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한 글을 한편 소개합니다. 왠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군요. 이글 잃어 주시고
힐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은 제가 조금 손봐서 올려요. ^^
"지난 8월 30일 금요일, 저는 평소에 전혀 하지 않던 ‘기묘한’ 짓을 하나 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그날 방영한 KBS2 ‘뮤직뱅크’의 끝 장면을 시청한 것입니다. 제가 TV의 가요 순위프로그램을 본 것은 아마도 ‘가요톱텐’이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돌연 ‘뮤직뱅크’를 보게 된 것은 어떤 특정 걸그룹 때문이었습니다. ‘직렬 5기통 춤’으로
급속하게 주가를 올리고 ‘대세돌’이라는 희한한 호칭까지 얻게 된 그 걸그룹, 크레용팝이었
습니다. ‘섹시 코드를 포기하고 다 똑같은 걸그룹에 지쳐 있는 사람들의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부터 ‘병맛 코드로 덕후층에게 어필한다’ ‘B급 정서의 성공이다’는 말까지
성공에 대한 분석도 다양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유치하게 느낄 수 있는 안무를, 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추리닝 위에 치마 걸치고, 원색 티셔츠 입고, 하얀 면장갑 끼고, 오토바이 헬멧 쓴 코디는 다른 걸그룹과는 ‘무척이나’ 달랐습니다. 티셔츠 위엔 각 멤버의 예명을 썼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개다리춤이나 제자리뛰기 춤이 어찌 세련된 안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길거리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다시 8월 30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미 수 차례 1위 후보까지 올라갔던 ‘빠빠빠’가 2NE1이나
엑소 같은 ‘거물급’ 아이돌에 밀려 번번이 고배를 마신 뒤였습니다. 마지막 발표에서 마침내
‘팝저씨’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순간이 왔습니다. “이번주 1위는 크레용팝! 축하합니다.”
사실 그것은 올해 가요계의 기적이었습니다.
음원 발표 때 순위 100위권에도 못 들던 곡이 두 달만에 듣도보도못한 ‘역주행 차트’의
기세를 몰고 올라와 1위를 했습니다. 듣도보도못한 영세 기획사의 신생 걸그룹이,
소녀시대와 한솥밥을 먹으며 오빠부대 백만대군을 거느린 엑소를 제쳤던 것입니다.
잠시 실감을 못한 표정으로 서 있던 다섯 명 크레용팝 멤버들은 서로 껴안았습니다. 어쩔줄 몰라 하면서,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가장 연장자인 금미(백보람)였습니다.
“진짜… 우리 팬 여러분들 정말 사랑하고… 저희가 길거리에서부터 시작했는데, 이 자리까지 팬심 주신 것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요즘들어 아이돌이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더라도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심지어 심드렁한 표정을 보인다고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금미는 마치 그동안의 설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듯, 눈이 충혈되도록 펑펑 울고 있습니다. 여기서 곰곰이
되새겨 볼 말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부터 시작했는데.’
그렇습니다. 이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올라와 ‘역주행 신화’를 만들어낸
주인공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개구쟁이 소녀로만 보이는 이들은 사실 모두 굴곡 많은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친의 병환 때문에 연예계의 꿈을 접고 모낭분리사라는 희귀 직업에
종사하거나(금미), 쇼핑몰 피팅 모델을 하거나(엘린),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었거나(초아),
인디밴드에서 보컬을 하면서 실용음악학원 강사를 하거나(웨이), 촉망받는 2인조 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려다 무산됐던(소율) 전력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다들 사회의
쓴맛을 경험했던 을(乙)이었다.’ 이들은 1988~1991년생입니다. 걸그룹치고는 나이가 많은
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 가지 점에서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우리가 지금껏
참으로 많이 그런 얘기를 듣고 살아왔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진부한 말이긴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서는 분명한 사실인, 그런 문장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꿈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해 왔다는 것입니다.
데뷔와 시련의 나날들
5인조 걸그룹 크레용팝이 공식 데뷔한 것은 2012년 7월의 일이었습니다. 그해 초 ‘허리케인
팝’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멤버 한 명이 교체되면서 ‘크레용팝’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화려한 배경이나 경력도, 대규모 소속사도 없었지만, 이들은 피나는 연습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데뷔했습니다. 데뷔곡은 ‘새러데이 나잇’이었습니다.
이것은 복고풍의 디스코 음악으로 ‘새러데이 나잇’은 공중파 음방 딱 두 번 타고 한 달도 안
돼 묻혀버립니다.
크레용팝 멤버들은 이 때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정말 음악을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소속사인 크롬엔터테인먼트의 황현창(35) 대표는 이렇게 ‘한 차례 말아먹은’ 뒤에야 ‘그저 예쁜 걸그룹 컨셉트’로는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컨셉트를 바꾸자!” 그런데 어떻게? 처음에는 ‘트로트 컨셉트 의상’도 준비했었다고 합니다.
‘아주 독특한’ 컨셉트의 등장
이 컨셉트를 포기한 크롬측은 마침내 그 다음 컨셉을 내놓습니다. 그것은… 아아, 그것은…
지금까지도 크레용팝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불멸의 컨셉트이자 수많은 ‘팝저씨’들의 의상으로
자리잡은 바로 그 컨셉. 그것은 바로, 추리닝이었습니다.
추리닝이라니! 걸그룹에게 추리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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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대한민국 국군이 내무반에서 입는 생활복을 연상케 하는 저 주황색… 때로는 위로
교복, 아래로 추리닝을 입는 이른바 ‘교리닝’ 패션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저
주황색 추리닝을 갖춰입고 컴백한 것이 2012년 10월 26일, 노래는 ‘댄싱 퀸’이었습니다.
이 기막힌 노래 역시 공중파 음방 딱 세 번으로 묻혀버립니다.
한겨울에 길거리로 뛰어들다
10월 말부터 다음 해 2월까지, 그 추운 한겨울 동안 이들이 선택한 것은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얇은 주황색 추리닝을 위아래 걸치고 길거리로 뛰어나가 ‘게릴라 공연’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는..
이들은 ‘걸그룹 크레용팝’ ‘크레용팝 댄싱퀸’이란 팻말과 확성기를 들고 명동 신촌 대학로 강남역 잠실 홍대앞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길거리 공연을 합니다.
그들의 표현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지나가다 공연을 본 사람들 상당수는 “쟤들 뭐냐” “춤이 웃긴다”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도대체 당시에 크레용팝이 얼마나 게릴라 공연을
많이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들의 2012년 12월 스케줄표가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땀’은 ‘꿈’을 배신하지 않는다.
관심있게 지켜보는 관객 한 명 보이지 않는 그 당시의 쓸쓸한 게릴라 공연 동영상이 남아있
습니다.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역사 한 귀퉁이에서 그들은 열심히 춤을 춥니다. 신도림역
에서 촬영됐다는 이 동영상을 지금 보는 팬 중에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
니다. 한 팬은 이렇게 회고합니다. 그들의 얼굴에는 마치 이렇게 써 있는 것 같았다고 말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춤출 수 있어 행복해요…
당시 서울의 한 주부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가던 중 갑자기 객차 안에 들어와서 게릴라 공연을
펼치는 생소한 걸그룹 크레용팝을 목격합니다.
“전 아이들에게 말해 줬어요. 유명한 걸그룹이 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 그녀들을 24시간 지켜보지 못한 우리 눈에는 어느날 갑자기 스타가 된 것 같지만,
사실은 저렇게 자신이 스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했던 결과라고… 오늘 지하철에서
만난 크레용팝도 어느날 팬들의 열광에 감사할 줄 아는 톱스타의 걸그룹이 되기를 저도
바래본답니다.”
그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항상 밝게 웃었습니다. 쉬는 날도 없이 연습에 몰두했고,
나이어린 다른 걸그룹을 만나도 항상 깍듯이 인사하고 선배 대접을 했습니다. 하나둘씩
늘어나는 팬들을 늘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소속사의 황현창 대표는 직접 이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동영상에 담아 ‘크레용팝 TV’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2013년 1월의 ‘빙빙’을 거쳐, 6월의 ‘빠빠빠’에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컨셉트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땀은 그들의 꿈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크레용
팝은 이제 ‘대세돌’을 넘어서 ‘국민돌’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지난 10월 30일에는
소녀시대·카라·씨스타 같은 대형 아이돌이나 한다는 단독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도대체 어느 걸그룹이 국군의 날에 행진하는 군인들에게 화환을 걸어주고, KBS ‘전국
노래자랑’에 출연해서 어르신들을 펄쩍펄쩍 뛰게 할까요? 어느 걸그룹 노래가 전국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마다 반복적으로 울려퍼질까요? 지난 9월 10일 성균관대 자연과학
캠퍼스 축제에서는 비가 퍼붓자 “제대로 즐기시려면 천막을 걷어주세요!”라고 외친 뒤
비를 맞은 채 공연합니다. 멤버 한 명(엘린)은 공연 도중 빗물에 미끄러져 넘어졌지만
웃으면서 일어나 공연을 계속합니다. 게릴라 공연을 통해 밑바닥에서부터 탄탄히 쌓아
올린 공력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누구나 예쁘게 보이고 싶을 20대 여성 연예인들이, 추리닝과 헬멧과 직렬 5기통춤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삼촌팬’들의 크레용팝에 대한 중독은,
물론 친숙한 복고풍과 B급 정서라는 면도 있겠지만, 그들이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흘렸던 그 ‘땀’의 밀도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동화되기 때문이라는 점이 훨씬 클 것입니다.
팬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한 발씩 올라오는 크레용팝의 모습에서 ‘을(乙)이 갑(甲)을
이기는’ 환희와 감격을 맛보는 것입니다."
여기 까지가 포스팅한 글을 조금 손본 것입니다. 한국피부문화예술원 크러스트 여러분
특히 이글을 보길 바라는 송민서, cute, 술람미, 미라인, 피스타치오.
그밖에 지금 무엇인가 더 희망찬 변화를 원하는 크럿들에게 신년에 힘과 용기를 주는
메세지가 되길 바랍니다. 맨땅에 해딩하는 각오로 올 한해 서로 내민 손을 맞잡고 갑시다.
힘내세요. 참 좋은 세상입니다. 우리는 문화와 예술로 교류하는 크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