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 휘청, 일요일 아침 8시쯤 나는 구로전철역을 찾기
위하여 가리봉 오거리 어디쯤을 헤메고 있었다. 그러니까
10분전 빠져나온 야봉님의 집이 처음 가는 집이였고
집을 나와서 방향감각을 잃은 나는 그저 무작정 행길을
찾아 내려왔으며 교통표지판을 보고 구로 전철역 쪽으로
걷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머리는 뽀개질듯이 아프고 속은 울렁 울렁 뭔가
토할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어제 저녁 야봉선생의 집에서 야봉선생과 바랄바치님이 맥주잔을
기울이면 뭔가 담소에 빠져있는 가운데서도 나는 야봉님의
화장실 변기통을 부여안고 오바헷이라는 혼자만의 되새김질을
하였던 것인데 아직도 뭔가가 남아 있는 모양이다.
남의 집에서 잠을 잤으면 그저 인사라도 하고 나와야
예의 것지만 곤히 자고 있는 그들을 깨울기도 뭐하고해서
그저 조용히 사라져 주는 것이 마나님이나 거기 식구들한테
도움주는 일일것 같아 이리 나왔지만 표지판만 보고 찾아가는
구로 전철역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내가 왜이리 망가졌을까? 걸으면서 생각해 보았다.
술은 몇 잔 먹은것 같지 않은데 사람들을 모아 놓고
내가 가장 먼저 쓰러지고 말았으니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리 노래방에서 쓰러져서 노래도 못부르고 헤매였던 덕에
바랄바치님 한테 얼마나 많은 쿠사리를 먹었던가? 흑~~~!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 먼곳 평택에서 혹은 수원에서
인천에서 모여주었는데 이거 방장이란 작자가 사람들을
챙겨 놀게 하지는 못할 망정 먼저 쓰러져 맛탱이가 가버리니
이 어찌 욕얻어 먹을 짓이 아니란 말인가?
"이사람아~~ 사람을 귀중하게 생각해야쥐~~ 백학이 그러면 쓰것는가?"
라는 바랄바치님의 일침이 뽀개지는 머리속에서 맴돌고 다닌다.
생각해보면 난 사랑받는 것에 비하여 그만큼 사랑을 줄줄 모르는
넘인것 같다. 그저 받을줄만 아는...끙....
그래도 이건 너무 하지 않는가? 최소한 쇠주 2병까지는 버텨질줄
알았는데 내 생각엔 한병도 먹은것 같지도 않는데 왜이리
기억이 가물가물 한건지 원...
아무래도 빈센트님이 가지고온 백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빈센트님이 시인촌 번개한다고 그 먼거리에서
아끼면서 가져온 50도 짜리 백알 댓병...크~~ 마실땐 좋았는데
몇 잔 먹은후의 기억이 없으니 분명히 그것이 쥐약이였던것 같다.
노래방에서 쓰러졌다가 어느정도 정신을 차렸을때는 일행중
이미 빈센트님과 햇살님이 사라지고 난후였다.
남아 있는 일행중 야봉님과 나와 바랄바치님은 야봉님의 집에서
자기로 하였고 밍크 중해 김승현이 같은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던것 같다.
야봉님의 집에 도착한 우리는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가서 또 마셨다.
야봉님과 바치님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잘도 마시는것 같은데 난 거기 가서도 그냥 소파에 쓰러져 버리고
말은 것이다. 에구... 체력이야...
어떻게들 잘들 갔는지 잼있었는지 확인도 못하고 챙기지도 못하고
내 한몸도 간수 못하여 이리 빌빌 거리니...정말 당분간은 번개
같은거 안해야 겠다. 만나서 실망만 안겨주는듯한 느낌이다.
워낙에 내가 어느 누구에게든 전화같은 것을 잘안하는 성격이니
참석률도 저조하고, 또 만나봐야 백학넘 쓰러지는 꼴만 보이니
유구무언일 따름이다.
그래도 새로운 얼굴 햇살님과 바랄바치님을 보았다는 보람은
남는다. 햇살님은 나이에 비하여 참으로 젊어 보였다. 뭐랄까?
미인형이면서도 야무지게 생겼다고나 할까? 훗~~!
바랄바치님은 예의 내가 예상했던데로 엄격한 모습이였다.
그러나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리고 격없는 풍류의 자객...
훗~~!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누워 있다가 이리
밤 12시를 넘기고 몇자 끄적입니다.
그리고, 빈센트~~! 님...담부터 빽알 가져오지마~~ 으~~~
나 죽는줄 알았쏘!!!
그저 술은 쇠주로 통일해서 딱 한가지만 먹어야되~~ 아흑~~
담부터 내가 빽알을 먹으면 개자식이다~~~
아흐~~ 내가 그걸 왜그리 원샷으로 욕심을 부렸던거지? 끙....
첫댓글 우하하! 죄송스럽기도하네요,,,천년묵은 빽알은 일년에 한번씩 입니다요(한방에 보낸다는 전설같은 술), 제대로 된 술 아닙니까요? 보신하신거에요.그리고 만취해 누워있어도 몸은 같이 있었쟎아요 그럼 된거쟎아요, 분위기 좋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셨는데...넘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어제 처음 뵌 바랄바치님, 햇살님, 밍크님, 임승현님 정말 정말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웬 미인형 이거참 주위사람들이 들으면 한 석달은 놀림감이 되겠구만요. 하여튼 기쁘게 받지요. 그리고 구로역에서 백학님을 처음 만났는데 내가 백학님 딱 반토막이더라구요. 그정도 몸매시면 궁둥이를 보여줘도 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백학님! 아리아리 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