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액세서리 수집광인 김씨에게 금붙이로 된 액세서리라곤 어머니가 선물한 14k금 반지 하나밖에 없다.
김씨는 "금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는 가격이 비싸 선뜻 사기가 쉽지 않다"며 "대신 길거리에서 파는 2000~3000원대의 비즈(beads)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금값 상승과 젊은층의 취향 변화로 액세서리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금ㆍ은ㆍ보석류로 만들어진 귀금속 액세서리 시장이 축소되는 반면,비즈 등 값싼 소재로 만드는 대신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는 ´길거리표´ 액세서리가 김씨와 같은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는 것.
젊은이들이 고급스러운 귀금속 액세서리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디자인이 다양한 비즈 액세서리에 몰리면서 관련 노점상이 급증하고 있다.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가와 서울 명동,강남역 등지의 길거리 액세서리 상점이 올 들어 세 배 이상 늘어난 것.
비즈란 원래 구슬 모양의 돌에 구멍을 뚫어 액세서리나 패션 소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말하지만,요즘은 모양에 상관없이 구멍이 뚫린 모든 액세서리 원자재를 통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14k금 목걸이는 금을 한 돈만 써 만들어도 재료값만 4만8000원이 넘는 데 비해,이런 비즈 소재 목걸이는 원가가 5000원대에 불과하다.
노점상들은 몇 천원짜리 비즈 액세서리를 팔면서도 한 자리에서 쭉 장사하며 고객의 애프터서비스 요구까지 들어주는 등 서비스에도 신경쓰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 비즈도매업 관계자는 "비즈 액세서리를 파는 길거리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2~3년 전부터 비즈 도매시장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해마다 20% 정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액세서리 노점상들은 점포를 갖춰 놓고 귀금속 액세서리를 3만~5만원대에 파는 주얼리숍들을 점차 밀어내고 있다.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까지 그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종로에서 귀금속 도매업을 하는 채석제 ´로얄´ 대표는 "최근 2,3년 새 문을 닫은 금 도매상이 30%가 넘는다"며 "금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금ㆍ은 세공품의 디자인이 저렴한 원석이나 인조석으로 만든 액세서리의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금ㆍ은 소재 액세서리를 주로 판매하는 패션 주얼리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길거리 상점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션 주얼리업체인 미니골드 관계자는 "패션 주얼리의 주 소비층인 여성 고객의 취향이 변하면서 생긴 부실 대리점을 정리한 뒤 다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디자인 개발에 애쓰고 있다"며 "다른 주얼리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매장 전면에 금 외에 천연석으로 만든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