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웅덩이
김정학
나는 아직 용서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주 오래된 인연이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새벽이었다. 아이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目的語는
어떠한 비유도 거느리지 못한 채 흘러갔다
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흐득흐득 빗물이 떨어지고
웅덩이가 생겼다
친구에게 전보를 치고 돌아오는 길에
술을 마셨다 잊혀지지 않을 기억은
쌓아 두어야 하는지 물어보지 않았고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았다
움푹 파인 푸른 상처를 들여다보며 어떤 이가
너의 상처만 돌보라 했을 때
나는 아주 잠시지만 따뜻해졌다
사랑하는 친구는 내 전보를 받았을까
궁금하여 창밖을 내다볼 때
아주 오래된 인연은 웅덩이 근처에서
저녁밥을 짓고 있었다
낯설게 밥물 짓는 소리가 들릴 때
내 안의 짐승 한 마리
포효하듯 되새김질을 시작하였다
저 깊고 날카로운 웅덩이에게 나는
다시 말을 건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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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시
[김정학] 깊은 웅덩이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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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1.2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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