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4일(토) 경북대학교 대강당에서는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초청으로 법정스님 의 강연회가 있었다.
입추의 여지없이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식전행사(공연)에 이어 2시 20분부터 불자 아나운서 이계진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사회-이계진
안녕하십니까? 이계진입니다.
어제는 개천절 휴일, 오늘은 토요일 근무, 징검다리 휴무인데도 놀러가지 않고 이렇게 법정스님의 강연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측에서도 대성황이라고 합니다만 강연에 앞서 먼저 안전문제에 대하여 한 말씀 드립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가실 때 혼잡이 예상되므로 질서를 지켜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올해는 맑고 향기롭게 운동이 시작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0주년을 맞이한 법정스님의 순회강연이 광주, 창원, 부산에 이어 대구가 마지막 회입니다.
저도 맑고 향기롭게 서울 본부 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핸드폰은 꺼주시고 용무가 있으신 분과 가실 분은 지금 가시면 되겠습니다.
법정스님의 말씀에 앞서 몇 분의 축사가 있겠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대구 모임 3대 본부장 고경순님의 축사
-1대, 2대 회장님 소개,
-1996년 5월 22일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창립
-대구모임은 7주년이 되는 해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 축사
사색의 계절인 가을이 왔습니다.
이 가을, 우리는 무엇을 거둘 것인가?
불교는 인간의 종교, 마음의 종교, 깨달음의 종교입니다.
본질적인 마음을 깨달으면 성자(聖者)이고, 깨닫지 못하면 중생(衆生)입니다.
마음의 본질을 보건대 누구나 부처의 씨앗이 있습니다.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깨달음을 주기 위하여 오늘 법정스님이 오셨습니다.
법정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하고 계시는 이 시대의 성자(聖者)입니다.
많은 것을 얻어가는 그런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경북대 총장 김달운님의 축사
-맑고 향기롭게 대구모임 추최로 법정스님의 강연회가 이루어진 것을 축하한다.
-이 지역의 불교활성화를 기원한다.
*종교 화합차원에서 교황님의 쾌유를 빈다는(요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병세가 심하다고 함) 사회자 이계진님의 멘트가 있은 후, 법정스님이 소개되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이런 시절인연(時節因緣)에 감사드립니다.
어떤 도시의 이미지는 경험에 의한 축적의 산물인데 1959년 후반 해인사 풋중 시절 대구에 와본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해인사에서 대구까지 비포장도로로 4시간에서 4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대구에는 '양식시장'이 있었습니다.
양식시장에서 처음 보는 물건이 있어서 무척 궁금해 한 일이 생각납니다.
끈이 있어 머리에 쓰는 두건인가..등등 여러 가지로 생각했습니다만 나중에야 그것이 여성의 브라자 인줄 알았습니다.(청중들 폭소)
그리고 대구 역전에 '하이마트 음악감상실'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라파엘로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제가 천식(喘息-기관지 질환)이 있는데 대구에 사시는 신도 한 분이 한약을 지어보낸 일이 있어 여러모로 대구에 대한 이미지가 좋습니다.
'녹색평론'이라는 격월간지가 있는데 이 책이 대구에서 발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생태환경운동 순수지(純粹紙)인데 저는 창간호부터 가지고 있습니다.
1년 구독료가 3만원인데 거기서 얻은 지식과 정보는 돈으로 따질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의 구독자가 많으면 세상이 밝아질 것입니다.
행정관료와 건축가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오늘 제 강연의 주제는 '생태윤리(生態倫理)'입니다.
요즘 물난리가 심하고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합니다만 사람들의 생활행태가 기상이변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추석 다음날(태풍 매미가 온날임) 저는 한숨도 못 잤습니다.
시끄러운 개울 물소리, 개울 밑의 큰 돌 굴러가는 소리, 함석지붕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 등을 들으며 밤을 샜습니다.
휴가철이 지나면 계곡에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은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 차는데 한편으로는 태풍이 이것들을 정화시켜주었습니다.
계곡마다 난무한 쓰레기에서 우리들의 얼굴과 한국의 현주소를 봅니다.
기상이변은 우리들이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배기가스에 의해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지, 해수면의 비정상적인 반응, 그리고 구름신의 부조화로 어떤 지역은 홍수, 어떤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불러일으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어떤 보고서를 보니 시계로 볼 때 금년은 9시 15분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앞으로의 환경은 2시간 45분 남은 셈입니다.
휴가철에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등 몸살을 앓습니다.
자동차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환경파괴의 주범인데,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율 28%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세계의 이산화탄소 1/4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의무적으로 줄이자는 협약 '교토의정서'를 미국은 자국의 산업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얼마 전에 탈퇴하였습니다.
현재 유럽의 많은 나라는 재앙의 원인을 미국으로 돌립니다.
우리나라의 산이나 도로는 성한 곳이 없습니다.
과거에 일본인들이 쇠말뚝을 박았습니다만...자연은 무기물(無機物)이 아니라 커다란 생명체(生命體)임을 알아야 합니다.
공기와 물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재해(自然災害)가 아니라 사실은 자업자득(自業自得)입니다.
대지(大地)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습니다.
대지는 어머니요, 생명의 뿌리인데 이 어머니를 버릇없는 자식들이 혹사시킵니다.
대지도 육신처럼 고달프고 병듭니다.
지구에 상처를 입힌 것은 우리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것과 같습니다.
전국의 병원에서 2∼3분 진료를 받으려고 2∼3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들 자신이 어머니인 대지를 병들게 한 과보입니다.
모체(母體)인 대지(大地)가 병들었는데 우리가 건강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 가보면 약을 지어주면서 2주일 만에 먹으라고 하는데 다녀보면 개인병원 종합병원 다 틀립니다.
그 덗에 걸리면 헤어나지 못하므로 진단은 받되 치료는 스스로 해야 합니다.
생각과 생활습관이 달라져야 하고 병원문턱을 넘어서면 안됩니다.
현대인들의 삶을 보면 남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자기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데 남을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존재(存在)는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며 살 권리가 있습니다.
자연(自然)은 자정능력(自淨能力)을 가지고 있는데 문명(文明)은 자정능력을 파괴시킵니다.
문명은 독약(毒藥)이며 농약개발이 생태계를 교란시켰습니다.
기술자는 전체를 보지 않고 한 부분만 내다봅니다.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컴맹입니다만 기술화, 정보화사회가 전통사회를 파괴하고 폐해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점점 참을성이 없어졌습니다.
돈, 권력, 물질향락, 경제적 부를 더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기예보만 듣고 신문방송의 뉴스를 잘 안 봅니다.
맑은 심성이 더렵혀질까 싶어서입니다.
기계에 의존하는 사람은 기계에 종속됩니다.
컴퓨터가 고장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듯이 기계는 만능이 아니고 사람이 만들어놓은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기계는 고장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허점이 있습니다.
얼마전 뉴욕에서 정전이 되어 큰 소란이 일어났는데 정전이 되면 화장실의 물도 내려가지 않아 볼일도 못 보는 비극이 생깁니다.
장자(莊子)에 보니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노인이 양수기를 사용하지 않아 그 이유를 물으니 '기계의 편리함을 알고는 있지만 한번 사용하면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계의 일이 있으면 차디찬 기계의 마음이 있소...나중에는 사람의 도리를 잃고 순박함마저 잃게 되오"
'베다'의 경전을 외우는 인도 성자를 생각합니다.
손자의 생일까지 다 기억하는 시골노인들에 비하면 우리들은 수첩만 없어도 아무 것도 못합니다.
간디는 '자신의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비극'이라고 하였습니다.
'생명의 손...신이 주고, 자연이 준 선물을 우리는 어디에 쓰고 있는가?'
머리와 기계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삶을 경고한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자신은 흙과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자연(自然)입니다.
모체(母體)인 대지(大地)가 병(病) 들면 지체(肢體)인 사람도 병(病) 듭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깨닫고 각자 실천하는 것이 '생태계(生態界)의 윤리(倫理)'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재산, 물건, 자연은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遺産)입니다.
그러한 유산을 이 다음 세대(내세)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합니다.
싹쓸이를 한다면 내일은 없습니다.
하나가 필요하면 하나만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하나마저 잃게 됩니다.
지구로부터 받은 물자를 소중히 다루는 것은 지구환경을 위하는 것입니다.
색다른 물건을 보고 충동구매를 하면 항상 후회합니다.
여자들이 좋은 옷을 보면 남편을 졸라 충동구매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즉각 사지 말기 바랍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사고, 나중에 그 옷이 없어져 구입하지 못할 때도 후회하지 말고 '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충동구매하여 사 둔 짐들이 우리 집안에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나중에는 반드시 후회합니다.
대형 할인마트도 조심해야 합니다.
한 두 개가 필요한데 여기서는 세트로 다섯 개를 사라고 합니다.
싸다고 무조건 사지 말고 싼 것이 비지떡임을 알아야 합니다.
값비싼 자동차를 보고 부(富)를 생각하지 맙시다.
환경문제를 생각한다면 배기량이 적은 소형차를 사야 합니다.
유럽은 소형차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지구에 유익한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캐나다는 펄프산업이 발달되었는데 미국에 제지를 수출하기 위하여 벌목을 하는 바람에 환경이 파괴되었습니다.
신문(新聞)도 하나만 보아야합니다.
이것이 생태윤리입니다.
영상매체도 나중에는 빨려들게 되어있습니다.
시간 전력 체력이 소모되고 나중에는 사고력까지 박탈당합니다.
예뻐지기 위해 성형수술을 합니다만 성형수술은 엄마 아빠가 합심하여 한 반죽을 뜯어고치는 것입니다.(반죽이라는 말이 스님다운 표현이다.^^)
반죽을 뜯어고친다고 하루아침에 팔자가 고쳐집니까?
얼굴은 '업의 꼴'이고 '얼의 꼴'입니다.
어떤 부인은 성형수술로 피부를 하도 잡아당겨 나중에는 눈 주위의 피부까지 당겨져 잘 때도 눈을 뜨고 잔다고 합니다.(폭소와 함께 박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에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면 안됩니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불필요한 것은 갖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이 아름다움입니다.
영적이 차원에서 보면 세상 모든 것은 이어져 있습니다.
한마음이 청정(淸淨)하면 온 법계(法界)가 청정합니다.
미친 마음이 세상에 주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합시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에 대구에서 일어난 지하철 방화사건입니다.
달마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음, 마음이여 너그러울 때는 온 우주를 다 포용해도 옹졸할 때는 바늘 하나 꽂을 데가 없구나."
남을 해코지하는 마음은 닫힌 마음입니다.
모두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하고 스스로 마음의 움직임을 잘 살펴야 합니다.
우리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스스로가 건강해집니다.
자연보호는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입니다.
모체(母體)인 자연이 건강하지 못하면 지체(肢體)인 우리가 건강하지 못합니다.
흙을 멀리할수록 건강과 멀어지고 병원과 가까워집니다.
문명에서 오는 질병은 문명으로 치료되지 않습니다.
자연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흙, 나무, 풀, 꽃, 동물을 가까이 하고 우리 속에 있는 자연의 마음을 일깨워 자연과 함께 합시다.
이것이 곧 생태윤리(生態倫理)입니다.
네~~~~~자세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전 개인적으로 법졍스님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그 날 사정이 여의치않아셔..법문내용은,그 분이 항상 말씀하시던 그런내용이네요..네~~우리 모두도 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망각하지 말고 어우러져살아야할 필요성을 새삼 또 느끼는바입니다..이렇게 자상히 좋은 글 올린 님께 ..
첫댓글 자세한 내용, 잘 읽었습니다. 맨 뒷자리에 서 있는데다 법정스님의 잔잔한 목소리로 놓친 부분들이 있어 아쉬움이었는데... 감사드립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대지는 누구도 소유할수 없다는 부분에 정말 공감이 갑니다...우린 너무 내 편한대로만 살려고 자연을 그대로 두지를 않고 있지요........가고 싶어도 시간이 안되어 못갔었는데 학륜님 덕분에 법문을 앉아서 읽었습니다^^*감사드립니다()()()
........★★★...관세음보살()()().....
네~~~~~자세하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전 개인적으로 법졍스님을 무지무지 좋아하는데,그 날 사정이 여의치않아셔..법문내용은,그 분이 항상 말씀하시던 그런내용이네요..네~~우리 모두도 이 자연의 한 부분임을 망각하지 말고 어우러져살아야할 필요성을 새삼 또 느끼는바입니다..이렇게 자상히 좋은 글 올린 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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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시길 빌어마지않습니다...다시한번,,좋은 글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 ,,,()...
........★★★...관세음보살()()().....
학륜님, 여기서 또 이렇게 뵙네요..긴 내용을 다 정리해 주셨네요..모체인 땅이 병들면 지체인 사람도 병든다...잘 새기겠습니다..긴 글 감사합니다 학륜님..()()()
........★★★...관세음보살()()().....
마음이여 너그러울때는 온우주를 다포용해도 옹졸할때는 바늘하나 꽂을데가없구나...닺힌마음의 주인이되지말고 열린마음의 주인이 되겠습니다...*^^*
........★★★...관세음보살()()().....
학륜님...글 감솨합니다... 늦게가서 못들어서 발만동동 굴렀는뎅, 어떻게 다 정리를 하셨는징.... ^^
........★★★...관세음보살()()().....
참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이렇게 긴 내용을....감사히 앉아서 잘 읽었네요..
........★★★...관세음보살()()().....
삭제된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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