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와, 거실창 조망이 천국같은 오션뷰에서 콘크리트뷰로 바뀌다니… 이 아파트 분양받은 입주민들 난리났겠네요ㅠㅠ”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업지 아파트 비싼 돈 주고 사면 절대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진에 따르면 바닷가에 초고층으로 들어서 탁 트인 오션뷰를 자랑하던 A주상복합아파트 코 앞에 또 다른 초고층인 B아파트가 딱 붙어 건축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바닷가 쪽으로 나 있던 A아파트의 거실창을 B아파트가 전부 가리는 바람에, 일부 A아파트 입주민들의 거실 조망이 하루아침에 오션뷰에서 콘크리트뷰로 전락하게된 것이다. 조망권이 상실됐을 뿐 아니라 일조량까지 줄어 입주민들이 대낮에도 껌껌한 아파트에 살아야하는 위기에 처했다.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A아파트는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 2022년 5월 입주한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다. 최고 69층 높이에 3개동, 총 1368가구 규모로 지은 주상복합아파트다. 단지가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온 곶에 들어서는 만큼 오션뷰 조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동 배치를 일반적인 아파트처럼 일(ㅡ)자가 아닌 열십자(+) 모양으로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는 2018년 분양 당시 아파트 높이가 최고 243.7m인 점을 자랑했다. 그동안 서부산권에서 이렇게 높은 초고층 아파트를 분양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입주하면 단번에 지역 랜드마크 자리에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이 아파트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과 이진종합건설도 단지가 영구적인 바다 조망을 누릴 수 있는 희소 가치를 자랑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분양 홍보했다.
하지만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코 앞에 있던 상업 부지에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재앙이 시작됐다. 단지와 바닷가 사이에 최고 38층 높이, 총 376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인 ‘송도 유림 스카이 오션 더퍼스트’ 공사가 시작된 것. 이 단지는 2024년 3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건물 골조가 한창 올라가고 있다. 벌써 건물 높이가 웬만큼 올라와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저층부터 중층부까지 가리면서 조망권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건축업계 관계자들은 두 단지가 상업지역에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상 상업지역이나 준공업지역에 짓는 건축물은 사람이 사는 주거용이라도 일조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 건축법 제 61조가 전용·일반주거지역에 짓는 건축물에 대해서만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해 건물 간 이격거리를 지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인접 대지 경계선에서 50cm만 띄워서 지으면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지은 기자
주거지역에 건물을 짓는 경우 ▲건축물 높이가 9m 이하일 경우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이상 ▲건축물 높이가 9m 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 이격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업지역 등 그 외 땅에 건물을 짓는 경우라면,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조례로 정하지 않은 이상 민법에 따라 최소 50cm 간격만 띄우면 새 건물을 건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업지역에 지은 아파트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코 앞에 ‘송도 유림 스카이 오션 더퍼스트’가 들어서면서 일조권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땅집고] 올해 오션뷰를 상실한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아파트 실거래가 및 현재 호가 추이. /이지은 기자
조망권 악재는 벌써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집값에 영향을 주는 분위기다. 총 3개동 중 ‘송도 유림 스카이 오션 더퍼스트’와 맞붙은 A동이 직격탄을 맞았는데, 이 중 전용 138㎡(59평) 6·7라인과 116㎡(49평) 5·8라인이 조망권 상실로 피해가 극심하다. 새로 들어서는 건물이 38층 높이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층보다 낮은 집에 사는 입주민들은 거실창으로 보이는 광경이 더이상 푸른 바닷가가 아닌 남의 집 콘크리트 벽이 된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A동 138㎡는 올해 8월까지만 해도 13억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이달 온라인 중개사이트에 오션뷰 조망을 잃어버린 5층 매물이 이달 5일 11억8000만원에 등록됐다. 집값이 3달여 만에 1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116㎡도 올해 7월 12억원에 팔렸는데, 현재 저층 매물 호가가 11억원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상업지역에 들어선 딱 붙은 아파트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아무리 상업지역 건축법이 그렇다지만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래서 상업지 아파트는 비싼 돈 주고 사지 말라는 건가보다”, “오션뷰 잃어버린 입주민들 눈에서 진짜 피눈물이 날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