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도깨비] & 도깨비 이야기
[도깨비]는 2016년 12월 2일부터 방영중인 tvN 금토드라마 입니다. 이 드라마는 도깨비 설화를 모티브로 김은숙 작가가 3년 전부터 기획하였고, 도깨비라는 현실에는 없는 캐릭터를 차용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라는 소재와 함께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강조한 드라마입니다.
줄거리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설화이지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도깨비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그것이 어떤 성격의 존재라는 것에 대해 자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 소통이 가능한 유아부터 고령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도깨비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누구나 알고 있는 존재]의 성격이 분명하지 않으며, 아직 누구도 도깨비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인혜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배우]는 요즈음 뿔 나온 험상궂은 모습 대신 훈남으로 나타난 [도깨비]가 여성의 이상형으로 재탄생하여 과거 공포 이미지를 탈피해 상상력으로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이런 작업이 미디어에서 계속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사실 우리도 도깨비나 저승사자가 예전처럼 무서운 모습이 아닌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걸 좋아합니다.
1. [도깨비] TV드라마 주요 인물의 능력
극 중 능력면에서 도깨비와 비슷하거나 약한 것으로 언급되지만 표현된 바로는 고유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사로이 능력을 쓰는 일은 금지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저승부 감사팀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된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하면 마치 최면처럼 기억이 조작된다. 이를 이용하여 신비로운 일과 마주친 인간의 기억을 바꾸거나 지은탁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들의 사이를 갈라지게 하고, 사회성이 부족해 사회를 뽀사버린 김신이 친 사고를 뒷수습하거나 써니를 위해 능력을 사용하는 등의 모습이 등장한다.
인간과 손이 맞닿으면 그 인간의 전생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악수도 피하고 시종일관 걸어다닐 때나 사람을 대할 때 손이 닿지 않도록 괴상하고 조심스레 움직인다. 또한 키스를 통해 상대방이 자신의 전생을 기억하도록 만들 수도 있다.
고전적인 저승사자의 이미지에 나타나는 흑립을 대신하는 드라이클리닝 필수에 상스럽고 웃기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검은 페도라를 쓰면 도깨비감투처럼 착용자의 모습을 감춰준다. 페도라 자체는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니'에 입각한 아이템이라고 한다.
화가 나거나 기분이 별로면 주변이 어두컴컴해진다. 또한 냉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데 주된 용도는 술 차갑게 하기, 당황하거나 불안정해지면 주변 온도가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떨어지고 얼어붙는 등 주변에 영향을 끼친다.
일반적인 순간이동처럼 원하는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현관 비밀번호를 모른다. 극중에서는 해외로 가는 것은 나오지 않지만, 국제무대도 연계한다는 것으로 봐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정지시간을 멈출 수 있다. 극 중에서는 써니에게 걸려버린 전화의 답을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한다. 극 중에서 도깨비 한정으로 생각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일종의 독심술로 볼 수도 있으나 김신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생각을 읽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이 없다.
생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죄를 지은 경우에만 저승사자로 태어나며 극 중 등장하는 저승사자들은 특이하게도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공무원 집단으로 그려지고 있다. 저승사자는 전생에 큰 죄를 지어 기백년의 지옥을 거치며 스스로 기억을 지운 자들이라고 한다. 남녀 모두 검은색 페도라, 검은색 정장으로 복장이 통일되어 있고, 조직 내부에 기수 문화 및 엄격한 선후배 관계가 존재하며 자신들이 처리하는 업무에 대해 결재 서류를 작성하고 이에 시달리는 모습이 보여진다.
워크샵, 회식문화, 사내메일 그리고 공무 외 능력 사용시 사유서 제출과 꼼꼼하게 영수증을 챙기는 모습까지, 장례식의 노잣돈을 모아 렌트비를 마련하는 김차사의 사례를 보면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의 모습이다. 저승사자 개개인이 별도로 갖고 있는 이름이 없고 모두가 똑같이 '김차사'라는 이름을 쓴다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큰 사고가 예정되면 관할지역의 저승사자 외에도 옆동네에서 지원 나온다. 명부로서 붉은색 한자로 이름, 나이, 사망시각, 사인(死因)이 적힌 상태의 둥근 사자 문양이 찍혀있는 하얀색 카드가 봉투에 들어있는 상태로 지급된다. 온갖 변수에 대해서 철저히 사유서를 써서 제출하라는 것을 보면 신이 계속 변수를 배제하려고 자꾸 값싼 노동력인 저승사자들을 갈구는 것 같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저승사자도 이승에 머물기 위해 거주할 집이 필요하며 음식을 섭취하고 막장 드라마도 시청하고 수면을 취해야 하는 등 신과 인간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세 인상에 떨고 회비를 잃어버리자 동료를 버리고 도망간다. 저승사자와의 계약은 목숨이 담보다.
저승사자와 부딪히면 기억도 읽히고, 화나게 하면 동티난다! 저승사자의 첫 등장은 검은색으로 옷을 통일했지만 점점 써니와 만나면서 채도는 낮지만 다양한 색을 사용하고 있다. 감정이 깊어질수록 명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0화에서는 아예 같은 장르인 천사 컨셉이라며 화이트 패션을 선보이기도. 그리고 스마트폰 사용법을 모르거나 다소 세상물정을 모르는 묘사가 나온다.
저승사자들은 전생의 죄과에 대해 지옥에서 벌을 받은 뒤 '스스로 죄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사자직을 맡게 되는데, 왕여는 타인의 전생을 일깨우거나 지은탁의 명부를 주변에 누설하는 등 힘을 남용했다는 죄로 강제로 전생의 기억을 일깨워진다. 기억을 찾는 과정 자체도 상당히 고통스러우며, 기억을 찾은 직후에는 김신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할 만큼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채식주의자다. 도깨비와 정반대의 식성이라 콩나물을 다듬거나, 마늘을 까는 모습이 목격된다. 돌담 안 그의 근무처는 마치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실제로 망자의 찻집이라고 불린다. 선하게 산 사람에겐 이승의 기억을 망각할 수 있는 차를 대접하고 계단 위 천국으로, 악하게 산 사람에게는 그마저도 주지 않고 지옥으로 보낸다. 특이한 것은 망자들을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도록 인도한다. 저승은 유턴이라고.
2. 도깨비의 틀 깨기
머리에 뾰족한 뿔을 단 험상궂은 얼굴에 가시 돋친 방망이를 들고는 `금 나와라 뚝딱!`을 외치던 도깨비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작은 얼굴에 호감형 외모, 180㎝가 훌쩍 넘는 키와 조각 같은 몸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도깨비가 나타났다. 최근 많은 여성들의 사랑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한 드라마 속 도깨비의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도깨비, 저승사자, 귀신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죽음이라는 공포와 연관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오싹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최적의 소재였다. 이러한 소재의 드라마들은 분장부터 의상, 연기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에게 고된 노력들이 많이 요구되곤 했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통가발을 한여름에 쓰다 보면 머리에 땀띠가 나기 일쑤였고, 창백하고 괴기스러운 진한 분장으로 얼굴에는 화장독이 오르는 일도 빈번했다. 최대한 무서워 보이도록 눈을 뒤집고 온몸은 관절이 꺾인 것처럼 움직이면서 산속을 맨발로 걸어다니거나 와이어를 달고 종일 날아다니는 등 고생스러운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일도 많았다.
이인혜 교수 역시 공포물이었던 한 단막극에서 귀신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극 중 귀신은 물귀신으로, 주로 바닷물 속에서 등장하거나 갯벌에서 기어 나오곤 했다. 여름 방송을 위해 초봄에 촬영되었는데 바닷물이 어찌나 차갑던지 머리까지 온몸을 바다에 넣었다가 빼기를 수십 차례 하고 나면 머리가 띵해지고 뒷목이 찌릿해졌다. 또한 얼굴에 산 낙지를 붙이고 거꾸로 매달려 있다가 얼굴에 빨판 자국이 2주 동안 남아 있기도 했으며, 오랫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어 눈에 핏줄이 터지기도 했다고 했다.
배우들의 이런 고생 끝에 시청자들은 귀신이란 존재를 매우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녀귀신은 소복에 긴 머리를 한 모습으로, 저승사자는 검은 갓을 쓰고 하얀 얼굴에 까만 입술을 한 형상으로, 도깨비는 산적같이 누빈 옷을 입고 방망이를 든 괴기스러운 이미지로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되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트린 생머리를 보거나 얼굴이 새하얗게 화장된 여자를 보고 귀신같다고 한다거나,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저승사자 같다고 놀리는 것들을 보면 사람들에게 미디어가 심어준 귀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잘 각인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미디어 속 귀신들이 달라졌다. 외모에서부터 성격까지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변화하고 있다. 핏이 딱 떨어지는 세미정장을 입고 코트를 휘날리며 멋지게 걸어오는 도깨비와 저승사자의 모습을 볼 때면 우연이라도 한번 마주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저승사자가 집세와 수도요금을 걱정해 가며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에서는 친근감이 느껴지고 도깨비나 저승사자가 큰 죄가 있었던 인간이라는 점에서는 연민의 감정까지 들기도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귀신의 모습을 세상 가장 무서운 이미지로 미디어가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이상형으로 귀신의 이미지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귀신이라는 이미지 틀을 미디어 스스로가 깨고 있으니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사실 도깨비나 귀신의 본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는 매우 매력적인 모습일지도 모른다. 또 그렇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고 삶과 죽음의 간격이 좁아지고 죽음 후의 세상에 두려움 대신 호감이 생길 것이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에서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모든 절대적 신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주입되었던 특정 이미지를 무너뜨리는 미디어 틀 깨기 현상이 점차 늘고 있다. 귀신, 외계인, 인어공주 등 실제로 접해본 적 없는 인물이나 소재가 여러 드라마에서 제각기 묘사되고 해석되는 일들이 자주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몇백 년간을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도깨비, 지구와 우주를 왕래하면서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별에서 온 외계인, 현실에 존재하는 동화 속 인어공주….
현 세대의 아이들과는 드라마 `전설의 고향` 속 무시무시한 도깨비 모습이나 영화 `에이리언`의 징그러운 외계인 이미지를 함께 공유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기존의 미디어 틀을 탈피한 혁신적인 드라마들이 앞으로도 계속 창조되길 기대해 본다. 세상이 발달한 만큼 우리의 모습이 달라졌듯 도깨비나 신의 모습도 그래야만 될 것 같다.
3. 전승 도깨비 연구
어느 청년이 저녁에 고갯길을 넘어가려는데 장정 모습을 한 도깨비가 나타나 씨름을 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청년은 같이 씨름을 하였지만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이에 청년은 꾀를 내어 "어, 날이 새는구나!"라고 말했고, 도깨비가 이에 움찔하자 얼른 쓰러트렸다. 청년은 도깨비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근처에 있는 나무에 줄로 꽁꽁 묶었고, 얼른 고갯길을 지나갔다. 다음 날 해가 뜨자 청년은 궁금하여 도깨비를 만났던 나무 밑으로 갔다. 그러나 나무에는 피 묻은 빗자루만이 묶여 있을 뿐이었다.
위는 현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도깨비 전승이다. 유쾌함, 망측함, 비범함을 동시에 갖춘 귀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자세히 알아보면 놀랍도록 다양한 전승이나 형태가 존재하는 종족이다. 일반적으로 짓궂은 귀신으로 해석하지만, 다른 귀신들에게 비교하면 심각히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고, 유쾌한 장난을 치거나 풍요로운 보상을 가져준다는 점이 도깨비의 매력이다.
전국 민담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요정, 반신반귀, 괴력난신을 대표하는 종족. 도깨비의 직접적인 기원은 신라 시대의 비형랑 설화, 흥부전의 원형으로 추정되는 방이 설화로 본다. 구체적으로 도깨비를 연구한 민속학자들은 목신 숭배, 야장신(대장장이) 숭배, 용 숭배와 마찬가지로 자연 현상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즉 원시적인 귀신 숭배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이후에는 문명과 풍요의 신이 되거나, 잡귀잡신으로도 숭배되는 복합적인 존재다.
귓것, 허주, 독각귀, 독각대왕, 망량, 망량신으로도 불린다. 도깨비도 동아시아의 정령-귀신의 토대에서 나왔지만, 그 어떤 문화권의 귀신(鬼)과도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주고받은 건 중국에서 전해진 망량 사상이며, 일본의 오니들이랑 조금 비슷하지만, 다른 요괴들과는 달리 생산자 숭배에서 기원했다는 근원소를 지녀서 차이점도 크다. 이는 신라시대의 두두리를 비롯한 지방신앙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물로 보인다.
현대적인 구분으로 말하자면, 요괴, 귀신, 하급신의 성격이 결합된 종족이다. 굳이 외국 설화에서 비슷한 존재를 찾자면 동아시아의 요괴 + 이슬람의 지니(정령, 반신) + 서유럽의 고블린(요정, 망량) 쯤 되는 종족군이다. 하지만 도깨비의 정체성은 외부에서 가져와 해석하기 보다는, 도깨비 그 자체를 하나의 고유한 개념으로써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1) 도깨비의 어원
옛 문서를 보면 흔히 "돗가비"로 표기되는데, 조선초 세종치세에 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보상절(釋譜詳節)'에 처음 등장한다. 도깨비 연구의 전문가인 김종대 씨의 설명에 의하면 도깨비는 '돗'과 '애비'의 합성어로서, 돗은 불과 씨라는 뜻으로서 풍요를 상징한다. 그리고 애비는 우리가 익히 아는 성인 남자를 의미하는 단어인데, 그에 걸맞게 도깨비는 우람한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① 오도깨비
종종 잡다한 요괴들을 "오도깨비"라고 싸잡아서 부른다. 본래 반신적 존재로 추앙받던 도깨비의 숭배가 퇴색하면서, 온갖 해괴한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추측된다. 중세에는 도깨비라는 단어 자체가 인간형 요괴를 뜻하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조그마한 물건이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도깨비들까지 생겨난다.
② '이해불가' 라는 뜻의 형용사
도깨비라는 단어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형용사로 쓰였다. "도깨비 부자"라는 단어가 대표적인 예시인데, 괴상한 방식으로 운수가 트인 사람을 이렇게 불렀다. "도깨비 같다"는 말은 주로 행동이나 말투가 해괴하거나, 비범하면서도 수상쩍다는 뜻을 지닌 형용사이다. 인간으로 친다면, 4차원 천재나 기인(奇人)을 나타내는 단어로 보면 적절하다.
볼 때는 내리막인데 막상 차를 세우고 기어를 N에다가 놓으면 뒤로 가는 길을 도깨비 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깨비가 도구에 대한 형용사로 쓰이면, 기괴하고 희한한 사물이라는 뜻이 된다. 산업화가 진행되는 70~80년대에는 번잡하고 시끄러운 현대기술의 산물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도, 도깨비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재미있는 기록이 존재한다. 보통 도깨비는 전통적인 귀신으로 취급하지만, 의외로 현대사를 지켜본 사람들이 현대 기술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 골랐던 단어이기도 한 셈이다.
(2) 도깨비의 변천사
보편적으로 도깨비는 덩치가 큰 남성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고대에서 중세까지는 그나마 신적인 존재로 대접 받았지만, 나중에는 일종의 귀신+요정을 섞어놓은 전승이 많이 생긴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로 전라도, 경기도) 도깨비가 싸리자루 대에 깃든다는 전승이 많다. 싸리자루를 불태우면 튀어나와 통통튀며 도망간다고 한다.
근대부터는 이런 요정에 가까운 도깨비 전승이 가장 널리 퍼져있는데, 시대, 지역에 따라서, 도깨비에는 몇 가지 형식상의 구분이 존재한다.
① 거인 도깨비
불도깨비, 바다도깨비, 하늘도깨비처럼 자연 현상을 인격화한 도깨비다. 정령적인 속성이 강하며, 인간의 힘을 초월한 자연 숭배에 가까운 존재다. 주로 고대의 문양이나 야장신 숭배에서 발견되고, 현재는 바다도깨비와 같은 서해안의 도깨비 숭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동아시아적인 용 신앙의 원시적인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민중적/무속적으로 희화한 형태로 생각된다.
도깨비의 근원소를 추측할 때 가장 먼저 다루어지는 분야다. 특히, 어로 문화에서의 정령 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즉, 날씨와 관련이 있는 신격이었던 것이다. 아래의 두두리 숭배, 고려시대 이후 대감신 숭배 같은 지방 신앙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후의 도깨비들은 주로 지상에서 문명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신격으로 변화했다. 또, 중국에서 귀신 철학이 수입되고 부터는, 잡다한 귀신 도깨비들이 등장하게 된다.
② 요정/물건 도깨비
신라시대의 두두리와 같은 목장신 숭배에서 비롯되어, 요정처럼 각종 사물에서 태어나는 도깨비들이다. 본질적으로는 각 지방의 기술자, 생산자를 숭배하는 전통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문화의 유입으로 친숙한 요정에 가까운 신격으로 격하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도깨비들의 이미지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들은 신기한 요술을 부리지만, 습성이나 생김새는 사람과 비슷하다.
중국의 정괴, 일본의 츠쿠모가미와도 흡사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차이점이 많은데, 서양의 요정인 고블린이나 그렘린에 수상한 괴인으로 변신하는 잡동사니라는 설정을 더했다고 생각해보자. 또한, 지방신 숭배에서 비롯되었던 생산자의 속성은 도깨비가 요정처럼 저급화된 이후로도 유지되어서, 우리가 잘 아는 도깨비들은 '기술자'라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
중세 이후의 도깨비들은 신비한 도구를 사용하는 귀신으로 알려졌다. '투명모자'를 써서 모습을 숨기고, '요술방망이'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제작하거나, '비행옷'으로 사람이 하늘을 날도록 만드는 전승도 있다. 이것도 두두리처럼 생산자를 숭배했던 고대 문화에 동아시아의 요괴 철학이 결합되어서 나타난 흔적이라는 추측이 있다.
③ 귀신/망량 도깨비
도깨비를 한자로 쓸 때 빌렸던 鬼라는 개념을 덧씌운 전승이다. 중국에서 각종 제도를 수입하고 나서, 도깨비는 한자 표기처럼 '망량'의 개념을 주입받아서 공포스럽고 음침한 귀신이 되었다. 귀매, 귓것으로도 호칭되며, 역사 기록은 대부분 한문인 관계로, 학술적인 기록에서 도깨비는 양반들의 시선에 맞춘 해괴하고 음흉한 종족으로 등장한다. 주로 인간을 홀리면서 인간을 고통속에 빠뜨리거나 심하면 죽게까지 만드는 경우가 바로 이것.
즉, 유교가 강성해지자 도깨비는 생산직(농민,장인,노비)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은유하는 개념이 된다. 도깨비에 대한 비판적인 기록에는 당시 지배층의 프로파간다도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민중들은 지역에 따라서 대감신, 풍요신, 그도 아니면 회화화 된 요정 같은 존재로서 친숙한 평가를 공존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도깨비는 잡귀로 격하되어버렸으나, 그에 따른 이익도 묘사되는 입체적인 존재에 가깝다.
④ 신/반신적 도깨비
도깨비에서 가장 중요한 근원소인 풍요와 재물의 신, 익살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은, 각 지역의 남성신으로서 숭배받던 고대부터 전해내려온 것이다. 특히, 고대 한반도 중남부 지방(특히 신라)의 원시적인 목장신인 두두리, 혹은 그와 비슷한 각 지방의 고대의 토속신격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도깨비의 반신적 면모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문화적인 관계성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대신에 오니와 도깨비의 일부 면모는 확실히 정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한다. 한국 무속의 복신(福神)인 대감신과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조선후기에 접어들면 민중 설화 중에서도 도깨비를 혐오하는 기록이 있기에 도깨비와 대감신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상한 양반 도깨비들은 대감신들과 매우 유사하며, 두 존재를 혼동하거나 똑같이 취급하는 전승이 많아서 흡사한 존재였음을 알 수 있다.
(3) 도깨비의 다양한 능력들
① 재화: 풍요신으로서의 능력
도깨비의 덩치가 크다는 것은 일을 잘하는 남성을 뜻하며, 이것은 도깨비가 풍요를 가져다주는 존재라는 점과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 사상에서는 덩치 크고 힘이 센 사람이 농사일을 잘한다고 여겼는데, 씨름판에서 우승한 사람이 소를 상으로 받는 것도 농사를 더 잘 지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더불어 도깨비는 주로 남성신(男性神)으로 모셔졌는데 풍요를 가져다 주는 재물신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었다.
민간 설화 등에서는 착한 사람이나 훗날 위인이 되는 인물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맡기도 한다. 즉 생산/학술/기술에 대한 능력을 겸하는 귀신인 것이다. 심지어는현대 대한민국 민속신앙에도 도깨비를 풍요의 신으로 받드는 풍습이 몇몇 지방에 존재한다. 이런 지역에서는 도깨비에게 제사 지낼 때 흔히 메밀 등 잡곡을 제물로 쓰는데, 이는 도깨비를 숭배하던 사람들이 평상시에 주로 먹던 음식을 제물로 삼았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삼을 수 없는 가난한 계층 사람이 많았단 이야기다.
② 완력: 마술적인 힘
도깨비들은 어떤 물건이라도 깃털처럼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다. 고을 원님에게 쳐들어가서 경기도에서 전라도 등으로 던지고 노는 묘사도 있다. 그 밖에 소가 지붕 위에 올라가 있다거나, 바위를 단숨에 뽑아서 집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밭뙈기를 옮기지는 못하는 묘사가 있는데, 전승마다 도깨비로 표현되는 존재들의 등급은 차이가 많은 편이다.
씨름을 좋아하며, 허방다리라고 한다. 가끔 지나가는 사람에게 씨름 내기를 하자고 하는데, 힘으로는 절대 안 넘어진다. 오른쪽 다리를 걸면 넘어지지 않고 왼쪽 다리를 걸어야만 넘어진다고 한다. 여기서 '도깨비 씨름'이라는 말도 나왔다. 다리가 하나여서 독각(獨脚)귀 혹은 독각대왕이라고 불리웠고, 이것이 도깨비의 어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설을 따른 전설이나 민담에 의하면, 위에서 언급된 도깨비 씨름에서 왼쪽 다리를 걸면 넘어지는 이유는 바로 본래 도깨비의 진짜 다리는 하나뿐이고, 왼쪽 다리는 가짜 다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점을 보면, 도깨비의 괴력은 육체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마술적인 힘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③ 습성: 인간에게 친화적인 귀신
음습하고 어두운 장소를 좋아한다. 도깨비의 속성이 애초부터 음(陰)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깨비의 출몰 장소는 주로 흉가, 폐가, 동굴이나 다리처럼 인간의 마을 주변이면서 어두운 장소이다. 특히, 도깨비는 인간 세상 주변을 맴도는 귀신이다. 하지만 인간을 딱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중립적인 관계이다. 단지, 인간이 주는 숭배나 음식을 좋아해서 따라다닐 뿐이다.
중세부터 도깨비라는 이름이 정립되면서, 도깨비는 남성신 보다는 단순한 이매망량의 일종으로 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인간의 지혜에 의해서 퇴치되고, 금은보화와 기술을 가져다주는 이상한 잡귀"라는 보편적인 요정에 가까운 전승이 널리 퍼졌다. 어찌되었든, 인간에게 좋은 일을 시켜주거나, 못 해도 중립적인 존재라는 점은 어느 시대에나 동일하다.
또한 도깨비에게 '귓것'의 의미가 없는 민중설화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인간에게 약하다. 도깨비가 마음만 먹으면 마을 째로 멸망시켜버릴 수 있는데도, 민중 설화에서는 아무리 신묘한 도깨비라도 인간에게 우둔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중국의 귀신 사상을 수입한 이후에도, "피"만 봐도 기절할 정도로 까무라치거나 도깨비의 이미지는 민중의 생각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다.
④ 요사함: 해괴하고 요사스러움
중세 도깨비가 고대의 남성신 숭배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요소로는, '귀신'으로서의 요사스러움을 꼽을 수 있다. 음기를 좋아한다거나, 천박하고 야한 장난을 자주 벌인다거나, 싸움이나 장난을 좋아한다는 점을 보면, 단어 그대로 '건달'스러운 성격도 그대로 존재하는 귀신이다.
결국, 유교가 완전히 뿌리를 내린 조선후기에는 민중들 사이에서도 천박한 귀신으로 격하되었다. 특히 도깨비장난에 홀린 사람은 황당하게 죽는 경우가 많다. 그 밖에도 도깨비는 항상 술에 취한 사람처럼 말하고, 황당할 정도로 거짓말에 잘 속아 넘어가는 주정뱅의 면모도 있다. 특히, 본능적으로 움직이므로 해가 되는 존재라는 묘사가 많다. 물론, 전승에 따라서는 신선처럼 우아한 양반 도깨비들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예외도 존재한다.
(4) 도깨비들의 기술력
도깨비들은 인간보다 뛰어난 기술자로서 등장한다. 당시로서는 지금도 흉내내기 어려운 하이테크 기술자처럼 나타나는 설화가 많다. 사실 도깨비라는 말 자체가 "해괴하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잘 쓰였다. 가장 유명한 도구들은 다음과 같다.
① 도깨비 방망이 :
원하는 현상을 실제로 이루어내는 생산적인 도구. 마법사 9레벨 주문: [위시]를 항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으로서, 일촌법사, 동아시아, 심지어 전 세계에서 등장하는 요술봉이랑 기능이 같다. 하지만 전승마다 도깨비의 능력의 한계에는 차이가 있다. 참고로 오니 설화에서 나오는 쇠몽둥이와는 다르게 떡메, 도리깨, 홍두깨 같은 일상 도구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촌담해이에 기록되고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1993)토대가 된 이야기에는 각좆. 한마디로 딜도로 추정되는 도깨비 막대기가 나온다.
② 도깨비감투 :
쓴 사람을 투명하게 만드는 모자. 도깨비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물건이다. 도깨비감투를 쓰고 있으면 투명해지며, 착용자가 만진 물건도 투명해지는 뛰어난 물건이다. 향상된 투명화를 항시 걸며 해제도 안 된다는 점에서, 각종 판타지 매체 기준으로도 뛰어난 성능이다. 하지만 내구력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③ 도깨비 건축물 : 도깨비는 하룻밤 만에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잘 부서지지도 않는다.
④ 도깨비 부채 : 사람의 코를 길게 만들거나 줄인다.
⑤ 도깨비 솥/보자기/말 등 : 쌀, 황금이 무한으로 나오는 종류의 물건들.
⑥ 도깨비 옷/복장 : 단추를 조정해서 날아다닐 수 있는 물건.
그 외에 도깨비상자, 맥스웰의 도깨비, 도깨비 빤쓰와 같이, 도깨비 도구는 전승의 개수만큼이나 다양하다. 도깨비 방망이는 최초의 도깨비 설화로 알려진 신라시대의 방이설화 등에서도 나오는 유서 깊은 물건이다. 자세히 보면, 도깨비 방망이는 도깨비가 가진 신통력, 즉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생산력을 상징하고, 다른 도구들은 방망이를 살짝 변형한 바리에이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 도깨비의 외모
① 한국형 도깨비
외모는 도깨비를 만난 사람은 "아, 잘생겼다."라고 말하지만 만난 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얼굴을 금세 잊어버린다. 도깨비는 정확한 외형 묘사는 없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망나니와 흡사하다고 한다. 잘생긴 망나니 나쁜 남자 하지만 도깨비의 외모는 금방 잊어버린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도깨비가 현실의 존재가 아니며, 형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대 숭배에서 나타난 도깨비들은, 짐승 같은 모습의 거한으로 자주 묘사된다. 온몸에 뒤덮힌 털은 주로 바람이나 구름 아니면 짐승 가죽처럼 거칠게 묘사된다. 특히 턱과 얼굴 주변에 나는 구렛나룻이 길게 그려지는데, 이는 짐승이나 자연 현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참고로, 초기의 거인 도깨비 형상은 귀면와나 용과도 흡사한데, 동아시아의 용 숭배가 민중 사이에서 도깨비 숭배로 한국화 되는 흔적으로 보기도 한다.
후기의 도깨비는 사람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보통 인간이랑은 다르게, 신비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묘사가 있다. 일루전 사람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갑자기 사라지거나 나타나거나, 현대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SF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장난을 치는 반신반귀의 괴인을 상상해보시라.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도깨비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도깨비 박사' 김종대 교수의 말에 의하면, 한국 도깨비는 덩치 큰 미형이라고 한다.
② 도깨비는 뿔이 있는가?
도깨비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중세의 돗가비는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중세 이후에는 사람에 가까운 '종족'처럼 묘사되므로 뿔에 대한 묘사가 줄어든다. 하지만, 기담집이나 야담에서는 이야기의 목적에 따라서 뿔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같은 책에서도 뿔이 있는 도깨비와 없는 도깨비가 공존한다.
이후에는 도깨비의 나이나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즉, 개체에 따라서 다르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도깨비가 일종의 종족이 되어버린 이후에는, 주로 여자 도깨비와 어린 도깨비들에게 뿔이 없다는 차이점을 묘사하는 전승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도깨비들에게도 이야기의 목적에 따라서는 뿔이 달려 있다. 뿔이 가장 많은 도깨비는 6개나 10개를 거뜬히 넘기기도 하므로 도깨비의 뿔은 천차만별이라고 봐야한다.
물론, 중세 이전의 도깨비 관련 유물들에는 뿔이 있다. 근데 동아시아 공통으로 귀면에는 뿔이 없는 것도 많다. 한국문화콘텐츠닷컴의 고구려 고분벽화 사진. 귀인지 뿔인지 좀 아리송하지만 위의 것은 뿔이다. 총각머리일 가능성도 있다.
③ 오니와 도깨비
그렇다면, 뿔이 달리고 가시가 박힌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생김새의 도깨비는 어디서 왔는가? 이것은 일본의 오니(鬼)의 이미지로서, 전통적인 도깨비와는 차이가 많다. 도깨비의 이미지는 오니보다는 부상신(츠쿠모가미)이나 일촌법사 설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어째서 오니가 도깨비로 번역되느냐면, 같은 '鬼'라는 한자의 개념에 융합되었고, 일부에서 신격으로 숭배되는 등의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니는 숲 속에 살던 유랑민, 이민족, 도망자들을 가리키던 신격이 야차와 결합되면서 생겨난 요괴로 추측되고 있다. 즉, 기술자나 생산자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되는 도깨비와는 근원소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일제시기의 정책에 의해 단순하게 뭉뚱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덤으로, 도깨비하면 떠오르는 [혹부리 영감]은 일본 전래동화다.
근대시대에 민속 개념이 외국인(일본)의 편향된 관점으로 정리된 이래, 한국에서는 전통귀신들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쓸만한 시간이 없었다. 그때부터 일본 학자들이 오니와 도깨비를 동일시한 묘사를 수정없이 그대로 쓰게 된 것이다. 심지어, 2010년대에 들어서도 전통 도깨비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활약한 작품은 드물다.
도깨비 방망이에 대한 해설도 많이 나뉜다. 한국의 도깨비 방망이는 최초의 기록으로 생각되는 <방이설화>에서부터 마술도구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니가 사용하는 쇠몽둥이는 고대일본에서 사용한 '테츠보'라는 둔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무기와 연장 차이. 도깨비 방망이도 종종 악당을 때려잡는데 쓰는 묘사가 있지만, 애초에 도깨비들은 원하는 현상을 염력원격조종(遠隔操縱)으로 만들어내는 종족이다. 따라서 도깨비 방망이는 일종의 '요술봉'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전에 가깝다.
④ 두억시니와 도깨비
전통 요괴 중에서는, 두억시니가 훨씬 오니랑 비슷하다. 한국에 도교와 불교가 들어오면서 도깨비는 이매망량과, 두억시니는 야차와 동일시되는 단어로 쓰이는데, 중세에 들어가면 백성들도 헷갈려서 두 존재를 분간하기 어려워 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두억시니와 도깨비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두억시니는 야차와 비슷한 만큼, 오도깨비로 분류되는 각종 어리고 약한 도깨비들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대감신처럼 복을 내려주는 신통력 도깨비들과는 비슷한 등급의 힘을 쓸 수 있는 설화가 많다. 그걸 학살에 써먹어서 문제. 즉, 일본의 오니랑 비슷한 전통요괴는 두억시니인 셈이다. 일부 야담에서 두억시니는 도깨비의 일종으로 등장하는데, 그 덕분에 도깨비=두억시니=야차=오니라는 공식이 성립된 건지도 모르겠다.
(6) 귀면와의 얼굴과의 관계
'귀면와'는 흔히 도깨비기와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귀면와의 얼굴을 도깨비 얼굴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① 귀면와 → 용면와라는 설
일부에서는 이 귀면와라는 표현이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하는데, 도깨비의 한자식 표현이 귀(鬼)인데다가 조선 후기의 기담집인 해동잡록에 보면 집안에 대낮에 아무도 없는데 돌이 날아드는 요귀의 장난이 일어나자, 지붕에 있던 귀와(鬼瓦)를 불태워 버리자 그런 일이 없어졌다 하는 기록이 나온다.
즉, 귀면와라는 이름은 없던 말은 아니다. 귀면와의 얼굴이 용을 상징한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으며, 일본 학자에 의해 이름 붙여진 신라의 기와인 귀면와에서 벗어나 용면와로 고쳐 부르는 학자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논란이 있다.
② 귀면와 = 용면와라는 설
삼국시대 도깨비로 추정되는 짐승형태의 귀면와도 존재한다. 애초에 도깨비의 원형이나 고대의 귀면문양부터가 자연현상이나 용 숭배가 뒤섞인 상태에서 나온 녀석들이라는 걸 감안해보면, 귀면이라는 단어와 용면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구분 해야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동아시아에서 귀면 문양은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걸 근대 일본이 왜곡했다며 '용면와'로 고쳐부르는 것도 지나친 해석일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귀면와에 그려진 얼굴이 과연 '민중적인' 도깨비를 상징하는 것인지에는 논란이 많다. 중앙대 민속학과 김종대 교수는 "귀면문양은 사람들이 인간을 괴롭히는 잡귀를 쫓아내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정작 도깨비는 벽사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벽사의 대상이다"라며 부정하였다.
특히 기복신앙에서는 도깨비가 잡귀로 격하된 관계로 귀찮은 녀석들 취급을 당한다. 물론 반론도 존재하는데, 조선시대나 고려의 사찰 중에도 '수호신격'으로서 용이나 야차가 아닌 '민속적인' 괴인의 형상이 벽사용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즉, 민중의 요괴 성격으로 해석하면 간교한 잡귀지만, (여전히 신격화 되는 몇몇 지방의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서 여전히 기복신격이나 귀면과의 연결고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즉 용면와와 귀면와를 지나치게 분리하려는 태도나, 도깨비의 원형과 중세 이후 도깨비를 완전히 단절된 존재로 보는 것은, 다소 분류를 위한 편의적인 시각일 수도 있다.
③ 도깨비 = 덩치 큰 남자만이 아니다
도깨비는 남자만 있는 종족남자만 있는 종족이면 양성체나 다름없지 않나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딱히 그런건 아니다. 일부 전승에는 나이를 먹을수록 뿔이 늘어나며, 최대 6개 이상의 뿔을 가진 할아버지 도깨비도 등장한다. 아이 도깨비나 청년 도깨비라는 전승도 드물게 있다. 도깨비는 한 가지 모습만이 아니란 뜻.
도깨비라는 전승에서 묘사되는 스펙트럼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다. 호남지방 풍물에서는 '암도깨비 숫도깨비 아덜낳고 딸낳고'라고 외는 부분도 있다. 전통 문화의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는 한국 컨텐츠 닷컴에서는 설화에 나오는 유형, 행동, 성격과 외형 등에 따라서 참도깨비, 각시도깨비, 총각도깨비, 할미도깨비, 할배도깨비, 아기도깨비, 대감도깨비, 상제도깨비, 명궁도깨비, 개도깨비, 괴수도깨비, 낮도깨비, 알도깨비, 바다도깨비, 불도깨비, 외눈도깨비, 독각도깨비, 장승도깨비로 나누어놓았다.
준공식 분류만 해도 이렇게 많다. 특이한 점은, 백주대낮에 나타나는 낮도깨비가 다른 도깨비들 보다 더욱 부정적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밤에 나와야 하는 도깨비가 낮에 나오니 그 괴기성이 더해진 것이다. 참고로 속담중에 '죄는 천天도깨비가 짖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는 것이 있다. 강감찬과 관련된 설화에서 천遷도깨비(한국에서 중국으로 도망함으로 遷)는 다른 도깨비와 달리 족보까지 가지고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천賤도깨비(행색이 딱 도망노비 꼴이므로 賤)라고 보기도 한다. 천賤도깨비로 해석할 경우는 설화 내용도 그렇고, 천도깨비 행태도 그렇고, 말 그대로 노비들을 비꼰 것이다. 이 도깨비, 큰 도깨비, 작은 도깨비, 그리고 대장 역할을 맡은 도깨비 등으로 외형이나 성격은 물론 능력도 각기 다르다. 선비, 군인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한다. 숫놈이 왔다가 암놈이 왔다가 하는 식으로 섹드립도 친다.
④ 예쁘지만 위험한 여자 도깨비
도시전설 뿐만 아니라 구전설화에도 여성형 도깨비가 있다.
#1. 1960년대에 한 산골마을에서 산길을 자전거로 타고 가던 아저씨가 처자를 발견했는데 이 처자가 아저씨에게 '마을까지 태워다 줘요'하자 아저씨가 여자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마을에 들어서서 뒤를 돌아보는데 웬 헌 싸리빗자루가 있었다고 한다.
#2. 옛날 스물이 넘도록 셈도 못하는 총각이 살았다. 총각은 부모의 말에 따라 세상물정을 배우려고 집을 나섰다가 숲속 빈집에서 암도깨비를 만났다. 암도깨비와 일년을 살고 난 뒤, 펴 놓고 손뼉을 치면 쌀이 나오는 보자기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주막집 주인에게 바꿔치기를 당했다. 다음 해엔 볼기를 때리면 금돈이 나오는 말을 얻어오다가 다시 주막집 주인에게 빼앗겼다. 그 다음 해에 때려라 말하면 마구 때리는 방망이를 얻어서 주막집 주인을 혼쭐내고 빼앗긴 물건을 돌려받아 집으로 갔다.
위와 같은 예가 그것이다. 본래 도깨비의 원형 중 하나로 추정되는 고대의 두두리는 기술자나 풍요의 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간 사이에서 잡귀잡신으로 격하되었고 예사해짐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와 더불어서 여자 도깨비도 나타난 것이다. 이것을 유래 와중에 와전되어 근대에 들어 도시 괴담 등에서 여성형이 나타났다는 말은 올바르지 않다. 암도깨비는 인간들과의 치정 관계를 드러내는 설화에서 자주 등장한다. 길을 잃고 헤매던 청년이 암도깨비를 만나서 재보를 얻는다는 식이다.
도깨비의 여성형은 남성 도깨비의 왕성한 정욕을 그대로 옮겨서 메가데레(순애,일편단심)를 과시하거나, 유교적인 영향력에 따라서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미녀로 등장하는 식으로 매우 개성적이다. 물론 연애요소랑 관련 없이, 그냥 해괴하고 무섭기만 한 암도깨비 전승도 많다. 또, 암도깨비들은 거짓말을 못 하는 숫도깨비들보다 세심하고 머리가 좋다. 자신을 사랑해준 인간에게 금은보화로 보은할 때도 씀씀이가 훨씬 좋다. 대신 암도깨비는 미움을 사는 인간들은 훨씬 비참한 최후를 겪는 경우가 많다. 무서운 암도깨비도 도깨비답게 장난을 좋아하긴 한다.
(7) 도깨비와 다른 존재와의 비교
① 이매망량과의 비교
이매망량은 고대 중국에서 개념이 만들어진 이후로, 한국에도 고대와 중세를 거쳐 민중에게 널리 퍼졌다. 민속학자들은 도교의 이매망량과 목신 숭배가 한자 문화권에 전해지면서, 동아시아의 귀신 전승이 서로 비슷하게 되었다고 본다. 특히 신라 붕괴 이후, 도교가 민중에 널리 퍼지면서, 도깨비는 신으로서의 성향이 쇠퇴하고 점점 저급한 귀신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② 야차와의 비교
불교를 통해서 들어온 야차들은 도깨비보다는 주로 두억시니, 오니라는 이름으로 현지화 되었다. 두억시니들은 중세부터 공포와 폭력을 상징하는 개념이었으며, 이로 인해서 전승이 많이 겹치는 도깨비와는 다르게 폭력적인 귀신이었다. 덕분에, 두억시니 계통으로 분류되는 도깨비 설화는 비슷한 속성을 가진 불교의 야차나 지옥의 나졸, 귀왕들과도 동일시되었다. 참고로, 중세 이후의 잡다한 오도깨비들은 두억시니(야차)를 두목으로 섬긴다는 전승도 있다. 이쪽은 보은을 내려주는 반신급 도깨비들과 능력이나 설화가 겹치지만, 성격이 정반대로 잔인해서 분류가 가능하다.
③ 고블린, 푸카, 부기과의 비교
도깨비 중에서도 잡귀를 뜻하는 오도깨비라는 개념은 서양의 심술궂은 요정과 비슷하다. 현대에 가장 친근한 잡도깨비들은 다른 두억시니 혹은 큰도깨비의 부하로 등장하거나, 통행인들에게 장난을 거는 조그만 정령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도깨비 설화는 고블린과 매우 비슷하다.
다만, 이렇게 잡스런 오도깨비라도 피나 폭력을 싫어한다는 점에서, 심심찮게 피를 보는 서양악귀들과는 달리 신에서 기원한 존재답게 매우 선량하며, 많은 도깨비들이 피를 보면 까무라치는 전승을 보면, 이들과는 달리 매우 인간 친화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보상으로 주는 아이템도 차이가 엄청나다
④ 지니와의 비교
정령, 반신, 다양한 종족군을 통칭한다는 점에서, 중세까지 그럭저럭 괜찮은 취급을 받았던 고대 도깨비와 비슷하다. 후기에도 재물신으로 나타나는 거인 도깨비/대감 도깨비들에 대한 해석은 진들과 매우 흡사하다. 실제로 반신적 신화소가 남아있는 도깨비 전승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지니와 같은 진(정령)들과 여러모로 흡사한 점을 보인다. 도깨비가 하나의 개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온갖 잡다한 인간형 혹은 반신적 존재들을 통칭하는 개념으로도 쓰였다는 점에서도 흡사하다.
맺는 말
우리는 누구나 도깨비라는 단어를 알고 있고, 그것이 어떤 성격의 존재라는 것에 대해 유아부터 고령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도깨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누구나 알고 있는 존재]의 성격이 분명하게 확정되어 있지 않아 아직 누구도 도깨비의 정의를 정확하게 내리기 어렵습니다.
어떤 이는 [도깨비]라는 단어를 접하면 뿔이 나고 털이 많은 커다란 괴물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형체를 알기 어려운 파란 불빛을 연상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민담에서는 도깨비가 사람의 모습과 유사해서 구분하기 어려운 존재라고도 합니다. 다리가 하나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리가 두 개이고 씨름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있죠. 이처럼 도깨비는 하나의 단어이지만 동시에 매우 다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 세월 동안 우리 민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왔던 도깨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 민속학의 한 축을 바로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도깨비는 초자연적인 성격을 가진 존재이므로 그 외양과 성격을 학술적으로 정확히 규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어느 정도 무리한 일이기는 하지요. 도깨비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민간에서 전승되며 많은 변화와 재창조를 거친 개념이기 때문에 그 본래의 성격을 규정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도깨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저마다 분명한 우수성과 한계를 가진 여러 학설들이 발표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그러한 논의는 무관심과 문화적 사대주의로 인한 경시(輕視)때문에 민속의 주류적 지위에서 밀려난 도깨비의 위상을 회복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일제 강점기에 심하게 왜곡된 고유의 문화유산을 원래의 형태로 바로잡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 분명합니다.
도깨비박사 [김종대]는 도깨비담의 구조 및 구연적인 특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순수민담형태로서의 <도깨비방망이 얻기>, 신화와 경험의 복합 형태로서의 [도깨비 이용해 부자되기], 경험을 바탕으로 민담적 성격을 띤 [도깨비와 대결하기], 선험의식과 경험의 복합형태를 띤 [도깨비에게 홀리기]가 그것입니다.
방이 설화에 뿌리를 둔 [도깨비방망이 얻기]는 도깨비가 가지고 다니는 만능의 도깨비 방망이를 우연히 얻은 효자 등의 선한 인물이 그것을 두드려 재물을 얻어 부자가 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욕심을 부리다가 방망이를 잃기도 하고. 선인의 행동을 따라하던 악인이 도깨비로부터 봉변을 당한다는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지요.
[도깨비 이용해 부자되기]는 인간이 남자인 경우와 여자인 경우로 나뉩니다. 이중 여자가 등장하는 이야기에서는 도깨비와 성적인 관계를 갖기도 하며 이때 먼저 접근을 하는 것은 도깨비죠. [도깨비 이용해 부자되기]에서는 종종 도깨비의 어리석음이 강조되기도 하는데 돈을 한번 빌려간 후 매일 그만큼의 액수를 반복해서 갚는다거나, 나중에 자신이 속은 것을 알고서 그것을 돌려받기 위해 애를 쓰다가 실패하는 등의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도깨비가 점지해준 묘 터 덕을 보는 것도 이 유형에 속하며, 말머리 등의 특정한 물건을 이용하여 도깨비를 퇴치하고 관계를 청산하는 모티프는 주로 이 [부자되기]형 설화에 삽입됩니다.
[도깨비와 대결하기]는 흔히 밤길에서 만난 도깨비와 씨름을 하는 양상을 보이죠. 씨름은 밤이 새도록 오랜 시간 계속 되며, 대부분 사람이 이깁니다. 쓰러뜨린 도깨비를 나무에 묶는 등의 방법으로 고정시켜 놓고 돌아오지만, 다시 가보면 빗자루나 참빗 등으로 변해있습니다.
[도깨비에게 홀리기] 유형의 민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홀린 이가 실제로 피해를 입는 경우와, 피해를 입기 전에 그 홀린 것에서 벗어나는 경우입니다. 도깨비에게 홀려서 밤길을 나섰다가 몸이 다치거나 쇠약해진 이야기, 도깨비불에 이끌려 낭떠러지 쪽으로 가다가 정신을 차려 위기를 넘긴 이야기 등이 이 [홀리기 담]에 속합니다. 전후의 사연이 없는 도깨비불 목격담도 광의의 [홀리기 담]이라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이렇게 유형별로 정리한 구성의 특징을 통해서 다시 도깨비의 대표적 성격을 추출해 보면, 먼저 [도깨비방망이 얻기]와 [도깨비 이용해 부자되기]는 모두 도깨비의 부신성(富神性)적 특징을 말하고, 여자가 도깨비를 이용해 부자가 되는 경우에는 도깨비의 호색성이 드러납니다. 여기에 도깨비의 사람을 홀리는 습성과, 인간과 이물(異物) 간의 대립적 구도가 더해지죠. 이 [대립적 구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말의 머리나 말 피 등의 특정한 퇴치물입니다.
그리고 매우 흥미롭게도 [도깨비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특징을 대부분 만족시키는 설화가 존재하는데, 야래자설화(夜來者說話) 또는 감생설화(感生說話)의 한 가지인 [최치원의 탄생설화]가 그것 입니이다.
기존의 도깨비나 절대 신들의 모습이 틀을 탈피한 혁신적으로 계속 창조되어, 도깨비나 저승사자가 예전처럼 무서운 모습이 아닌 친근한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길 바랍니다. 세상이 발달한 만큼 우리의 모습이 달라졌듯, 도깨비나 신의 모습도 그래야만 될 것 같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귀신의 모습을 우리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세상 가장 무서운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으니, 이제는 이상형으로 귀신의 이미지를 재탄생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도깨비나 귀신의 본 모습은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는 매우 매력적인 모습일지도 모르죠. 또 그렇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고, 삶과 죽음의 간격이 좁아지고, 죽음 후의 세상에 두려움 대신 호감이 생길 것입니다. 죽음은 삶의 연장선에서 계속된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절대적 신의 모습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사후에 만난 나의 신들이나 우리 조상들이 우리처럼 양복을 입고, 우리 시대 유행가를 즐긴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