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송광택의 시세계와 저서 『좋은 독서 가족 길라잡이』
- 송용구(시인, 문학평론가,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송광택 목사는 시인이자 독서운동가이다. 그는 월간《창조문예》에 성인시가, 월간 《아동문학》에 동시가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이후 현역 시인으로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전개해왔을 뿐만 아니라, 독서론에 관한 저술과 기독교 신앙서적의 번역에 이르기까지 문학의 범주를 확대해왔다. 특히 그의 시에서 드러나는 문학적 경향은 한국시의 전통적 서정성을 계승하면서도 서구의 모더니즘을 수용하는 현대시의 귀감이 되고 있다.
여러 문예지에 발표된 송 목사의 시편들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생명 공동체 안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노래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으로 가족과 형제 자매와 이웃을 사랑하고,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에게만 제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창조하신 동식물들에게도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자애로운 손길을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시인 송광택의 언어는 하나님과 사람이 함께 나누는 사랑을,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이타적 사랑으로 변화시키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이타적 사랑을 사람과 자연이 함께 나누는 평등하고 막힘 없는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이 거룩한 핏줄로 이어져 생명의 숨결을 나누고 있는 아름다운 상생(相生)의 공동체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생명을 향한 사랑을 노래면서도 이 사랑을 직설적인 언어와 일상적인 언어로써 표현하지 않는다. 비유 ,상징, 리듬, 운율, 수사(修辭) 등 다양한 예술적 기교를 통해 모든 피조물들을 어머니처럼 감싸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예찬함으로써 독자의 정서적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이것이 시인 송광택의 언어가 지니고 있는 견고한 서정성이다.
독일의 문예비평가이자 이론가인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자신의 미학이론에서 "가장 순수한 시가 또한 가장 정치적인 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랑을 노래하는 서정적 언어가 사랑을 가로막는 모든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저항의 힘을 낳는다는 것이다. 아도르노의 이러한 시각은 송광택의 시에도 그대로 관철된다. 송 목사의 시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은 독자들의 의식을 각성시키는 정신적 자극제가 되고 있다. 언어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힘이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독자들의 영혼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을 바라보게 만들어 세상의 어둠을 빛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송 목사의 시는 순수와 참여, 서정과 저항의 이분법적 도식을 극복하고 양자를 하나로 조화시키는 현대시의 모델이 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산문을 포함한 송 목사의 모든 글은 풍부한 지식, 상상력, 미학적 표현 등의 세 가지 요건이 조화를 이루어 예술작품의 삼위일체를 형성하고 있다. 아무리 단편적인 지식일지라도 그것을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상상을 통해 가공하여 비유와 상징 같은 미학의 옷을 입혀 독자들에게 안겨주는 까닭에 송 목사의 언어는 보편적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작품의 삼위일체를 낳은 근원은 역시 독서가 아닐 수 없다. 송 목사의 지속적인 글쓰기 작업은 언제나 독서로부터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절됨이 없었던 책읽기의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독서의 철학, 독서의 대상 및 내용, 독서 방법, 독서의 영향력 등을 오늘의 저서 『좋은 독서 가족 길라잡이』속에서 때로는 시적인 문체로써 묘사해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비평적 문체로써 서술해나가기도 한다.
『좋은 독서 가족 길라잡이』라는 제목은 매우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의 내용은 어렵지 않은 언어로써 묵직한 정신의 열매를 우리에게 안겨 준다. 동서고금의 명저로 손꼽히는 고전으로부터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인과 소설가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마치 그림의 소실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듯이 전체적인 것에서 개별적인 것으로 집약해 들어가며 책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러한 미시적 접근 방식은 특히 명저와 명작에 대한 분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것은 숲의 바깥에서 숲의 전체를 관조하던 사람이 다시 숲 속으로 깊이 침잠해 들어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초록빛과 향기를 음미하면서 가지 끝에 앉아 있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다.
고전, 철학 서적, 문학 작품, 독서론 등 다방면의 명저들을 제시하면서 저자의 신상, 성장 배경, 생활 환경, 저자가 살았던 그 당시의 사회상과 시대 풍조 등, 외면적인 조건들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사상과 철학, 저자의 잠언적 메시지,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의 우리들과 후대의 자손들에게 줄 수 있는 보편적 교훈 등, 독자의 지성과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정신적 자양분까지도 공급해주고 있다. 따라서 본 저서는 "인문학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이라 칭하여도 나무람이 없을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을 논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독자들의 정신운동 및 의식개혁을 도모해나가는 원동력은 하나님께서 송 목사의 내면 속에 넘치도록 부어주신 사랑의 생수라는 점이다. 이 사랑의 생수가 송 목사의 지성과 영성의 그릇 속에 충만히 넘쳐 흘러서 예술적 언어를 통해 독자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고, 비평적 언어를 통해 독자들의 의식을 채찍질하여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시킬 수 있는 평화의 도구이자 公義의 메신저로 독자들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본인은 송 목사의 저서『좋은 독서 가족 길라잡이』가 "인문학에 관한 작은 백과사전"이자 "기독교 교육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 내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송 목사의 창작 정신과 기독교적 이상이 담긴 아름다운 시 「새벽」을 함께 나누어보자.
새 벽
새벽은 깊은 우물이다
새벽에
내면 깊은 곳으로
두레박을 내리는 기쁨
내 은밀한 가슴 헤치고
뼈 속까지 시려오는
생수를 올려
내 황폐한 뜨락에 쏟아 붓는다
생수의 투명함은
진리같이
가슴에 와 닿고
와 닿은 하늘의 마음은
싱싱한 새벽 정기
네 이마에 내 이마 마주 대고 있으면
스스로 깨달음이 되는 새벽
늘 깨어
나를 기다리는 새벽
첫댓글 너무 좋은 시입니다. 교수님 모습 같습니다. ^^ 외우고 싶은 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