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드라마나 영화든지 비하인드-스토리(Behind Story)라는 게 있습니다. 뭐, 뒷이야기 혹은 숨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여곡절이라고 해 두지요. 지난주 5월 12일부터 16일까지 맨발 걷기 울산 시민운동 본부에서 필리핀 마닐라 인근에 맨발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스물두 명의 맨발인들이 필리핀을 누빈 그 이야기, 오늘은 “마부하이, 필리핀 해-투”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할까 합니다. 20년 전에 그곳 AIIAS에서 세미나리를 다닌 경험을 발판 삼아 이번 맨발 해-투를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먼저는 그때와는 사뭇 다른 물가 때문에 놀랐고, 팔팔하던 사십 때와는 다른 나도 육십이라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깨달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즐겁고 신나는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단체 여행에서 제일 주의해야 하는 것은 도난 사건과 분실이죠. 그래서 떠나는 날부터 여권, 지갑, 휴대폰 잘 챙기라고 수도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여행 3일째 되는 날 바로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피나투보 여행의 진미는 사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1시간가량 계곡을 스릴을 느끼며 달리는 것인데 빌린 6대 가운데 차 한 대가 증발해 버린 것입니다. 처음에 가이드가 찬 한 대가 고장이 났다고 해서 보니 먼저 온 차가 보닛을 열어 두어서 저 차가 고장 났나 보다 했는데 미처 차량 숫자를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여성분(김건하, 김향금) 두 사람이 탄 지프차가 중간에 퍼진 것입니다. 필리핀에서는 차가 고장 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인데 여성만 두 명이 탄 차가 하필 고장 나는 바람에 걱정이 많이 되었나 봅니다. 허허벌판 막막한 계곡 한가운데서 자신들을 어디로 납치해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늦게 도착해서 우리 일행을 보더니 한 회원님은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습니다.
“아 앙~~” “여자가 네 명만 탔어도 안 무서울 텐데 여자 두 명에 남자 두 명이 있으니 ...” “아 앙~~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아 앙~~”
그때는 웃어넘겼지만, 현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뉴스에서 늘 부정적인 사건들만 들어와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겠다는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두 번째 비하인드 스토리는 트라이시클 사건입니다. 넷째 날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다른 분들은 수영장에서 수영하게 두고 필리핀 현지 체험을 기대하는 몇 사람과 트라이시클을 탔습니다. 호텔로 트라이시클을 불러서 150페소를 주고 인근 시내로 나갔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4인승 트라이시클을 잡아서 네 명이 탔습니다. 그런데 웬걸 트라이시클 천정이 머리에 닿아서 너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몇 분만 참자 하고 탔는데 시동이 잘 안 걸리는 것입니다. 간신히 기사가 시동 선을 연결해서 시동을 걸고 얼마 안 가서 다시 주유소로 들어갔습니다. 기름이 없었던 것입니다. 한참을 기다려서 100페소(2,400원)만큼 주유하고 덜덜거리는 트라이시클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트라이시클이 가다 서고 다시 시동을 걸어서 움직이는데 간이 콩알만 해졌습니다. 어두운 밤에 큰 차가 우릴 보지 못하고 추돌하면 어쩌나, 필리핀 길거리에서 객사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간신히 갓길로 피해서 달리더니 이제는 오르막에서 골골거리는 것입니다. 타고 있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로 골골대더니 기사가 도로에서 지그재그로 운전을 하는 것입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더니 안 되겠는지 내리라고 합니다. 한 사람씩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배꼽 잡고 웃으면서 여기서 걸어가겠다고 했습니다. 함께 타신 분이 웃으면서 “오토바이 좀 고쳐서 타라”고 하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웃기만 합니다. 그래 여기는 필리핀이지,,,,,
마지막으로 조금은 웃픈 스토리입니다만 배탈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땡볕을 너무 걸어서인지 피나투보를 다녀오던 날 회원 한 분이 기운이 빠지고 속이 안 좋다고 저녁을 걸렀습니다. 그러더니 돌아오던 다음날에는 저를 포함한 비슷한 환자가 여럿 발생했습니다. 숯가루를 먹이고 가지고 온 약을 나누어 먹었지만, 마지막까지 잘 견디던 사람들이 배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재밌게 놀던 사람들이 배탈이 나니까 그만 힘이 빠지고 말이 없어지고 맥을 못 추었습니다. 사람이란 게 한없이 위대하다가도 참으로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장내에서 벌어지는 세균 하나 때문에, 우리의 감정과 기분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정말 천당에서 지옥으로 오가며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탄 4박 5일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편안하게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배탈은 다 나은 듯하고요.
이번 필리핀 해-투는 웃음 폭발, 콩닥콩닥 가슴 발라당으로 그렇게 시작해서 추억 속에 남을 행복한 시간 속으로 퐁당 하는 즐겁고 신나는 맨발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