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그라(Agra) → 오르챠(Orchha) → 카주라호(Khajuraho)로... (11월 15일/화요일 ~ 16일/수요일)
ㅇ 아그라(Agra) 출발... 이번 인도여행에서 가장 교통편이 애매하고 불편했던것이 바로 이 아그라에서 카주라호 가는길이다.
카주라호는 자이살메르가 있는 라자스탄(Rajasthan)州도 아니고, 바라나시가 있는 우타르 쁘라데쉬(Uttar Pradesh)州도 아니고, 쟌시, 오르챠와 함께 마드야 쁘라데쉬(Madhya Pradesh)州에 속하는데, 카마수트라의 원전이라할수 있는 섹스 조각들이 새겨진 사원들로 유명한 에로틱 도시일뿐... 그다지 큰 도시가 아니다보니 버스나 기차가 쉽게쉽게 연결되지 못하고 몇번씩 갈아타야 하거나 중간에서 부득이 하루를 머물러야 하는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카주라호를 빼고 바라나시로 직행하려 했으나 그래도 인도까지 와서 그 유명한 카마수트라의 원전 조각을 못본다는것도 많이 서운할듯하여 들러보기로 작정을 했다.
다행이도 아그라에서는 새벽 일찍 관광을 시작한 덕분에 점심때 즈음에는 타즈마할 관람까지 모두 마치게 되었고 부지런히 출발하면 오늘중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그라 시내의 관광안내소에 가서 카주라호까지의 교통편을 묻기로 했다. 타즈마할 앞에서 사이클릭샤를 타고 시내를 한가롭게 돌아보며 관광안내소(Tourist Information)에 도착, 카주라호까지 가는법을 물었다. 가장 모범답안은 일단 '쟌시'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1박을 하고 '카주라호'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라는 대답.... 카주라호까지 한번에 가는 교통은 없단다.... 그리고 친절하게 쟌시에서의 숙소도 하나 소개해주었으며 기회가 되면 쟌시보다는 조금 옆에 있는 '오르챠'가 좋을거라는 조언도 덧붙여준다.... 땡큐~ 내가 갖고있는 기행문 출력본에 보면 그사람은 쟌시에서 카주라호까지 택시를 외국인하고 합승해서 갔다던가?... 그래 일단 쟌시까지 가보자..거기 가면 어찌 되겠지~~~ 어찌 배낭여행이 모든것을 확실하게 손에 쥐고 다닐수 있나???
아그라 칸트(Agra cantt)역에서 열차예매 신청서를 써냈더니 지금 바로 타는것은 신청서가 필요없다네여? 그런데 문제는 입석... 좌석이 없다는게다~ 그래도 일단 올라 탈 수밖에.... 역에서 카스테라 하나, 우유 한병을 사먹고 비장한(?) 각오로 열차를 탔더니 이게 우리네 3등열차는 저리가라다.... 더구나 사람은 점점 밀려들고 어디 빈자리가 보여서 궁뎅이라도 걸치려하면 자기자리라고 나타나는 임자... 안되겠다 싶어서 열차내 승무원에게 좌석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금방 좌석이 나온다. 추가요금을 지불하고는 지정석으로 가서 불법점유자(?)를 단호하게 쫓아내고 3층침대에 편하게 누웠다.
<아그라 칸트 역...역앞에 증기기관차를 전시해놓았다>
여기서 한국인 남/녀 커플을 만났는데 나는 이들이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거나 네팔사람인줄 알았다. 왜냐하면 여자는 머리에 인도나 네팔여자처럼 커다란 천을 둘렀으며 (나중에 보니 머리를 삭발했다) 코걸이도 했고 샌달에 맨발차림.... 그래서 그들이 나를보고 목례로 인사할때도 나를 자기네나라 사람으로 잘못 봤겠지 했는데 기차에서 말을 나누니 우리나라 사람이다...ㅎㅎ 이런저런 이야기와 여행정보를 나누다보니 그들도 쟌시보다는 오르챠가 좋다고 추천한다. 자기들도 현재 오르챠에 일주일째 머무르고 있다나?? 한국인들이 꽤나 많아서 지금 머물고있는 숙소에만 10명 가까이 있다 한다. 그래서 오르챠까지 같이 가기로 하고 여러가지 도움을 요청했다.
이제 가벼워진 마음으로 배낭을 침대다리에 묶은뒤에 아래칸 인도사람에게 잔시에 도착하면 일러달라고 신신당부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시간은 오후 4시쯤... 드디어 잔시에 도착했다.
ㅇ 잔시(Jhansi)를 지나쳐 오르챠(Orchha)에서 하루를 머물다...
그 남/녀 커플과 함께 잔시역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으로 가니 오르챠까지 가는 템포(오토릭샤와 비슷한데 조금 덩치가 커서 미니버스처럼 합승을 한다)가 줄지어 기다리고 서있다. 현지인들과 합승하였는데 한 인도인 남자가 컬러TV 14인치 한대 사들고가며 싱글벙글... 자랑이 대단하다. 마치 우리네 신혼초에 살림장만하고 기뻐하는 표정 그대로였고 옆사람들은 은근히 부러워하는 눈치다.... 템포를 타고 잔시에서 오르챠까지는 2-30분 남짓....
오르챠는 그야말로 크게 관광도시로 이름난 곳도 아니고 그저 소박한 작은 마을이다. 그러다보니 각종 요금도 저렴하고 조용한 탓에 입소문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는데 나중에는 역시나 여는 관광지처럼 장사속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는 평가가 있는곳이다. 무굴제국의 3대황제인 악바르(Akbar)에게 반란을 일으킨 그의 아들 제항기르(Jehangir)가 도망쳐온곳... 고심끝에 오르챠 군주는 그를 받아들이는데 3년후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4대황제에 오르자 무굴제국의 비호아래 전성기를 구가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작은 시골이지만 볼만한 사원이나 성들이 많다고 한다.
오르챠에 도착해서 우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카주라호 관광을 마치고나서 바라나시까지 가는 열차를 먼저 예매하기로 했다. 내일 여기서 카주라호까지는 버스편으로 가면 되지만 카주라호에서 바라나시까지는 열차를 타고가야 하기에 미리 예약을 하기로 한것이다. 오르챠 시내에 작은 여행사무실을 갖고 있는 현지인에게 예매를 부탁하니 50루피의 수고비와 15루피의 인터넷사용료를 요구하기에 기꺼이 지불했다.
오르챠에서는 그들과 같이 묵으려 했더니 빈 방이 없단다... 그래서 시내에서 찾기 편한 숙소를 그냥 선택해놓고 간단히 씻은후에 시내구경을 둘러보고 그들의 숙소를 찾아가니 마침 한국사람들 모두가 모여서 옥상에 둘러앉아 맥주 한잔씩 나누며 여행이야기, 사는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들의 따끈따끈한(?) 여행정보도 듣고, 특히나 인도에서 네팔로 넘어가는 절차와 방법에 대해서 상세히 들을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남/녀 커플에게는 내 시집 한권을 사인해서 선물로 주었는데 매우 고마워했다.
<오르챠 풍경중 노상 세탁소....숯다리미를 쓴다...>
<노상 이발소.... 허름하지만 그래도 점포의 구색(?)을 갖추었다.>
<오르챠에는 한국음식을 만드는 한국식당이 몇개 있었는데 한국인이 하는건 아니고 현지인이 운영한다. 아마도 그곳에 들린 한국사람이 간판을 한글로 써준듯.... 재미있는 이름도 많다... 아래는 '핀투와 신투' .. 그 아래는 '아난드네 식당.'... 심지어 원빈식당도 있다.....>
<맞은편 정면에 바라보이는 고전적 양식의 2층 건물은 공공기관 사무실이고 그 오른편 2층집.... 옥상에 간판이 보이는 하얀집이 내가 묵었던 숙소(HOTEL Shri Mahant)인데 100배 즐기기에도 소개된 비교적 괜찮은 곳이다...... 앞에 계단중 오른쪽에 뚝- 끊어진곳은 소(牛)들이 걸어 다니라고 배려해놓은 길이란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Holly Garden이라는 식당....그 앞집이 '원빈식당'인데 그동안 열받아 있었는지 자기에게도 한글 간판 하나 써달라고 간청이 대단하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출발전에 한 30분 시간을 내어 간판을 써주었는데 식당주인 '판쵸'씨가 너무 좋아한다>
<식당 벽면에도 써주고.... 그 앞에서 주인 '판쵸'씨와 함께...> 오르챠는 관광정보도 부족한 조그만 시골이다. 물론 100배 즐기기에 소개되기도 했고 입소문으로 좋다는것이 알려져서 촌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동네에 있는 사원을 둘러본다던지 강가에 나가서 보는 일몰이나 일출등이 매우 아름답다고 하며 개울에서는 수영도 한다고 하는데 오후에 도착하여 다음날 열차표 예매와 숙소를 구하러 다니다보니 해가 저물었고, 다음날 아침에는 일찍 출발하다보니 미처 구석구석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이란 이래서 늘 2% 부족함을 남기고 다니는 것이 아닐런지???
<오르챠 마을에 있는 라즈 마할(Raj Mahal)...>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오르챠 전경이 아름답다는 시내 중심의 사원.....>
오르챠에서는 시내만 간단히 둘러보았을뿐.... 강가에 나가서 오래된 마할도 둘러보고 일출과 일몰도 보아야했는데 그런것들을 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고 맘에 걸린다.
ㅇ 오르챠(Orchha)에서 카주라호(Khajuraho)까지... 예정에도 없이 조용한 시골마을인 '오르챠'에서 하루 머물고나니 그동안 인도에 도착해서 너무 지나치게 강행군식으로 여행을 밀어붙인게 다소 후회스럽고, 그런 의미에서 오르챠에서의 하루는 나를 편안하게 해준듯 싶다.
여행이란게 반드시 멋있고 유명하고 소문난 곳만을 찾아다니는것이 아니라 이렇게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휴식의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배낭여행을 두 달, 세 달... 심지어 6개월까지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한곳에서 일주일도 머물고 열흘도 머물면서 그저 편하게... 그 고장의 관습과 생활을 몸에 익숙하게 만들고 그 자신도 편안하게 쉬는 모습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아무튼 아침에 일어나서 짐 정리를 해보니 그동안 배낭하나에, 어깨가방을 메고, 쇼핑백 하나 들고 다녔지만 드디어 짐을 하나 줄이는데 성공...양손이 자유롭게 다닐수 있게 되었다.
들어올때의 역순으로 템포를 하나 잡아타고 잔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복잡하기가 그지 없어 어디서 카주라호까지 가는 버스표를 파는지? 버스는 어디서 타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몇사람에게 물어봐도 사람마다 대답이 다르고 심지어 사설버스 삐끼까지 와서는 소매를 잡아끄니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잔시 버스정류장 모습...>
나중에 알아보니 종합터미날 스타일이 아닌지라 카주라호 가는 버스가 여러종류이고... 그러다보니 버스마다 서는곳 다르고... 출발시간 다르고... 버스표는 차내에서 끊으면 된다는 정답... 여러 의견을 종합하여 가장 확실하다는 자리에서 11시 버스를 기다리면서 차내에서 먹을 점심으로 생수 1병, 바나나 2개, 사과 1, 카스테라 1를 사넣었다.
그런데 정작 카주라호로 가는 버스는 우리가 기다리는 승차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노변에 서있었으며 아무도 버스가 도착했노라고 가르쳐주지를 않으니 알 수가 없을 수 밖에.... 우리가 쳐다봐서는 어느 버스가 어디로 가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다른곳에서는 터미날이 제법 규모가 있고 승차장마다 어디 가는 버스라고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따라서 묵묵히 점잖게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수시로.. 자꾸만 물어보아야 한다는 교훈이 되었다.
아무튼 11시 20분에 카주라호 가는 버스를 타는데 성공...
<카주라호 가는 버스.... 노변에 서있었다>
<버스 내부모습.... 남자 차장이 버스표를 끊고 있다>
잔시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랫만에 제법 큰 강도 하나 건너고... 중간중간 논에서 쟁기질하는 모습같이 친근한 장면도 만나면서 두어번 휴식을 거치더니 4시간만인 오후 3시 40분에 드디어 '카주라호'(Khajuraho)에 도착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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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식당간판 글까지 써주셨네요.이글 보면서 여행은 둘이 하는것이 좋을 듯도 합니다.따끈한 정보가 생명이군요.
독도는 우리땅. 이것도 식당 이름일까요? ㅎㅎㅎ
실제 여행할때 많은 참고가 될 좋은 말씀들이네요..
오르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전 그곳에 도착했을때 날씨가 45도 였었는데....일정에 없는 곳에서 우연찮게 묵게 된 곳이라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친절함에다...애국심까지...ㅎㅎㅎ 판쵸씨는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 하겠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식당 이름 작명에도 나그네님의성품이.ㅎㅎㅎㅎ
오차르에 한국을 심어 놓고 오셨네요.... 짝짝짝 ㅎㅎㅎ 내일 16 부터 ~~! ㅎ
인도를 갈기회가 주어진다면 나그네님이 써주신 간판이 있는 행복한 식당을 꼭 들려봐야 겠네요,,
오르챠마을의 일상을 엿보면서 시골스런 사람들 풍경이 정겨움을 주는군요.....겨울은 인도에서 살아버려^^ㅎㅎㅎ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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