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마당의 아담한 민박집 전경. 주차 공간도 여유로울 뿐 아니라, 비석치기, 해바라기, 사방치기 등,
마당에서 하는 민속놀이도 가능함.
은하네 쉼터 이야기
강화 양사면의 민통선 마을에 위치한 아담한 농가민박에 관한
아늑하고 편안하고, 밝고 따뜻하며, 맛깔나고도 살맛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세상 참 답답하고 우울하시지요?
이런 세상 속에서 이 글과 이 민박집이 조금이라도 위로와 치유가 되길
감히 기도합니다. _()_
우리 민족, 우리나라의 반쪽, 북한이 지척에 보이는
조용한 시골마을에 있는 작고 소박한 농가입니다.
마을의 서쪽 가장자리에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합류하는 강줄기가 한 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어요.
이런 경우를 '유구하다'라고 하는 거지요?
이 강의 이름은 한강이다, 임진강이다, 예성강이다, 딱 잘라 부를 수 없으니
할아버지 祖자를 따서 '祖江'이라고 부른답니다.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 가시는 우리 선생님께서 알려주셨지요. ^^
이런 자연환경과 분단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 말고 다른 특별한 건 별로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시골집인데, 그래도 자랑거리를 하나 내놓을라 치면
대문간 옆 문간방 하나와 사랑채 방 하나가 '끝내주게 불이 잘 드는' 전통 황토구들방이라는 점입니다.
대문간 옆 구들방 아궁이에 불을 모은 모습. 불이 아주 잘 든다.
문간방은 원래 있던 구들을 최근에 솜씨 좋은 동네 할아버지 기술자들(이분들이 진정 '적정기술자'이겠지요? ^^)이
다시 보수공사를 해주셨는데, 불이 어찌나 잘 드는지 나무를 조금만 때도
윗목 벽 밑부분 까지도 쩔쩔 끓어서 방바닥에 발을 딛고 서 있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아유 뜨거워라아, 불을 대체 얼마나 땠시꺄?"
"많이 때지도 않았는데 이렇시다. 이 방 진짜 조타니까아, 어이구 뜨셔라.."
"구들 지고 누워 푸욱 지져보시겨."
대문 밖에는 동장군이 서슬 파랗게 점령해 있는데 문간방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뜨거운 맛'에 취해
저마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원성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들을 뱉어내기 바쁩니다.
방바닥이 뜨거워 요리조리 피하다 보니 어렸을 때 생각이 절로 나기도 합니다.
겨울철에 구들방 아랫목에서 종종 짓궂은 어른들이 어린아이들을 곯려먹곤 하셨지요.
옛날 구들방이 있는 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겐 어쩌면 통과의례와도 같았던,
수 십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식지 않은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더라는 말이지요.
양말 벗고 오래 서있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오래 참기 등...
벌겋게 달구어진 아랫목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별의 별 구들고문이 자행됩니다.
어른들은 즐거워하고 아이들은 괴로워하는...ㅎㅎㅎ
상으로 내건 동전 푼이나 간혹 백원짜리 지전이라도 한 장 얻어볼 량으로 뜨거워도 이를 악 물고 참으며 버텨보다가
종내 울음보를 터뜨리며 끝장을 내곤 하던...
이건 아마도 전통 방식으로 아이들을 단련시키는 '구들수련'의 원조 격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샘물이 솟는 구멍'이라는 발바닥의 중요한 혈자리인 '용천혈'을 자극하고 온열요법으로
뜨거운 기운을 불어 넣어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의 생명과 기운이 뜨거운 샘처럼 솟아나도록 하기 위한
조상님들 특유의 익살이 가미된, 놀라운 지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말하고 보니 틀림 없이 그랬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그 옛날 아이들을 곯려먹던 짓궂은 어른들은 이미 오래 전 다른 세상으로 가시고 없지만
그분들의 지혜는 여전히 살아남아, 이 겨울 구들방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대문간 옆 구들방 내부. 길쪽으로 길다랗게 통창을 내 바깥 경치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아침에는 이 통창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밝은 기운으로 하루를 맞을 수 있다.
지금은 좀체 보기 힘든 광경. 온가족이 아랫목에서 한 이불을 덮고 모여앉은 모습이다.
아빠가 우려주는 보이차를 마시며 기타도 치고, 노트북으로 드라마를 보며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랫목에서 이제는 불고문 아닌 물(茶)고문을 한 번 해보는 겁니다.
뜨거운 보이차를 열 잔 쯤 천천히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땀을 푹 내면 몸이 아주 가뿐해지고 머리가 맑아져요.
흐트러진 몸과 마음의 기운을 다스려 복구시키는데 그만입니다.
이런 게 바로 차명상이요, 호흡수련, 운기조식인 셈이지요.
아, 그 옛날 동심을 달구며 울게 만들던 구들수련의 진화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단 하루만 체험해 보셔도 뭐가 어떻게 좋은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과대광고 아닙니다. 순전히 저의 경험담이지요. ㅎㅎ
아니 그리고 뭐 우리 구들, 온돌 좋은 건 옛날 조상 대대로 검증되어 온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이렇게 지내니 바깥 기온이 아무리 체감온도가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한파 속에서도 별로 추위를 안 타게 된답니다.
옛날엔 요즘보다 훨씬 추웠다는데, 오리털이나 구스 패딩, 밍크나 모피 코트 없이도 한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던 이유로
짐작할 만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예요.
옛날엔 '神氣'한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과학문명, 물질문명의 포화시대인 요즘엔 신기한 일은 별로 벌어지지 않아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시 되살릴 길이 없지 않으니, 또한 신기한 일이예요.
자연과 공존하고 순리와 이치에 따라 옛날 방식대로 살아가다보면 다시 전처럼 신기한 일이 많아질 거라 믿어요.
안채 모습. 천정에 서까래가 살아있는 평범한 개량한옥이며
화장실 욕실, 주방 겸 거실, 침실2 등 최소한의 편의 시설이 구비되었다.
6백7십 개도 넘는 강화의 대다수의 펜션이나 민박 등 숙박시설이 주로 동막 갯벌쪽이나 화도 등 남부 해안가에
촘촘히 밀집되어 농촌의 고즈넉하고도 소박한 풍경과는 거리가 있게 마련인데요, 마을 뒷동산에 오르면 저 너머
개성 땅이 코 앞으로 다가오듯 하는 최북단 민통선 지역에 단 두 개가 있는 농가민박 중 하나입니다.
본 민박 은하네 쉼터는 무한편리와 고객이 왕이라는 자본주의의 관습과 미신에 길들여진 '소비자'의 관점으로 따지려
들면 약간은 불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번잡한 것을 피해 조용히, 여유롭게 시골 정취를 느끼며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려 재충전하고 싶은 분들께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또 그리 되도록 노력한답니다.
가족 단위나 친구, 직장 동료 등 4~5인 또는 5~6인 정도가 1박2일이나 2박3일 일정으로 쉬었다 가면 딱 좋은
아담하고 소박한 규모와 시설입니다. 절친한 두 가족 정도 연대해서 오시면 제일 좋을 듯해요.
2015년 새해를 맞는 1월 중에는 10명 이내의 청소년 캠프가 몇 건 예약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연말연시 모임이나 생일 등 기념일을 특별하게 지내실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 음식 장만 상담 가능하고요.
한식, 중식, 양식, 일식 조리사 등, 그 흔한 요리에 관한 자격증 하나 없고 화려한 경력도 없지만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길들여지며 대물림 받은 우리의 전통, 토속 입맛 만큼은 나름 절대미각이라 자부하는 편이고요.
그 입맛을 용케 제 손끝이 더 잘 기억하고는 재료만 있으면 척척 요리로 되살려내주곤 한답니다.
강화 풍물시장에서 순무를 사다가 잘 삭은 새우젓 오젓을 넣고 버무려 담았다.
찻집에 놀러왔던 손님 한분이 전문가로부터 전해들은 비법이라며 '뉴슈가'를 살짝 쳐야 순무김치 맛이 좋다고 귀띰했지만
그래요? 하고 웃음으로 얼버무리고는 그냥 무시하고 말았다. 무가 어찌나 달고 고소한지 별 양념을 안했는데도 달고 맛있다.
(실은 저의 남은 삶의 목표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한 끼의 밥을 지어 줌으로써 목숨에 한 보시기,
한 종지라도 보탬이 되게 하며, 삶의 한 점을 찍으며, 건강하게 '연명'하도록 도움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밥 짓는 일이,
음식 만드는 일이 그를 위한 '기도'라는 걸 깨달은 요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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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시면 젓국갈비, 우리콩 비지탕, 메생이 떡국, 우리밀들깨수제비, 약된장전골, 제주흑돼지 보이차수육 등, 전통 토속음식과 유기농 재료로써 정성을 다한 상차림으로 식사도 가능합니다. 물론 재료를 준비해 오셔서 직접 취사하실 수도 있고요.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우리밀로 손칼국수 밀기와 만두빚기도 가능합니다.
요리와 음식으로 가족 화합도 다지고 맛있는 토속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면 틀림 없이 정이 몇 배는 더 쌓일 걸요..
인근에 둘러볼 곳으로는 평화전망대와 지난 여름 개통한 3.34km 교동대교 드라이브 코스를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교동 안의 화개산과 화개사를 추천합니다. 묘한 느낌을 주는 신비한 숲속에 자리한 사찰이더군요..
한번 가 봤는데 어떤 끌림이 있어 또 가 보려고 해요.
그밖에 풍물시장에서 숭어나 밴댕이 회를 떠와서 따끈한 구들방에서 여유롭게 드셔도 좋겠고 ㅣ
요즘 제철인 '동어(숭어새끼)'나 '양미리'를 사다가 아궁이에서 꺼낸 숱불에 석쇠를 올리고
몇년 묵힌 왕소금을 훌훌 뿌려 구워먹으면 강화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겨울 별미의 호사가 되겠습니다.
일식집이 부러울까요, 생선요리집이 부러울까요? 비용도 완전 저렴하구말구요.
긴 긴 겨울 밤을 보내자면 밤참 생각이 절로 나겠지요?
동치미 국수나 살얼음 낀 김치말이 국수가 좋겠네요. 물론 국수는 우리밀 통밀 국수여야 하고요.
(저는 요리할 때 유기농 농산물과 제철 재료 중심으로 요리하며 설탕, 화학조미료 류는 일체 쓰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군고구마도 좋고 군밤도 좋겠지요. 강화의 속노란 고구마나 잘 묻어둔 순무를 꺼내 옛날 배추 뿌리 먹듯
생으로 깎아 먹는 것도 훌륭한 밤참이 되겠어요.
곶감 한 덩어리 띄운 수정과는 달콤, 시원하면서도 속이 든든할 겁니다.
오시는 손님께 언제고 수정과는 서비스 해 드리지요.
기분 내키면.....
한살림에 우리콩 두부를 납품하기도 하며,
맷돌을 지고 다니면서 gmo 식품의 폐해와 우리콩 사랑을 설파하고 다니시는
같은 마을의 사회적기업 '콩세알 식품'의 서정훈 목사님께 맷돌을 빌려다가........
콩도 갈고 녹두도 갈아
비지도 만들고 두부도 만들고 녹두빈대떡도 만들어서...........
강화섬쌀 100% 이화막걸리에 곁들여 주연을 베풀면............
밥맛, 술맛, 살맛 나지 않겠어요?
그야말로 神氣함 넘치는 겨 울 여 행
저를 도와 주시는 보이찻집 아저씨, 기타의 신, 강화섬 최고의 '오부리' 여산 선생께서 서툰 솜씨나마
썰매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웃마을에 물 안 뺀 논배미 하나를 쉼터 전용 썰매장으로 찜해 두었다는군요.
시골교회의 종치기로 삶을 마감한 권정생 선생님을 닮아가고 있는 듯한 여산 성국모 선생께서
마당의 화덕에 앉힌 가마솥에 불을 때 물을 뎁히고 있습니다. 이 분은 매일 같이 일상의 수련인 듯
기타로 비나리를 하시며 해월선생님의 '도결'도 읊으시는 생활 속 수행자입니다.
강화도아리랑을 작곡해 부른 것이 세상에 알려져 얼마 전에는 EBS에서 촬영도 해 갔습니다.
낮은 자리에서의 거친 노동도 언제고 마다하지 않는 점이 안스러움과 존경심을 일게 하는 분입니다.
쉼터 대문 안쪽 모습. 안마당에 마루를 깔아 안채와 바깥채의 연결을 이루며 여름철 활용도를 높게 만들었다.
일명 마루극장. 이곳에서 별빛, 달빛을 받으며 영화도 보고 음악회나 연주회, '마루法席'도 열려 한다.
무엇보다 한 밤중의 달빛, 별빛 명상이 그럴 듯할 것이라 기대됨. 아침엔 빙 둘러앉아 떠오르는 태양의 기운을 받으며
'양의 자세' 같은 기체조를 해도 좋을 것이다.
농가민박 은하네 쉼터는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서는 연락주세요.
은하네 쉼터
德手堂 김혜정 010-7521-0160 모심
E
첫댓글 정말 좋은 집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좋습니다.
양사면 평화전망대에서 교산교회를 지나 조금 더 가니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진으로만 ] ㅋㅋㅋ 미감님 댁이 더 넓을 것 같은데요
고맙습니다~ 미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