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추어진 시각(視覺)의 흔적 --김 태

[해나]

감추어진 시각(視覺)의 흔적 --김 태

김태는 1931 함남에서 출생하여 195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3, 4, 5, 7회 국전에 입선하였고, 10여회의 개인전과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전 초대출품, 한국수채화작가회전

회원출품등을 하였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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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완전히 자기의 구상적인 본질을 지키면서 자기 예술에 정진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그가 바라다보는 자연이나 작품의 대상은 그들 자연이나 대상이 이루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그 분위기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구조 그 자체인 것이다. 화가 김태는 구상적인 표현을

빌리면서 가장 현대적인 조형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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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의 경향은 붓의 움직임을 수평으로 자리잡고 그곳에다 힘찬 텃치로서 화면에 묵직한 마띠에르를

형성하고 있다. 마치 바위의 피부나 같은 거친 힘의 상태가 그곳에는 있다.

그와 같은 조야(粗野)한 미감은 조화잡힌 색감에 의해서 세련된 화면으로 된다. 그리하여 힘의 상태와 아름다움의

경지가 하나의 화면 위에서 실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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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視覺의 흔적 / 유준상 (미술평론가)

김태(金泰)씨는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오십평생을 넘은 오늘까지 줄곧 해오고 있다.
거의 하루를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그는 미술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형성과 발전에 미치는 일의 뜻을 해명해 보려 함이 그의 예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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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회화를 그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신이 어떻게 붓을 쥐고 물감을 묻히며 캔버스 위에 칠해 나갈 수 있는가.
얼핏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무모한 말버릇이다.
이것은 회화에 관해서 충분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하는 어린아이 같은 말투이다.
회화는 물론 손으로 그린다.
손은 사람 신체의 일부분이며 정신이라는 것의 집행자(執行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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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그 손놀림과 더불어 작용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기능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과는 지금 손이 그리고 있는 프로세스를 눈이 지켜본다는 게 되겠는데, 상대적으로는 그렇게 그려지는 회

화로부터 보임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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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퐁티는 이것을 감상의 재귀성(再歸性)이라고 설명하지만, 자연은 묻는 자에게만 대답한다는 고전적인 아포리즘

도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눈은 그것을 보고 있는 이쪽의 모습을 되비쳐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한번 진

지하게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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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화장을 잘하고 못함은 거울 속의 눈이 화장하는 당사자를 어떻게 보았는가와 함수관계가 있다.
거울 속의 여자만을 화장시킬 때 그것은 천하고 사이비가 된다.
그것이 제 아무리 손거울만큼의 하찮은 테두리 속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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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이 쪽의 눈을 일방적으로 주어 보낸다는 함흥차사의 전송이 아니라, 바로 그 회화에 의해서

 감상의 태세를 평가당하고 있는 교통의 프로세스를 뜻한다.
왜냐하면 지금보고 있는 김태씨의 화면은 공시적(共時的)인 평면인 것과 동시에 그렇게 그려진 통시적(通時的)인 장

(場)의 면이기 때문이다. 그리기 전에 무엇을 느꼈으며 그 느낌의 내용을 붓을 쥔 손이 실체화한 체계가 그의 회화이

다. 회화는 이러한 상상적 노동의 체험을 인간적 레벨의 차원에서 포착한 관념이자 그 이름이지만, 그 자체는 한 치

에도 못 미치는 단면 위에 물감을 바른 물리적 표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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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라는 말은 원래 「화가와 관련되어진……」이라는 뜻으로부터 발생되었다고 한다.
그것은 형태의 느낌을 윤곽이나 선적(線的)것이라기보다 채색되어진 밝고 그늘진 색면(色面)이라든가 배경의 색조

(色調)속에서 혼합되어진 포름의 경계들이 서로 융합되어 있는 상태를 뜻하지만, 그보다도 그러한 과정을 소급하여

 환기하려는 데서 「회화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미술의 유형을 양식의 패턴으로 분류했던 H·벨푸린의 견해인데,

그에 따르면 다빈치나 보티첼리의 선적(線的)인 미술은 가장 비회화적인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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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인 Painting art는 문자 그대로 칠하는 예술이며 색면의 기술이라고 할 때 김태씨의 그림은 가장 「회화적」이랄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으로 비추어 볼 때 그의 화면은 이제까지 우리들이 보아온 한국의 유화 가운데서도 매

우 독보적이고 본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이 사물을 본다든가 듣는 과정을 자성해보면 그 가운데에 단순한

느낌으로써 색감이라든가 음감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 느낌을 감각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푸르다, 밝다하는 느낌들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은 지각으로부터의 추상으로써, 지각속에서만 성립된다

는 것을 알게 된다. 비유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지각이 인간인식의 그릇이라면 감각은 그 속에 담겨진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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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한 그릇은 채워지는 것에 의해서 틀 잡히지만 상대적으로 채워지는 것은 그릇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 회화가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 자신의 독자적인 퍼스낼리티

의 문제인 동시에, 그러한 문화로서의 사회적 결정요인과 불가피하게 관계되면서 추진된다는 것에 대해서 이의(異

意)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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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비유로써 김태씨의 「회화적」인 것을 필자는 한국미의 선적(線的)인 것에 대응하는 하나의 넓은 호수로 비유

하고 싶다. 그의 호수는 넓고 깊으며 이러한 느낌이 우리들의 마음을 하나의 영원한 풍경화로 채워주는 것으로 믿어

지기 때문이다. 깊고 넓은 느낌은 선적(線的)인 대상은 아니며 그것은 무의식의 포텐션속에 충전되어있는 영속적인

것을 가리키고 있다. 마치 피동적인 상태에서 자연에 의식을 내맡기고 이러한 은총의 형식을 통해 느낌의 내용을 새

로운 분자들로 호흡하듯 채워나가는 관상(觀賞)처럼…….
바다가 있고 배가 있으며 저물어가는 놀을 등지고 봉우리가 뭍으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기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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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의 김태씨는 새로운 시도로써 정물을 다루고 있다. 정물화라는 장르도 근대의 필연적인 추이로써 발전된 회화

이며 본래의 뜻은 허무한 것, 무상한 것의 표현을 가리켰다고 한다.
서양의 경우 성상화(聖像畵)의 쇠퇴와 더불어 출현하게 된 것은 「죽은 자연」이라는 것이 여기에서의 모티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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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씨의 정물은 화려하고 싱싱한 모티브보다 토기나 마른 나뭇가지, 열매 등에서 지나간 기억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그의 회화가 짙은 色調속에서 혼합되어진 포름의 경계들이 서로 융합되면서 하나의 전체상(全體像)을 이루

는 경우처럼, 그의 정물에 참가하는 모티브들도 그 형상에서보다 색조에서 두드러지고 있음을 개연적으로 나타내

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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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은 일상적인 사물들을 작가의 취향대로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리는 일이지만, 김태씨의 집합은 추상성과 상맥하

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태씨는 이러한 감각을 성실하고 영속적인 노동의 뜻으로부터 환기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현세적(現世的)인 직업이라기보다, 창세기(創世記)의 사람들이 살아가던 형식의 비밀을 강하게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태초의 느낌이 그것에 걸 맞는 동작들을 필연적으로 불러 일으켰듯이 그의 회화 작업은 너무나 진하고 금욕적이며

이것이 그의 표식(標識)으로 되어있다.
태초에 일이 있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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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3. 13 함남에서 출생
1955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1957 서울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67년 석사학위)
개인전
1991.5. 선화랑 초대개인전
        대구 이목(二木)화랑, 뉴욕 한국갤러리, 예화랑 등에서 10회의 개인전
단체전 및 초대전
1954∼58 제3, 4, 5, 7회 “국전(國展)” 입선
1961∼71 제1회∼10회 “앙가쥬망”전 회원 출품
1969∼85 서울신문회관, 신세계미술관, 양지화랑, 문화화랑, 광주현대화랑,
1973 한국현역화가 100인전 (국립현대미술관)
1974 제10회 아세아현대미술전 초대출품 (동경 상야림미술관)
1974∼90 일본, 동남아, 유럽, 미국, 중공(中共)의 미술계시찰
1977 한국현대서양화대전 초대출품 (국립현대미술관)
1978∼84 한국카톨릭미술협회전 회원출품
1979 한국미술 “오늘의 방법”전 초대 출품 (문예진흥원)
1980∼90 신(新)미술회 회원전 출품
1981 “한국의 자연”전 초대출품 (국립현대미술관)
1983∼90 '83, '84, '86, '88, '90 현대미술초대전 출품 (국립현대미술관)
1984∼90 한국수채화작가회전 회원출품
1986∼90 '86, '87, '88, '89, '90 서울미술대전 초대출품 (서울시립미술관)
1990 한국일보기획 “백두산으로 가는 길”전 초대출품 (롯데미술관)
1990 예술의 전당 개관기념전 초대출품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신미술협회 회원
한국수채화작가회전 회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자료출처: 아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