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요약 :
때는 2022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어느 한국팬과 일본팬이 만나 친해짐.
이 일본팬은 J리그 반포레 고후의 서포터즈.
“한국 오게 되면 연락하십쇼”
반포레 고후가 2023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을 만나 한국으로 원정 오게되면 다시 보기로 기약하며 헤어짐.
시간이 흘러 2023년 여름.
그러나 아쉽게도 반포레 고후는 2023 ACL 조별리그에서 K리그 팀을 모두 빗겨나감(멜버른(호주), 저장(중국), 부리람(태국))
근데 거기서 조1위로 16강에 진출하게 되고 추첨 결과 상대는 울산HD
다시 시간이 흘러 2024년 2월 ACL 16강 1차전(울산vs고후)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때 도하 카타라 문화마을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레스토랑에서 일본 국대 정모에 간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후쿠오카 출생의 한일혼혈로 성남 FC와 아비스파 후쿠오카 팬입니다.
정모에는 깜짝 게스트로 노노무라 요시카즈 현 J리그 회장도 오셨습니다.
정모에는 130명 정도의 팬이 모였는데 주최자가 드레스 코드를 J리그 유니폼으로 하자고 해서 각자 팀 유니폼을 입은 단체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형님이 반포레 고후 서포터였습니다.
이 형님도 저처럼 월드컵, 아시안컵 등 세계 대회가 있으면 해외로 가시고 다른 서포터들을 위한 정보 공유 포럼을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반포레 고후가 텐노하이를 우승해 ACL에 진출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 그럼 한국 오실 수도 있네요?”
“그렇지. 조추첨에서 K리그 팀 만나면 이것저것 물어볼께”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드디어 조추첨 당일, 내심 이 형님을 한국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반포레 고후의 상대는 멜버른 빅토리, 저장 FC, 부리람 유나이티드. K리그 팀은 없었습니다.
사실 전력이 비슷했기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그 사이 형님은 반포레 고후 서포터와 함께 아시아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이 형님은 반포레 고후 ACL 원정 전용 유료 포럼을 만들어 멜버른, 저장, 부리람에 대한 엄청난 정보 교환을 했습니다.
경기 티켓, 항공권, 호텔, 음식점, 교통수단, 상업시설, 기념품, 경기장 이동, 환전, 유심, 포켓와이파이, 여행자보험, 어플… 정말 모든 정보를 다 공유합니다.
이 형님은 특히 부리람을 사전 답사해서 서포터들을 위한 이동 동선이나 맛집, 주의사항을 공유했습니다. 3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활발한 정보 교환을 했습니다.
그 결과 역사적인 첫 해외 원정 멜버른 원정에 약 300명, 앞풀이에 80명이 왔고
저장 원정에 약 100명이 왔습니다. 당시 중국은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거리에서 유니폼을 입을 것을 자제하라고 지침이 내려와 앞풀이와 뒷풀이 모두 취소됐습니다.
참고로 산둥 원정에 요코하마 마리노스 서포터가 60명, 이번 16강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50명이 온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산둥은 홈팬들이 경기장 앞에서 중지를 날리고 아예 대놓고 원정팬에 “빠가”라고 욕설을 합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 많이 갔습니다.
그리고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부리람전에 무려 약 500명, 앞풀이에 100명이나 서포터가 왔습니다. 여기서 3-2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조1위를 확정지어 반포레 고후는 역사적인 아시아 첫 ACL 2부리그 16강 진출을 달성했습니다.
홈구장 JIT 리사이클잉크 스타디움이 AFC 규격에 맞지 않아 약 125km 떨어진 도쿄 국립경기장을 활용하는 어려움 속에도 거둔 기적입니다.
그리고 이 형님은 이 세 원정 경기와 세 홈 경기 모두 직관하며 팀의 엄청난 역사를 목격했습니다.
이제 눈앞에는 16강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포럼도 원래는 작년 12월까지 열 계획이나 16강 진출로 연장했습니다. 그리고 16강 조추첨 상대는…
울산 HD! 드디어 반포레 고후가 한국에 옵니다! 형님은 결과를 보자마자 바로 김해행 비행기를 예약해서 사전 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조심스럽게 부산 서면에서 80-100명 앞풀이가 가능한 장소를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서면에 단체 예약 받는 가게 20군데 정도를 리스트업한 후 형님이 말씀하시는 조건에 부합하는 곳을 찾아 직접 가게에 연락을 돌린 뒤 단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추렸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선택한 곳이 바로 이 가게.
1층에 테이블이 몰려있어 다 같이 모여있고 메뉴도 단순하고 간단해 앞풀이로는 가장 좋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점은 간판에 반포레 고후의 팀컬러인 파랑 빨강이 들어가 있다는 것 ㅋㅋ
아무튼 경기 전날 2월 14일 저녁 대관 예약을 연락으로 마쳤습니다. 처음에 연락을 듣고 반신반의하던 사장님은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대박이다”
그렇게 정말 놀라운 반포레 고후 앞풀이가 부산 서면에서 펼쳐졌습니다. 최종 인원수는 89명.
저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지만 제가 책임지고 눈앞으로 예약 관리하고 도와드려야겠다고 생각해 반차와 연차 내고 2박 3일로 KTX 타고 내려갔습니다.
앞풀이 시간 1시간 전부터 벌써 서포터들이 모여 있었고 주최자 형님이 오셨습니다. 콜리더가 참석자 명단을 체크하고 회비를 거뒀습니다.
저도 J리그 경기와 술자리에 많이 가봤지만 해외에서 이렇게 가게 하나를 빌려 성대하게 빌리는 앞풀이는 처음입니다. 일본어로 이런 앞풀이를 決起会(켓키카이, 결기회)라고 부르는데 중요한 경기 전 기세를 올리기 위한 의미가 강합니다.
콜리더 분이 이렇게 올해 이적한 선수 신곡 가사를 정리해 종이로 한 사람 한 사람 돌렸습니다. QR코드로 접속하면 유튜브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신곡을 젊은 친구들이 한번씩 돌아가면서 부르는 자리가 있습니다. 모두가 먹다말고 다 같이 응원가를 부릅니다. 가게 사장님부터 외국인 알바까지 모두 신기해서 영상을 찍습니다.
가장 엄청난 것은 이것.
“우리가 한국에 왔으니 전 반포레 고후 선수도 기뻐할 거야”
“그래! 그들의 응원가를 부르자”
그래서 현 수원 삼성 MF 코즈카 카즈키
현 서울 이랜드 DF 변준범의 응원가도 울려퍼졌습니다.
그리고 한국 술자리와 비슷하게 콜리더 분이 술잔 들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저는 한국어로만 된 터치패드 설명드리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바빴습니다. 형님은 작은 메가폰으로 사장님이 말씀해주시는 주문과 안내사항을 전달했습니다.
https://twitter.com/ybs_spirits/status/1757954107611255201?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757954107611255201%7Ctwgr%5Eeaa99f049dde84ae8397c46cf34eab892cb08dda%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www.fmkorea.com%2F6729487086
이 앞풀이는 야마나시 지역 신문과 방송국에서 취재해 갔습니다. 이렇게 보니 제가 한 일이 89명과 야마나시 사람들의 사기를 돋구는 중요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고기를 먹으면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계속 놀랐습니다.
1시간동안 노래방 타임을 가지다 서로 재밌게 얘기한 후 종료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반포레 고후 서포터들이 하나둘씩 오더니 저에게 하나씩 선물을 주는 겁니다!
이렇게 10명 정도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킷캣, 후지산빵, 무민, 초코맛 카케노코, 핫피탄 백새우맛
심지어 제가 후쿠오카 사람인건 어떻게 알고 후쿠오카 하카타 과자와 후쿠오카 명물 명란젓맛 돈코츠라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정말 받을 때마다 놀라워서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형님은 반포레 고후 2022 텐노하이 우승기념 와인과 야마나시 지방 스파클링 사케인 ‘시치켄’을 선물해주셨습니다. 거기에 반포레 고후 티셔츠와 머플러까지… 진짜 제가 뭐라고 이렇게까지…아 진짜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단체 사진으로 정말 소름이 쫙 돋는 반포레 고후 앞풀이가 끝났습니다. 반포레 고후가 이렇게 멜버른, 부리람, 부산에서 ACL 앞풀이를 하는 이유는 자신들 인생 최고의 무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야마나시 현과 고후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강합니다.
“이기고 야마나시로 돌아가자”
이 작은 걸개가 모든 것을 대변하네요. 최고의 추억을 안고 다들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계속 감탄만 한 사장님은 10시 넘어서 남을 사람들은 2차 해도 된다고 하셨고 그렇게 저와 같이 데려온 경남팬 형님과 계속 이야기하며 마셨습니다.
이날 대관은 가게 입장에서 처음이었고, 1일 최고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먹방 유튜버 쯔양이 와서 매출이 늘은 것을 훨씬 상회했습니다. 그야말로
“다케다 신겐의 기습공격”
이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 지금의 고후인 가이 지방을 다스리던 다이묘(영주)가 ‘풍림화산’의 명장 다케다 신겐입니다. 반포레 고후의 반포레는 프랑스어로 바람(풍, 반), 숲(림, 포레)를 의미합니다. 풍림화산은 다케다 신겐이 군사를 움직이는 법으로 인용한 손자병법의 한 구절입니다.
이렇게 환대를 받았으니 안 갈수가 없죠. 경남팬 형님 차를 타고 문수로 향했습니다.
원정석에서 어제 뵜던 분들 만나고 형님도 만났습니다. 그러다 형님이 반포레 고후 서포터들이 좌석 뒤에서 카니발을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J리그에서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경기 후보다 경기 전에 카니발을 합니다. 일본어로 카니발은 決起集会(켓키슈카이, 결기집회)라고 합니다.
https://media5jvqbd.fmkorea.com/files/attach/new3/20240217/3674493/5663478300/6729487086/5a797c3fae909db6353a841a51c619c0.mov.mp4
이건 수원 삼성팬들에게 익숙한 멜로디
이건 FC 서울 팬들에게 익숙한 멜로디
아무튼 추운 날씨에서 뒤에서 멀찍히 경기를 봤는데 J리그 다른 팀처럼 골키퍼가 몸풀러 나오면 응원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수 본진이 나오면 계속해서 선수 콜을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훈련한 곳이 반대 진영이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선수 입장 전에는 이렇게 머플러를 들고 모든 깃발과 게이트기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경기는 0-3 완패로 끝났습니다. 40세의 노장 공격수 피터 우타카의 헤딩골이 들어 갔지만 취소…
주변에서도 체급차가 많이 나고 울산이 너무 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반포레 고후 팬들은 골을 먹혀도 계속 응원가를 이어갔습니다.
콜리더 분은 “가자! 가자” “좀 더 크게!!!”라는 사자후로 분위기를 올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다른 J리그 팀보다 템포를 낮추고 노래를 길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그래도 멀리까지 와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팬들도 고후 콜로 회답합니다.
고후 선수들이 울산 서포터석 앞에 인사와서 박수를 받은 것처럼 울산 선수들도 고후 원정석에 인사와서 역시 박수를 받습니다.
이렇게 반포레 고후의 16강 도전 첫 순간은 완패로 시작합니다. 많은 팬들이 고개를 떨궜지만 아무도 선수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2부에서 컵 우승으로 ACL 16강까지 온 선수들에게는 더 큰 응원이 필요합니다.
https://twitter.com/idolinger14/status/1758216338110333247?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758216338110333247%7Ctwgr%5Eeaa99f049dde84ae8397c46cf34eab892cb08dda%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www.fmkorea.com%2F6729487086
아직 2차전이 남았습니다. 고후 팬들은 아직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장 원정에서 0-2 패배했으나 홈에서 4-1로 되갚았습니다. 2010년에는 요코하마 FC와의 리그 경기에서 전반 0-3 경기를 후반 4-3으로 만든 적도 있고 아직도 그때의 티켓을 부적처럼 지갑에 넣고 다니는 팬도 있습니다. UCL 앤필드의 기적이나 암스테르담의 기적 같은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 원정에 동행한 반포레 고후 서포터는 약 800명, 역대 최고 원정 인원입니다. 우라와 레즈가 포항 원정에 약 800명, 요코하마 마리노스가 인천 원정에 약 400명 온걸 생각하면 엄청난 규모입니다. 멜버른, 저장, 부리람에 갔던 인원을 다 합친 정도입니다.
ACL 16강에 진출한 반포레 고후는 정말 매력적인 팀입니다. 연고지 인구 80만 명 야마나시 현, 19만 명 고후 시는 이 ACL이 축제고 월드컵입니다. 지역 방송괴 신문은 모두 반포레 고후와 ACL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https://twitter.com/buskosevfk/status/1757878853404688496?ref_src=twsrc%5Etfw%7Ctwcamp%5Etweetembed%7Ctwterm%5E1757878853404688496%7Ctwgr%5Eeaa99f049dde84ae8397c46cf34eab892cb08dda%7Ctwcon%5Es1_&ref_url=https%3A%2F%2Fwww.fmkorea.com%2F6729487086
ACL 원정 가이드 신문을 일본어판과 상대팀 국가 언어로 배포하는 팬이 있는 곳. (물론 멜버른-영어, 저장-중국어, 부리람-태국어로도 제작)
68세 할아버지가 허리를 굽히면서까지 깃발을 돌리는 곳.
그리고 포럼도 만들고 앞풀이도 열며 엄청난 열정의 팬들이 있는 곳.
제가 응원하는 성남 FC와 아비스파 후쿠오카도 꼭 ACL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 큽니다. 성남이 FA컵 우승했을 때 군대에 있어 ACL 원정을 가지 못한게 천추의 한으로 남습니다. 아비스파 후쿠오카도 점점 성적이 좋아지는데 올해는 꼭 ACL에 갔으면 좋겠습니다.
도하에서 만난 인연으로 소중한 경험을 해주신 반포레 고후 형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따뜻하고 반갑게 맞아주신 반포레 고후 서포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출처 : https://www.fmkorea.com/index.php?document_srl=6729487086&s_comment_srl=6732869455#comment_6732869455
첫댓글 낭만 지린다
캬
후쿠오카 성남팬 하프..누군지 알겠네 글쓴이한테 당한게 많지만 참습니다
????
낭만 미쳤다 와....
이게 진짜 낭만이지
이야 진짜 낭만이네
낭만 미친다진짜....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건 역시 멋있는거 같네여 ~ 잘봤습니다
크 낭만
진짜 낭만이네 미쳤다
저 날 직관 간 친구가 고후 팬이랑 머플러 교환했다던데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고 엄청 칭찬을…정말 낭만 있는 사람들이었네
캬…
재밌다 ㅌㅋㅋ
ㄷㄷㄷ
오
와......낭만 미춌다
낭난
이것이 축구의 낭만인데 ㅠㅠ
ㄷㄱㄷㅅ
ㄷㄱ
낭만죽인다
와 낭만
와 진짜 너무 멋진 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