 봉우리까지 간다는 의미도 있다. 집계봉을 향해 직진하는 구간도 모후산 정상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다름없이 전후좌우 어디에도 조망이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간다. 그러다 왼쪽으로 약간 조망이 트이며 보이는 강줄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당시에는 강이라 생각했는데, 이 글을 쓰며 확인해 본바 주암호다! 그리고 1분가량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준다. 집계봉이 멀지 않다. 역시 동영상을 찍으며 가다 보니, 무덤이 있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정상은 직진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있는 거 같아 더 올라간 이후 준.희가 만들어 매달았을 모후지맥 표지를 찾았다. 예상대로 있다. 이로써 모후산의 중요한 3개 봉우리는 다 올랐다.
여기부터는 유마사를 향한 본격적인 하산길로 오른쪽 급경사에 있다. 그리고 직진 방향으로 전망대로 생각되는 바위가 있어, 그리로 갔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시야를 막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는 뭐해, 억지로 사진을 찍었다. 간혹 보이는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며 중간중간 지옥의 너덜 급경사를 내려가, 2시 57분경 과거 임도 현재는 등산로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는 게 유마사계곡이 멀지 않다. 해서 유마사를 향해 바로 내려가지 않고, 계곡을 향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계곡에 도착해 웃통을 벗어부치고 땀을 씻었다. 물론 속옷을 깨끗이 빨아서 다시 입었다.
땀을 깨끗이 씻고 계곡에서 나와 유마사를 향해 내려가, 3시 15분 등산 때 통과했던 유마사 갈림길에 도착했다. 등산 때는 반대편에서 올라왔으니, 이번에는 우회전해 유마사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홍원장이 보내기로 한 차가 4시경 도착 예정이라, 그때까지 유마사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우회전해 동영상을 찍으며 과거 등산로로 생각되는 길로 내려가, 유마사 입구에 도착해 뒤를 보니, '등산로 아님'이라는 경고문이 서 있다. 현재는 폐쇄된 등산로다. 어쨌든 땀을 씻은 유마사 계곡 위로 난 다리를 건너자, 돌계단 위로 건물이 보여 그리로 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왼쪽에서 물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감로수다. 당연히 다가가 감로수 맛을 봤다.
이후 계단을 올라, 건물 밑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가 대웅전을 찾았으나, 안 보인다. 대신 풍파에 희미해진 대웅전 조감도가 서 있을 뿐이다. 애초 대웅전을 재건하려고 하나, 뜻대로 잘되지 않는 거 같다. 대신 관음전 현판 아래 대웅전이라 쓴 글이 붙어 있다. 본존볼이 관음전에 있다는 얘기라, 신고하려고 보니, 문이 잠겨 있어, 감히 정문은 열지 못하고, 옆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신고하고 기록도 남겼다. 와중에 날 따라 들어온 부부는 오체투지 중이다. 그들을 뒤로하고 관음전을 나와 그 뒤에 있는 산신각으로 갔다. 산꾼이 산신에게 신고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당연하다. 역시 잠긴 문을 열고 산신에게 무사 산행에 감사했다. 물론 기록도 남기고.
이후 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는데, 3시 33분경 유마사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일주문이 보인다. 아무리 바빠도 그건 지나칠 수 없어, 일주문으로 가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일주문으로 가며 보니, 왼쪽 계곡 옆에 무언가 안내문이 보여, 일주문을 찍은 후 무엇을 소개하는 글인지 봤다. 절을 세운 유마운의 딸 보안이 치마로 옮겼다는 넙적 돌이 놓인 다리다. 해서 보안교!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걸음을 재촉해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산악회 버스 뒤로 나를 기다리는 승합차가 보인다. 이로써 화순 모후산행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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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를 타고 화순으로 향해 4시 10분경 재단 행사장에 도착해 서울에서 온 친구와 현지의 재단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재단 현지 사무실 자리도 구경한 후 재단 사람은 회식 난 하산주를 마시러 갔다. 그리고 1차는 한정식집에서, 2차는 재단 인사의 치과병원에서 아시안게임 한일 축구 결승전을 보며, 3차는 숙소에서! 덕분에 술병이 나 지금까지 골골이다. 그리고 다음 날 컵라면으로 해장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안내 산악회 코스 계획 중 B 코스인 '유마사 주차장 → 유마사 → 용문재 → 모후산 → 중봉 → 집게봉 → 집게봉 갈림길 → 유마사 → 유마사 주차장'의 10km(램블러) 원점회귀 구간을 3시간 38분 동안 즐겼다. 이동 3시간 29분, 휴식 9분!
생각보다 고도가 높아, 최고의 조망을 보여줄 수 있는 산이었지만, 날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아쉬운 산행이었다. 그나마 무등산 등 흐릿하게나마 감상한 건 다행이다.
거의 남쪽 끝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라 찾아가는 게 쉽지 않으나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다. 해서 1박 2일로 화순 적벽이나 백아산과 연계하는 것도 괜찮은 계획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