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야기 북카페에서

[kuamchun]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에서 / 전성훈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던 어휘들이 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 쓰는 용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불편한 적도 많다. 그중 하나가 ‘북카페’라는 말이다. 이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책방과 카페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머리를 갸우뚱했다.

이제는 커피나 좋아하는 생강차 한 잔 마시며 지인이나 일행과 마음껏 수다를 떨기에 좋은 장소로 익숙하다.

우리 동네에는 창동 전철역 양쪽 출구에 북카페가 하나씩 있다. 창동역 2번 출구에는 우리나라에서 창고형 마트가 처음 생긴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 옆에 ‘마을 가족 카페 너른 마루’라는 카페가 있다. 창동역 1번 출구에는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가 있다.

나는 그중 한 카페에 가끔 들린다. 친구나 지인들과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에 편하고 게다가 일반 커피숍보다는 찻값이 조금 싼 편이라서 좋아한다. 분위기 좋고 맛있고 값도 싸면 최고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창동역 1번 출구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도 그러하다. 북카페 이름 < 행복한 이야기 >는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용히 혼자 책을 읽는 이에게 행복한 마음이 듬뿍 넘치라고 기원하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 시 모임에 참석하였다. 시 창작을 지도해주시는 분은 도봉문화원에서 수필 창작을 이끌어 주시는 최교수님이다. 참석해 보니 남자는 내가 청일점이고 여성 다섯 분이다. 학창시절에는 여성이 많은 곳에 참가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 때문에 여성들 앞에서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나이도 칠십 줄에 가까워서 그런지 몰라도 여성들 많은 곳에 가는 것을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세상 물정을 조금 안다는 의미도 있고 사람이 그만큼 뻔뻔해졌다는 뜻도 있다. 최교수님께서 시를 쓰는 기본원리를 차분하게 설명해 주시고 세 문장으로 정리하라고 말씀하셨다. 먼저 시를 쓰는 사람이 말하고 싶은 요점을 주제로 정하고 주제에 알맞은 소재와 제재를 적당히 골라 중간에 살과 뼈대를 부치면 좋다고 하셨다. 강의를 듣고 그 자리에서 글짓기를 하였다. 시의 제목을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로 정하고 모임에 참석한 여섯 사람이 각자 한 편의 시를 지었다. 부끄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 같지 않은 시를 지어 모임 밴드에 올렸다. 교수님께서 여섯 사람의 작품 하나하나에 자상하게 첨삭을 해주시며 보다 더 시 다운 시를 짓도록 용기를 주시고 격려해주셨다. 부끄럽지만 시 한편을 썼다.

<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 >

우리 동네엔 행복한 이야기 북카페가 있다

신나게 달리는 지하철 소리가

마치 심장이 울리는 것처럼 쿵쿵 울리는 북카페

마주 앉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시를 짓는 법을 배우려고 찾은 북카페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모였다

쿵쿵 울리는 지하철 소리를 운율삼아

시 한 수 쓰고 싶다

글이나 그림은 현장에서 바로 기초 작업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시 창작 모임에 꼭 참석하고 싶다. (2019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