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문화방송입니다.
그간 글을 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카페에 글을 남겨 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개강 이후 대학생의 삶이란 치열함의 연속입니다...ㅎㅎ
그래도 3학년으로 올라가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대학생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강의가 끝나면 집에 가기 바쁜 삶이었는데, 이젠 새벽까지 학교에 있으면서 선배동기들과 밤샘토론도 해보고, 야식도 먹어보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ㅎㅎ
요 며칠동안 날이 좋아 마음이 또 한것 부푸는데요, 이 기세를 몰아 제 근황을 적어볼까 합니다:D
어디서부터 근황을 전해야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데요, 먼저 '잉크'얘기부터 해볼까 합니다.
I. 내 손에 들어온 또 다른 잉크
예전에 한국빠이롯드 시절 생산된 오래된 잉크를 우연히 발견하여 들인 적이 있었습니다. (링크입니다!) https://cafe.daum.net/montblank/6p8k/42004?svc=cafeapi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시간이 지나 다시 그곳에 가니 이번에는 한국빠이롯드의 검은색 잉크가, 그것도 두 병이나 있었습니다!ㅎㅎ
반가운 마음에 일단 들여보았습니다.ㅎㅎ 실은 들인지 오래됐는데, 그동안 미루고 미루다 이제서야...글을 써봅니다(ㅠㅠ)
사실 파이롯트의 병잉크 패키지는 예전 디자인이나 요즘 디자인이나 그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ink'의 영문 폰트도 그렇고, 로고타입도 그렇고, 얼핏 정면만 봐서는 흔하디 흔한 파이롯트 병잉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진가는 옆면에서 시작됩니다. "빠이롯드 잉크 / 검정 (Black)"이라고 적힌 이 문구에서 무언가 범상치 않은 느낌이 옵니다.
글자체도 모던하기보다 90년대 후반~2006년도의 갬성이 느껴집니다.
이 펜의 진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인 어딘가 모르게 올드한 저 글자체...
한국빠이롯드만년필(주)라는 사명(社名)... 오랜 시간 간직한 세월을 보여줍니다.
사장님은 도대체 이런 잉크를 왜 아직까지 갖고 계시는건지...?
예전에 샀던 뉴 슈퍼 핑크나 적색 잉크와 동일한 경고문입니다. 절대 타사 잉크와 섞지 마라, 잉크 변경 시 닙을 잘 씻어라, 영유아의 손에서 멀리하라...
어째 요즘 잉크보다도 더 친절합니다. 가격은 지금이 더 비싼데 말이죠...ㅎㅎ
잉크병의 디자인은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모던~ 무난~한 병잉크 그 자체입니다.
제조년월은 내부에 표기되었다고 하는데, 도통 찾을 수 없네요.
이번 검은색 잉크는 두 병이 있어 총 네 식구가 되었습니다. 아직까지 왜 이렇게나 오래된 잉크를 갖고 계시던건지 알 수 없으나...
덕분에 저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갑니다.ㅎㅎ
II. 새로운 전투용 만년필 투입, 까렌
몇 달 전, 까렌을 할인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홀린 듯 사버렸습니다..ㅎㅎ
곡선형의 디자인과 인레이드닙, 워터맨 특유의 강성 닙은 제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18K 금닙에 컨버터, 슬립 온 방식의 캡, 독특한 디자인의 닙은 실용적이면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습니다.
문제는, 제 맘에는 그렇게 안 든다는 겁니다. 필감이야 워터맨의 고급 기종답게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혹자는 유리알로 글씨를 쓰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동감합니다.) 만족스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돼지발톱(...)'이라는 멸칭을 갖고 있기도 한 독특한 닙의 모양, 묵직한 무게, 파지의 어색함 등은 제게 만족을 주진 못했습니다.
할인이라는 말에 넘어가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하였나봅니다.
크기도 작은 편은 아닙니다. 슬림한 감은 있지만, 길이는 149보다 아주살짝 짧은 정도거나 엇비슷합니다.
위의 사진 상으론 까렌이 좀 더 길게 나왔는데요,
공중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149의 뚠뚠함과 대비되는 슬림함과 샤프함이 돋보입니다.
길이는 엇비슷합니다. 특히, 까렌의 배럴이 황동 재질이라 묵직합니다. 까렌에 대한 자세한 리뷰는 만년필 역대기로 돌아오겠습니다.ㅎㅎ
III. 딥펜과 새로운 잉크
149를 들이고 나니 이상하게 急 만년필에 대한 욕심이 사악~ 사라지더군요. 마치 산의 정상에 오른 느낌...?
어느정도로 욕심이 사라졌는가 하면, 지금 있는 만년필 중 몇 자루만 남기고 다 처분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조만간 제가 갖고 있던 잡다한 만년필들을 모두 나눔할까 생각 중입니다. 글 올리게 된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ㅎㅎ
그러던 중, 파이롯트에서 출시한 딥펜 '이로우츠시'를 보게 되었고, 큰 호기심이 발동하였습니다.
그 결과...ㅎㅎ 사진에서 보시느 바와 같이 이로우츠시와 모나미 잉크 하나, 쉐퍼 잉크 하나를 들이게 되었습니다.
쉐퍼 잉크는 예전에 카페 회원님 중 한 분이 붉은 잉크 추천해 주실 때 추천한 모델이라 계속 기억 속에 품고 있던 친구입니다.
모나미 활짝 핀 작약은 그냥 색감이 예뻐(...) 충동적으로 들이게 됐네요.ㅎㅎ
쉐퍼의 잉크 명은 실로 무시무시합니다...ㄷㄷ Inferno, 우리 말로 하면 '지옥'입니다(주여)
정말 지옥불처럼 마냥 붉은 핏빛은 아니고, 약간 주황끼가 섞여 진짜 불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마르고 나면 색이 약간 진해져 핏빛이 돌고요... 이름 정말 잘 지었습니다...ㅎㅎ
반면 모나미 활짝 핀 작약은 이름처럼 화사한 개화 장면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마냥 진하기만 한 핑크 내지 바이올렛이 아니라, 따뜻한 봄 느낌을 내는 작약 색깔입니다. 모나미라고 해서 153 볼펜 하나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ㅎㅎ
모나미를 비롯한 국산 필기구 제조사들이 다시 부흥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더 많은 잉크와 만년필이 등장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쉐퍼의 잉크 패키지가 더 거대해서 용량이 더 많은 줄 알았는데, 둘 다 30ml밖에 안 됩니다.
쉐퍼는 잉크병 디자인이 꽤 특이하더라고요...? 잉크 병 속에 유리로 된 파티션(?)이 있습니다.
평생 품질 보증을 상징하는 화이트 닷... 쉐퍼도 참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쉐퍼 타가와 임페리얼에 급 관심이 생겨 이것저것 알아보는 중입니다.ㅎㅎ
딥펜도 나름의 맛이 있더라고요. 물론, 대부분 딥펜이라고 한다면 쭉쭉 벌어지는 연성 닙과 캘리그라피를 상상하시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딥펜 또한 필기구라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그래서 루비나또나 다른 브랜드 대신 "필기"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는 이로우츠시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피드 없는 만년필같은 느낌이라 필감이 180도 다른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의 사각임과 잉크 충전이 재밌습니다.ㅎㅎ
딥펜은 주로 세일러 블랙이나 자바 구형 블루 잉크를 사용 중인데, 자바 잉크도 나름 발색이 마음에 듭니다.
국산 필기구 기업들... 참 좋은데 말입니다(ㅠㅠ)
남들은 딥펜을 재미용, 글씨 연습용이라고 하지만 저는 딥펜이나 프레피나 149나 모두 다 "필기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49도 학교에 들고 갔었고, 딥펜도 학교에 들고 갔었습니다.
병잉크 하나와 딥펜을 책상에 올려두고 말이죠. 나름 낭만 있답니다.ㅎㅎ
IV. 마치며
이제는 무언가를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것이 익숙합니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잉크도 네 병이나 들이고 딥펜가지 들였으면서 대단한 척은!! 이라고 하실 수 있지만, 동시에 병잉크 두 병은 이제 비워내기 직전이고 나머지 만년필들도 전부 정리 예정입니다.
만년필에 대한 애정이 식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애정이 증가하니 이런 마음 생깁니다.
물론, 세상엔 더 비싸고 좋은 만년필이 많습니다. 헤아릴 수도 없고, 측량할 수도 없지요.
그러나, 제게 있어 149라는 만년필의 정상에 올라보니 이제는 욕심보단 덜어내는 마음을 배운 것 같습니다.
'만년필의 역설'인 듯 합니다.ㅎㅎ 최고의 만년필을 들이면, 역설적으로 욕심은 사라지는...
하늘은 파랗고 제 맘은 부풀어... 그동안의 이야기를 두서 없이 써 보았습니다.
終
첫댓글 요새 바쁘셨나봐요. 오랫동안 안 팔리는 물건은 가게 주인 입장에선 악성 재고입니다. 20년 전 셰퍼하고 워터맨은 그래도 경쟁력이 있었다고 보는데 지금은 너무 쪼그라든 게 안타깝습니다.
안녕하세요~! 하하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또 기말고사 기간이랍니다...ㅠㅠ 오랫동안 안 팔리는 악성 재고가 팔려 사장님도 좋고, 오랜된 템을 주운 저도 기분이 좋으니 상부상조군요.ㅎㅎ 쉐퍼의 쇠락은 저도 참 안타깝습니다. 맨날 들리는 소식은 어디로 인수된다더라... 등등의 흉흉한 소문뿐이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