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외가 여자들끼리
뭉쳐서 할머니 모시고 단풍 구경 다녀옴
그때 찐찐 보부상 모먼트였던 사촌이 있었음
베이지색 슬링백을 앞으로 매고
다니는데 그 안이 무슨 요술 주머니 인줄?
둘째 이모네가 승합차가 있어서
차 렌트 안하고
1종 면허 있는 이모가 운전하고
다같이 가는데 오래된 차라 네비가
내장이 아니라서 폰 거치대 해놓고 폰으로
내비보면서 가야했단 말이야
외숙모 폰이 요금제 무제한이라고해서
그거 거치하고 가는데
"아 근데 계속 핸드폰 내비 키고 가면
배터리 엄청 닳겠다?"
"아 그러네?"
"짐칸에서 충전기 꺼낼까?"
하는 대화 나오는 순간
뒤에서 사촌동생이 내 등을 툭툭 치더니
충전선을 쓰윽 내미는거야
"그거 저거 usb 칸에 끼우고 충전하면서 가"
다들 충전기선은 큰 짐가방에 있어서
꺼내야하나 말아야 하나 했는데
사촌한테선 슬링백에서 충전기 선이 나와..
여기까진 오~ 고맙 이정도였음
그날 점심 먹고 배 타고 관광하기로 해서
선착장에 있는데 배 시간이 좀 떠서
한 20분 마가 떠서 걍 다들 멍 하고
선착장 앞에 나무 테이블에 앉아 있었거든?
근데 사촌이 가방을 열더니 사탕봉지가 나와...
"사탕 드실 분?"
근데 할머니도 그렇고 다들 어르신이라
고혈압이니 당뇨니 이런거 있으셔서
사탕 경계하시잖아
"참고로 무설탕이예용~"
그 순간 다들 안심하고 손을 내미는데 ㅋㅋㅋㅋ
착착 진행되는 사탕 배식
"그 껌은 없냐? 난 껌 씹고 싶은데"
"아이 왜 없겠어용?"
그러더니 자일리톨도 막 나와
잠시 뒤
외숙모가 눈 뻑뻑하다 한마디 하니까
"외숙모 이거 넣으세용"
그 가방에서 1회용 인공눈물이 나와....
"헉 너 써야하는거 아니니?"
"아뇽 많이 있어용"
심지어 그 1회용 인공눈물 박스에
한봉다리씩 포장된 거 들어있잖아?
그거 한봉다리를 갖고 온거였음
그러자 다른 분들도 나도 달라 시전..
또 인공눈물 나눔 행사가 이어짐
다같이 우르르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걔가 아예 문 앞에 대기하고 서서
"한명씩 손 내미세용"
하면서 핸드크림도 쫙쫙 짜 줌
어른들 너무 좋아하시면서 손 쓱쓱 바름
그리고 야외 다닐 때
어른들 썬글라스 착용률 100%였는데
걔가 또 가방에서 안경닦이 꺼내서
할머니꺼부터 좌르륵 다 돌아가면서
안경 닦아드림
다들 난리남
센스 만땅이라고 ㅋㅋㅋ
이모가 "아 루즈 발라야지 루즈"
하면 또 그 가방에서 손거울이 나와
"이거 보고 바르세용"
그리고 할머니 땀 흘리시니까
손수건 착 나와서
"할머니 이걸로 닦고 다니셔"
이렇게 됨
또 누가 아이스크림 먹다가
손에 흘렸는데
프렌차이즈 식당 이름이
박힌 물티슈가 나옴 ㅋㅋㅋㅋ
이럴 때 대비해서 물티슈 남으면
모아 둔대
그러다가 내가 핸드폰이 오래되서
배터리가 예전보다 빨리 닳아서
그냥 숙소 들어가기 전까진 아끼려고
폰 꺼놓으려고 하니까
"잠깐만 나 보배있어"
하더니 보조배터리도 나와 막...
아니 아까 그 충전선도 따로 있고
보배도 따로 있었냐고 하니까
핸드폰 기종마다 충전 타입 다를 때
대배해서 보배에 다른 타입 충전선도
같이 꽂아가지고 다닌다는 거임..
준비성 뭐야...뭐야...
그리고 가을 단풍 구경이라
몬가 날이 가을과 겨울 초입 사이여서
날이 애매했는데
낮에 어른들이 더워하니까
또 그 가방에서 손풍기가 나와
다들 돌려가면서 땀 식히고
근데 또 밤엔 쌀쌀해서
춥다 오슬오슬하다 반응 나오니까
또 그 가방에서 핫팩이 나와
다들 미쳤다 거리면서
아니 그 가방엔 안 들어 있는게 뭐냐고ㅋㅋㅋ
그리고 숙소에서
"어머나앗!!!!"
외숙모가 소리를 지르셔
짐 챙기다 깜빡하고 잠옷바지를
빼먹으셨대
"저 외숙모 사이즈 좀 크시겠지만..."
그러자 곧바로 또 사촌이
자기 남는 바지라고 츄리닝 바지가
하나 더 나와...
"혹시나 싶어서 여벌 바지 챙겼지"
그러더니
씻고 나오니까
"화장솜 필요하신 분?"
"면봉 필요하신 분?"
"헤어 에센스 바르실 분?"
준비성 개 미침
그리고 다들 씻고 이제 떠들다 자려는데
얘가 또 자기 트렁크에서 뭘 꺼내 옴
"1인 1팩"
그래서 할머니까지 싹 팩 붙이고
깔깔 거리면서 누워있다가 잠
아침되니까 숙소 커피 포트가 팔팔 끊어
그리고 사촌 손에 카누 미니랑 맥심 화골이
몇봉 들려있어
설마 이것도?
"아이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뭐"
어른들 신나서 취향대로 커피 타 드시고
또 해장국 하는 식당에서 아침 다 먹고
쉬는데
얘 가방에서 무슨 플라스틱 작은
상자가 나와
그거 여니까 약이 들어 있어
"비타민 하나씩들 하시구용!"
어른들 안그래도 본인들 당뇨약 혈압약
이렇게 꼭 먹어야 하는 약 챙기기도
바빠서 기본 영양제는 안 챙겨왔다며
반색하면서 비타민 섭취하심 ㅋㅋㅋ
나도 받아 먹고 또 입가심으로
그 가방에서 나온 사탕 돌려 먹음
진짜 보부상 재질 미침
가방 또 뭐 들었냐고 해서 보니까
안경닦이에 핸드크림에 립밤에 보배에
대일밴드랑 혹시 몰라 여분의 마스크
이런것도 들어있음
그리고 접어서 넣는 머리빗도 들어있고...
바르는 모기약도 들어 있고
물티슈 말고도 그냥 휴지도 들어있고
암튼 뭐가 마니 들어 있음..
그 사촌 왈
"나는 가방 없이는 절대 불안해서
외출 못하는 보부상이야"
그러면서 평소엔 이정도 까진
아닌데 여행이라 걍 좀더 챙겨봤다는 거임
커뮤 같은데서 보부상 보부상
말만 들어봤지 실제로 이정도 보부상
본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었음
사촌 가방 큰 것도 아니고
약간 이렇게 매는 식인데
베이지색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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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달면 쩌리쩌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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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돋
내 사촌 보부상 재질 미침
찝짭쫍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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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239
23.03.21 22:32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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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라에몽이네~~!
센스가 개쩌는데?
이제 보부상은 저 기억으로 평생 보부상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스가 너무 좋아
보부상 교과서로 지정하고싶음
와진짜 대박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읽을때마다 센스에 놀랍고 귀여워 ㅠㅠ
너무 야무져 힐링돼ㅋㅋㅋㅋㅋㅋ
센스가 미쳤어
난 센스없는 보부상이라 진짜 쓸모없는 것만 가득 들고다님
근데 나도 다 있음 ㅋㅋㅋㅋㅋㅋ 거울 제외
와 어깨안아픈가
와 ㅋㅋㅋㅋ나랑 챙기는거 똑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스 미침
같이 일했던 직장동료들이랑 1박으로 여행 가는 날이었음
다들 가볍게 속옷+모자만 들고 왔단말이야... 한명만 빼고 .. 암튼 그 한명은 무슨 졸라 큰 배낭(해외여행가는느낌의)을 들고 온 거임
근데 내가 하필 그날 고기굽다가 손톱 반절이 잘려서 달랑달랑 거리는 거임
그때 잠깐만! 하더니 그 가방에서 무슨 수술재활밴드인가 먼가 그게 나오는 거야 ;;:; 벌어진 상처에 붙이는 그 수술어쩌구 밴드..
와 시발 나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잖아 누가 그걸 들고 다녀요..!!!
역시 보부상이 세상을 구한다 싶더라니까
한남들 이런거 안배우고 뭐함 배때지만 불리지 말고 응 좀 야무지고 싹싹하게 응
재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을 재미있게 잘써서 더 재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츄리닝 바지 빼고 맥락 거의 비슷하닼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나가는 와중에 아! 이거 하나 더 챙기면 좋았을걸 ㅜㅜㅜ 하면서 후회도 종종함
이글 읽을때마다 마음의 평화… 보부상들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
진짜 너무야무지고 센스 미침ㅋㅋ
센스다 이건 진짜 ㅋㅋㅋㅋ 어디서도 예쁨받을듯
설렌다...
개쩐다...나랑 여행같이가줘...
가방안에 삶이 들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덤덤하게웃김ㅋㅋ
야무지고 센스.미쳤다 진짴ㅋㅋㅋㅋㅋ난 저런거 못해서 정말 대단해보옄ㅋㅋㅋㅋㅋㅋㅋ
헉ㅋㅋㅋㅋㅋ너무 귀여워 글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런 가방에 저게 다 들어가다니ㅋㅋㅋ수납력 좋은 저런 가방 추천 부탁해요~ㅋㅋ
도라에몽 아냐?
미쳤다..글만봐도 설레...
저기 나오는것들 내 가방에 다있음....
나둨ㅋㅋㅋㅋㅋㅋㅋ 프랜차이즈 물티슈랑 그 카페가면 쓰고 남은 티슠ㅋㅋㅋㅋㅋㅋㅋㅋ
야무지다 진짜 너무 야무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