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gten, The Hunt. 2012년 작. 115분.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수세 볼드, 아니카 베데르코프.
이번엔 덴마크 영화다. 2012년 깐느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주인공 매즈 미켈슨은 <007 시리즈 카지노 로얄>에서 잔인한 악역 <르 치프레>를 열연한 국제적 연기파 배우로 유명하다.
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 나치 선전상 괴벨스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 당해 있다."
유치원 교사 루카스(매즈 미켈슨)는 이혼 후 고향에 내려온다. 새 여자친구를 사귀며 아들 마커스와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던 어느 날, 루카스를 둘러싼 한 소녀의 거짓말이 전염병처럼 온 마을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비난과 불신은 점점 집단적 광기를 띄며 루카스를 옥죄어 온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루카스는 이들의 불신과 집단적 폭력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그러나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15세기 초부터 시작된 '마녀 사냥'은 오랜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드러난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은 오늘날 인터넷과 SNS 등장 이후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진실은 왜곡되기 쉬워지고, 익명성에 기대어 '현대판 마녀 사냥'이 부활한 것이다. 다수의 누리꾼들이 인터넷, SNS 공간에서 특정 개인을 공격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공공의 적으로 몰아 매장해버리는 현상들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경우가 비일비재한 오늘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심판하기 보다 인간의 이기적인 집단적 폭력성과 불관용에 의해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현대인들의 본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즉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루카스와 마을 주민들의 관계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닌, 나, 당신, 우리 모두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집단의 잘못된 믿음 속에 마녀 사냥 당하는 무기력한 개인의 권리와 진실, 다수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오류, 인간관계의 얄팍함 등이 만들어가는 진실이란 게 알고보면 현대인들이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한 채 안고 살아가는 치명적 덫이 아닐까.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빈터베르그 감독은 1999년 어느 겨울날, 덴마크의 한 저명한 아동학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감독에게 아이들이 가지는 환상과 그에 따른 증상에 대한 비밀 서류를 보여주며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억눌린 기억과 거짓말, 그리고 현대인들 사이에 무심결에 바이러스처럼 공유되고 동일화되는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둘의 긴 토론이 이어진 것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2011년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노르웨이의 총기 난사 사건과 이어진 충격적 사건들은 빈터베르그 감독에게 이 주제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꼭 전해야 할 메시지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바로 어린이들의 억눌린 감정들과 현대인들의 정신적 바이러스가 무관하지 않다는 확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