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가는 영화 관람료 인상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비싼 관람료에 부담을 느낀 관객들이 극장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주말 기준 2명이 영화 한 편을 보면 관람료가 3만원인데 팝콘이라고 먹으려 하면 5만원이 넘어가기에 영화 선택에 있어 더욱 신중해지는지며, 영화 리뷰도 꼼꼼히 보고 블록버스터 영화 위주로 선택하게 되는 추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종료된 시점에서 처음 맞이한 극장가 여름 성수기는 코로나 사태 전과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1000만 영화는 고사하고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제작비 330억원을 들인 `외계+인`, 제작비 260억원의 `비상선언`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헌트` 역시 손익분기점인 420만명을 넘기가 쉽지않아보인다. 관객수도 마찬가지다. 8월 누적 관객수는 1495만여 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최고치였던 7월의 1629만 명을 밑돌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영화인들이 우려하는 건 관객 수 감소가 결국 영화 산업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ㆍ배급사 관계자는 "지금은 영화계 전체가 쇼크 상태다. 판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누구도 판단을 내리지 못 한 채 관망하는 중"이라며 "다만 확실한 건 영화계까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한국영화가 지난 반세기 동안 헐리우드 스타일을 모방하는 일명 `캐치업(catch up)` 시대였다면 지금 막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영화에 있어 이제는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영화들의 출현이 절실해 보인다. 이러한 우려 속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한국 영화 산업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긍정적 시간이라고 판단한다. 이제는 영화 산업이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한국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1990~2000년대의 활력 있고, 창의적, 에너지 넘치는 다양성 영화가 중심이 되는 영화 산업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뭐든 작은 것에서부터 성장한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세계 야구의 중심이 된 것은 메이저의 몇배나 되는 마이너리그의 선수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소영화들이 있어야 대작 영화들이 나오고, 중소영화들이 많아질수록 시장의 효율성은 더 높아지며 관객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국내 영화 산업에서 실험적이고 작가주의적인 중소영화 제작 없이 대기업 위주의 블록버스트 영화들만 양산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지금처럼 관객의 욕구에 미치치 못하고 무너지면 결국 영화 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도미노 현상을 겪게 될 것이다.
이는 지역의 문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시(詩) `개울`에서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개울은 수천 수만의 바다 물고기를 자라게 하고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며 지역문화는 개울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그 개울이 없이는 바다도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지역 문화산업은 지역의 경쟁력 강화, 일자리 창출, 문화 공유 확대 등에 기여하고 설비나 대형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지역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발휘해 관광 및 연관 산업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 제조업의 쇠퇴로 경제활동이 침체된 도시 지역에 활기를 부여하는 대체 산업 활동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역 문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정책을 마련해야 함은 물론 정책의 지속성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강화하여야 한다. 울산도 지역 거점의 경쟁력있는 문화예술교육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뒷받침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금 당장 가시적 성과에 연연하다 보면 지역문화예술은 쇠퇴할 수밖에 없고 그 후유증은 지역경제의 어려움과 인구 감소로 연결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역문화 정책은 외형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경쟁력 있는 지역 콘텐츠에 더 투자할 때이다. 영화가 스크린쿼터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왔듯이 지역 문화예술계도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며 `개울이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임`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