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충정로역에서 50m. 고층 빌딩이 늘어선 초역세권 대로변에 어색하게 낡은 건물이 눈에 띈다. 몸채는 거대한데 바람에도 휘청일 것처럼 낡은 아파트의 이름은 ‘충정아파트’. 일제시대에 지어진 한국 최고령 아파트다.
충정아파트는 1932년(1937년이라는 기록도 있음) 준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건축주 도요타 다네오의 이름을 따 도요타 아파트로 불리다 광복 후엔 미군 숙소로 사용됐다. 1975년 다시 아파트로 용도가 변경되며 충정아파트란 이름을 갖게 됐다.
격동의 한국사를 거치며 충정아파트는 늙어버렸다. 현판 위 타일들은 떨어졌고 건물 외벽엔 자글자글한 금이 주름살처럼 갔다. 철제 계단은 녹슬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몇 년 전부터는 생활하수가 건물 내벽 사이로 스며들어 붕괴 위험까지 지적되고 있다.
주민을 따라 충정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 습한 기운과 함께 곰팡내가 훅, 올라왔다. 오후 3시였지만 복도는 어두웠다. 벽을 타고 맺힌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옅은 백열등까지 더해지니 마치 동굴을 걷는 것 같았다.
골목을 도니 중정이 보였다. 충정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로, 삼각형의 마당 삼면을 5층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중앙 난방에 사용되는 굴뚝이 높게 솟아 있었다.
마당에서 가장 존재감이 도드라진 것은 높은 굴뚝도, 독특한 복도식 구조도 아니었다. 하수구 냄새였다. 냄새의 원인을 찾아 기웃거리자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내가 10X호 주인인데, 이거 덮어놓은 거 다 하수구야. 하수 시스템이 다 망가져서 오수가 지하로 떨어지는데 냄새가 말도 못해. 여름이면 울컥울컥 역류하기도 한다고.”
실제로 현관 앞 하수구를 덮은 장판을 걷자 음식물 찌꺼기가 뒤섞인 하수가 보였다. 물은 곧 넘칠 듯 출렁댔다. 하수도와 현관 사이는 성인 걸음으로 두 걸음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실이라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충정아파트의 하수관은 막힌 지 오래다. 이 때문에 누수된 생활 하수가 지하실로 모두 모이게 됐고, 지하실은 거대한 구정물 저장소가 됐다. 평소엔 이 오수를 펌프로 끌어 올려 도로변 하수도에 버리는데, 최근 이 펌프가 망가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쓰레기 틈을 비집고 지하실로 들어가자 머리가 띵해지는 극심한 악취가 올라왔다. 카메라 플래시를 켜자 눈앞에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졌다. 아파트 지하실은 거대한 오수 수영장이었다. 시꺼먼 폐수 위로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물은 넘쳐 계단까지 삼킨 상태였다.
방 문을 열자 초록 벽지의 투룸이 보였다. 장판과 도배는 비교적 새로 한 듯 보였으나 누렇게 변색된 문지방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화장실 문을 여니 낯선 기계가 보였다. 물을 퍼 올리는 모터라고 했다. 모터를 켜니 굉음과 함께 녹물이 쏟아져나왔다. 중개업자는 “건물이 낡다 보니 모터가 없으면 물이 안 나온다”며 “그래도 모터를 쓰면 물을 쓰는 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충정아파트에 대한 재개발 논의는 오래 전 시작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79년 9월 도시환경 정비사업구역으로 처음 지정됐고, 이후 2008년 4월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데 이어 지금의 ‘마포로 5-2지구’ 도시환경 정비사업으로 정비 계획이 변경됐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지금, 재개발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조합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했다.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첫 삽도 뜨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 갈등이었다. 4층 이하 세대와 5층 세대는 보상금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충정아파트 5층 주민들은 토지 지분이 없었다. 기존에 4층이던 충정아파트를 1961년 5층으로 불법 증축했기 때문이다. 재개발 논의가 이뤄지면서 5층 주민들은 적절한 보상을 원했다. 하지만 4층 이하 세대들은 5층 세대는 지분이 없다며 반대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충정아파트 주변에 있는 무허가 주택, 빌라 주인들과 지분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갈등이 심했다”며 “수십년 동안 추진위원회 설립, 해체만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재개발 논의는 2019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울시는 충정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문화시설로 보존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최초 아파트라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충정아파트를 고쳐 기부채납 받는 대신 재개발 사업에 용적률 상향, 아파트 층수 상향 등 정책적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서울 도시관리계획위원회 심의는 1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 서대문구 도시관리계획 관계자는 “현재 상정 요청을 한 상태”라며 “올해 초에는 심의가 이뤄질 것 같다. 심의 결과가 나오면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심의만 이뤄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조합 설립을 반대하면 재개발 사업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주민 내부 합의는 요원한 상태다. 주민 A씨는 “여기서 몇 십년 넘게 산 어르신들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새로 집을 구해서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이분들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충정아파트에는 47가구가 살고 있다. 대부분은 세입자들이지만 집주인도 일부 거주하고 있다. 재개발을 염두에 둔 투자자와 오래 거주한 주민 간에도 의견은 엇갈린다는 뜻이다.
재개발 논의가 지연되고, 아파트 노후화가 심해질수록 이웃 갈등도 깊어졌다. 이날 주민 C씨는 화가 잔뜩 난 상태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천장에 물이 샌지 5일이 지났는데 윗집 주인도, 아파트 관리인도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했다. 실제로 현장에 가보니 천장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이 있었다. 주변에는 누런 얼룩이 졌고 바닥에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C씨는 천장에서 물이 샌 지 몇 달 정도 됐다고 했다. 윗집 수도에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 윗집 세입자와 C씨는 아파트 관리인에게 “수리업체를 부를테니 윗집 주인의 동의를 얻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관리인도, 부동산 중개업자도 모두 책임을 미뤘다. 오히려 수리업체를 부르면 다른 이유를 들며 돌려 보냈다. C씨는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집주인은 보수를 해준다고 말만하고 안해준다”며 “1층에도 공동 화장실이 있는데 고쳐달라고 해도 아무도 안 고친다.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 재개발도 안되는 상황에서 개보수까지 못하니 답답해 죽겠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D씨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관리 책임을 미루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두개씩 개보수를 해주면 입주민들이 계속 살려고 할테니까 의도적으로 시설 관리를 안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물을 최대한 폐허로 만들어 재개발을 앞당기려고 건물 수리를 안하는 것이라는 의심이었다.
아파트 관리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나도 이곳 주민이다. 무보수로 관리직을 맡고 있다”며 “정당한 보상도 안 받는데 내가 굳이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역시 “나름대로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장 개보수를 원하는 세입자, 무관심한 집주인과 관리인. 이처럼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내부 갈등은 충정아파트에서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410453
첫댓글 결국 욕심때문이구랴..
이런곳이 재건축 되어야 하는데요.. 넘 위험해보이긔 ㅠㅠ 보존도 다 검토한거겠지만 일본인이 지은 건물인데 굳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남겨야 할 이유가 있냐긔 ㅜ 5층 대지지분 없는 거 때문인건 몰랐긔
은마도 이렇게 될거 같긔 내생에나 재건축 되겠냐긔
이러다 무너질 거 같은데요 사람 죽는 거 안 무섭냐긔 저기 버스 타고 지나다니면서 종종 보는데 너무 낡아서 밑에 상가가 영업하는 게 신기할 지경이긔
5층 사람들 욕심이 지나진거 같네요.불법 개축 이면 다 쫓아내면 안되나요?
독재시대에도 재건축 안된게 신기하긔
일날까 무섭긔
저거 도로 낸다고 건물 반 짜르고 그래서 안그래도 불안정한데....5층주민들 모르고 들어간거긔? 알고 들어갔음 보상은 욕심같은데요
5층 욕심 뭐긔진짜...불법증축인거 모르고 사기당해서 들어간것도 아니잖아요.
5층이 원흉이네요 ㅋㅋㅋ
세입자가 많으니 합의가 잘안될거긔...집주인들은 재개발 보상 기다리면서 다른곳에서 편히 살고 있을거니까요...아휴
실거주하는 노인들은 보통 욕심때문이라기보다 이주비용이 없거나 몇년 걸릴지 모르는 재건축 기간동안 셋집 전전하다 돌아오지 못하고 죽고싶지 않다 이런 이유가 크더라긔. 용적률 상향 못하면 부담금도 많이 내야해서 부담금+이주비용인데 집은 묶여있는거나 마찬가지니 금전적 부담이 커서 돈 없으면 더 찬성 안하고요. 5층이 대지 지분까지 없고 주변 무허가이랑 주택, 빌라까지 엮여있으면 합의점 찾기 진짜 힘들거긔.
욕심에 다들 한껏 챙기려고 하니 일이 진척 될리가..애초에 등기 칠 때 토지지분 없는거 알고 사놓고 내놓으라 배째는거긔 뭐긔? 황당..사고나면 나라에서 보상해달라 난리칠게 빤하긔
저런 곳은 영영 재개발 안됐으면 좋겠긔
저 건물 하수도가 저지경긴데 식당 영업은 어떻게 하는거긔…..
안전사고날까봐 걱정이긔
그리고 딴말인데 요즘 일제시대 라는 말 쓰긔? 저는 일제강점기가 맞다고 배웠는데말이긔
요즘 계속 보여서 엄청 거슬리냄
여기 지나가면서 볼때마다 진짜 너무 심각하게 낡아서 놀랐었긔;;
아 진짜… 어느날 폭삭 주저앉을까 무섭긔….
일제 건물이라 국가적으로 매입보다는 그냥 개발사에서 통으로 구매해서 재건축하는게 나을거 같긔...
이런곳좀 문화시설 들먹이며 보존 안했으면 좋겠긔. 저게 보존이긔? 방치 아니냐긔. 당장 건물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면 어떻게든 합의점 찾을려고 해야지 무슨 문화유산.. 본인 사는곳이라고 생각하면 그러고 싶겠나싶긔
222 5층 사람들 불법증축해서 들어가놓고 억지 좀 쓰지마시라긔. 서울시는 일제강점기 건물 뭐 좋다고 보존한다는 거긔. 오재앙아 나는 반대한다!
저게 문화시설로 의미가 있긔? 위험하고 더러워보이는데 재건축했음 좋겠긔 그럼 기존집 말고도 더 많은 세대가 나올텐데 그거 임대세대로 공급함 되잖아요
은마나 여의도 시범이나 이런것들 좀 적당히 하고 지었으면 ㅡㅡ 보기도 싫고
불법으로 살면서 보상이라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