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나오게 되던 시내도 이즈막, 연거푸 발길 닿는 형편 되고보니,
평소 가고싶던 맛있는 소문 속의 그 집들, 절로 머릿속 먼저 채워 옵니다^^.
늘 꼬마 동행하게 되어, 더 한참동안은 여전히 레스토랑 맛보기는 요원하기만 하구요,
그래서 언제나 메뉴 고르기는 항상 두 곱절 더 어렵기 마련이지요.
근무 마치고 토요일 오후에, 식구들 교동시장 부근 챙길 일 있어 길 나섰습니다.
돌고 또 도는 시장보기(저는 못 참고^^, 아이엄마는 취미고...^^),
애원 겸하여 대충 마치고 나니, 다섯시가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교동시장 단골 떡볶이집 내내 아쉬워하던 참이라, 설왕설래 어느덧 유명해진 집,
<신천시장할매떡볶이>집 떡볶이 먹어보자고 의기투합 하였습니다.
시내에서는 유일한 직계 분점이라는 서울족발 맞은편 옷가게 안에 숨어있는 그 집 찾아갔습니다.
온통 잘 그린 낙서(?)로 뒤덮힌 통로를 따라 들어서니 기억자로 꺾인 곳에 조그만 의자들 놓여있었습니다.
떡볶이(1,000원), 오뎅(1,000원), 군만두(1,000원), 그렇게해서 대체로 한 셋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쿨피스도 한 팩씩 올려져 있길래, "무엇에 쓰는 음료인가?"^^ 궁금하기만 하였는데,
결국 그것은 매운 기운 달래주는 수시 입가심용 음료 다름아니었습니다.
... 그러나 메인메뉴 이 집 떡볶이, 저희집 입맛에는 정말 정말 당황스러운 지경,
너무도 생소한 맛... 참으로 낯 선 음식이었습니다.
언젠가 장재호님 지적하신대로, 매운 것은 맛이 아니다, 정말 그렇구나 !, 생각되었습니다.
그 국물, 조심스레 떠 먹을수록... 양념이 결핍된 듯한 그 맛, 공허(!)하기만 하였답니다.
저희집 식성으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 눈물을 흘리며... 철수하고야 말았습니다.
정말 이런 것도 있구나 !... 새로운 경험을 하였지요.
그래서 다시 떠올린 집이 바로 이 집, 입니다.
한번 그렇게 마음 정하고나니, 온통 마음은 그곳으로만 향하고 말았지요.
익숙한 우리나라식 생활의 법칙^^, 삼 세번의 그 집 <반월당 할매국수집>(427-5038) 입니다.
참으로 정성스럽게, 표현 또한 다감하기로 정평있는 우피..님의 오랜 단골,
할매국수집을,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확신에 찬 마음으로 찾아갔더랬습니다.
대문 앞에 다 이르러서야 비로소 "영업 중" 확인되는 골목 구조,
멀리에서도 얼핏, 그 견고하게 내려져있던 셔터, 반듯하게 꼭대기에 결려있는 모습 보였습니다.
(두 번이나 발 길 돌려야했던 일요일은, 문 닫으신다는 것, 뒤늦게 알았습니다)
기쁜 마음에^^, 문 열고 들어갔습니다. 한적하였습니다.
칼국수, 이름자 생각하며 메뉴판 둘러보았는데, 어디에도 "칼"자로 시작되는 차림은 없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누른국수"(3,000원) 이었기 때문이지요.
기다리는 동안, 수석 몇 점 감상하고, 글씨 한점 속 어려운 행서체와 알쏭달쏭 씨름하는 사이,
국수, 테이블 위에 놓아 주셨습니다.
낯익은 모양새... 안심, 푸근, 정다움, 한 눈에 "초면 아닌데..."^^, 생각되었지요.
국수 위에 얹힌 양념장 풀어서 "국물 좋아하는 저" 국물 먼저 후루룩 마셔보았습니다.
땅콩가루 몇 점 떠올라 덩달아 씹히니, 짭잘, 고소, 먹음직... 참 맛깔스러웠습니다 !
보기에 조금 단순해 보였던 고추가루 듬뿍 버무린 걷절이식 배추김치도 그 양념,
결코 예사롭지 않다고 느껴졌지요.
거듭거듭 찾아온 보람도 겸사겸사, 맛있는 한끼니, 좋은 시간 되었습니다.
대신동 원조집, 땅콩가루 누른국수의 원조이셨던 할머니 돌아가시고,
이곳 덕산빌딩 뒷골목에 터 잡고 이어오신지 벌써 20여년이 다 되셨다고 합니다.
치기에, 취기에^^... 기억 크게 없습니다만, 한 두번, 오래전 그때에 들러본 느낌,
머릿속에 가물가물 찰랑거렸습니다.
즐거운 식사의 추억은 언제나 마음속부터 밝아지게 한답니다 !
두 집 모두 "할매" 빠짐 없으셨으나, 촌스러운 식사로 이력 쌓아온 저희집 식구들에게는,
아무래도 누른국수집 할매가 더 예쁘셨다 !^^, 그렇게 정리정돈 해 보았습니다^^.
한번 더 가게되면 그때는 콩국수를 먹어보리라... 기대 간직하면서,
어느 덧 어두워진 골목길 돌아나왔습니다.
밤이 시작되는 동성로의 모든 것들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한 낮의 '스피드'가 사람들에 밀리며... 저절로 속도를 조절한 듯,
그렇게 평화롭게 느릿느릿 젖어가고 있었습니다.
공기마저도 소프트한 가을 냄새를 풍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