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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방귀를 잘 뀌는 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전성기(?) 시절에는 방귀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연주할 정도였다. 농담이 아니고 그 혈기방탕 방귀방탕하던 시절에는
배출가스와 괄약근을 조절하여 옥타브와 강약을 구현해 내었던 것이다! -_-v
자, 방귀는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강력한 분사압과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게
되는가?
일단 입력단계가 중요하다.
잘 알려져 있는 방귀유발 음식군으로는 찐계란, 삶은 무, 꽁보리밥, 고구미
등등 다양한 아이템이 존재하지만,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물만 먹고 뀌는
물방귀이다. 무색무취의 물방귀야말로 다종다양한 배출신공중에서도 으뜸
가는 초절정신공인 것을 잊지 말기로 하좌. (물론 아무나 쉽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다음으로 발효단계이다.
인간의 장내에는 각종 세균들이 우글득시글대고 있다.
대장균을 비롯하여, 메치니코프 박사가 발견한 유산균과 비피더스균등
이름을 대자면 한도 끝도 없는 많은 종류와 수의 균들이 소화대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소위 유해균이라는 것들은 적당한 환경이
조성되면 소화흡수되어야 할 영양분과 섬유질등을 분해하면서 독성물질과
개스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방귀로 록이나 아트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자
라면 가급적 유해균의 존립을 위협하는 유산균음료의 섭취를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출력단계이다.
인류사는 방귀를 아무데나 대고 뿡쉬뿡쉬 뀌는 자를 혐오하고 규탄(?)하는
세력과, 건강을 위해 방귀를 참지 않고 자유롭게 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간의 투쟁으로 점철된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참으면 장으로 다시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대뇌에까지 도달하여 인간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피부의 뽀드락지까지 유발하는 방귀는 절대 참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는 것이 본 필자의 주장이다.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뿡야~
방귀를 뀌고 수줍게 웃으면 시어머니는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우리 며느리
건강하기도 하지~'하고 넘길 수 있는 유토피아는 과연 언제나 구현될 것이란
말인가..!
각설하고, 출력단계에서 원활한 분사를 하기 위해서는 대장의 강한 수축작용
과 괄약근의 쫄깃쫄깃한 탄력을 갖추어야 한다. 대장근육은 불수의근이므로
의식적인 긴장이완을 하기 어렵지만 부단한 수련을 통해서 자유자제로 조절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수 있다. 반면 괄약근은 소변볼 때마다 움찔움찔 조여
주는 훈련만 반복하면 오뚜기 모양의 대변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상적
인 조절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나면, 소리없이 뀌는 스파이방귀(일명 스텔스방귀)와
우렁찬 트럼펫 또는 태평소 음색을 무리없이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가서...
보드복을 입고 방귀를 뀌는 것을 우리는 물리화학적, 더 나아가 사회학적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보드복 바지 안에는 통상 세 겹의 이너웨어가 도사리고 있다.
빤스, 쫄쫄이(스포츠 타이즈), 그리고 궁디보호대.
물론 기온변화에 따라서는 그 중 몇 개를 생략하기도 하고, 좀 울적하고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을 경우에는, 심하게는 빤스를 과감하게 탈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수력이 있는 보드복 바지가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이렇게 여러겹으로 껴입은 밀폐봉인된 공간에서의 개스분출을 우리는 어떻게
유효적절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자면, 결론적으로 보드복장을 완전착용하고 뀌는 방귀는
자해에 가깝다.
내로라하는 경향 각지의 방구쟁이들은 이미 겪었으리라 믿는 바, 방귀는
메탄가스를 포함하여 각종 유해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천연섬유
를 용해시키는 무서운 부식성을 지닌다. 일년에도 열두벌씩 빤스에 빵꾸가
나 본 경험이 있는 당신.. 어머니께 빤스 빵꾸냈다고 구박받은 경험이 한번은
있을 것이다. 특히 순면이나 견사류(실크)의 팬티는 방귀의 독성에 취약하여
몇 번 대형방귀를 쐬이고 나면 여지없이 궁디 가운데가 너덜너덜해 지는 것
을 목도하고 우리는 경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방귀의 부식성이 단지 저렴한 소모품인 빤스에만 해악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통상 보드바지의 방수성은 5000mm에서 20000mm까지이다.
섬유 자체가 통기성과 방수성을 지닌 고어텍스류의 제품은 좀 덜하지만
우레탄 방수코팅을 채택한 대부분의 제품은 얇은 방수막이 보드복 안쪽으로
덮여서 방수성능을 보장하게 되는데, 비록 합성수지의 물성을 지녔지만
이 코팅막 역시 독한 방귀에는 봄눈 녹듯 녹아버린다는 사실을 당신은 아는가!
요 며칠 장내 세균군의 균형이 무너진 필자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분출을 남발했다. 그 결과, 방귀의 직접 유효사거리에 속하는 엉덩이 중단의
심실링 부분이 심하게 부식되어 방수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 것을 목격했다.
참고로 본 필자의 보드바지는 01/02 습훼샬블랜드 Atlas Axis Pant이다.
5000mm의 비교적 낮은 방수지수의 제품에 국한된 현상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기 위해서, 조만간 동호회의 다른 넘의 10000mm짜리 데님팬츠를
몰래 입고 시험을 해 볼 요량이다.
자, 비록 보드복.. 그중에도 특히 바지는 1시즌용 소모품의 성격이 짙다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새로 산 바지가 한 시즌이 다 가기도 전에 궁뎅이에서
물을 꿀꺽꿀꺽 들이삼키는 꼴을 본다는 건 비극이다.
이제 우리는 대처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1. 시즌중에는 찐계란과 삶은 고구마등 독한 방귀를 유도하는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다.
2. 방귀는 즐거우나 그 뒷끝은 처참하다. 시즌동안에는 각종 유산균음료를
섭취하여 장내 세균 밸런스를 유지한다.
3. 괄약근 운동에 더 매진하여 가능한 오래 참고 모아둔 개스는 화장실에서
궁뎅이를 까고 한꺼번에 배출한다.
4. 참다참다 기어이 보드복을 입고 일을 저질러 버렸을 경우, 즉시 바지를
살짝 내리고 [ 펄 럭 인 다 ] !
이 글이 많은 방귀쟁이 보더들에게 유익한 장비관리법이 되기를 바라며
긴 글 끝까지 읽어주신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