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 성격이란 카테고리는 중립적이라고 설명됩니다.
중립적이라 함은,
장단점이 공존하며 상황에 따라 그 양상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해요.
여전히 세상의 시선은 아싸보다 인싸를 더 적응적인 성격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인간이 꼭 사회적이어야만 생산적인 건 아닙니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과 다른 점은,
문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얼마든지 혼자서도 생활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거죠.
저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명제가 필요 이상으로,
우리를 관계라는 울타리 안에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성이라는 트레이드오프
어른이 되면 좋은 점 중에 하나가,
관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청소년기에는 환경적으로 내 주변에 있는 아이들 위주로 친구의 연을 맺게 되요.
같은 동네, 같은 학교, 같은 반, 짝꿍 ....
그리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두루두루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게 좋다는
암묵적인 룰 속에서 학교 생활을 해야 하죠.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사회성에 대한 압박이
일종의 "역플라시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수준으로 관계가 중요한 건 아니에요.
내향형이라든지,
스트레스 활성화 수준이 높은 고高신경형 등은
주변에 사람이 적은 저低자극 상황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저자극 상황에서 비로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되죠.
그런데,
'나같이 살면 안된대, 문제가 있는 거래, 친구가 적으면 잘못된거래, 찐따래'
이러한 불합리한 평가와 잣대 속에서 생활할수록,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던 아이들의 내면에서 고민과 갈등이 싹트게 됩니다.
내가 병이 없는데,
의사가 심각한 병이라고 오진을 내리면 진짜 아픈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역플라시보 현상이죠.
똑같습니다.
나는 정작 괜찮은데, 주변에서 한결같이 나보고 잘못됐다고 한다면,
어린 나이에는 진짜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느껴지기가 쉬워요.
그럼 더 움츠러들게 되겠죠.
용기를 내보려고 해도, 내향형이나 고신경형 같은 아싸들은
사회적 기술이 서투르기 때문에 마음처럼 잘 안 되요.
그럼 더욱더 움츠러들겠죠.
그래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성격에 따라,
관계보다 나 자신과의 시간이 더 중요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성격은 중립적이고 유형 별로 다른 것일 뿐, 더 좋은 성격이나 틀린 성격은 없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역플라시보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무게중심을 갖추게 된다면,
아싸들에게는 오히려 자유가 생기죠. 어떤 자유?
관계를 신경 안 쓰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자유
이러한 무게중심이 어른이 되면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진적으로 생긴다는 겁니다.
관계가 뭐가 중요해, 내가 중요하지.
사람들이랑 있으면 불편해, 혼자 있는게 좋아. 난 이런 사람이야.
관계에 시달리고, 여러가지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아싸들도 결국에는 내 삶의 방식을 수용하고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고선 맘 편히 내 인생의 덕질에 몰입할 수 있게 되요.
아싸들이 어린 시절부터 역플라시보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나에게 시간을 할애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한다면,
관계에 어머어마한 에너지를 쏟는 인싸들보다
커리어의 시작을 훨씬 더 일찍 앞당길 수 있습니다.
관계에 관심이 없다 = 관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는 뜻도 됩니다.
물론, 아싸들이 관계로부터 오는 행복감이나 즐거움은 잘 누리지 못하겠지만,
관계 때문에 불행감을 겪을 일도, 진이 빠질 일도, 성가시고 귀찮을 일도 현격하게 줄어들어요.
이렇게 세이브되는 시간동안,
무언가의 덕질을 하면서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고,
관심분야의 탐색을 더하면서 내 커리어의 퀄리티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일론 머스크가 핵인싸였다면 과연 지금의 테슬라가 있었을까요?
예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양재진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은 거의 다 기혼자들이세요."
결혼이야말로 관계의 결정판이죠.
관계가 행복감도 주지만, 그 이상으로 불행감 또한 안겨주는 것이 현실이에요.
(심리학에서는 불행의 임팩트가 행복의 최소 2.5배라고 얘기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아싸들의 삶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오는 불행감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관계에서 오는 행복감은 충분히 대체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위해 돈과 시간과 공간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어드밴티지입니다.
물론,
혼자라는 외로움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만,
극내향인 같은 성격유형은 태생적으로 외로움을 덜 타는 기질을 지닙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싸들이 과연 제 3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만약,
아싸가 다수인 평행세계가 있다면,
인싸들의 삶이 이상하다고 여겨지고, 아싸들의 인생이 암묵적인 권고사항이 되겠죠.
그만큼 아싸로서의 삶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답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암묵적인 룰이라는게 누군가에게는 매우 가혹한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제가 좋아하는 곡의 가사가 떠오르네요.
Normal is not the norm.
It's just a uniform.
지금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제 학창시절(특히 대학생때) 생각해보면 인싸, 외향성에 정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부합하지 못하면 "넌 왜 그러냐"에서 시작해서 부합하는 사람과 비교를 자주 당하다 보니 "난 왜 이것밖에 안되나"하고 자책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글을 그때 봤었으면 그나마 위로가 많이 되었을듯 하네요.
요즘 같은때는 극내향인 사람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어릴때부터 아싸 기질이 있긴 했는데 장점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