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막이란 눈 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홍채, 수정체를 받쳐주는 섬모체, 눈 바깥의 광선을 차단하는 맥락막을 통털어 일컫는 용어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포도막염이라 부른다. 과거엔 결핵이나 매독 등이 가장 흔한 포도막염의 원인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줄었고, 대신 베체트병 처럼 인체의 면역세포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베체트병은 포도막, 구강, 항문, 성기, 피부 등 점막 조직은 어느 곳이든 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 이것이 원인이 된 포도막염은 치료가 매우 어렵고 실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포도막염은 급성인 경우 심한 안구 통증, 눈 부심, 가벼운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염증이 만성으로 진행될 경우엔 간헐적이고 은근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력 저하가 심하게 나타난다. 포도막염이 오래되면 백내장, 유리체 혼탁, 망막 변성, 녹내장을 초래해 역시 시력을 잃게 된다.
치료 효과는 염증의 발생 부위에 따라 다르다. 눈의 앞쪽에 있는 홍체나 섬모체에 염증이 생긴 경우엔 비교적 치료도 쉽게 되고 망막에 손상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시력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망막 아래에 있는 맥락막에 염증이 생긴 경우엔 망막 손상(흉터 등)을 초래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손상이 생긴 곳이 황반 부위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
망막색소변성은 40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유전질환으로 가장 ‘황당하게’ 실명하는 질환이다. 보통 어려서는 시력이 괜찮다가 15~20세쯤 부터 조금씩 밤 눈이 어두워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40세쯤 되면 상당수가 실명하게 된다. 멀쩡하던 사람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다, 군대에서 훈련을 받다 시력이 떨어지므로 때로는 “엄살을 부린다”고 오해 받기도 한다.
불행히도 어떤 치료법으로도 망막색소변성에 의한 실명을 예방할 수 없으며, 심지어 실명이 되는 속도도 늦출 수가 없다. 세계 각국 의학자들이 인공망막을 개발해서 시세포의 기능을 대신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인공망막이 임상에 사용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고칠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 수 많은 망막색소변성 환자가 기 치료, 침 치료에 희망을 걸어 보지만 대부분 돈만 날리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
과거엔 소련이나 쿠바 등에서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애써서 갔다가 돈만 날리고 온 환자들도 많았다. 공연한 희망을 가졌다 돈만 날리고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엔 절망과 좌절이 더 커지므로 엉뚱한 희망을 갖지 말고 고성능 돋보기 등 ‘저시력 도구’를 활용해 현재의 시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재로선 가족 중 망막색소변성 환자가 있는 경우엔 결혼이나 임신 전에 유전상담을 해서 2세에게 유전되지 않도록 가족계획을 세우는 도리밖에 없다. 산부인과의 산전진단으로는 망막색소변성 여부를 가려낼 수 없다.
정흠 교수는 무지하게 성격이 꼼꼼한 것처럼 보였다. 실명의 원인 질환에 대해 설명할 때도 컴퓨터를 켜 놓고 의심가는 수치나 자료가 있으면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해서 대답을 했다.
조금이라도 다르게 이해하는 것 같으면 “그게 아니고…”라며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궁금한 점을 물을 때도 그렇게 차근차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장에서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심하게 점검하고 까다롭게 수술하기 때문에 실수나 사고가 거의 없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은사인 이재흥 교수님에게서 환자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며 “배운대로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아직도 많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1950년 생인 정 교수는 197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85~87년 미국 하바드대 안이(眼耳) 병원에서 연수했다. 그의 전공 분야는 망막과 포도막 질환. 1970년대부터 6000여명의 망막질환자를 수술했으며,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망막박리 중 가장 까다로운 ‘증식 유리체 망막병증’의 수술에 뛰어나다. 레이저 치료술 등 각종 첨단 망막 수술기법을 도입하는데 앞장섰으며, 1970년대 80% 수준이었던 망막 수술 성공률을 90년대말쯤엔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1995년에 국내 최초로 당뇨망막병증 클리닉을 개설해, 당뇨망막병증의 초기 치료부터 말기 수술까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당뇨환자를 위해 ‘당뇨병과 눈’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정 교수는 요즘 유전병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를 위해 서울대 공대, 서울의대 의공학과 교수들과 함께 인공망막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명할 운명을 타고난 1만5000명 정도의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연구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2006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연구비가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노안과 원시>
“곧 노안이 올 텐데 라식수술(근시교정수술)을 받아봤자 뭐하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노안을 근시가 원시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마이너스 디옵터의 근시 환자가 플러스 디옵터의 원시 환자로 변화되는 과정의 어느 한 순간엔 근시도 원시도 아닌 정상시력이 된다고 사람들은 쉽게 생각한다. 원시와 노안을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착각’이다.
비록 가까운 곳의 물체를 보기 위해선 돋보기를 껴야 한다는 점에서 원시와 노안은 결과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원시는 눈의 구조나 굴절력 때문에 비롯되는 데 비해,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성이 감소돼 생기는 일종의 노화현상이란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상시력인 사람이 편안한 상태로 휴식하고 있을 경우, 눈의 초점은 먼 곳의 물체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독서 등 가까운 곳의 물체를 볼 때는 수정체가 수축하면서 두꺼워져, 뒤에 맺혀져 있는 초점을 앞으로 끌어 당겨야 한다. 눈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 일이 제대로 안된다. 때문에 먼 곳을 볼 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가까운 곳을 볼 땐 돋보기의 도움으로 초점을 앞으로 끌어당겨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원시란 안구의 길이가 짧거나 눈의 굴절력이 약해 항상 초점이 정상보다 뒤에 맺히는 현상이다. 이런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든, 먼 곳에 있는 물체든 모두 초점이 망막보다 뒤에 맺히기 때문에 항상 볼록렌즈를 껴야 한다.
그렇다면 근시인 사람에게 노안이 오면 어떻게 될까?
먼 곳에 있는 물체도 안 보이고,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도 안 보이게 된다. 따라서 먼 곳을 볼 땐 노안이 오기 전에 끼던 안경을, 가까운 곳을 볼 땐 새로 맞춘 돋보기를 껴야 한다. 다만 노안 자체가 +1.5~+2.5 디옵터의 돋보기를 낀 것과 같은 상태이므로 -1.5~-2.5디옵터(시력 0.1~0.2)의 근시인 사람에게 노안이 오면 가까운 곳을 볼 땐 돋보기를 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먼 곳을 볼 땐 안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근시교정수술은 노안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 이때는 노안과 근시를 모두 교정하는 게 아니라 근시만을 없애는 게 목적이다. 안경 두 개를 번갈아 끼는 번거로움 대신 돋보기 하나만 꼈다 벗었다 하면 된다는 게 근시교정수술의 효과다.
<좋은 안경 vs 나쁜 안경>
우리나라 사람의 38% 정도가 안경을 쓰고 있지만(대한안경사협회와 한국갤럽 조사), 안경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경 쓴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자신의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쓴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게 좋은 안경일까? 안경알은 얼마 만에 한번씩 바꿔야 할까? 안경알의 크기는 큰 게 좋을까 아니면 작은 게 좋을까? 스크래치가 있는 안경, 테가 비틀어진 안경은 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재질이 좋지 않은 안경테는 땀이나 화장품 등에 쉽게 부식돼 피부에 상처를 주거나 알레르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니켈이나 값싼 도금테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티타늄, 형상기억합금, 18K금테, 뿔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다. 강도가 약해 쉽게 뒤틀리는 안경테도 좋지 않다.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쓰면 눈이 쉽게 피로하고 두통·어지럼증 등이 생긴다.
렌즈는 크기가 너무 크면 무거워서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너무 작으면 시야가 좁아져 사물을 보는 데 지장이 있으므로 적당한 크기가 좋다. 플라스틱으로 된 렌즈는 표면에 흠집이 잘 생기는데, 흠집이 많은 안경을 끼면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빛의 난(難) 반사현상 때문에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하드멀티코팅’렌즈는 흠집이 잘 가지 않는다.
안경을 처음 맞출 때는 반드시 안과에 가서 눈의 굴절력과 PD(동공중심간 거리) 등에 대한 정확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는 가성 근시인 경우가 많으므로 안과에서 ‘조절마비제’를 넣은 후 검사해야 한다.
키가 많이 자라는 13~18세엔 시력도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1년에 2번 정도 안경 도수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렌즈를 갈아줘야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시력이 잘 변하지 않으므로, 렌즈가 심하게 손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안경을 교체할 필요가 없다.
어려서부터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아이에게 안경 씌우기를 꺼리는 부모들이 많지만, 사실과 다르다. 눈이 나쁜데도 안경을 쓰지 않으면 오히려 시력발달에 방해를 받기 때문에, 어린이는 반드시 적절하게 시력을 교정해 줘야 한다. 그러나 성인은 안경을 끼지 않고도 불편하지 않다면 반드시 시력을 교정해 줄 필요가 없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해도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