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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9차 방태산 정기 산행
1. 등반 개요
가. 등반 구분: 제 179차 정기 산행
나. 등반 일시: 2008년 8월 10일 (일요일)
다. 산 행 지: 방태산(강원도 인제군)
라. 참가 인원: 42명 (존칭 생략)
늘푸른, 금산아지매, 중원대사, 옥경이, 소금강, 원더풀, 김미선, 21세기, 가끔은 하늘을봐, 썬인디아
이영주, 이동준, 유리화, 유리화+1, 변한진, 가촌, 선달, 쥐방골, 보라매, 앙코르
산수유, 느릅나무, 상원, 써니, 김길수, 손경숙, 이봉영, 김정옥, 이금식, 염승호
민둘레, 제3의 길, 산곡, 접시꽃, 강지훈, 멋진남자, 봄내현, 희나리, 겨울연가, 마등자수
독야청청, 송만수
2. 등반 개요
07:05 태백가든 출발
07:15 춘천 IC
07:35 홍천 톨게이트(44번 국도)
07:50 화양강 휴게소(17분 휴식)
08:08 철정 검문소(451번 지방도로)
08:48 상남 삼거리(446번 지방도로)
09:15 미산 계곡 도착
09:45 산행 시작(한니동 계곡)
12:20 깃대봉 정상 도착, 중식
13:22 배달은석으로 출발
13:40 배달은석 도착
14:40 개인약수 삼거리 도착
15:40 개인약수 도착
16:20 개인산장 도착
17:20 버스주차지 도착(후미 19:00 도착). 개인별 목욕 및 정비. 저녁 식사
19:40 출발
20:06 미교 삼거리 도착(444번 지방도로)
20:28 서석면 풍암 삼거리(56번 국도)
20:48 구성포 사거리(44번 국도)
20:50 전망좋은 휴게소(22분 휴식)
21:28 홍천 IC
21:35 춘천 TG
21:45 춘천 IC
21:55 태백가든 앞 도착, 일정 종료
연속 7-8주 동안 주말에 비가 예보되어 사람을 긴장시키더니, 모처럼만에 비 예보가 없이 푸근한 마음으로 산행길을 나선다. 더구나 산행지가 춘천에서 가까운 인제라 더 부담이 없다. 옛날 방태산에서 지척인 기린면 현리에 3년 반이나 근무했으면서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집에 오기가 바빠서 그 그늘도 제대로 밟아 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기회다.
춘천IC를 지나 원창고개를 오르고 나니 고속도로에 안개가 깔려 있다. 예전 강정화라는 가수가 불렀던 ‘안개 낀 고속도로’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다 보니 홍천 톨게이트다. 여기에서 홍천읍 외곽으로 나 있는 44번 국도를 따라 인제 방향으로 가다가 화양강 휴게소에 잠깐 들른 다음 철정 검문소를 지나 451번 지방도를 따라 내촌 방면으로 향하니, 바로 왼쪽으로 ‘국군 철정 병원’이 보인다. 인제 양구에 주둔 중인 3군단 병력들의 주치 병원인 이곳에서 얼마 전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었다. 응급상태의 사병을 성남 수도통합병원으로 후송을 하고 돌아오던 군용 헬기가 용문산 중턱에서 추락하여 아까운 생명들이 스러져 간 일이 있었다.
출산 휴가를 막 마치고 복귀했던 간호 장교를 비롯해 희생된 장병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내촌천을 따라 내촌으로 향하는 길은 역시 꼬불꼬불하다. 여기도 버스가 회전을 하려면 건너편 차선까지 머리를 디밀어야 한다. 길가에 양봉하는 사람의 천막과 어림잡아 100여개의 벌통이 보인다. 밀원을 따라 옮겨 다녀야 하는 저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홍천군 내촌면과 인제군 상남면의 경계인 ‘아홉살이 고개’에 이르렀다.
옛날 나라에서 이 고개에 길을 내기 위해 부역할 사람들을 징집했었는데, 결혼식을 올린 새신랑이 3일째 되는 날 아흔아홉굽이 도로 개설 공사에 끌려가 날짜가 가는 것도 모르고 일만 하다 공사가 다 끝나고 돌아오니, 그동안 태어난 아들이 아홉 살이 되어 있었다고 해서 이 고개를 ‘아홉살이 고개’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미교를 지나 상남 못미쳐서 운두령을 넘어 내면에서 달려온 31번 도로와 만나 상남면 소재지에 이르러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446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내린천을 만나는 것이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 동쪽의 소계방산에서 발원하는 계방천과 역시 내면의 남쪽 흥정산 기슭에서 발원하는 자운천이 합류하여 홍천군, 인제군의 군계를 따라 흐르다가, 기린면 현리에서 방태천과 합쳐서 소양강으로 흘러든다. 홍천군 내면의 ‘내’, 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자를 한 자씩 따서 ‘내린천’이라 부른다. 수달을 비롯한 많은 희귀 동식물과 천혜의 비경이 자랑인 이곳 내린천에 댐을 건설할 계획이 발표되었다가 취소된 일이 있었다.
도로를 달리며 밑에 있는 하천을 보니 온 산의 녹음이 다 빠진 듯, 맑으면서도 짙은 옥색을 띠고 있다. 맑은 물을 내려다 보던 보라매님이 저렇게 맑은 물에는 달팽이(다슬기)가 없단다. 맞는 얘기다. 옛말에 이르기를 ‘水至淸則 無魚(수지청즉 무어)하고, 人至察則 無徒(인지찰즉 무도)니라’고 했다. ‘물이 지극히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고 따지면 따르는 사람이 없느리라’는 뜻이다. 물이 적당히 흐려야, 물고기의 먹이도 있고, 몸을 숨길 수가 있어 고기가 모여 든다. 사람이 너무 따지고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요즘 말로 너무 까칠하면) 따르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짙푸른 산 사이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산골 마을로 접어든다. 미산이다. 산이 아름다워 이름도 미산(美山)이다. 상남초교 미산 분교는 폐교되어 미산계곡 야영장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다. 내린천을 가로 지른 미산교를 지나 개인약수 산장 쪽으로 길을 잡아 2km 남짓 오르니, 길이 좁아 버스가 더 이상 오를 수가 없다. 조금이지만 산행 들머리도 이미 지나쳤다. 산행 들머리를 찾아보라는 회장님의 말대로 다시 내려오니 방태산 7km라는 조그만 팻말이 있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입구에는 수많은 산행 표지기가 걸려 있어 찾기는 쉬운 편이다. 길 옆 조그만 공터에서 체조와 신입 회원 인사를 한 후, 9시 45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들머리에서 계곡을 건너면 넓고 평평한 길이 이어진다. 오르다가 쉬기 편한 곳이 있길래 배낭을 벗어 놓고 휴식을 취한다. 맑은 물에 세수를 하고, 손바닥으로 물을 떠서 들이키니 시원하고 달다. 주위 계곡 주변은 야생화 천국이다. 개울 숲으로 접어들면 그대로 원시림이다. 몇 백년은 묵었을 고목이 우리 일행을 맞이하고, 무성하게 자란 나뭇가지가 하늘을 가리는데 길은 큰 산답게 급할 것이 없다는 듯 느긋하고 완만하게 나 있다. 입구에서 한 30분 정도 오르니 대규모 집터 같은 곳이 보인다. 옛날 화전민이 살았던 흔적같다. 돌을 쌓아놓은 흔적이 꽤 넓게 분포되어 있다. 입구에서 방태산 주능선으로 뻗은 오른쪽 계곡이 용늪골이다. 계곡에는 수령이 100년 이상 된 소나무와 신갈나무, 가문비나무 등이 하늘을 향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며 치솟아 있다. 우거진 숲은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짙푸르다. 천수를 다한 듯 숲속에 드러누워 흙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는 고사목들은 덧없는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계곡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각종 음지 식물과 이름 모를 들꽃들은 묘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두조에는 나를 비롯해서 일곱 명인데, 가끔 카페에 자작시를 올리는 독야청청님과 마등자수, 송만수 님 등 동내초등학교 29회 동창생 세 명과 유리화님 모자와 희나리님이다. 산행 경험이 많은 희나리님은, 등산 경험이 일천해서 선두에 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나에게 든든함을 주고, 동창생 세 분은 웃음을 주고, 모자는 다정함을 보여 준다. 동내초등학교는 신촌리, 거두리, 사암리, 학곡리 등 학구가 넓게 퍼져 있지만, 모두 농촌 마을이라 학생수가 많지 않아서인지 서로간에 오고가는 대화가 정겹다.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에서 서로 상대방이 자기 답안지를 보고 베꼈다는 주장의 진위를 지금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한 분의 ‘마등자수’라는 닉네임이 조금 특이해서 물어 보았더니 ‘마라톤, 등산, 자전거, 수영’ 등 철인 3종 경기에 필요한 종목들의 첫 머리 글자란다. 운동 마니아 같다.
방태산으로 오르는 길은 산 전체가 계곡을 끼고 있어서, 나무도 바위도 길도 모두 두꺼운 초록 이끼 옷을 입고 있다. 개성을 살린 다채로운 우산을 펼쳐들고 나들이 나온 버섯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숲길을 걸으면서 가끔식 뛰어 나오는 것은 다람쥐와 청설모, 메뚜기와 곤충들이다. 열두 번 정도 개울을 가로 질러 가는 길이 즐거운 것은 길 옆쪽으로 흐르는 계곡의 시원함과 오랜 세월동안 뜨거운 태양을 차단시킨 짙푸른 나무그늘이 있기 때문이다. 청정 지역의 산답게 공기마저도 농도 짙은 산소가 가득한 산소통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두 시간 남짓 되었을까? 깔딱고개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하늘이 보인다. 조금만 올라서면 주능선으로 오르겠구나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꼬불꼬불 관목 숲과 돌길을 헤치며 올라가도 정상이 나타나지를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오르기를 30여분 남짓에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12시 20분에 정상에 오른다. 깃대봉(1435.6m)이다. 방태산이라는 산이름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정상 표시가 초라하다. 거청한 표지석을 상상한 것은 아니었으나, 합판에 검은 글씨로 ‘인제 방태산(1435.6m)’이라고 표시한 것이 고작이다. 눈을 들어 정면을 보니 점봉산과 설악산이 어슴푸레하게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배달은석과 주억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도가 높은 산 꼭대기인데도 고추 잠자리가 많다. 산 아래는 아직 한여름인데, 입추가 지난 이곳은 가을이 왔나 보다. 정상은 내 키보다 조금 큰 관목들로 가득 덮여 있다. 바로 밑 그늘에다 점심 먹을 자리를 잡는데, 좁은 공터가 몇 군데 있어 선두 일행이 점심을 펼쳐 놓았으나, 나는 집사람을 기다렸다. 먼저 회의 때 선두에서 산행 페이스를 조절해 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지라, 속도도 최대한 늦추고 자주 쉬었는데도 중간 그룹이 나타나지 않더니 한 분, 한 분의 모습이 보인다.
꽤 시간이 지나 점심을 다 먹었는데도, 후미를 맡은 원더풀님이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무전을 하니, 아직도 정상에 도달하지 못했단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배가 고프고 지친 목소리다. 새로 온 회원 한 분이 엄청나게 헤매는 모양이다.
결국 후미 일행을 보지 못하고 13시 22분에 바로 앞에 보이는 배달은석을 향해 출발했다. 배달은석의 바위들이 여름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정상에서 출발하자마자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소백산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넓은 초원이다. 한니동 계곡 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넘어온다.
몇 개의 암릉으로 이루어진 것이 배달은석이다. 그 옛날 이 지방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산꼭대기에 ‘배를 매달았던 이야기’가 전해 오는데, 그래서 이름 또한 ‘배달은 석’이란다. 아무리 전설이라도 이렇게 높은 곳까지 물이 찼다는 이야기는 너무 과장이 심하다.
가파른 길을 올라 배달은석에 도착했다. 배를 매달았음직한 돌이 옆으로 누워 있다. 바위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니 경치가 기가 막히다. 왼쪽 설악산 쪽으로는 안개가 끼어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오른쪽 미산쪽으로는 화창하게 맑아서, 손금을 보는 것처럼 능선과 계곡이 선명하다.
다시 주억봉 쪽으로 진행한다. 고도가 높은데도 길 양쪽으로는 질경이가 지천이다. 잎도 넓다. 김정옥님의 말에 의하면 질경이는 7, 8월에도 먹을 수 있단다. 슬쩍 데쳐서 묵나물로 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참기름에 살짝 무쳐 오곡밥과 함께 먹던 생각이 난다.
능선 좌우로는 전나무, 주목나무, 마가목이 많다. 전나무에는 앙증맞은 솔방울이 달려 있고, 마가목에도 녹색의 조그만 알맹이가 달려 있다. 마가목 열매로 술을 담그면 허리 아픈데 좋단다. 배달은석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우리가 올라왔던 한니동 계곡으로 원점회귀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앞으로 계속 진행하기를 40여분이 되자 삼거리가 나타난다. 개인약수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름높은 방태산이니 산행 이정표도 잘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개인약수로 내려가는 삼거리에도, 누군가 개인이 설치했을 법한, 코팅된 A4 용지에 개인약수, 개인산장이라는 표지외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화살표를 두 개 깔고 하산을 시작한다. 이제는 오르막길이 없을 테니 한결 수월하겠다. 배달은석에서 능선을 지나 개인약수로 이어지는 길에도 멧돼지의 흔적이 많다. 설악산에서 보았던 것처럼, 돼지감자 줄기 같은 식물 근처가 주로 파헤쳐졌는데, 그 면적이 족히 수천평은 됨직하다.
너덜로 이루어진 계곡길로 50여분을 하산하여 내려오니 100-200년 정도는 족히 넘어 보이는 전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노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계곡의 물소리가 명쾌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발걸음을 맡기면 개인 약수가 바로 눈앞에 있다.
개인 약수는 다른 약수와 달리 암수 약수가 나란히 있는데, 암약수는 물이 고이지 않고 그냥 흘러내리고, 숫약수는 작은 기포를 쉴 새 없이 뿜어낸다. 개인 약수터는 여느 약수터와 달리 해발 1080m의 남한 최고의 고지대에 위치하여, 오염되지 않은 차고, 순수한 맛을 간직하고 있으며, 탄산수로 철분, 칼슘, 칼륨, 불소, 마그네슘, 나트륨, 규소, 구리, 망간 등 우리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지니고 있다. 이 약수는 주위에 노목들이 우거져 있어 지상으로 용출하는 약수만 보아도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한다. 고종 황제에게 진상되어, 하사품까지 받을 정도의 명수. 개인 약수는 아마도 방태산 산신의 하사품인 듯하다. 암약수, 숫약수를 한모금씩 마시니 배가 찌르르하다. 그 진한 맛은 내가 여태껏 맛본 약수 중에 최고다. 물병에 약수를 하나 받아들고는 하산을 재촉한다. 개인산장까지는 1550m라니 30여분이면 충분하다. 차를 타고 약수 바로 밑까지 도달할 수 있는 다른 약수와는 달리, 개인 약수는 한모금 맛보는데도 왕복 한 시간 남짓의 노력을 요한다.
개인 약수가 흘러드는 이 계곡에서 합수가 되어 산장 쪽으로 흘러내리는데,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연이어 계곡 아래까지 이어져 계곡미가 뛰어나다. 개인산 계곡은 물론 이 일대 계곡의 청정도를 말한다면 깨끗하다느니, 오염이 안됐다느니 하는 수식어를 넘어 숲의 원형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편이 옳다. 청량하고 신선하기 이를 데 없는 계곡이다. 물의 빛깔, 숲의 신록, 물가 바위에 낀 이끼의 푸르름이 하얀 포말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다, 냉기를 뿜어내는 계류의 차가움, 시원한 사운드(물소리)까지 합하여 하나의 청량별곡이다. 공기는 산소로 가득하여 산장 지역에서 개인 약수까지만 오르내려도 아예 산소통속을 왕래하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여름에 한 열흘 정도만 산장에 머물면서 산장과 약수터 사이를 오르내린다면 못 고칠 병이 없고, 더 이상의 피서는 없을 것 같다.
당장 소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싶다는 ‘가끔은 하늘을봐’님과 더불어 약수에서 30여분을 내려오니 산장이 나타난다. 요즘 전국 방방곡곡에 난립된, 화려한 펜션의 모습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집이다. 옛날 산판일을 하던 인부에게 밥을 해주던 집을 고쳐서 산장으로 만들었단다. 마당에는 차가 많고, 사람들도 제법 된다. 소나기 때문에 입었던 우비와 배낭 커버를 벗기고, 개인약수를 거쳐 방태산 쪽으로 산행을 시작하는 부부와 잠시 이야기를 하며 쉰다.
정자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산교까지 거리를 물어 보니, 자동차로 10분, 거리로는 약 2.5km란다. 오르막이 있으니 약 30분 정도 걸릴 것을 예상하고 걷기 시작했다. 햇볕으로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로 잠시 소나기가 지나가서, 길 위로는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코로는 아스팔트의 진한 냄새가 스며든다. 개인산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오봉산장을 지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길을 재촉한다. 노르딕 선수처럼 스틱으로 땅을 밀면서, 군인들의 행군 속도 이상으로 강도를 높인 도보에는 나와 가끔은님과 겨울연가님이 함께 했다.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하는데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다. 선두로 같이 왔던 우리 일행이 탄 모양이다. 구불구불하고 가파른 산길을 지나 40여분을 가니 아침에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해 차를 돌렸던 곳이 나오고, 조금 더 내려가니 산행을 시작했던 들머리가 나온다. 아직도 미산교까지는 멀었는데, 언제나 갈 것인가 하면서 길을 도는 순간, 바로 밑에 우리의 빨간 애마인 한일 여행사 1808호가 보인다. 시간을 보니 17시 20분이다.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데가. 밑에 내려오니 오봉산장 4.5km라는 표시판이 보인다. 개인산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잘못 가르쳐 주었다. 여기까지만 하더라도, 4.7km는 된 것이니 개인 산장에서 다리까지 2.5km라는 계산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나하고 겨울연가님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걷는데도 조금도 뒤처지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한 ‘가끔은 하늘을 봐’님의 보행 능력이 정말 놀랍다.
박기사가 끓여놓은 백숙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가서 물속으로 뛰어들어 가끔은 하늘을 봐님과 함께 자맥질을 하고, 개헤엄과 송장 헤엄(배영)을 치는 등 물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시원하다. 물개처럼 물위로 고개를 내밀고 사진도 찍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10여분 정도 담그고 있으니 으스스하다. 걸어서 또는 차를 타고 어느 정도의 일행이 모였는데, 산행 능력이 떨어지는 신입 여자 회원을 책임졌던 중원대사님이 나타나더니, 회원을 물에 집어 넣는다. 하나, 둘 뛰어 든 회원들이 소 안에 그득하다. 네 명 당 한 마리씩의 백숙이 배식되어 하산주를 하는 동안에 닭죽을 끓여 저녁을 먹는다. 두 그릇을 먹으니 배가 붕긋하다. 저녁을 다 먹고 나니 마지막 회원이 차를 타고 나타난다. 나이가 있어 산행 능력이 떨어지는데다, 약초도 캐고 약수도 꽤 여러 병 받느라고 늦었나 보다. 덕분에 원더풀님이 엄청 고생을 했다. 산골이라 빨리 넘어간 해 때문에 어둑어둑해진 19시 40분에 미산 계곡을 빠져 나온 우리 일행은 아침에 왔던 길과는 다르게 행치령을 넘어 서석 방면으로 나와 솔치재 터널을 지나 구성포 사거리로 진입했다. ‘전망 좋은 휴게소’에서 이영주님이 산 하드로 입가심을 하고는 홍천IC와 춘천 톨게이트를 지나 21시 55분 태백가든 앞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의 일정이 종료되었다.
산행을 마친 지금 방태산을 생각해 본다. 봄이면 1200m 이상의 능선에 각종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에는 온 산을 수놓은 단풍이 유혹하고, 겨울에는 주억봉에서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은빛 눈세계가 펼쳐지는 등 계절별로 빼어남이 있겠지만, 방태산은 역시 여름 산행으로 최고라는 생각이다. 맑고 차디찬 물이 흐르는 계곡과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을 걸은 후 한 모금 들이키는 개인 약수의 톡 쏘는 맛은 더위를 가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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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항상 선두에서 회원들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감사드립니다. 메모도 하시면서 산행하느라 많이 피곤 하시지요... 지훈이가 많이 힘들었는지 다음주엔 산에 안간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내려 와서는 물에 들어가더니 생각을 다시 해본다네요 이제는 완전히 산사람이 다 되어가네요. 무더위에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듬직한 지훈이, 예쁘고 귀여운 현정이는 대단한 아이들입니다. 어른들도 힘드는데 왜 안 힘들겠습니까? 단양 금수산은 비교적 쉬운 산행으로 생각되니 말씀 잘 하시면 또 따라올 것 같은데요.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지척에 있는 산이라 가볍게 생각한 탓인지 하산 시간에 지루함을 느꼈었습니다. 후기글을 읽으며 잊고 살았던 일화도 생각나고 교과서 같은 소금강님의 글을 읽으며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했던 순간도 감상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양쪽에 무릎 보호대를 차고 '짠'하면서 나타나시는 산수유님을 보니 많이 고생하신 분 같지 않게 씩씩하고 활달해 보였습니다. 항상 밝은 얼굴과 환한 미소로 회원들을 감싸주시는 산수유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봄이면 나물뜯으로 간다고들하여 쉬운산인줄알았다가,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에 감탄이절로났습니다. 개인산장까지는 너무재미있었는데 아스팔트가 죽여줬슴다 . 그렇치만 원더플님과 대사의 후미를 생각하니 내몸만 오면되는데 뭔 불만인고하면서 즐거운맘으로 도착해서 계곡물에 담그니 피로가 어디로 도망가더이다. 후기글 잘읽었습니다. 다음산행때까지 건강하셈
처음으로 옷탕(옷을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는 것. 알탕: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야 알탕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시원하고 좋더군요. 그런데 옷을 갈아입기가 불편하더군요. 땀냄새를 없애는 등목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항상 밝게 웃으시는 앙코르님은 체력도 짱입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근거리 산행이라 쉬울거라 예상했는데 힘든산행이었나 봅니다... 푸른의 든든한 소금강님 항상 선두에서 수고 많으십니다. 산행은 하지 않았지만 후기글을 보면서 편안하게 방태산 다녀온 느낌입니다. 한주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동서분의 병세에 차도가 있는지요? 아침에 보내 주신 옥수수는 저희 집사람이 제일 좋아하면서 두 자루나 먹었습니다. 항상 푸른 산악회를 위해 애쓰시는 샘물님과 원더풀님 부부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 일로 산행이 지연되어 산행시간이 많이 소요된 산행이었습니다.그간 순조롭게 산행이 이루어져 더 당혹감이 컸습니다.계획코스에 착오 없이 선두에서 수고 많았습니다.아울러 후미에서 많은 수고 해주신 원더풀님 그리고 중원님께 감사드림니다.
처음 온 회원의 산행 능력이 그렇게 떨어지는지 미처 예상을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사료됩니다. 처음 올라가는 계곡과 능선에서 개인 약수로 내려오는 코스는 정말 좋았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깃대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야생화 만개하고 암릉으로 이루어진 곳에는 운무가 흐르던 아름다운 방태산이여.. 시원하게 한줄기 내려준 소나기는 산행의 기분을 배가 .맑은 계곡 물을 따라 내려오니 심신 또한 깨끗해지고..푸른 회원님들과 함께했던 계곡은 분명 무릉도원이었습니다. 아~벌써 그 계곡이 그리워지네요.올리신 후기 감사합니다^^
설악산에 이어 두 번째 산행인데도 마치 오래된 식구처럼 느껴지는 21세기님입니다. 더 많은 산행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춘천푸른산악회가 발전하는것은 너무도 많이 애써주시는 소금강님 덕분에 좋은산악회가 되고 있읍니다..감사합니다.
매월 재활원에 가시고, 산행시에도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시는 대사님만이야 하겠습니까? 개띠 멤버로서 항상 산악회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주시는 대사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잘 보았습니다,
선두에서 같이 고생하셨고 사진 많이 찍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계곡으로 이어져 시원했던 방태산..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보는 재미가 솔솔했던 산행이었습니다. 산장에서 내려오는 길이 너무 지루해서 혼났던 방태산 산행 소금강님의 후기글로 그날 느끼지 못했던 것까지 다시한번 느끼며... 늘 애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개인산장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이후 아스팔트를 걷는 일이 지루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올라갈 때와 개인 약수로 내려올 때의 계곡에서 놀다가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생 많으셨고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산행하면서 모처럼 제가 선두아닌 선두를 한거 같아요~^^특히 소금강님과 함께했으니 더욱 의미가 있는거죠..산행 끝자락에서 지루하고 힘들었을텐데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답니다..군인 행군하던 모습으로 걸어왔으니 힘든줄 모르고 왔답니다..선두에서 애써주심에 감사드리고요..올산행중에 첨으로 옷탕을 하신것에 대해 시원~~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자리를 빌어 후미에서 고생하신 원더플님과 중원대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가끔은하늘을봐님 답지 않게 댓글이 늦었습니다. 가끔님과 이얘기 저얘기 하다 보니 지루한 줄 모르고 걸었습니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 그것 좋던데요. 다음 산행에서 뵙죠.
인사가 늦었슴다. 초보를 너무 혹사시켜 중~는줄 알았습니다그려 ㅋㅋㅋ. 담날도 그담날도....알통으로 고생했지만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도와주신 님들 모두 고마웠습니다. 꾸벅 *^^*
첫 산행을 하면 누구나 힘이 듭니다. 그래도 잘 하셨으니 장하십니다. 산행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