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계절이 지나고 점점 두껍고 큰 옷을 벗기 시작하면 괜히 더 집 밖을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게 바로 봄기운이고 백패커들은 동계 시즌에 필요하던 장비들이 줄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어디 갈 곳이 없을까 고민하는 시기. 남부 지방에는 한참 벚꽃 나무 아래 캠핑을 즐기는 시기가 지났고 북부 지방인 서울 경기는 거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벚꽃 아래에 캠핑할 곳은 남부 지방에 비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괜히 SNS에 나도 벚꽃 캠핑 가고 싶은데 어디 갈 곳이 없을까 고민하는 글을 올렸고, 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디 뭐 아는데 없으세요??”
“저는 뭐 조금이라도 시기가 늦다는 인천섬들 알아보고 있어요.”
바다에 위치한 섬이라는 지형적인 이유로 벚꽃이 늦게 피는 인천섬이었다. 이러한 정보를 나누던 중 같이 인천섬 백패킹 가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처음 보는 사람과 여행을 가는 것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백패커였고 따로 보지는 않았지만 1년은 넘게 SNS로 서로의 근황 및 여행을 보고 있던 상태였기에 그 제안에 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인연은 뜻밖의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인천섬 백패킹의 경우 제가(남성) 아닌 같이간 지인(여성)의 사진이 많습니다.
우리의 첫 섬 백패킹은 사승봉도였다. 사승봉도는 1박 2일, 정글의 법칙 등 여러 방송에서 소개했던 곳이고, 미운 우리새끼에서 홍자매가 나오며 더 주목 받은 섬이다. 무인도치고는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이유가 뭘까? 그건 직접 가게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사승봉도를 가기 위해선 먼저 승봉도를 가야한다.
승봉도 가는 법
1. 인천항에서 출발
오전 07:50
오전 08:30
오후 12:00
이렇게 3개가 있으며 가장 이른 시간의 배만 선박 회사가 다르며 배의 종류가 달라 속도가 더 느린편이다
2. 대부항에서 출발
오전 09:00
배 승선표 예약 사이트
가보고 싶은 섬
https://island.haewoon.co.kr/
두 곳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곳이다. 편의에 따라, 혹은 전날 어디서 자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곳이 달라진다. 대부항의 경우 바로 앞에 방아머리 해수욕장이 있는데 이곳이 편의점, 화장실, 개수대가 있는 무료 캠핑장이라서 멀리서 올 경우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바로 이동하기에 용이한 편이다.
먼저 승봉도에 도착 후 사승봉도를 가는 법은 두가지가 있다.
1. 배를 대절한다.
2. 배를 함께 대절한다.
결국 배를 대절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이 배 값이 최소 금액이 있을 뿐 사람이 많다고 해서 더 받지는 않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배를 탈 경우 배 한 대의 값을 지불해야하지만, 여러 사람이 타는 날에는 인당 만원으로 줄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승봉도는 특히나 주말 같은 공휴일 그리고 시즌에 맞추는 게 좋다.
이 배에 대해서도 예약이 가능하다. 사승봉도에 살고 계신 이모님의 번호가 네이버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사전에 정보를 듣고 예약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타고 온 배와 연계를 하는 경우가 많기에 꼭 사전에 연락을 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위해 이곳에는 기재 하지 않습니다.
주말 그리고 봄 나들이가 겹친 날 상당히 많은 백패커들이 배에 몸을 싣기 시작했다. 무인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가니 사실상 이미 유인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사승봉도는 사실 무인도가 아니지만 무인도다. 이게 뭔소린가 싶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사승봉도 이모님이 설명해주셨다.
“아니, 내가 몸이 안좋아서 여기 들어와 산지가 수년이 지났는데 법적으로는 무인도야. 왜냐하면 섬에 최소 5가구. 그러니까 5명이 아니라 5집이 살아야 법적으로 유인도가 된다고 하더라고. 유인도가 되면 이런저런 시설들을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설치해줘야 하니까 이러한 기준이 있나봐.”
실제로 사람이 살아서 우물도 집도 있는 곳이 무인도 사승봉도의 현실이었다. 승봉도에서는 배타고 10~15분 밖에 걸리지 않으니 무인도라는 이름 치고는 접근성이 너무 뛰어났기에 방송국이 많이 찾은 게 분명했다.
봄철에는 두릅과 고사리를 따기 좋은 곳. 많은 백패커들이 찾아와 낚시나 요리를 하며 바닷가를 보며 멍때리는 곳. 캠핑장은 아니지만 무인도라는 어감이 주는 분위기가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백패킹이니만큼 화장실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배에서 내리며 다음날 돌아가는 배 시간을 들을 수 있었고, 같은 장소에서 다시 승봉도로 돌아갈 수 있다.
승봉도는 무인도인 사승봉도에 비해 큰 섬이지만 사실 크게 볼거리가 있는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식당과 매점 숙박업소는 이일레 해수욕장에 모여 있고, 백패커들 또한 이곳에 모이게 된다.
이일레 해수욕장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으며, 나무 아래 혹은 그늘막과 그 뒤편에 있는 소나무숲 아래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캠핑 장소가 여럿 있다. 이곳이 인기 많은 이유는 역시나 최소한의 기본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개수대 거기다 어느 정도의 언덕을 올라야 하지만 슈퍼에서는 가스부터 라면 고기까지 없는 게 없었다.
섬 자체는 3시간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다. 그런데 그래서 마음 편하게 한 바퀴 둘러보기에도 적당하다. 이일레 해수욕장을 벗어나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걷기 좋은 숲길이 나온다. 이곳은 승봉 삼림욕장으로 힘들지 않게 숲길을 따라 걸으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동남쪽의 두부치 해변으로 간다면 해안선을 따라 잘 만들어진 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 선착장 기준으로는 정반대편에 있지만 섬이 작은 만큼 거리는 생각보다 멀지 않으며 잘 된길을 바탕으로 섬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일품인 곳이다.
한가지 아쉽다면 사승봉도와 승봉도 모두를 보기엔 배 승선 시간에 여유가 없어 머물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각 섬마다 늘 백패커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함녀 분명 두 곳 모두 매력적인 곳임에는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