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의대/치대 가기

안녕하세요? 치과대학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 게시판에 보니깐 의대/치대에 관한 질문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긴문장으로 답변을 다셨던 분들이 없으셔서 제가 한번 글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한국나이로 고2 여름방학때 영국으로 유학을 왔어요. 부모님과 함께 말이죠. 아버지가 교환교수로 발령이 나시면서 오게된거죠. 사실 그땐 영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다만 월드컵이 끝난뒤라 '축구는 많이 할수 있겠다' 이런생각만 가득했어요. 또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영국대학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붙는다더라' 이런걸 믿고 '그럼 치대들어갈수 있겠다' 이런생각으로도 왔어요. 사실 치과의사의 꿈은 제가 13살때부터 시작되어 왔거든요. 한국에서도 연대치대가 너무너무너무 들어가고 싶었지만 경쟁률도 센데다가 성적도 성적이였던 만큼.. ;;   저는 운이좋겠도 영국에 오자마자 A-level 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대학교수인 관계로 공립학교에지원이 가능했는데요, 만약 사립학교를 다녔더라면 1년에 학비만 8000파운드 정도는 든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좋을수록 비싸다고 보시면 되구요, 보딩스쿨은 부모님이 영국에 안계신 한국분들에게 딱인데 이런건 10000파운드도 훌쩍 넘어가죠. 하지만 공립학교는 '무료'에요. 정부에서 100%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데다가, 교과서, 연필, 심지어 노트까지 무료로 제공이 되거든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차이점을 비교하자면 일단: 1. 공립학교는 무료, 사립학교는 일년에 8000파운드(데이 스쿨). 2.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립학교는 extra curriculum/activity 가 뛰어난 반면 공립학교는 약간 뒤쳐짐. 3. 사립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의 질이 공립학교마다 나음. 5. 사립학교의 대학 합격률이 공립보다 약간 높음. 하지만 전 부모님과 함께가신다면 사립보단 공립학교를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학비가 무료인데다가 자기가 얼마나 공부하느냐에 따라서 대학합격도 달라지거든요.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수능이 없지만, 매년 4번정도 (식스폼부터) 시험을 봐요. 근데 이 시험문제가 전국이 똑같게 나옵니다. (시험 보드에 따라 다르지만 예로 OCR을 든다면, 전국에서 OCR교과서로 공부하는 학교는 시험문제가 100% 똑같습니다.) 그러므로 공립학교에서 공부를 한다해도 자기가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올에이를 받을수 있죠. 의대/치대를 들어가기 위해선 일단 과학과목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옥스브릿지나 모든 의대의 경우 주로 4과목을 선택하는데요, 한국인이니만큼 수학은 꼭 선택하시구요, 저같은 경우엔 수학, further maths, 물리, 화학, 생물 이렇게 5과목을 했습니다. A-level 의 장점이 이 5과목중 한과목의 시험을 망쳤으면 drop 을 할수있어요. 즉, 못본건 공부안하고 4과목만 집중적으로 하는거죠. 어차피 대학에서 그 시험을 못봤다, 잘봤다를 알수없기때문에 일단 5개 시작하고 흥미에 없는과목은 떨어뜨리는게 제 전략이였거든요.. 그리구 한국에 계시는 많은사람들이, 영국의 수학/과학은 한국에 비해 무지하게 쉽다 이런말씀을 하시는분들이 있어요. 모두 거짓입니다. 식스폼이 12학년때부터 시작되는데, 이때배우는 수학은 쉬워요. 어려워봤자 4차 방정식이니까요. 하지만 13학년으로 올라가면 벡터, 삼각함수의 미분/적분 배우구요, further maths 를 하시는 분들은 우리나라 대학1학년 수학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희안하게도 모든 수학클래스는 한국인들이 꽉잡고 있더라구요.. ㅋ 생물/화학의 경우는 우리나라 대학교 1학년, 생2/화2 정도로 보시면되요. 화학과에 들어가 제 친구놈이 자기 1학년문제를 저한테 물어봤을 정도니깐 영국의 과학 실력을 예상하시면 되요.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4과목에다가 다 한국에서 배운건데 할만하겠는걸?' 이렇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다고 짐작됩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에요. 모든 외국인들에게 그렇듯, 우리 한국인들은 일단 영어와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수학이야 영어가 많이 쓰이지 않기때문에 별로 걱정은 안되구요 (하지만 mechanics 라는 공학수학을 하는데, 이건 영어 잘해야 해요. 문제가 100%로 영어로 출제되거든요.) 화학/생물은 저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때 생물/화학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였거든요. 거기다가 전부 영어지, 한국에서 제대로 하지도 않았지, 이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거의 의대/치대 들어가는걸 포기했었거든요. 예를들어볼게요. 영국의 생물은 주로 사람의 몸과 식물에 중점을 둡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게 DNA, 단백질, 효소작용 등인데요, 효소이름 하나가 phosphofructokinase 이정도에요. 이걸 하루에 몇개씩 외운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파요. ㅠ 더군다나 영국의 에이레벨 시험은 전부 서술형이기 때문에, 단백질 합성과정을 설명하라고 하면 첨부터 끝까지 영어로 굉장히 상세하게 써야 해요. 이런문젠 대부분 10~16점 짜리 문제거든요. 시험시간은 대부분 45분에서 2시간 30분 정도에요. 화학의 경우엔 주기율표는 완벽하게 이해해야하고 화학 반응식과 그것의 쓰임에 중점을 둡니다. 솔직히 화학은 재밌게 공부했어요. 그게 영국교육의 특징인것 같아요. 교육을 재밌고 흥미있게 만드는것..  이것때문에 영국이 순수과학의 일인자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시험외에 또다른 비율을 차지하는게 에세이에요. 이거 정말 사람 짜증나게 하죠. 대체로 10~30장정도를 써서 제출하는데 많이 쓴다고 점수 많이 받는게 아닙니다. 4장을 쓰더라도 요점이 다들어가면 만점이구, 100장을 써도 요점이 하나도 없으면 빵점이에요. 인터넷과 각종 서적을 다 뒤저보면 찾게 만들어 버리는 영국교육을 실감했어요. 한마디로 점수 잘받고 싶으면 '다독'하라는 얘기죠. 그렇게 1년동안 과목당 4개의 시험들을 거치면 이제 대학에 10월까지 원서를 제출할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물론 성적은 AAA~AAB 정도 받으셔야 하구요, 옥스브릿지는 무조건 AAA에요. 최대 4개대학에 원서를 낼수있구요, 붙는다는 보장은 100% 없습니다. 서류전형을 통과한뒤 인터뷰를 하러 오라고 합니다. 이러면 일단 50%로는 합격이에요. 인터뷰 보신뒤에는 운에 맡기셔야 합니다. ㅋ 보통 인터뷰에 대한 질문은: 1. 우리대학에 원서를 낸 계기 2. 우리지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3. 왜 의사/치과의사가 되고 싶은지 4.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5. 의학/치의학에 관한 상식 - 예로 저는 법의학에 대해 물어보더군요 6. 우리가 너를 안뽑아주면 어떻게 할건지 7. 우리가 다른좋은애들 많은데 너같은 애를 뽑아야 하는지 등등. 참으로 어이없게 난감한 질문들이 많아요. 치대인터뷰땐 자신의 손재주를 증명할수있는 무엇을 가지고 오라고 하기도 했으니깐요. 하지만 이런건 다 트릭이에요. 교수들이 바라는건 완벽한 대답이 아니라, 그대답에 대한 '반응'을 보는거니까요.. 제치가 있으셔야 합니다! 제가 런던대에 인터뷰를 보러갔을때에는 교수가 아예 저도 안처다 보구요, 저~~기 멀리 앉아서 요요를 하고 있더라구요.. -_-; 그러면서 인터뷰 하는데 참 어이가없더군요. 그러니깐 교수들은 인터뷰하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기 위해서 앉아있는거라고 보시면 되요. 한국사람들에게 또 중요한것이 '대학순위'죠? 저도 처음엔 이거 많이 따졌어요. 하지만 막상 들어와보니 전혀 틀립니다. 자기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가진 대학이 일순위고 그런거에요. 궂이 따지자면 의대계열에선 옥스브리지, 킹스(런던대학), 뉴카슬, 워릭 정도가 있구요, 치대에서는 킹스, 리즈, 만체스터, 브리스톨 정도가 있어요. 옥스브릿지는 치대가 없어서 땅을 치는 분들이 많아요 ㅋ 그리고 또 많은 질문들이 '영국치대 졸업하면 한국에서 개업가능하나요?' 이것과 '돈은 얼마나 벌어요?' 이거에요. 예전엔 가능했지만 요즘은 외국치대 졸업자들의 한국개업이 힘들다고 합니다. 일단 국내의사들의 반발이 거세구요, 그들의 입지가 좁아져서 그렇답니다. 하지만 영국/미국/호주 졸업자들은 예비시험 자격이 주어지구요, 이걸 통과하면 그제서야 국시자격이 주어집니다. 필리핀/남미 쪽 졸업자들은 아예 시험자격이 없구요. 돈에 대해선 치과마다 다르고 병원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졸업하자마자 세금때고 24000파운드정도 에요. (일년에 4천8백만원) 많은돈은 아니죠. 하지만 치과의사 특정상 시간이 지나갈수록 막 올라가요. 흔히들 10년후엔 2~3배라고 합니다. 아참! 의대/치대 학비를 말씀 안드렸군요. 1~2학년땐 보통 13000파운드, 3~5학년땐 25000파운드 입니다. 1100파운드를 내는 영국애들에 비해 clinical year 때는 23배 정도 더 내죠. -_- 참 불공정하기 짝이없어요. 이래서 영국이 비싸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치대의 경우 1~2학년땐 주로 기초적인 생화학, 생리학, 약학, 구강학, 해부학 정도를 배우구요, 3학년때부터 병원에서 환자치료를 시작해서 5학년때에는 모든 치과학을 마칩니다. 그담에 자기가 할 전문직을 고르구요 (교정, 치주전문 등), 1년을 대학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선택권을 줍니다. 교정전문의 경우엔 졸업자중 5%안에 들어야 지원가능 하답니다. 영국에서 미국대학으로 전문의 자격을 따기위해 가는건 쉽구요, 영국의 대학의 미국의 어떤대학과 교류중이면 더욱 가기 쉽습니다.   아이구.. 많이 적어 봤어요 ㅋ 한국에서 영국으로 의대/치대 들어가시려고 오시는분들.. 각오는 하고 오셔야 해요 ^^ 제생각으로 한국고3과 만만치 않거든요. 그럼 모든분들에게 행운을 빌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