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IMF 구조조정: 재벌에겐 특혜, 노동자에겐 정리해고
김희준(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의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 부위원장 김희준입니다.
저는 97년 말 한국의 외환위기를 틈타 진행된 IMF 구조조정이 한국사회를 초국적 자본의 놀이터로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을 항상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게 만들었음을 증언하겠습니다.
97-9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와 함께 한국에도 외환위기의 바람이 불어닥쳤습니다. 당시 한국의 경제위기는 이른바 재벌지배체제의 위기였습니다. 냉전체제 아래에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자 자신의 시장을 열고 남한의 반공 개발독재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에 부응한 수출지향형 반공·발전주의는 정부와 유착한 재벌들의 무리한 투자와 과다한 차입경영, 부당내부거래 등을 부추긴 것입니다. 이것의 결과가 97-98년의 외환위기였던 것입니다.
한국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강요했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를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초국적 투기자본이 마음대로 들락날락하여 금융적 이익을 남길수 있는 신흥 주식시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던 재벌 일가는 경영권을 유지한 채 빅딜을 통한 자유로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각종 특혜를 받은 반면, 수백만의 노동자들은 정리하고, 임금삭감,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을 받았던 것입니다. 또한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국고채를 발행해, 부실경영의 책임을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겼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꾸준히 구조조정을 추진하였고, 2000년 8월을 기해 당시 차입한 195억 달러를 모두 상환했습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조기상환을 계기로 하여, 한국이 세계 최고의 단기외채 채무국, 총외채 세계 7위, 국가부채의 급증에 따른 재정파탄 위기, 수십 조씩 퍼다 붓는 공적자금과 민중생존의 파탄상황이 가장 모범적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는 남한의 상황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IMF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대시켰고, 노동자민중의 삶을 파탄 낸 주범이었던 것입니다.
만도기계 노동자들은 이를 목격하였습니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지난 97년 12월 6일, 만도기계는 최종부도를 선언했고, 이와 함께 미국의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로스차일드사와 제휴해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만도기계는 1988년 이래 계속 30% 이상의 고속성장을 해왔고 97년 3/4분기까지 9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만도기계는 한국 재벌의 전형적인 문제점인 차입경영 및 부당내부거래, 상호지급보증 등에 의해 부실한 계열기업 문제 때문에 부도가 난 것입니다.
로스차일드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10억 달러의 외자 브리지론을 투입해 채권단의 부채를 탕감, 이를 바탕으로 깨끗해진 계열기업을 따로따로 매각, 계열기업별로 독자적인 정상경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뼈대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상호출자와 지급보증을 통한 재벌식 문어발체제를 깨뜨리고 계열기업들이 독립경영의 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로스차일드사는 약 8억원의 한국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고, 부실경영의 주범인 정몽원 회장은 대주주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만도기계 자동차 부품 핵심공장들을 체이스 아시아 인베스트먼트 파터너스(CAIP)아 UBS캐피탈 등이 1억 67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하는 (주)만도에 양도하고 정몽원 회장은 새 회사의 보통주 30%를 갖는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특히 정회장은 지분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만도와 별도의 자문계약을 맺어 해마다 400만 달러씩 5년동안 2천만달러를 받는다는 조건도 확보했습니다. 결국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부채탕감으로 정상화된 새 기업의 주인이 된 셈입니다.
이러는 동안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이 떠안았습니다. 부도 이후, 임금의 3-40%를 차지하는 연장근로 수당의 감소로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30%이상 삭감되었습니다. 게다가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가중시켰으며 생활고로 자살하는 조합원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측은 98년 7월 23일 4500여명의 조합원 중 1192명을 정리해고 한다는 '인력운영방침'을 노동조합에 통보하였습니다. 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감원은 하지 않는다는 노사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뜨린 것이었습니다. 단체협상의 과정에서 사측은 '희망퇴직을 받고, 이들은 2년후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합의안을 제안했으나, 이전의 약속도 일방적으로 저버린 사측을 믿을 이유가 없었기에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8.10 부분파업, 8.17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김대중 정부는 한라그룹의 로스차일드 프로그램을 방해하는 세력들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 평화적인 출퇴근 파업투쟁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공권력을 투입하여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검찰은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불법이다"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 헌법 어디를 뒤져봐도 근거가 없는 억지스러운 논리로 전국적으로 16500명의 병력을 투입하여 2600명의 노동자들을 무차별 연행했습니다. 결국 회사측은 노동자들의 임금 500%를 반납받았고, 정리해고를 무사히 마무리 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리해고가 진행되고 난 이후에는 노동강도가 30%나 강화되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노동조합에 파업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하였고, 조합비를 가압류하고 노동조합 간부들을 징계해고 하는 등 계속된 노동자 탄압을 자행하였습니다.
만도기계의 사례는 IMF의 구조조정이, 고용을 파괴하고 한국의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 주범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