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포럼 개최
지난 1월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열어 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경제 중시 등 대내·외적으로 변화된 전략을 밝혔다. 북한의 변화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한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가기 위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우일, 이하 과총)는 지난 4월 14일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의 전망과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주제로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포럼’을 개최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이 포럼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북한은 경제 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립에 과학기술 분야 중점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현장의 유기적 연계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북한의 변화는 우리에게 과학기술 협력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 포럼에서는 변화하고 있는 북한에 부합하는 새로운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과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이 자리가 위축된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달라진 위상’에 기초해 협력 준비해야
기조강연을 맡은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제8차 노동당대회 이후 달라진 북한과 새로운 남북협력 구상’을 주제로 제8차 당대회 이후의 북한의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최근 출간한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책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성과를 과시하고 핵보유국임을 강조하며 북한이 강국임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위상은 이전과 달라졌으니 높아진 지위에 걸맞은 대내·외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전략적 기조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자력갱생’”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으로 미국의 제재를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며 대외 의존을 최소화하고 내부적으로는 이전과는 다르게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스스로 주장하는 ‘달라진 위상’에 기초해서 남북 관계와 과학기술 협력을 준비해야 한다”며 인도적 차원의 일방적 지원에 기초한 남북 협력에서 탈피할 것을 강조했다.
‘지식 공유’와 ‘자원 활용’으로 교류·협력 해야
이어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이 ‘최근 북한 과학기술 동향과 남북협력 전망’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에서 과학기술 중시는 지속적으로 강조되어온 사상”이라며 “헌법에도 과학기술은 가장 중요한 전략 자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최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북한은 제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했으며 지난 5년 동안 일련의 과학기술 성과를 이룩했지만 총체적으로는 나라의 경제 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과학기술 발전을 ‘중핵적인 과제’로 규정하여 과학기술의 실제적인 발전으로 경제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확고히 담보하겠다며 향후 5년간 과학기술 수준을 상승시킬 것을 향후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연구원은 북한과 교류 및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지식 공유’와 ‘자원 활용’을 꼽았다. 그는 “지식경제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지식 공유일 것이다. 북한의 강점인 다종다양한 지하 자원과 생물 자원, 인력 자원 등을 활용하면 ‘퍼오기식’의 교류·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식량 안보 위기
두 번째 발제는 조승호 농촌진흥청 중부작물부장이 ‘한반도 식량안보체계 완성을 위한 고위도지역 작물 생산성 기술개발’을 주제로 진행했다. 조 부장은 “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유엔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1백만 톤이 부족하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안정적 생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농경지 면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조 부장은 “북한의 식량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에 특화된 작물 육종 ▲지력 증진으로 농업 환경 개선 ▲수확 후 관리를 위한 저장·가공기술 개발 ▲다양한 작물을 연중 재배할 수 있는 농업기술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부장은 “구체적으로는 벼, 콩, 맥류 등 품종별로 고위도 적응성 예측 실험을 진행해 왔다. 현장에 직접 심어보지 않았기에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 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 부장은 “농촌진흥청은 병충해 방제기술 매뉴얼이나 북한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벼, 옥수수, 콩 등의 품종기술보급서를 발간하는 등 한반도 식량 안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북 윈-윈할 수 있는 방향 모색해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정용상 동국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고,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 김범수 서울대학교 교수, 신영전 한양대학교 교수, 최종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원장 그리고 기조강연과 발제를 맡았던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 조승호 농촌진흥청 중부작물부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교수는 “남북 과학기술 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를 검토해 봐야 한다”며 “남북 간 기술 교류의 당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의 과학기술 실태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와 분석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에서 원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안보를 신경 쓰면서 교류·협력을 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북한은 화학, 금속, IT 분야 등의 기술 이전을 원할 수 있는데, 이러한 기술은 안보 위협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방역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접경지역에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방역을 위한 교류·협력 등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전 한양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자력갱생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력갱생의 의미를 한반도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재난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을 개통해 전염병 관련 정보를 공유해야 하며, 남한은 북한의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부원장은 “과학 용어를 정리하기 위한 남북 간 학술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연구소의 ‘남북한 건설기준 전문용어집’,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남북철도용어 비교사전’, 한국한의학연구원의 ‘남북전통약재기원사전’ 발간을 언급하며 “직접적인 교류는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과학 문화 교류의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폐회사를 맡은 우선희 과총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방법론과 해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남북 과학기술의 협력과 교류는 단시간에 서로 윈-윈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