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과 우리말 / 경기 여주 양화천
버드내와 버들(벋을)
벋어서 벋은내가 버드내로
버드내와 먼내
양화천(楊花川)은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대죽리 마옥산에서 발원하는 내이다.
양화나루로 유입하기 때문에 양화천이라고 부른다고 하고 있으나 양화나루란 이름 자체가 양화천이 흘러드는 목이라고 해서 양화나루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쪽 이름이 먼저인지 알 수는 없다. 이 하천은 오랫동안 ‘긴 내’라고 했고 한자로는 길천(吉川)이라고 불러 왔다.
그 원류는 이천시 설봉면 남부에서 시작해서 여주의 가남읍 상활리를 경유하는 물과 태평리, 신해리를 경유하는 물이 정단리와 양거리 사이에서 합류하여 대하천을 이루어 매류리와 용은리 사이, 구양리와 신근리 사이, 백석리와 율극리 사이, 상백리와 내양리 사이를 경유하여 세종대왕면 내장리와 홍천면 상백리 어름에서 양화진으로 유입한다.
남한강에 합류되는 이 하천은 많은 평야와 옥토를 조성해 주고 관수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 땅에 냇줄기가 없는 곳은 없다. 어디나 내(하천)는 흐른다.
그 이름들을 보면, 그 크기와 모양에 따라서 붙기도 하고, 그 냇줄기의 위치(장소)에 따라서 붙기도 한다.
우선, 모양에 따라서 붙은 이름이 많다.
길게 흘러서 붙은 이름인 버드내(유천.柳川), 먼내(원천.遠川), 진내(장천.長川)가 있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의 진물은 길게 흐른다 해서 붙은 ‘긴물(長水)’이 변한 이름이다.
‘긴내’가 ‘진내’로 되는 것은 우리말 구개음화 현상에 의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긴 고개;가 ’진고개‘로 된 것이 엄청 많다.
작거나 좁아서 붙은 이름인 솔내(송천.松川), 가는내(세천.細川)가 있고, 크거나 넓어서 붙은 한내(한천.漢川)나 너르내(광천.廣川)가 있다.
휘돌아 흐르거나 구불구불한 내라고 해서 두레내(회천.回川), 구븐내(곡천.曲川)가 있으며, 반대로 곧게 흘러서 이름붙은 고든내(직천.直川)나 고등이내(고등천.高等川) 같은 이름도 있다. 깊은내-지프내(심천.深川), 오목내(오목천.悟木川)는 깊거나 오목해 붙은 이름이고, 아우라지, 아우내(병천.竝川), 아오지(아오지.탄광), 두무개(두모포.斗毛浦), 두물머리(양수리.兩水里) 등은 물줄기가 서로 아울러 붙은 이름이다.
장소(위치)에 따라서 붙은 이름도 아주 많다.
사이(間)에 있는 사이내(사이곡천.沙而谷川), 새내(간천.間川-신천.新川)가 있는가 하면 모래땅을 흐르는 모래내(사천.沙川), 모라내(사천.沙川)도 있다. 골짜기에 흐르는 골지내(골지천.骨之川), 고샅내(고사곡천.古寺谷川)가 있고, 들(벌판)에 흐르는 벌내(벌천.伐川), 버리내(벌리동.伐里洞川), 달내.들내(달천.達川)가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삼국시대 땅이름은 매홀군(買忽郡)인데, 이는 물이 많은 고장의 뜻이다. 여기서 ‘매’는 ‘물’을, ‘홀’은 ‘골(고을)’이다. 즉 ‘매홀’은 ‘맷골’의 음차(音借)로 ‘물골’의 뜻이어서 이 이름은 지금의 수원(水原)이라는 이름이 바탕이 된다.
수원에는 광교산에 물뿌리를 둔 수원천이 지나는데, 상류쪽으로 두 개의 큰 지류가 있다. 하나는 북동쪽의 원천저수지를 거쳐오는 물줄기, 다른 하나는 북서쪽의 광교저수지를 거쳐오는 물줄기이다. 그 상류의 이름이 각각 먼내(원천.源川)와 버드내(유천.柳川)인데, 이 두 이름은 모두 길게 뻗어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수원 권선구의 세류동(細柳洞)은 이 ‘버드내’란 이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먼내는 멀리서부터 내려온다는 뜻이고, 버드내는 ‘벋은 내’ 즉 길게 뻗어서 내려온다는 뜻이다. ‘버드내’는 사실 버드나무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하긴, 버드나무도 가지가 길게 벋어내려 나온 이름이니, 그 말뿌리로 보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버드내’와 ‘먼내(머내)’는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 있다.
벋었다는 뜻의 버들이 유천과 양화천으로
버드내는 대개 버들과 관련을 지어 한자로 유천(柳川)으로 많이 표기되지만 여주시의 버드내처럼 양화천(楊花川)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버들’을 한자의 ‘유(柳)’로 적을 수도 있고, ‘양(楊)’으로 적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정부시 녹양동에도 버들 관련 이름이 있다. 이곳에 대해서 <한국지명총람>에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곳은 본래 양주군 시북면의 지역으로서 버드나무가 많으므로 녹양벌, 녹양이, 냉이, 뇅이, 또는 녹양평이라 하여 나라의 말을 먹였는데, 도봉산과 수락산 호랑이의 피해가 많으므로 면목동과 뚝섬으로 옮긴 뒤 비로소 마을이 되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유현리, 비우리, 입석리 일부를 병합하여 녹양리(동)라 해서 시둔면(의정부시)에 편입되었다. 여기에는 조선 때 평구도찰방(平丘道察訪)에 딸린 녹양역(綠楊驛)이 있었다.
의정부 내에는 버들과 관련한 유명한 마을이 있다. ‘버들개’라는 마을인데, 여기에는 버들개초등학교도 있다. 따라서 녹양동의 양(楊)도 이 마을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들이 길게 뻗어 ‘벋을’을 소리나는 대로 ‘버들이 된 것이 땅이름으로 고착되면서 버드나무와 관련된 이름처럼 된 것으로 보인다.
경남 산청-합천 땅의 버드내, 충남 서산 등의 버드내는 양천(楊川)으로 적고 있으며, 서울 마포구의 버들고지는 양화(楊花)로 적어 그 유명한 양화진(楊花津)이라는 한자식 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버드내의 ‘버드’나 버들곶이의 ‘버들’은 식물의 이름이 아니라 ‘벋을’을 표시한 것으로서 하천이 길게 벋어 내려옴을 표시한 것이다.
여주 능서면 내양리에서 으뜸되는 마을인 버들고지(버들곶)는 한자로 양화(楊花)인데, ‘벋은(들이 뻗어 있는)’이 대개 버들로 옮겨가 있음을 알게 한다. 이곳의 양화천은 다른 하천보다는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이 내가 대채로 편편한 들판을 지나기 때문이다. 발원지부터 남한강에 이르는 하구까지 길게 흘러내리는 이 내는 지나는 지역 대부분이 평지이다. ‘벋을(버들)’이라는 이름이 나올 만도 하다.
안양시에는 호계동(虎溪洞)이 있다. 한자풀이대로 한다면 범(호랑이)과 관련된 이름이다. 그러나 이 이름은 범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토박이 땅이름 ‘범개’를 한자로 의역해 붙인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범개’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번(벌은)+개 > 번개 > 범계
범은 한자로 호(虎)이므로 우리 땅이름 범개가 호계(虎溪)로 된 것이다. 범개의 시작말 ‘번개’의 ‘번’은 ‘벌어진’ 또는 ‘벋어 내려온’의 뜻으로 보이며, 결국 이 이름은 버드내와 친척 이름임을 잘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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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척말
버들(벋을) / 버들가지, 버드나무, 번(벌은), 벋니(바깥쪽으로 벋어 나온 이)
* 친척 땅이름
버드내(유천.柳川) / 대전시 중구 유촌동, 평택시 유천동, 경기도 이천시-여주시, 전북 순창군 쌍치면 전암리. -전남 화순군 화순읍 유천리, 신안군 자은면 유천리
먼내(원천.遠川) / 경기 파주시 천현면 직천리. 경기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원천)
범내(호계.虎溪) /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2022년 7월 27일
2022년 7월 29일 수정
2022년 7월 30일 재수정
아우라기. 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