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7/31 16:40
|
애나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도합니다.
어제 문득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애나라는 낯선 이름, 낯선 모습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던 은정(가명)이의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달 전쯤 은정이의 엄마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은정이가 미국에 가 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방송의 힘을 빌려서라도 딸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들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은정이는 제가 교단에 처음 서서 만난 제자였습니다. 시골 소녀다운 풋풋함 속에 아픈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은정이의 부모님 역시 정말 선함과 겸손이 몸에 베어있는 훌륭하신 분들이셨습니다. 은정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이 닿아 제 결혼식에도 부모님께서 와 주시고 또 2008년 은정이가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에도 부모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만났었습니다. 그 때 제가 임신한 상태라는 걸 아시고 모든 가족이 전주로 나와 맛있는 식사 대접을 해 주셨습니다. 은정이는 그 때 너무 행복한 모습이었고 다시 미국에 가서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게 될 거라 믿어의심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공항에서 출발한다는 전화까지 하며 갔던 미국.
그런데 어머니의 말씀은 너무도 뜻밖이라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은정이가 그 동안 홈스테이 하던 중국인 선생님의 집에서 지낼 형편이 안 되자 같은 학교 학부모(방송에 나온 미국인 부부)가 나서서 은정이를 맡아주겠노라 나섰다고 합니다. 은정이가 지낼 곳을 마련하기 위한 2달간만.
그런데 그 두달이 이렇게 2년 넘게 딸을 못 만나게 될 줄이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화로는 도저히 자세한 할 수 없으셨는지 어머님과 은정이 동생이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 예전과 달리 많이 지쳐보이는 얼굴로 그 간의 이야기와 왜 은정이를 못 만나게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주셨습니다. 또한 곧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취재를 했다고 말씀하시며 희망을 보이셨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가 본 방송의 내용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습니다. 은정이의 확연히 변화된 모습과 부모를 못 알아보는 원인이 친구 아빠의 성추행과 한국에서의 교장 딸로서의 스트레스라니...
방송은 마치 한국 부모의 원인으로 은정이가 한국의 기억을 잊고 싶어한다고 결론은 내려서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어머님께 오늘 전화를 걸어 왜 방송에서 정작 다뤄야 하는 것을 취재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 내용은 첫째 영사관에서 대한민국 국민인 은정이 부모님의 억울함을 조사해주어야 마땅한데 미국 부부의 말만 믿고 이런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석연치 않은 이유에 대해서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진에게 이유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셨는데 그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 은정이는 처음부터 이 미국부부에게 맡겼던 것이 아니라 중국인선생님께서 2년여간 맡아주셨는데 마치 이 부부는 자신들이 은정이를 쭉 보호해 왔던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은정이가 한국에서 나쁜 기억을 잊고 싶었다면 중국인 선생님과 살았던 기간에도 충분히 이야기하고 변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작스레 미국이 부부를 만난 기간에 변했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의 나쁜 기억을 잊고 싶다는 은정이의 얘기가 이해가 안됩니다.
은정이가 미국이 가 있을 동안 제게 보냈던 메일을 보면 여름 방학에 한국에 와서 선생님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이 내용을 취재진과 저 역시 통화를 했고 증거자료를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전혀 방송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친구 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이 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 부분은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은정이 아버지의 성폭력에 대해서 거짓말 탐지기 까지 동원해서 진실을 밝히려 했다면 당연히 미국인 부부의 거짓말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쪽의 말은 너무도 당연히 믿고 있다는 게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은정이를 취재하려면 미국 부부가 없는 곳에서 취재진과 단둘이 이야기를 해야 은정이의 진실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정이의 부모님은 사건에 대해 조사하던 중 한 변호사에 의해 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들었다고 합니다. 부모를 성폭행범으로 몰고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모습이 똑같았다고 합니다. 그 원인은 약물 투여로 인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수시로 눈물을 참고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며 제 마음이 다 멎어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을 본 마음은 더욱 아팠습니다. 은정이 부모님의 소홀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평화롭게 자라던 은정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며 부모를 몰라본다는 것이 너무도 기가 막힙니다.
2년전 은정이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화면 속의 모습에 저 자신도 지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 머리 스타일부터 옷 입는 모습이며 말투,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까지 다 은정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보니 은정이가 자신은 건강하다고 누구보다 빨리 뛸 수 있다고 하던데 은정이는 제가 체육시간을 같이 겪어본 경험상 달리기가 제일 자신없는 아이입니다. 저런 이야기를 하는게 은정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빨리 구해주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에 두서없이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지금 현재 부모님께서는 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은정이를 구해오려고 노력하고 계십니다. 하루하루를 기도로 버티시는 모습에 제 마음이 다 젖어듭니다. 꼭 진실은 밝혀지겠지요
어머님께서 ‘선생님 우리 언젠가 은정이가 돌아와서 같이 축하할 날이 오겠지요’라는 말씀이 정말 이루어지길 간절히, 간절히 기도합니다.
|
첫댓글 우리 모두 기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