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가면 많은 동물들이 그려져 있거나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문화에서 성인(聖人)은 군주(君主) 중에만 존재한다는 중국만의 성인군주 사상이 있는데, 성인과 군주는 완전히 다른 사람임에도 중국에서는 군주를 성인처럼 미화하여 부각하고자 하였던 것 같다.
성인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만한 사람으로, 군자 및 현자와 더불어 유교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굳이 나누자면 인간으로서 군자나 현자 보다 한 단계 위의 궁극적인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다.
유교에서 성인은 공자가 이 사람들을 본받아 정치를 해야 한다며 지정한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요와 순 등 신화에 나오는 임금들이 주를 이루며, 그와 별개로 주나라 건국에 참여한 주공 단 역시 성인으로 보았다. 후대의 유학자인 주돈이는 기존의 성인과 더불어 공자 역시 성인의 자질이 있다며 그 역시 성인으로 기록하였다.
다시 말해 중국에서는 임금들을 성인으로 보았던 것이다.
불교에서 성인은 진리를 몸소 체득한 사람으로 최고경지인 열반과 해탈에 든 자를 이르며, 대표적으로 아라한, 석가모니 등이 있다.
기독교에서 성인의 사전적 의미로는 '교회에서 일정한 의식에 의하여 성덕이 뛰어난 사람으로 선포한' 사람이다.
성인군자(聖人君者)라는 말은 있어도 성인군주(聖人君主)라는 말은 없다.
그러면 군주(君主)는 어떤 사람인가? 군주(君主, Monarch, Sovereign)는 주권을 독점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왕'이라 부른다. 궁전에서 살며 최고의 부와 권력을 누리는 정점의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특정 무리들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집단에서 이 국가를 이끌어 나가며, 구성원인 국민들을 다스리고 국가의 보호하에 편안하게 살도록 노력하는 직업이며, 국가의 서열 1위이며 국가의 부와 힘의 상징이다. 하지만 군주는 국가의 권한이 집중된 자리라 그만큼 책임이 집중된 자리이다.
전국시대까지 중국의 국가원수는 왕이었다가. 황제란 명칭을 기원전 221년 진시황제에 의해 최초로 쓰였으며, "황제"의 어원으론 삼황오제에서 따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1912년 선통제가 위안스카이에게 퇴위당할 때까지 200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황제란 명칭은 중국 최고권력자로 존속되었다.
또 군자(君者)는 어떤 사람인가? 사전적 기본의미로 (1)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 (2)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3) 높은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 (4) 예전에, 아내가 자기 남편을 높여 이르던 말이다. 여기에서 (3)(4)를 제외하면 군자(君子)는 학식이 있고 행실이 어질고 마음이 착한 덕망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 서주·춘추시대 귀족에 대한 통칭하던 말이다. 『국어(國語)』노어상편(魯語上編)에는 다음과 같이 말이 기록되어 있다. "군자는 다스리기에 힘쓰고 소인은 노동에 힘쓴다." '군자'는 당시의 통치계급을 가리키고 '소인'은 육체노동에 종사하던 사람들을 가리킨다. 하지만 춘추 말년 이후 군자는 점차 도덕수양을 갖춘 사람을 두루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성인(聖人)과 군주(君主), 군자(君者)는 완전히 격이 다른 사람이다. 여기에서 성인(聖人)과 군자(君者)가 합쳐지면서 성인군자(聖人君子)는 성인과 군자, 즉 보살(菩薩, 깨달음을 구하여 중생을 교화하려는 사람)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자신이 손해를 입어도 너그러이 용서하고, 기회를 놓쳐도 그냥 그저 그러려니 대범하게 넘어가며 사는 사람. 소심한 사람과는 다르다. 요즘 자주 쓰이는 대인배의 올바른 표현이라 하겠다.
어찌 되었던 중국에서는 군주인 임금(황제)을 성인의 반열에 끼워 넣었다. 하여 성인이었던 석가모니 부처님은 중국에서 군주 이상으로 통했고, 그것으로 인하여 많은 제한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며, 황제(皇帝)와 동등한 지위를 입불상(佛像), 도상(圖像)만으로도 누릴 수 있었다.
한자문화권의 황제는 유럽권과는 달리 제정일치가 이루어져 표면적으론 천자(天子)인 막강한 권한을 가졌고 단일 왕조가 국가를 지배하는 체제였다.
중국 고대의 다른 전승에 나오는 황제 헌원 씨는 인간이 아닌, 확실히 신(神)이다. 신화상에서 황제, 즉 신으로서 황제 공손헌원은 얼굴이 4개 있어 동서남북으로 자신의 땅을 바라볼 수가 있었고, 그가 움직일 때에는 많은 동물들이 행렬을 뒤따랐다고 한다. 황제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왕위를 내려놓고 수련하여 신선이 되어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그리고, 단순히 얼굴이 넷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름에 누를 황(黃) 자가 들어가는 신답게 노란 용, 즉 황룡의 모습으로도 묘사되곤 한다. 노란색은 황제가 흙의 기운을 지녔기 때문이고, 용이기 때문에 모든 기상현상 그 자체를 마음대로 주관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중국 황제는 황룡으로 표시되고, 입는 옷은 금색의 누른 황포를 입는 사람으로 시작이 되었는 것 같다.
불교의 사찰에 가면 많은 동물들이 있다. 특히 용(龍)이 많다. 범종루 법고에도 황룡과 청룡의 쌍용이 그려져 있고, 범종 용뉴(龍鈕)도 용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찰의 대표적 전각(殿閣) 외에도 바깥에 용이 이렇게 많은데, 대웅전에는 얼마나 용이 많겠는가. 대웅전의 바깥 세로 기둥에는 용이 그려지지 않는다. 내부의 대들보 위로 양쪽으로 한쌍의 용이 조각되어 있거나, 세로기둥 혹은 기둥과 기둥 사이의 대들보에 그림으로 청룡과 황룡이 그려져 있다. 보통 용은 좌우 대칭의 쌍룡이 그려지는데 승천하는 모습이다. 이는 수행을 통해서 부처님과 같이 닮아 가려는 스님들의 기상을 상징하기도 하고, 반야용선과 같이 좋은 인연으로 사후에 용을 타고 극락세계로 가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해서 간혹 전각의 천정에 반야용선을 타려고 하는 악착보살(동자)의 조각품을 볼 수 있다.
대웅전 바깥 처마 밑 공포에도 용의 조각을 볼 수 있는데, 여의주를 입에 물고 있기도 하고,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을 간혹 볼 수 있다. 이는 승천하려는 용보다 하늘을 나는 용의 표현한 것이다. 주역의 <군주 괘>에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 세종의 "용비어천가"이다. 하늘은 나는 용은 모든 일의 형통과 이를 통한 성취를 의미한다.
이렇게 본다면 대웅전은 황제와 동급인 부처님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곳이고, 반대로 황제의 공덕이 성취된 곳이다.
그리고 법당 내 나무나 금석 또는 돌로써 수미산 형태의 단을 만들고, 그 위에 불상을 안치하는 대좌 수미단(須彌壇)에는 국화, 모란, 잉어, 개구리, 나비, 벌, 용, 사슴, 나찰, 가릉빈가 등등 온갖 동,식물이 조각 되어 있다. 또 남장사, 불국사와 같이 법당 대들보 위에는 사자와 코끼리 서수상이 조각되어 얹혀 있기도 하고, 다람쥐, 쥐 같은 서수상이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불국사에는 극락전 현판 뒤에는 복돼지가 숨어 있다.
또 대구, 경북권의 유명한 사찰 수미단으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 팔공사 파계사 수미단, 하양 환성사 수미단, 김천 직지사 수미단이 유명하고 순천 정혜사의 경우는 무채색 수미단으로 아름다움이 있으며, 청도 운문사 관음전 수미단 아래에는 수미단을 받치고 있는 거북이 모양이 있어 이채롭다.
쌍룡은 황제를 의미하는 표식이다. 아무 곳에서나 쌍용을 그리지 못한다. 하지만 사찰에서는 많은 용을 만날 수 있다. 물비린 냄새가 날 정도로 사찰은 동물원이다.
순천 선암사 대웅전 천정과 범종루 법고의 용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 의 용(물고기를 물고 있다)
여수 흥국사
불국사 대웅전 내부 용과 사자 서수상
불국사 대웅전 바깥 용
불국사 좌경루 용(규룡 : 뿔이 있는 용을 우두머리 용으로 규룡이라 한다.)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돼지 서수
김천 직지사 수미단
파계사 수미단
환성사 수미단
우리나라 최고의 수미단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
순천 계족산 정혜사 수미단
청도 운문사 관음전 수미단
상주 남장사 대웅보전 대들보 위 서수상(코끼리, 사자)
첫댓글 부처님이 계시는 불국토가 성스러운 땅이니, 성수가 많겠지요. 용이 많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