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개선된다. 이는 시대와 함께 달라지는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지금의 도로교통법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춰 바뀌고 있다. 올해에도 새로운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 노란색 횡단보도 설치 등 기존 대비 적극적인 안전 대책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전조등과 후미등 자동 점등 의무화,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제도 시행 등 새로운 규칙도 눈에 띈다. 올해부터 달라지는 자동차 관련 법규를 소개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노란색 횡단보도
올해부터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의 횡단보도가 노란색으로 바뀐다. 노란색이 기존에 사용하던 흰색보다 운전자의 시선 및 주의를 끄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2023년 7월 4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 노란색 횡단보도 설치기준을 마련했다. 노란색 횡단보도의 시범운영 후 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6%가 ‘스쿨존임을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앞으로 운전 중 노란색 횡단보도를 만나면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경찰청은 교통안전을 위해 ‘노란발자국’ 또한 시행했다. 횡단보도 앞 인도에 노란발자국 모양을 새겨 차도와 1m 이상 떨어진 상태로 신호대기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아이와 함께 횡단보도에 설 때 노란발자국을 찾아보고, 이곳이 신호 변경을 기다리는 위치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가로형 우회전 신호등 도입
지난해 도입된 세로형 우회전 신호등의 가시성 문제를 개선한 가로형 우회전 신호등이 도입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서는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 간의 상충이 빈번한 경우’, ‘동일 장소에서 1년 동안 3건 이상의 우회전 차량에 의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각선 횡단보도가 운영되는 경우’, ‘좌측에서 접근하는 차량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하게 되어 있다.
즉, 우회전 신호등은 보행자 및 차량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곳에 설치된다. 따라서 시인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가로형 우회전 신호등은 기존 전방 신호등 아래 또는 옆에 ‘우회전 신호등’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설치될 예정이다.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에서는 녹색 오른쪽 화살표 신호에만 우회전할 수 있고,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경우 전방 신호등이 적색일 때 반드시 일시 정지 후 보행자가 완전히 지나간 다음 통과해야 한다.
양방향 및 후면번호판 인식 단속카메라 도입
양방향 단속카메라와 후면번호판 단속카메라가 올해부터 전국에 확대 도입된다. 과거에는 왕복 2차선 도로에 카메라 2대를 달아 각각 전면 방향만을 단속했다. 하지만 양방향 카메라는 접근하는 차량의 전면, 지나쳐가는 차량의 후면을 단속한다. 기존에는 과속 카메라를 지나기 전 20~30m 구간에서 차량 속도를 확인했다면, 양방향 카메라는 카메라 뒤 20~30m 도로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양방향 무인 단속카메라는 기존 단속 장비에 후면 단속 기술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즉, 기존 단속카메라를 개조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 보행자 보호가 시급한 주택가 이면도로와 어린이 보호구역 등 2차로 이하 도로에 빠른 적용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올해 경찰청은 각 시도의 경찰청·자치단체와 협조해 양방향 단속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단속지점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가속하는 ‘널뛰기 운전’은 삼가야 한다.
바뀌는 운전면허 체계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교통안전교육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경찰청이 발표한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도로교통안전 추진전략’에 따른 것이다. 교육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에 앞서 일반 운전자의 자율주행차 관련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며 주로 운전제어권 전환 의무, 운전자의 책임 등에 대해 다룬다.
한편, 1종 보통 자동면허가 올해 10월 20일 신설된다. 그동안 자동변속기가 달린 차만 운전하는 조건이 붙은 면허는 2종에만 있었다. 2023년 3월 기준 국내 차량의 약 86%가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2종 보통(자동) 면허 보유자가 7년 이상 무사고 시 별도의 시험 없이 ‘자동조건부 제1종 보통면허’로 갱신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전조등과 후미등 자동 점등 의무화
야간에 헤드램프를 끈 채로 달리는 위험천만한 차들이 점점 사라질 예정이다. 정부가 야간운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 모든 신차에 ‘전조등과 후미등 자동 점등(오토라이트)’ 기능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라 9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신차에는 해당 기능이 탑재되며, 기존 출시 모델은 2027년 9월까지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제도 시행
상습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자가 다시 운전자격을 얻으려면 일정 기간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발급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운전자의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도록 한다. 가령 5년 이내 2회 음주운전 적발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은 2년의 결격 기간이 지난 뒤, 2년 동안 해당 장치를 차량에 장착하는 조건으로 면허를 받아 운전해야 한다. 비용은 운전자 본인 부담이다.
대상자는 연 2회 정기적으로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정상작동 여부와 운행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대상자가 해당 장치 없는 차량을 운전할 경우 무면허 운전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되고, 조건부 운전면허도 취소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제도는 연중 하위 법령 정비와 시범운영 등을 거쳐 올해 10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올해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더욱 안전한 도로를 위한 변화를 담고 있다. 이런 변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한층 안전한 도로 환경이 가져다 줄 이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이자 부모이고,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가 된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위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갖고 운전에 임한다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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