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대 김두겸 울산시장은 시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의미에서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이란 슬로건을 내 걸었다. 이런 연장선에서 볼 때 필자는 우선 울산의 대표적 문화전시 공간인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시립미술관은 울산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 지난 1월 개관됐다. 그런데 많은 관람객들이 미술관에 대해 부정적인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은 SNS를 통해 이미 알려진 바다.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울산시립미술관을 이야기할 때 흔히들 세계적 미술관인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언급한다. 그렇다면 뉴욕 한곳만이 아닌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작품과 미술관 설계 등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구겐하임 미술관 설립자 솔로 R. 구겐하임은 미술품 수집가였고, 그의 딸 페기 구겐하임도 유럽의 현대미술 화가들과 두터운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딸도 미술품을 수집할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던 셈이다. 구겐하임家는 현대미술과 추상주의 작품들의 수집품이 많아지자 구겐하임 재단을 설립하고 뉴욕에 미술관 설립을 계획했다. 이어 20세기 초 입체파, 초현실파 그림을 더 많이 수집하면서 그 때까지 유럽이 중심이었던 현대미술 시장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작품이 모두 준비되자 구겐하임가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미술관 건립을 의뢰했고 마침내 세계적 구겐하임 미술관이 탄생했다.
그런데 라이트는 수집된 몬드리안, 파울 클레, 샤갈, 칸딘스키, 세잔, 드가, 고갱,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고흐 등의 작품에 정확히 부합하는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했다. 평생 연구하고 추구해온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담아 700장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그의 굳은 의지를 쌓아 만든 거대한 예술작품이 바로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다. 이후 `철저하게 준비된 미술관`은 뉴욕 외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베를린, 스페인의 소도시 빌바오에도 들어섰고, 아부다비에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섰다. 그 결과 구겐하임 미술관은 2019년 라이트의 건축물 8개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미국 근대건축물로 처음 등재 되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의 독특한 매력은 건축미가 전시 미술품의 아름다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내장된 가치보다 외양이 더 값진 드문 경우다. 순환하는 경사로와 함께 하늘로 솟는 미술관의 볼륨을 보는 것은 지극히 감동적인 경험이다. 그 효과는 가시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오감을 만족시킨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물은 살아있다"고 직접 당당하게 말한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그런데 개관된 울산 시립미술관은 어떠한가. 많은 사람들이 짬을 내 삼삼오오 박물관ㆍ미술관 건축물과 작품들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으로 나가곤 한다. 그렇다면 울산 시립미술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러 올까. 뭐라고 콕 짚어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이 남는 게 사실이다.
물론 미술관 건립에 투입된 예산, 기획, 기술 등을 구겐하임과 울산시립 미술관에 수평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다. 구겐하임에는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투입된 반면 울산 시립미술관에는 극히 제한적인 재정이 투입됐다. 말 그대로 시립 미술관 아닌가. 시민들의 쌈짓돈으로 지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미술관 건립에 필수요소인 정체성 확보도 여러 번 뒤틀렸다. 심지어 세계적 작품을 전시할 수 없다면 그 모사체라도 전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그 만큼 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이 모호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현재 시립미술관은 몬드리안, 파울 클레, 샤갈, 칸딘스키, 세잔, 드가, 고갱, 마네, 피사로, 르누아르, 고흐 등과는 거리가 먼 `조명 예술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 그 주변은 미술품 거래가 오가고 이들을 구경하러온 사람들로 붐비는 `울산의 인사동 거리`가 조성될 것으로 믿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일대는 적막하다. 회색깔 뿌연 시립미술관 건너편에 한 건물 개조공사가 한창일 뿐이다. 임대 안내판을 보면 아마 1층엔 식당이 들어설 모양이다. 그런데 개관 2주 만에 관람객 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개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누적 관람객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