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동물원에 갔다
호랑이를 보러 갔다
호랑이가 어흥 할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호랑이는 하품만 했다
시시해서 돌아서는데
갑자기
거쿠와어루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지에 오줌을 쌌다
망할 놈의 호랑이 어흥 하고 울 줄 알았더니
순 엉터리로 울어서 진짜 놀랐다
봄
오늘도 무지 추운데
오다가 학교 담벼락에서
봄을 만났어요
반가워서 인사를 했더니
“쉿, 아직은 비밀이야.” 그랬어요
감기
감기는 몸 안에 병균이 들어와서
우리 편하고 싸우는 거란다
그래서 열도 나고
콧물도 나고
기침도 한다
이왕이면 몸 밖에 나가서 싸우지
나만 골탕 먹는다
시계
시계는 참 답답하다
두 시 십오 분
다섯 시 반
열 시
네 시 반
열한 시 팔 분
여섯 시 오 분
정말 쓸데없이
시간만 가리킨다
창밖엔 봄인데……
1954년에 태어났습니다. 1977년 록 밴드 ‘산울림’ 1집 〈아니 벌써〉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가수와 배우,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음반으로 산울림 1집~13집을 비롯해 <개구장이> <산할아버지> <운동회> 등 동요집들이 있다. 2008년, 젊은 뮤지션들과 ‘김창완 밴드’를 결성하여 40년 넘게 음악활동을 해 오며 EP 앨범 와 1집 (2009)를 발표했다.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글은 판타지 소설"이라고 밝힌 그는, ‘인간 김창완’이 드러나지 않는 글,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야기를 한 편씩 써나갔다. 영감이 떠오를 때면 바닥에 엎드려 종이에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사람에 대해 전지적 입장에서 쓰는, 가르치려는 글은 싫다”고 말하는 작가 김창완. 틈틈이 동요 앨범을 발표하였으며, 1997년에는 제10회 대한민국 동요대상 ‘어린이를 사랑하는 가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2013년 「할아버지 불알」 「어떻게 참을까?」 외 세 편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에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2019년 「칸 만들기」로 제3회 동시마중 작품상을 받았습니다. 가수, 연기자, 방송인으로 꾸준히 활동을 해 오다 최근에는 전시회를 여는 등 화가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에세이 『집에 가는 길』 『이제야 보이네』 『안녕, 나의 모든 하루』, 소설집 『사일런트 머신, 길자』,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등이 있습니다.
첫댓글 호랑이는 어흥, 하며 운다고 생각했는데,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확, 깨뜨리는 동시이네요.
하긴 아니 벌써,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호랑이가 '거쿠와어루황' 하며 포효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봄과 감기는 일전에 감상했던 동시 같고요. 시계도 참 재미있어요.
김창완 가수님, 연기도 참 잘하시고요.
저도 호랑이 시를 읽고 맞네, 맞아 했어요.
김창완 님이 동시를 쓰는 건 참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산울림 노랫말이 동시스러웠잖아요.
어릴 때부터 산울림 노래를 듣고 자라서인지 동시로 만나니 참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