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띄엄띄엄 쓰느라 아직 신입회원 나니신입니다. ^^>
기다리던 펜쇼에 작은딸을 꼬드겨서(맘에 드는 문구류 다 사주겠다고 통크게 제안) 같이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주말이라 평소보다 늦잠자고 아점먹고 느즈막히 출발했다가 오랜만에 꽉 막힌 도로 지옥을 2시간 동안 경험하다 겨우겨우 뚫고 오후 1시 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무사히 주차하고 중구구민회관 3층 대강당 입구에서 사전신청 확인하고 드디어 입장~
사실 전문 문구류 가게들처럼 분류가 딱 보이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아이는 대강당이 좁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인파에 점점 더 어색해 하고 관심이 급격히 멀어지려고 해서 어르고 달래면서 일단 빠르게 데스크들을 훑어보며 다녔습니다. 아직까진 저는 현재 가지고 있는 만년필들을 잘 고치면서 쓰자는 생각이고 작은딸도 만년필보다는 연필/샤프/볼펜 등의 일반 필기구에 더 관심이 있던지라 결심하고 간 것보단 아래처럼 소소하게 구매했습니다.
- 쿠루토가 샤프 2개 (BTS 캐릭터 BT21 한정판, 큰딸이 제일 좋아하는 슈가 캐릭터와 작은딸이 귀여워하는 RM 캐릭터)
- 멋드러진 디자인 책갈피 1개 (원래 같이 골랐던 파란나비까지 2개 다 사준다니까 고민하다 1개만 고름 +_+a)
- 자보나이트 잉크 25ml 1병 (펜쇼 한정판은 오후에 왔을 때 이미 매진 ㅠㅡㅠ)
- 블랙윙 2자루 (한정판, 작은딸이 유튜브 추천영상으로 알려주기 전까진 고급연필인 줄 모르고 기존 장미회원 굿즈로 받은 블랙윙 펄 1자루가 서랍에 잠들고 있다가 작은딸에게 주고 나서 아쉬움이 남아...>_<)
- 2024 서울 봄 펜쇼 공식 뱃지 1개
- 나눔 스티커들
이번에 첫 펜쇼 가면서 주로 구매 목적이 있었지만 최근 만년필연구소로 물밀듯이 밀려드는 입원 펜들 수리로 바쁘신 파카51님에게 기회가 된다면 아버지 유품 파카51을 직접 보여드리고 수리방향 조언을 듣고자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실제 가보니 대강당 앞쪽 무대 위에 테이블이 놓여있고 파카51님이 자유롭게 펜을 봐주고 계시길래 저두 무대 위로 무작정 올라갔습니다. 원래는 파카51님과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작은딸이 부끄럽다고 무대 밑에서 버팅기면서 아이 동선 체크하랴 수리 문의하랴 정신이 없어 사진 한장 못 남긴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고보니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님과 인사나누는 걸 봤는데 그때도 사진을 못 남겼다는...ㅠㅡㅠ
사실 몇달 전 또다른 아버지 유품인 몽블랑146 그립부의 잉크샘 문제를 자체 제작한 쉘락 마감재로 해결한 뒤 자신감이 붙어서 파카51도 유튜브 영상자료와 파카 메뉴얼을 바탕으로 집에서 닙 재정렬 및 세척을 위해 분해 및 재조립을 해본 상태였습니다.
그때 분해 과정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 아버지가 쓰시던 파카51은 이미 수리의 흔적(어머니 기억에 아버지가 직접 수리한 기억은 없다고 하셔서 미국에서 구매 후 사용하시다가 현지에서 수리? 또는 중고 구매?)이 있었습니다. 분해된 파츠들을 살펴보니 피드와 연결되는 브레스 튜브는 아예 없고 캡과 클립을 고정해주는 요철부는 이미 부러져있고 클립도 정위치가 아닌 90도 정도 틀어진 상태로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재조립 과정에서 캡 결합 순서를 틀렸다는 걸 이후 펜쇼에서 파카51님이 수리시범을 보여주시는 과정에서 깨닫게 됩니다.
다시 펜쇼로 돌아와서 아버지 유품 파카51을 건네드리니 빠르게 닙 재정렬 조립 순서를 보여주셨고 파카 수리 메뉴얼과 동일한 방법이어서 이건 맞게 따라했구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캡 부분은 앞서 조립 실수를 인지(최근 일상이 바빠지면서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짬내서 후다닥 시도하다가 인지부조화 발생 추정 ㅡㅠㅡ)하지 못한 상태에서 클립 부분이 계속 들떠서 문의드리니 선문답처럼 "빅 볼펜을 사오면 바로 고칠 수 있다. 기왕이면 크리스탈 모델로..."라는 파카51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더 당황하게 됩니다. 그때 큰 도움을 주신 회원분이 스탭으로 참여하신 칼프리스턴75님이셨습니다.
무대 바로 앞에서 전시/체험 데스크를 운영 중이셨는데 저처럼 올라와서 파카51님과 이런저런 문답을 주고받느라 같이 옆에 앉아 계신 상황이었습니다. 아버지 유품 파카51 수리 얘기를 같이 들으시다가 제가 작은딸을 돌보면서 바깥으로 사러나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본인이 빅 볼펜을 사다주시겠다고 하셔서 작은딸과 저는 칼프리스턴75님 데스크를 지키고 있게 되었습니다. ^^;;;
체감 상 20분 정도 지나서 아래 빅 볼펜 2자루를 사다주셨는데 중구구민회관 근처 문구점이 안보여서 근처 메리어트(?)까지 차몰고 다녀오셨다고 해서 정말정말 고마웠습니다. m(_ _)m
마침 절묘하게도 데스크 별 판매를 독려하던 파카51님이 근처를 지나가던 타이밍이어서 빅 볼펜을 드렸더니 그 용도가 파카51 캡 분해 조립 시 이너캡 고정 지지하기 딱 적당한 크기라는 걸 알려주시고 아래 메뉴얼처럼 만년필님 데스크에서 고무조각을 하나 빌려 힘차게 조여서 고정시켜주려고 하셨습니다. 거기서 드러난 제 조립 실수. 캡과 클립은 너츠로 고정해야 하는데 너츠를 이너캡과 바로 결합 후 그 위에 클립을 씌우고 쥬얼로만 고정하려다 보니 무리한 힘을 받은 쥬얼 볼트가 눈앞에서 똑 부러지는 사태 발생 ㅡㅠㅡ
파카51님도 제 조립실수를 확인하고 다시 캡 결합순서를 설명해 주신 뒤 나중에 만년필연구소 오면 쥬얼 여분을 주겠다고 하시고 수리 조언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이후 첫 펜쇼 구경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남은 수리 과정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쥬얼 볼트는 장식이 주목적이지만 그래도 볼트의 회전을 어느정도 견뎌야 하다 보니 쉘락 마감재가 아닌 록타이트 순간접착제로 붙여두고 굳길 기다리는 동안 올바른 순서로 캡 재조립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쥬얼까지 다시 장착 후 마무리를 하려고 했으나 닙 재정렬 조립 후 잉크 흐름이 박해져서 일요일 자정 무렵까지 닙과 피드 밀착 정도를 재확인하고 다시금 닙 파츠들을 분해해서 세척한 뒤 어느정도 흐름이 보여서 정말 일단락...
남은 건 이베이에서 수리 파츠로 파카51 브레스 튜브와 여분 색을 구매한 뒤 부품 도착하면 차근차근 추가 조립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럼 펜후드 회원분들, 봄 펜쇼는 끝났지만 다시 가을 펜쇼를 기다리며 모두모두 만년필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D
첫댓글 정성 들여 고친 펜들은 더 특별하지요.
잘 수리하셔서 아버님 유품에 생명을 다시 불어 넣으시길 빕니다 ~
감사합니다.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월말김어준 만년필편 덕분에 관심의 티핑포인트를 넘지 않았다면 여전히 이 만년필들은 본가 아버지 컴퓨터책상 서랍이나 연필꽂이통 그리고 잡동사니 주머니 안에서 잠들고 있었을 겁니다. 매일매일 쓰고 길들이면서 노년까지 같이 잘 지내보자 그러고 있습니다. :)
아버님 유품이라는 말씀에 제 무거운 엉덩이가 들썩였을 뿐입니다 ㅎ
정말 대단하십니다..제가 다 고맙습니다~칼프리스턴75님 같은분이 계셔서 펜쇼가 더 성황하는군요..^-^
@언제나여행중 아이구 경기도 과찬이십니다. 별일 아닌거에 이리 띄워주시니 중랑구 면목 없습니다^^;;
오오~ 칼프리스턴75 님 본인 등판! 다시 한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m(_ _)m 특히 작은딸은 마침 학원에서 써야 한다고 파란색 볼펜을 찾던 차에 파카51 수리용으로 얻은 빅 볼펜 2자루 중 라운드스틱 가져가서 잘 쓰고 있습니다. ^^;;; 크리스탈은 앞으로도 파카51 캡 수리할 때 요긴하게 사용하겠습니다. ;)
@나니신 아이구 알차네요! 이심전심 아니겠어요. 어쩌면 저도 잘 못챙기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의 해소일지도 몰라요! 나니신님 수리 글은 전에도 잼나게 보고 있었답니다.
의미있는 펜 되살리신것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물이라도 추억이 담겨있냐 아니냐에 따라서 그 느낌은 정말 남다르게 느껴지곤 합니다. ^^
의미있는 물건이 고쳐져서 정말 다행이예요
감사합니다. 평소에 메이커 및 업사이클링 문화에 관심이 크다보니 가능하다면 직접 고쳐서 오래오래 사용하는 걸 좋아합니다. 만년필이 이 문화와도 딱 맞는 취미이다 보니 갈수록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D
아버님이 쓰시던 펜이 세월이 지나도 나니신님 손에서 더 건강해졌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가끔 그런 상상울 하곤 합니다. 오래오래 고쳐가며 잘 쓰다가 나중에 어른이 된 딸들이 만년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할아버지의 만년필로 물려줄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것보다는 새 만년필을 사주는 게 더 먼저일 것 같긴 합니다. ^^;;;
이런 공간에 가족분들 함께 하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이 다르거든요, 아버님 유품에 이렇게 나서주시는 따뜻한 분들 가득~!!! 멋진 펜후드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은딸을 달래면서 데스크 사이를 빠르게 오가다 보니 피에르가르뎅 데스크를 제대로 못보고 지나쳤습니다. 갑자기 생긴 궁금증... 사실 제 소유의 첫번째 만년필은 2002년 초 잠깐 몸담았던 첫회사를 대학원 간다고 퇴사하면서 받은 선물인 피에르가르뎅입니다. 그당시는 만년필 관심이 없어서 연필꽂이에 바로 넣어두고 20년 넘게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버지 유품 만년필 복구하면서 피에르가르뎅도 같이 꺼내서 다시 사용 중인데 혹시 이 제품이 플루토일까요? 검색해도 이 제품은 안보이고 유사한 디자인의 뉴플루토만 보여서 플루토인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트료시카 레드를 넣어서 사용하다가 이번 펜쇼에서 구입한 자바나이트로 바꾼 상태입니다. ;)
@나니신 앗.... 나니신님. 피에르가르뎅 귀한 펜 사진 공유 감사합니다. 이 제품 플루토 전신이거든요. 현재는 뉴 플루토구요. 즉 플루토 시리즈의 원조!!!!! 반갑고 그렇네요. 다음 펜쇼에 저도 보여주세요~!!
그리고......
저 이번에 ㅜㅡ 집안에 행사가 있어 불참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뵙겠습니다 ~!!!
@LOGOS 플루토보다도 앞선 모델이었군요. <@_@>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 펜쇼에서는 피에르가르뎅 데스크에 제대로 방문해서 인사드리겠습니다. ^^/
감동적인 이야기가 가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펜쇼에도 가족분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펜쇼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보겠습니다.^^
배지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쉐퍼 스노클을 형상화해서 디자인해주신 이쁜 뱃지 마력(?) 덕분에 애써 관심을 갖지 않으려던 쉐퍼 만년필에도 조금씩 눈길이 가고 있습니다. ^^;;; 언젠가 파카51님의 올타임 베스트 10에 포함된 쉐퍼 라이프타임이나 쉐퍼 밸런스의 실물 디자인과 시필 촉감을 경험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아버님 유품이라는 점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펜 수리하신 것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평소 어머니는 본가 할머니, 외가 외할머니/외할아버지 생전 스스로 사용하시던 물품들을 대부분 태우거나 정리하시던 걸 지켜보셨기에 아버지 물품들도 해가 지나면서 차근차근 정리하시겠다고 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이 갑작스레 아버지 유품 만년필들을 복구해서 매일매일 사용하겠다고 하니 약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셨습니다. 삶에서 경험하는 슬픔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통한 망각은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마침 만년필에 대한 관심이 취미가 되었기에 아버지 유품 만년필들을 고쳐서 제대로 사용하는 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기리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관심을 가질 때 비로서 의미가 생기듯이 '아는 만큼 보인다'를 만년필 세계에서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