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中閑淡💠
<️故鄕️>
국도 1호선은 남북간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2호선은 동서간 목포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도에 붙인 번호이다.
홀수는 세로선(남북), 짝수는 가로선(동서)
국도: 세로 1·3·5·7·9호선, 가로 2·4·6·8·10호선, 지방도로는 두 자릿수~세 자릿수로 표시한다.
♤♧♤
국도 2호선 진주에서 서쪽으로 16km,
남강댐으로 생긴 진양호에 수몰된 지역이다.
지금은 마을 일부만 남아 있지만, 산·내·들이 있던 "꿈엔들 잊으랴" 그리운 고향이다.
호수 건너편 옥녀봉엔 옥녀의 전설이 있다.
옥녀가 비단을 짜고 빨래하던 곳이라고 해서 완사(浣紗)라는 지명을 얻었다.
서남쪽으로 10여km 쯤 가면 '죽기 전에 봐야
할 국내 여행지' 100곳, 다솔사(多率寺)가 있다.
이 절은 신라 지증왕 때 세운 경남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며, 대양루는 조선 영조때
새로 지은 건물이다.
고개 넘어 은사리에는 세종대왕과 단종의 태실지(胎室址)가 경남 기념물 30호와 31호로 지정돼 있다.
북으로 20여km를 더 가면 지리산 자락에
어릴 적 나의 멘토였던 남명 조식(南冥 曺植) 선생의 산천재(山天齋)가 있다.
'좌 퇴계(左 退溪) 우 남명(右 南冥)'으로 불리는
영남 선비의 양대 산맥을 이루던 남명(曺植)은, 왕의 부름에 추상(秋霜)같은 단성소(丹城蔬)로 사대부의 길을 거부하고, 명종(明宗)의 실정을 꾸짖으며 재야의 거두로 남아 후학을 양성했다.
조국(曺國)이 창녕 조씨(昌寧 曺氏),
남명(曺植) 선생의 후손이라니 참 아이러니다.
아 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얄미운 사람아~~
진양호'의 일몰은 참 아름답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전'을 관광할 때,
캐나다에서 온 여행객이 내게 물었다.
알람브라는 죽기 전에 첫 번째로 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말하며, 한국에도 그런 곳이 있냐고...
나는 머뭇거리다가 <진양호>라고 대답했다.
♤♧♤
완사역에서 1km쯤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면 '서실골안' (書室谷內) 마을이 나온다.
중학교을 마치고 진주로 이사 갈 때까지 미래의 성장통(成長痛)을 앓던 곳, 나의 출생지이다.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옛부터 글방
(書堂)이 있던 곳이다.
그 당시 서당 훈장 신갑수(愼甲洙)옹은 선친과 갑장(甲長) 계원이며 죽마고우였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누나 등에 업혀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이 서당을 다녔다.
♤♧♤
자~ 비도 오고 심심한데, 이왕 말이 나왔으니
서당 내부를 좀 들여다 보자.
한양에는 국립대학인 성균관(成均館)이 있고, 지방엔 공립 교육기관인 향교(鄕校)와 사립인 서원(書院)이 있었다.
서당은 마을에 세운 사립 초등 교육기관이다
서당은 훈장님댁 사랑채였는데 대나무숲에
싸여 있고, 툇마루 앞에는 큰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봄엔 대나무 숲가의 화살나무 새순(혼잎나물)이 좋았고, 여름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어
낮잠 자기 좋았다.
대나무밭 울타리에서 자라는 소태나무와 때죽나무로 개천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나는 어리다고 항상 물고기 바구니만 들고
따라 다니게 했다.
방아잎과 초피(제피)열매를 넣고 끓인
매운탕은 천하일미(天下一味)다.
서당에 입문하면 약 1주일 동안은 유교의 충효사상이나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그런 후 한글 ㄱ·ㄴ이나 영어의 알파벳처럼
한자의 낱글자를 익히는데, 천자문(千字文)이나
추구(推拘) 또는 사자소학(四字小學) 중에서 선택해 배운다.
서당에서는 전날 배운 것을 훈장님 앞에서
외우고 쓸 수 있어야 다음 진도로 나가며,
그러지 못하면 배운 것을 반복 학습한다.
그 다음은 동몽선습(童蒙先習: 어린이가 먼저
익히는 학습 책)을 배우고 나면, 계몽편(啓蒙篇:
인문 지리 자연 과학서)을 배운다.
또 율곡 이이(李珥)의 격몽요결(擊蒙要訣)이나 주자가 쓴 동몽수지(童蒙須知)를 배우기도 하며, 그런 후 명심보감(明心寶鑑)과 소학(小學)을 배우게 된다.
소학은 옛 사람들이 8세 전후에 배우는 책으로 기초학습의 마지막 책이다.
소학을 배운 후 전문서적인 사서삼경(四書三經) 으로 넘어간다.
사략(史略): 삼왕오제~전국시대, 중국 역사서. 자치통감(自治通鑑): 사마광이 쓴, 周·秦·漢·唐· 後周까지의 역사서.
사기(史記): 사마천의 중국 역사서 등 중국사를 배우기도 한다.
딱딱하고 엄숙한 유교학에서 이 사서들을 배울 때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삼국지(三國志) 일부도 여기에 나온다.
사기(史記)에는 진시황이 불로초, 불사약을 구하러 삼신산으로 서시(徐市 <徐福>)를 보냈다는 내용이 있다.
남해섬에 서시과차(徐市過此)가 있다는 말을 듣고 뒤에 그곳을 찾아 가기도 했다.
책 한 권을 다 배우고 나면 집에서 떡과 술을 준비해 와 '책거리' 잔치를 한다.
한 권을 끝내면 한 학년 진급하는 셈이다.
♤♧♤
서당 학동들의 짓궂은 행동은 소문나 있다.
닭서리와 수박서리는 물론이고, 마을에 잔치가
있는 날이면, '單子之者는 古來之風'이라며,
<"떡은 백두산이요, 술은 한강수라"> 하는
단자(單子) 목록을 보내 먹을 것을 징수해
오기도 한다.
고참은 명령자며 입문이 늦은면 행동대원이다. 군대처럼 입문 순서별로 서열이 정해진다.
학동(學童)들은 주로 중·고등학교를 진학 하지 못한 형님들이었고, 젖먹이를 겨우 지난 나는 그들의 후배이라기보다 장난감이었다.
5세면 요즘으로는 유치원 갈 나이다.
나는 그 나이에 뭔지도 잘 알지 못한 형들의 자위행위를 처음 목격하기도 했다.
서당은 여론과 정세 비판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 서당에서 소학까지 배우며 3년 간 학습했다.
고등학교를 부산으로 유학해 졸업하고 왔을 때
그 서당은 이미 없어졌으며, 어쩌면 본인이 서당
공부를 한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천자문(千字文)
중국 양(梁)나라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책으로 황휘지(王羲之) 글씨를 모아 만든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 일천 자이다.
●추구(推句)
작자 미상으로 오언대구(五言對句)로 된
초학 입문서
●동몽선습(童蒙先習)
천자문을 뗀 학동이 배우는 초급 교재.
저자는 조선시대 박세무,김안국,민제인 등이 거론되나 누군인지 확실치 않다.
삼강오륜과 삼왕오제에서 명나라까지, 단군에서 조선조까지 역사를 약술해 놓았다.
●계몽편(啓蒙篇)
작자 미상으로 조선시대 인문 자연과학 천문
산학 생물 주식(住食) 등 아동 백과 사전.
갑자을축 해중금(甲子乙丑 海中金), 병인정묘 로중화(丙寅丁卯 爐中火).
갑자을축은 바다 가운데 금이요, 병인정묘는
하로 속의 불이다.
천간·지지라고 하는 소위 6갑이 여기에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고려 명종 때 문신 추적(秋適)이 쓴 책으로 금언명구(金言名句)를 모아 놓은 책.
효행편(孝行篇)에는 본인의 성(姓) 시조 할아버지인 신라 손순(孫順) 이야기가 나온다.
소학(小學)
송나라 주자의 지시로 제자 유자징(劉子澄) 쓴 유교의 수신서(修身書).
동양의 '탈무드'라고 부르기도 하는 책이다.
●국도(國道)
<홀수는 남북 세로선>
※1호선:
목포~광주·전주·천안·수원·서울·북한 신의주.
※3호선:
남해군~진주·김천·충주·서울·철원·북한 초산군.
※5호선:
거제~창원·대구·안동·제천·춘천·북한 자강도.
※7호선:
부산~울산·포항·강릉·속초·북한 온성군.
※9호선: 함남 북청~양강도 혜산.
<짝수는 동서 가로선>
※2호선: 목포~순천·진주·창원·부산.
※4호선: 장항~대전·옥천·대구·경주.
※6호선: 인천~서울·양평·평창·강릉.
※8호선: 몽금포~남포·평양·원산.
※10호선: 신의주~강계·혜산·온성.
※11호선: 제주~서귀포(세로선).
※12호선: 제주~제주(순환선).
●병신(病身) 육갑(六甲)한다.
육십 갑자는 서로 비슷비슷해 정상적인 사람도 외기 힘든데, 멍청한 사람은 더욱 힘들어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 앞에 나설 때 조롱하는 말이다.
●삼천갑자(三千甲子) 동박삭(東方朔),
동방삭은 제나라 사람으로 한 무제의 신하이다.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 즉 3,000×60=180,000년을 살았단다.
서왕모(西王母)는 중국 전설의 여신으로 범 이빨에 표범 꼬리 형상을 하고,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약을 갖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