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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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중나리
하남고개 언덕배기 빈 공터에는 이름그대로 텅 비어있다.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은 더러 있게
마련이지만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다.파란 하늘 이곳 저곳에 둥실 떠있는 명주구름만이 한가롭다.
수원버스터미널을 떠나(8시) 앙성면 소재지에서 버스를 내린 뒤 다시 택시를 이용하여
이곳 하남고개에 도착한 시각은 1시간 40분이 흐른 뒤다.
국망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곳 바로 옆으로 숲으로 드는 계단산길이
세 사내들(청아,회산,나)을 반긴다.울창한 초록의 녹음으로 이미 그늘은 준비돼 있으며,
세 사내들을 유혹할 숲향도 넘칠대로 넘쳐서 콧끝을 미혹시킨다.
우측으로 잡초가 무성한 이름모를 이의 허름한 묘지를 지나면, 왼편으로는 초록빛 철망이
산길을 따르며 이어진다.울 너머로는 과수원인게다.
한 아름이 넘는 몸피를 자랑하는 노송들이 끌밋한 몸매를 자랑하며 산길을 수놓는다.
뒤질세라 울창함을 과시하는 참나무 식솔들의 초록바다가 온 숲을 지배하려 한다.
산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나가며 헐떡이는 사내들에게 쉬어감을 넌지시 권한다.
한무더기의 돌탑이 정성껏 쌓여있는 멧부리에서 발길을 슬며시 부여 잡은 것이다.
노송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으며 크고작은 바위들이 쉴자리를 내놓은 안성맞춤의
조망처다.목을 축이며 숨을 고른 뒤에 울멍줄멍한 산길을 오른다.
국망산의 멧부리가 하늘에 맞닿은 듯 우뚝하다.짙푸른 등줄기는 멧부리를 잔뜩
쳐 올려칠 기세다.파란 하늘에 둥실 떠도는 구름이 마냥 부럽기만하다.
수직상승에 대한 인간의 영원한 염원,정상정복을 향한 끝없는 욕망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자 꿈이며 탐욕의 실체일지 모른다.
고정로프를 의지하고 가파른 비알을 올라서면 발치를 위협하는 비탈길이
도사리고 있다.바위틈에 어렵사리 터전을 마련한 노송의 도움을 받아가며 산길을
간절히 이어가는 허약한 존재의 꿈틀거림이 진땀이 되어 애꿎은 수건만 적신다.
울창한 활엽수와 노송들의 그늘을 벗어나면 키작은 관목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국망산의 멧부리가 턱밑임을 알리는 징표다.해발 770m의 국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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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황제의 비(妃) 명성황후가 이곳에서 한양을 바라보며 노심초사의 나날을 보냈다고 하여
이름지어졌다는 국망산(國望山),언제 올라봐도 사방팔방의 조망이 예나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고시조가 얼핏 떠오른다.
앞으로 이어나갈 승대산이 빤히 바라다 보이며, 그 너머로 우뚝하게 하늘금을
긋고있는 원통산이 아스라하다.안내팻말의 지시를 따라 둔터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그곳까지는 1.5km라고 알린다.국망산 북릉 삼거리,우측으로 보이는 산길이 북릉으로 이어지는
산길인데 희미하다.입산객들의 발걸음이 뜸하기 때문이리라.
둔터고개로 내려서는 산길은 다소 가파른 비탈이다.둔터고개 너머 승대산이 뾰족한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털중나리꽃이 초록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군계일학의
미모를 과시한다.중부내륙고속국도를 달리는 차량들의 바람가르는 소리가 웅웅거린다.
땅 밑으로는 고속국도가 지나가고 땅위로는 9번 지방차도가 남아있는 둔터고개,
고개 좌측으로는 충주시 노은면이고 우측으로는 음성군 감곡면으로 경계가 갈리는
고개다.승대산을 오르려면 우측으로 10여 미터 이동을 하면 곧바로 숲으로 드는 산길이
보인다.들머리 길목에는 입산객들의 물건인 듯한 80cc짜리 오토바이 두 대가 세워져 있다.
덩쿨식물들이 어지럽게 가로막아선 초입의 산길을 벗어나면 잣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숲길이 기다린다.팥죽땀이 목덜미와 겨드랑이 그리고 온 얼굴을 핥듯이 흘러내린다.
연신 땀을 훔쳐가며 가풀막진 오르막을 올려치면 울창한 참나무들이 우거진 멧부리에
닿는다. 해발 567m의 승대산이다.정수리답지않게 주위조망은 기대할 것이 없다.
사위가 무성한 녹음으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이다.멧부리 주변에서 주린 배를 채우고
갈증을 해결한다.자리를 털고 일어날 무렵 약초꾼인 듯한 사내 서넛이 숲을 헤치고
나온다.빈 손을 유독 내세우며 툴툴거리는 말투로 보아 여지껏 성과없이 헛 수고만
치고 있는 모양이다.승대산 멧부리를 뒤로하면 머지않아 질마루 고개를 지난다.
우측으로는 상떼힐골프장 입구방면의 산길이며 좌측으로는 대덕리로 향하는 산길이다.
원통산으로 향하는 산길은 맞은쪽 오르막이다. 비탈진 오르막 우측으로는 "상떼힐 골프장"이다.
산길주변으로 날아든 하얀 골프공이 이따금 눈에 띈다.커다란 바위가 자리하고 있으며
노송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 바위봉을 넘어서면 또 다른 봉우리가 자리바꿈을 하고
산객의 진땀을 요구한다.눈에놀이가 눈가를 성가시게 괴롭힌다.
가뿐 숨은 더욱 가파르게 요동친다.거기에 맞춰 팥죽땀도 줄줄 흐른다.눈에놀이가 신이 들린 듯
눈가를 괴롭힌다.손수건은 물속에서 건진 행주처럼 땀에 흠뻑 젖어있다.
애면글면 올라선 멧부리에는 베어놓은 참나무 둥치가 누워있으며, 50cm정도 높이의
사각세멘트 말뚝이 꽂혀있다. 사위는 울창한 녹음으로 가리워져 있는데 그나마 골프장의
푸른 잔디밭만이 아련하게 조망이 된다.
상떼힐 골프장에서 들려오는 드라이버 샷의 경쾌한 타격음이 바람에 묻어온다.
그리고 산길을 따르다 보면 골프장에서 세워놓은 경고판이 보인다.형법 319조를 들먹이며
이곳으로 무단침입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성 문구의 빨강색 글자를 섞어가며 으름장을
놓고있다.웃자란 잡초와 덤불이 우거진 질마재를 지나면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송전철탑 옆을
지나게 된다.이제는 원통산 멧부리 바로 턱밑이 된다.당연히 된비알이 작정을 하고
산객을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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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대산
원통산 멧부리를 오르는 산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풀막지다.고된 산길을 도울 요량으로
설치해 놓은 로프가 반갑다.그러나 지구가 밑으로 잡아당기는 힘은 집요하고 끈질지기까지 하다.
중력을 거스르며 수직상승하려는 인간의 끈질긴 노력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처럼
처절하게 끊임없이 되풀이 되지만 결국은 부처님 손안의 발버둥에 불과한 것이다.
해발 657m의 원통산 멧부리,불과 1000m도 안되는 멧부리를 오르는 일도 이렇게 버거운데
하물며 8000m을 훌쩍 넘는 고봉을 오르는 일은 상상하기가 어렵지 싶다.
국내의 유수의 산을 수천 개 오르는 행위가 도토리들 키재기 놀이라면, 히말리야 8000m급의
고봉을 불과 한 둘 오른 행위일지라도 그 행위는 메머드급으로서 도토리급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인 것이다.게다가 무산소등반의 유무를 거론한다면 그야말로 기함을 할 일이다.
원통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더 할 나위없이 화려하다.해가 뜨는 쪽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는
국망산을 넘어 보련산으로 아스라하게 이어지며 해가 떠 있는 원통산의 남쪽 능선의
굽이치는 초록의 산줄기는 끝 간데를 알 수 없도록 출렁이며 이어진다.
흘린 땀은 갈증과 비례하는 법이다.게다가 식수통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갈증은 배가가 된다. 천연 정자처럼 노송 두어 그루가 그늘을 드리우고 해뜨는 방향은
낭떠러지 절벽을 이룬 천혜의 조망처에서 잠시 목을 적시며 망중한의 한 때를 보낸다.
원통산을 뒤로하면 산길은 한동안 밋밋하고 부드러운 산길을 유지하며 이어진다.
200여 미터 가량 지날 무렵,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우측 산길을 가리키며, "구절터 300m"라는
팻말이 나온다.옛 절터가 자라하고 있으니 한 번 둘러보고 가시라는 은근한 부추김인데
우리 일행들은 관심이 없는 인상이다.무관심속에 그 곳을 지나면 노송들이 그득한 숲길을
걷게되며 울창한 숲을 드리우고 있는 초록의 터널이 산객을 기다린다.
날머리 마을인 월정리 바깥말로 막바로 하산하는 희미한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를 지나면
크고작은 바위들이 울멍줄멍 노송들과 어울린 멧부리를 넘어선다.
행덕산으로 어림되는 멧덩이가 푸른 나무잎새 사이로 모습을 보인다.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할 행덕산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발걸음이 사뭇 가벼워졌다.몽매에 그리던 인애하는 연인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도 되는 듯이.
조금 전 푸른 잎새 사이로 얼핏 드러내며 노안을 유혹하던 멧덩이는 참나무 식솔들이
버젓이 주인임을 자처하고 있는 무명봉에 불과한 멧부리다.
지레 호들갑을 피우며 설레이던 경박함을 나무라고 싶은 구석은 없다.
모든 미답(未踏)의 멧부리는 항상 궁금함과 호기심을 일깨우고 그리움까지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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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간장을 끓여가며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행덕산 멧부리는 무명봉을 하나 더 내놓으며
거만하게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한다.녹음은 더욱 짙게 산길을 드리우고 있다.
들짐승들이나 드다듬직한 덤불과 넝쿨들이 만들어 놓은 초록의 터널은 시원한 그늘 못지않게
짙게 배어나오는 숲향의 고귀함마져 갖추고 있다.
행덕산 멧부리의 턱밑,갈랫길이 앞을 막아서며 심사를 묻는다.
이곳에서는 우측의 넓은 산길보다 터푸한 좌측의 산길을 따르는 것이 수월하다.
초록의 숲 터널을 올려치면 오매불망 애면글면 땀을 쏟으며 공을 들인 행덕산 정상이다.
해발 448m의 정수리에는 삼각점이 반듯하고 50cm정도의 세멘트 말뚝이 꽂혀 있으며
장방형의 송판에 행덕산을 알리는 팻말이 참나무 몸피에 다부지게 매달려 있다.
정상을 알리는 안내팻말이 눈에 익다.대부분 비슷비슷한 장방형의 팻말을 그동안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산의 이름은 큼지막하게 씌어있고,이름아래 고도표기도 정성이 묻어있으며
목재를 이용한 팻말에도 정성이 잔뜩 묻어있다. 사실은 정성들인 표시물은 드문 반면
허접스러운 표시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빗돌을 제외한 무수한 정상을 알리는 표시물들이 표시물보다는 표시인을
돋보이려는데 반해 이 분이 설치해놓은 표시물은 표시물의 정체는 크고 반듯한 반면
표시인은 이면에 보일 듯 말 듯 겸손한 자세가 오히려 돋보인다(꽤 작은 글씨로"대구 김문암 立").
그 분의 이름을 애써 밝히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짐작할 터.
행덕산 멧부리는 정말 잡목으로 뒤덮혀 있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멧부리에 불과한 봉우리다.
기대하는 마음은 예상을 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적을 수밖에 없지만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힐만한
공간의 협소함이 다소 아쉬울 뿐이다.
정상 정복만이 산행의 백미(白眉)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과정이 더 중요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아닌지.이 세 사내들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녹음속의 행덕산 멧부리를 벗어나면 머지않아 고개 사거리 안부에 닿게 된다.
성황당 고개, 좌측으로는 법동리 방면이고 우측으로는 월정리 다리골로 하산하는 길이다.
맞은 쪽 오르막 산길은 솔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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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우측의 월정리 다리골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성황당 고개를 뒤로하면
물이 가득한 작은 웅덩이를 만나게 되며, 그 곳을 뒤로하면 개활지로 산길은 이어진다.
개활지를 빠져나오면 임도로 이어지는데, 그 길목 길섶에 산딸기가 밭을 이루고 있다.
세 사내들의 눈이 갑자기 식탐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다.
욕망의 끝은 으례 파멸이 기다린다.그가 고대하는 길목에 이르기 전에 서둘러 몸을
추스르고 벗어나는 슬기가 인간들에게는 애시당초 부족하다.그래서 대개는
욕망과 파멸을 동의어로 표시하기도 한다.산딸기같은 하찮은 물건가지고 괜한 걱정을 했나?
어쨋든 산딸기 덕분에 갈증을 해결한 기분이다.복숭아 과수원 한가운데로 난 길을
따르면 이윽고 차도에 다다르게 된다.
이 차도는 음성군 감곡면과 충주시 노은면을 잇는 520번 지방차도다.그리고 좌측으로
10여 분 이동을 하면 바로 솔고개 고갯마루가 되고, 오른쪽으로 차도를 얼마간 따르면
월정리 다리골이다.아름다운 자귀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다리골 농가 앞을 지나면
길 건너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쉬어 가시라 청하는 그늘아래의 평상이 지친 사내들을 맞이한다.
그 뒷편 작은 개울에서 땀에 찌든 손과 얼굴 목덜미를 닦아낸다.
청아대장이 택시를 부른다.머지않아 세 사내들을 모실 택시가 불원천리 달려오리라(15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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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합혼목;合昏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