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빈국이면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08년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 한반도의 1.1배이면서 인구는 650만명(2008년, 론리 플래닛 참고). 여행작가 오소희씨가 아들을 데리고 터키를 갔다오더니, 라오스를 둘러보고 와서는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라고 말하는 땅
내게 그렇게 라오스는 다가왔다. '사바이디'라 말하면 모두가 웃으면서 두 손 모우고 합장하며 내게 '사바이디'라고 화답할 듯 한 나라.
그렇지만 캄보디아 씨엠립에 사는 지인은 '심심한 나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은근슬쩍 기대를 품고 그곳으로, [빡세]로 육로 국경 입국, 한 달 짜리 비자를 국경에서 받았다.
* 물 맛이 아주 특히한데, 조금은 우유 성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 만 먹으면 잠이 온다. 그래서 하루 종일, 빡세에서 빡세게 잠 만 잤다.
숫자 이렇게 읽어요,
능(1), 썽(2), 쌈(3), 씨(4), 하(5), 혹(6), 찌(7), 팻(8), 키우(9), 씹(10), 러이(100)
판(1,000), 씹판(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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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강을 건너는 배안에서. (참파싹 가는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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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파삭에 있는 어느 이발소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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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라오스의 6월 풍경. 모내기는 부부끼리.
05, 20 -씨판 돈, 아무일도 없었다.
참파싹에서 나오는 생태우에 올라, 13번 국도까지 나선다. 나는 그곳에서 다시 더 아래로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생태우를 탄다는 것, 그건 아주 느리게 그네들의 삶과 함께 나아간다는 의미일런지 모른다. 라오스의 남쪽 동네에서 운행하는 생태우에는 다양한 이들이 숨쉰다.
간간히 차가 멈춰서면 닭고기를 대나무에 구워 놓은 걸 들고와서 이러저리 -분주하게 손님들에게 내민다. 그리고 잠시 가다가 차가 한적한 곳에 멈추면 아무렇지 않다는 듯 길 옆에 실례를 한다.
어느 생태우에는 숯이 한 가득 실려서, 빡세로 거슬러 올라가고 도로는 조용하다. 그리고 씨판돈(4,000개의 섬)도 조용하다.
아저씨가 배 타는 곳이라고 내려준 곳에 들어서니, -참파싹과는 전혀 다르게 '나 혼자'이다. 청년 한 명이 다가와서는 싸우판(20,000k)이라흐는데 난 '딱' 반으로 낮췄다. 그러자 그는 세 명이면 내 뜻대로 해주지만 혼자는 안된다고 하길래, 나도 씨판돈에 그리 급히 갈 이유나 마음이 없기에, 그곳 정자에 누워서 메콩강 바람을 맞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씨판돈의 돈콩보다 이 정자가 더 시원했다)
메콩강은 아주 조용히, 깊게 흘러간다. 강물은 큰 소리를 내지 않지만 저 바다 까지 닿는다. 나는 나를 생각한다. 저 메콩강을 가슴에 담고 싶다. 내 가슴에서도 메콩강의 깊은 흐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들은 메콩강, 난 그 강을 깊이 연모해왔었다. 어쩜 '아시아에 흐른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일런지 모른다. 몇 번이고 마주한 메콩강, 내가 집으로 돌아가 지도를 펼치는 순간, 그 강물이 다시 흘러가겠지.
두 명의 배낭 여행객이 봉고차에서 내리고, 나는 그의 말대로 10,000k을 내고 길다란 배로 강을 건너간다.
마을은... 조용하다. 사람사는 모습에 관해서는 이미 빡세와 참파삭에서 느꼈다. 이네들은 크게 동요함이 없다. 난 어느 게스트 하우스(G.H)에 짐을 풀고 잠을 잔다.
조금 햇살이 누그려졌다고 생각될 때 쯤에 강을 따라 걸어가니 몇 명의 꼬마들이 옷을 입은 체 강물로 뛰어든다. 강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날씨가 뜨거워서인지 크게 사람의 움직임은 없고, 어린 아가씨가 '싸바이디'하며 내게 손을 흔든다. 그리고 저녁 무렵에 찾아간 어느 곳에서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연꽃 씨앗을 꺽으며 나눠먹고 있는데, 내게도 큰 소녀가 건내준다.
'껍 짜이'
아이들과 함께 연꽃 씨앗을 먹으니, 몇 명의 아이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카메라가 고장난 상태라 그네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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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일상의 교통 수단. (참파싹)
07, 02 -루앙 프라방, 아무 일도 없었다.
사흘 째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또한 아무 일도 -어떠한 드라막틱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삶이란 그런가 보다.
세 번 째 인터넷 접속을 하여 성공했고(-우리나라 사이트가 도통 안열렸음), '라사의 길'이 열린걸 들었다. 괜시리 가슴 설레이고, 그 험난한 길을 따르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
여행을 하며 크게 느끼는 것 하나가 '길 위에서 길을 긋는다'는 것이다. 그곳에 어떻게 찾아갈 것이냐고 물어오면, '걸어서 간다'라고 들려주어야 한다. 갈 수 없다고 단정하면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궁즉통, 궁리를 한다보면 길이 열리게 되는 법.
G.H에 들어와 다시 내가 나서야 할 길을 지도로 바라본다. 난 '여기서 저기까지' 간 다음, 비행기 타고 내 나라로 돌아가는 쉬운 길이 아니라, 어디서든 되돌아가야 하는 길 위에 놓여 있다. 이건 아주 큰 차이를 내포한다. 길을 걷고 나서 돌아보면 알게 된다. 내가 걸은 모든 길이 내 가슴 속에 다시 놓이게 됨을.
난 괜시리 '티벳'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이고, '포탈라 궁'과 '바코르 거리'를 그려본다. 하지만 돈이 떨어졌기에 오직 걷는 행위 밖에 할 수가 없다.
서른 세살, 처음 여행에서는 몰랐는데, 두 번 째 여행에서 나이에 대한 무게를 자주 의식한다. 나이에 따른 깊은 성찰을 짐 지우려 하지만 난 그저 거리를 잠시 걸어 보았을 뿐이다. 이에 다른 충돌이 간간히 나를 괴롭힌다.
루앙 프라방에 들어온지 사흘째, 난 한 줄의 글도 적지 못했고, 누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했고, 열 번의 인사조차 건내지 못했고, 그저 홀로 걸었을 뿐이다. 그리고 때때로 낮잠을 즐기고, 누군가 내게 라오스가 어떻느냐고 묻는다면 난 그저 '심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으리라.
낯선 지도 속을 걷는 행위가 무엇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고 수 없이 나에게 다짐해도, 나는 욕심을 피운다.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더 좋은 사진을 담고 싶고, 더 좋은 드라마를 연출하고 싶은.... 등등.
루앙 프라방에서 난 잠시 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나흘 째 되는 날.
떠나는 날 아침에 탁발을 보았다. 아침 여섯시에 시작된다는 이야기에, 어제는 다섯시에 일어나 억지스레 준비를 했는데, 가족들이 마루에서 잠자고 있어 차마 문을 열 수가 없었다. (G.H가 가정집 이층임) 오늘은 새벽 세 시 반에 새가 일어나 우는 소리를 듣었고, 네 시에는 어느 절에서 스님이 치는 종소리를 들었고, 다섯시에는 시끄럽게 우는 닭울음 소리를 겅청해야했다.
여섯 시를 조금 남겨두고, 설마하며 왕궁이 있었던 그 길 위 까지 걸어간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몇 몇 가게 앞만 빗질이 이루어지니 내가 너무 앞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 시 쯤에 들어서니, 어린 승려들의 빨간 옷 행렬이 한참 시작되고 있었고, 몇 몇 사람이 음식을 공양하고 있다. 이는 어떠한 경건한 의식보다 일상에서 행해지는 일로 비춰진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몇 여행객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한 여자분이 홀로 앉아 있다. 승려의 행렬은 한 번에 끝이 나는게 아니라 잠시 시간을 두어 네 다섯 차례 이루어지고, 그 분은 조용히 앉아있다. 그리고 어린 승려가 지나가면 그가 준비한 공양물을 내어놓는데, 받는이 보다 주는 이의 자세가 더 경건하게 다가옴은 왜일까. 잠시 동안이였기에, 그렇게 탁발은 지나가고 그 여자분은 오래도록 가슴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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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 프라방, 이른 아침 탁밧의 풍경.
-받는 어린 스님보다 건네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더 경건하다.
라오스의 물가와 여행 느낌
라오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많이 갈려요. 태국이나 캄보디아 앙코르에 대해서는 거의 같은 생각을 말하는데... 라오스는 인도 만큼이나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나라이죠. '싸바이디'라는 웃음에 그곳에 너무 평화로웠다는 사람과 '물가는 비싸고 사람은 불친절하다'고 말하는 여행객. 하지만 여행이란 스스로 어떻게 그리는가 달렸다고 봐요.
물가는 아시아의 나라에 비해 크게 비싼 편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남부(씨판돈)와 중부(빡세 주변)은 평지인데 반해, 왕위앙, 루앙 프라방, 루앙남타는 완전 산골오지입니다. 여행객들은 주로 라오스 북부를 둘러보곤 합니다. 하지만 태국에서 든다면, 전체를 봐도 좋을 듯 합니다.
-루앙 프라방에서, 태국에서 보트타고 넘어오는 배낭 여행객을 무지 많이 봤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제가 보기에 너무 움직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시장에서는 활발하지만 억측스러운 그런 모습으로는 와 닿지 않네요. 먹거리는 닭고기를 구워서 파는데 맛있어요. 밥은 살짝 쪄서 파는데... 신기함!!
제게는 시간이 멈춰서버린 듯 했어요. 욕망이 멈춘다는 땅? 라오스, 당신에게는 어떤 느낌일까요? 그네들의 판자집이나 억새로 엮은 집을 보거나 다 헤어질 대로 헤어지고 때때묻은 옷을 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당신의 가슴에 일어날까요? /손희상 쌩쌩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