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문경인산악회]* 2016년-신년 <청계산> 종주 산행
2016년 1월 10일 토요일
♣ [산행코스] 양재화물터미널(서초구)→ 옥녀봉→ 계단길→ 돌문바위→ 매봉→ 혈읍재→ 망경대→ 이수봉→ 옛골 남능선→ 옛골(성남시 상적동)
♣ [오늘의 산행] — 청계산 신년 산행, 청정한 하늘이 환하게 열린 날…
☆… 오늘은 2016년 서울의 근교 청계산(淸溪山)에서 새해 첫 산행을 했다. 오늘따라 하늘이 청명하고 공기가 아주 맑았다. 2016, 신년의 하늘이 맑은 기운으로 개벽(開闢)을 했다. 천우신조의 대명천지가 열렸다. 아침 기온은 영하 5도 제법 차가운 날이지만, 바람기가 거의 없고 맑고 햇살이 아주 따스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겨울하늘 특유의 청정한 기운이 가득하니 오늘은 참석한 대원들이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오늘 비교적 많은 대원들이 참석을 했다. 호산아 회장(15)을 비롯하여 이정일 고문(16), 정용호 부회장(25) 등이 참가하고, 백승윤 대원(30)과 김명식·김희선·이근무 대원(32) 그리고 채홍철 총무와 김상태, 성한철, 엄동렬, 이정식, 황병무 등 29회에서 다수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리고 특히 고향의 벗 김명자 대원이 참석하여 반가웠다.
☆… 오늘 우리의 산행지인 청계산(淸溪山, 618m)은 서울 주변에서 숲과 계곡, 절, 공원 등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산이다. 산의 북쪽으로 서울 서초구, 동남쪽으로는 성남시, 서쪽으로는 과천시에 걸쳐져 있는, 서울의 남쪽에 인접한 산이다. 전설에 의하면 청룡이 승천했던 곳이라 과거에는 청룡산으로도 불렸던 곳이다. 남북으로 흐르는 능선을 중심으로 펼쳐진 산세가 수려하며 숲 또한 울창하고 계곡이 깊고 아늑하다. 오늘은 그 종주 산행이다.
♣ [청계산, 한남정맥의 지맥] — 수원 광교산-의왕 백운산에서 북상한 산줄기
☆… 청계산은 한남정맥(漢南正脈)의 지맥 중의 한 산봉이다. 한남정맥은 백두대간 속리산(俗離山)에서 갈라져 나온 한남금북정맥이,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이 갈라지는 안성 칠장산(七長山)에서 시작하여 서북쪽으로 김포 문수산(文殊山)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이다. 한남정맥은 안성 죽산에 있는 칠장산에서 시작되어 용인의 함박산(函朴山, 349.3m), 부아산(負兒山, 402.7m), 석성산(石城山, 471.5m)을 거쳐, 수원의 형제봉-광교산(光敎山, 582m)의 산줄기로 이어져, 의왕의 백운산(白雲山, 560m), 군포의 수리산에서, 인천의 소래산(蘇來山)·성주산(聖住山), 철마산, 계양산(桂陽山), 가현봉(歌弦峰), 필봉산(筆峰山), 학운산(鶴雲山)를 지나 김포의 문수산(文殊山)에서 그 대미를 장식한다.
☆… 청계산(淸溪山)은 이 한남정맥 의왕의 백운산에서 본줄기에서 분기하여 북상하는 산줄기로 의왕 바라봉을 지나 인덕원과 판교 사이에 잇는 운중고개를 가로 질러 국사봉(國思峯, 538m)를 거쳐 북상하는 ‘청계산 산줄기’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청계산은 국사봉-이수봉-매봉-옥녀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는 서초구의 우면산으로 이어져 그 서쪽으로 뻗어가면 관악산(冠岳山, 629m) 능선으로 이어진다.
♣ [청계산, 옥녀봉 가는 길] —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산행, 오르막길의 연속
☆… 오전 10시 20분, 서초구 양재동 구 화물터미널 앞에서 집결한 대원들이 산행에 돌입했다. 오늘은 이곳 청계산의 북단에서 시작하여 옥녀봉-매바위를 지나 정상인 매봉에 오르고, 안부 혈읍재를 지나 망경봉을 산허리를 감아 돌아서 이수봉으로 진행된다.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산행을 하는 여정이다. 우리나라에선 차가운 서북풍이 몰아치는 겨울에는 바람을 등지고 온몸에 햇살을 앞에서 받을 수 있는 남행으로 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여름 산행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북행을 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태양의 무자비한 불화살을 직접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는 아주 청명했다. 바람기도 거의 없었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5도라고 했는데, 방한복을 차려 입은 산행 길은 그다지 심한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산길은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었다. 겨울 날씨가 가물어서 길은 마른 먼지가 풀썩였다. 능선 길은 한 차례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다시 평평한 길이 나오고 얼마가지 않아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길의 주변에는 앙상한 겨울나무들과 검푸른 소나무들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조용히 겨울을 나고 있었다.
♣ [청계산의 명소, 키스바위] — 그리고 옥녀봉(玉女峰) 정상의 환한 미소
☆…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산 능선 길이 안부(鞍部)의 길로 이어진다. 온몸이 더워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벤치가 있는 길목의 쉼터에서 가벼운 옷으로 바꿔 입고 산행을 계속했다.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조금 올라가다가 서초구민인 이정일 고문이 명소를 소개하겠다며 갓길로 안내한다. 길에서 오른 쪽으로 잠시 벗어난 곳에 돌탑 두 기가 있는 호젓한 곳이다. 소위 ‘키스바위’라나? 호사가가 만들어 낸 명명(命名)일터인데, 연인이 함께 오르다가 따뜻한 입맞춤을 할 수 있는 곳이란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환담했다.
☆… 다시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 오늘 산행의 1차 포인트인 옥녀봉에 거의 다다랐다. 옥녀봉 정상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 못 미쳐 있는 벤치의 쉼터에서 더운 몸을 식히며 간식을 나누었다. 채 총무가 따끈한 오뎅국를 보온병에서 따라 준다. 커피도 나오고 매실차도 등장했는데 모두 따끈하다. 또 막걸리를 한 잔씩 돌린다. 사각사각한 봄똥배추를 양념 된장에 찍어서 안주를 했다. 황병무 대원이 내놓은 향긋한 귤이 청신한 기운을 더해 주었다. 옥녀봉 정상 널찍한 공터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등산객 한 분의 도움을 받아 모든 대원들이 함께 인증샷을 누를 수 있었다.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한 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오늘 이정일 고문은 여기까지였다. 오후 3시에 선약이 있어, 아쉽지만 먼저 하산을 했다.
♣ [안부에서 광장의 쉼터까지] — 1,100개의 계단을 치고 오르는 고행(苦行)
☆… 옥녀봉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산길, 원지동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안부(鞍部)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매봉으로 올라가는 나무테크 계단 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 안부에서부터 헬기장-매바위-매봉까지 1,500단이 넘는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이다. 이 계단 길은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냥 단번에 올라 가려며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 뭉치도록 걸어야 한다. 무릎이 좋지 않은 분들은 아주 고통을 많이 느끼는 코스이다. 요령이 필요하다. 한 계단 한 계단 숨을 고르며 호흡의 리듬에 맞춰 걷되, 보통의 산길보다 속도를 낮추어 걸으면 아주 좋다. 마음이 급하게 먹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은 부분적으로 떨어져 나갔지만 나무계단마다 번호판이 부착되어 있다. 200단을 오르고, 500단을 오르고… 한 계단 한 계단 계속 치고 오른다. 땀이 솟는다. 숨이 턱에 차고 다리 근육에 산의 무게가 실려 무겁고 아프다.
♣ [쉼터 광장-매바위-돌문바위] — 모든 대원들이 합류하여 돌문을 돌며 소원을 빌다
☆… 그렇게 1,100계단을 오르고 나서, 소나무 한 그루가 장엄하게 서 있는 고지에 올라섰다. 잠시 서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다시 조금 올라가면 너른 광장이 나온다. 옛골에서 매봉으로 올라오는 산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옛날에는 헬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지금은 산길의 쉼터로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광장의 가장자리에 나무테크로 펜스를 만들고 그 안쪽에 마루를 깔고 벤치를 시설해 놓았다. 정용호 부회장을 비롯한 김명식, 김희선 등 선두의 대원들이 후미의 대원들 기다렸다. 집에 차를 갖다 두고 원지동에서 후발로 산행을 시작한 김상태 대원도 여기에서 합류했다. 날렵하고 활기찬 모습이 보기에 좋다. 모든 대원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이어지는 산행, 평평한 길을 지나면 오름길이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매바위, 그 바위에 올라서면 동쪽으로 남한산성과 성남시, 그리고 분당으로 이어지는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성남의 모든 아파트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늘 주말을 맞은 경부고소도로에도 많은 차들이 쾌주하고 있다. 매바위 우회로 계단을 타고 오르면 돌문바위가 나온다. 돌문바위에서 자신의 기원을 마음에 담아 바위를 세 번 돌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전설이 있다. 대원들이 차례로 돌문을 세 번 돌았다. 새해를 맞아 각자 나름의 신년의 기원을 했을 것이다. 올해도 늘 건강하고 일마다 여의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 [청계산 정상, 매봉의 햇살] — 유치환의 시가 ‘행복’을 느끼게 하고…
☆… 오후 12시 20분, 매봉 정상(618m)에 도착했다. 한 가운데 거대한 자연석으로 세운 정상석이 있고 그 주변은 서울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마루를 깔아놓고 나무테크로 펜스를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서는 북쪽으로 서울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처이다. 멀리 북한산-도봉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서울 도심을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이 겨울햇살을 받아 번들거리고 있었다. 정상석의 뒷면에는 유치환의 시 <행복>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
내 오늘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 하늘을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 되노라
♣ [정겨운 식사] — 바람 불지 않는 따스한 산록의 낙엽 위에서…
☆… 매봉 정상에서 대원들이 잠시 머물며 사진도 찍고 환담을 나누었다. 내리막길을 내려와 혈읍재 못 미쳐 양지 바른 산록에 자리를 잡아 점심식사를 했다. 장소가 산비알이라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낙엽이 수북히 쌓인 자리에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시원한 한 잔의 막걸리가 더운 가슴을 쓸어내린다. 호산아의 도시락은 영양알밥이고, 따끈한 미소된장국이 일품이었다. 채홍철 총무는 누룽지를 끓여 왔다. 홍일점 대원이 육질이 부드러운 삶은 문어와 초장을 준비해와 모두 한 점씩 맛보고 감탄했다. 팍팍하고 추운 겨울 산에서 향기 그윽한 바다의 살점을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별미가 아니다. 그리고 김밥이 나오고 김상태 대원이 준비해 온 싱싱한 오이와 당근도 입맛을 산뜻하게 했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고 나니 겨울 햇살이 홍조를 띠고 대원들의 볼에 내려앉는다.
♣ [오후의 산행, 망경대 우회로] — 청자빛 하늘이 가슴에 가득 채워온다
☆… 점심 식사 후, 산행(山行)을 계속하였다 혈읍재에서 만경봉의 산길을 걸었다. 만경봉 가파른 산록에는 새로이 나무테크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산을 오르기에 아주 편리하였다. 만경봉(望京峰)은 고려의 유신 조견(趙狷)이 망국의 한(恨)을 안고 은거한 곳으로, 이 산 절벽 아래의 동굴에 기거하며 수시로 산봉에 올라 개경을 바라보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만경봉에는 군사통신시설이 들어서 있다. 만경봉의 동쪽을 우회하는 산길을 돌아 나오니 남쪽 산기슭의 따스한 겨울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늑하다. 뒤돌아 하늘을 바라보니 나목(裸木)의 나무숲 위로 열린 하늘이 고운 청자빛이다. 겨울 특유의 파란 하늘이 눈을 시리게 했다. 그 푸른 하늘에 겨울 까마귀 두어 마리가 소리를 내며 울고 지나간다. 멀리 이수봉과 옛길 남쪽 능선의 산너울이 시야에 들어왔다. 부대로 올라가는 산길을 따라 오르니 넓은 공지에 새로운 시설물이 들어서 있었다. 지금도 한참 공사를 마무리하는 중이었다.
☆… 산(山)을 겨울 산, 능선의 차가운 바람이 엄습한다. 과천벌에서 넘어오는 바람이 이 청계산 능선을 넘어면서 그 기세가 아주 세차게 되는 것이다. 청계산의 남북을 잇는 능선은 동쪽의 성남시와 서쪽의 과천시를 구분하는 시계능선이다. 이 청계산 줄기를 분수령으로 하여 서쪽(과천시)으로 흐르는 물은 평촌의 안양천으로 유입되고 동쪽으로 흐르면 양재천(서울 서초구)이나 탄천(성남시 분당구)의 원류가 된다. 백두대간 문경새재가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이듯이 우리나라의 모든 강물의 원류는 백두대간-1정간-13정맥과 그 정맥의 수많은 지맥들이 분수령이 되어 물길을 가른다. 그래서 ‘산이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강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1804년?~1866년)는『大東輿地圖』(대동여지도) 서문에서, 백두대간을 중추로 한 우리나라의 산세를 단 세 문장으로 요약했다. ‘(우리나라) 천하의 형세는 산천(山川)에서 볼 수 있다. 산은 본디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오고, 물은 본디 다른 근원으로부터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天下之形勢視乎山川 山主分而脈本同其間 水主合而源各異其間)’ 참으로 놀라운 탁견이 아닐수 없다.
☆… 만경봉에서 안부로 내려오는 길, 돌아보니 만경봉 절벽(絶壁)과 그 절벽에 자생하는 소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끌었다. 망경봉의 주인, 여말선초 충신의 기개(氣槪)가 그렇게 한 그루 소나무로 살아있는 것인가. 소나무 산길을 내려와 안부의 너른 공터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조절했다. 서쪽으로 기울어진 겨울 해가 우리들 이마에 따스한 빛살을 내린다. 대원들의 모습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 [청계산 이수봉] — 무오사화(戊午士禍)의 난을 피한 정여창 이야기
☆… 이수봉으로 가는 길, 다시 장대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산기슭을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면 과천 서울대공원역이나 청계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이다. 터줏대감처럼 탁자까지 갖다놓고 막걸리를 파는 장사가 여전히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장대한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나아가면 헬기장의 공터를 지나 이수봉에 이른다.
이수봉(545m)은 조선 선조 때 일두 정여창(鄭汝昌)이 이곳 산에서 스승 김종직과 김일손 등이 참화를 당한 무오사화(戊午士禍)를 피하여 두 번이나 목숨을 구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이수봉(二壽峰)이다.
▶ 무오사화(戊午士禍)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김종직(金宗直)의 〈조의제문〉을 김일손이 사초에 실었던 일이었다. 1498년 실록청이 개설되어 〈성종실록〉의 편찬이 시작되자 〈조의제문〉이 세조(世祖)의 즉위를 비방하는 것이라며 유자광(柳子光)은 김종직(金宗直)과 김일손(金馹孫)이 대역부도를 꾀했다고 연산군(燕山君)에게 고했다. 이에 연산군은 김종직과 그의 문인들을 대역죄인으로 규정하였다. 이미 죽은 김종직은 대역의 우두머리로 관을 쪼개어 송장의 목을 베는 형[剖棺斬屍]을 받았다. 또한 김종직의 문도로서 당을 이루어 국정을 어지럽게 했다는 죄로 많은 사림들이 처형되거나 귀양을 갔다. 반면 무오사화를 주도한 유자광 등 훈구파는 권력기반을 굳히게 되었다. 무오사화의 결과 신진사림파는 중앙정계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사림은 선조 대에 이르러서는 국정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 [이수봉 산록 들마루에서의 환담] — 대원들의 얼굴에 겨울햇살이 환하게 비친다
☆… 겨울 햇살이 눈부시게 밝았다. 이수봉 산정의 거대한 정상석에서 햇살의 인증샷을 누르고 그 아래의 들마루 쉼터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환담을 나누었다. 오늘의 홍일점이 겨울나무에 기대어 포즈를 취하고, 다른 사람들도 얼굴에 겨울 햇살을 한 가득 담아서 도열해 서서 포즈를 취한다. 29회의 건장한 동기들이 ‘떼거리’로 폼을 잡기도 했다. 정용호 부회장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기고만장(?)한 포즈를 잡아 대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젊지만 말수가 적고 점잖은 김명식, 김희선, 이근무 대원, 그 잘 생긴 얼굴이 햇살을 받아 화사하다. 망중한(忙中閑)의 시간, 그렇게 한가로운 한때를 보냈다. 호산아가 말했다. 산에서는 맑은 공기가 충만한 산록에서 오래 머무는 것이 좋다. 산을 오를 때는 몸속의 노폐물을 방출하기 위해서 뜨겁게 땀을 흘리며 치고 오르고, 정상에서나 또는 산을 내려올 때에는 호흡과 몸 상태를 조절하며 안전하게 완보(緩步)해야 한다.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산의 맑은 정기를 많이 받기 위해서이다. 히말라야와 같은 고봉 등반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산에서 일어나는 산악사고의 대부분이 하산 길에서 발생한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맑은 기운을 오래도록 호흡하기 위해서도 하산 길 완보 산행은 꼭 필요하다.
♣ [하산 길] — 이수봉-옛길 남쪽 산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 쾌적한 겨울 오후
☆… 오후 2시 45분, 이수봉에서 옛골의 남쪽 능선을 따라 하산을 했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오후의 겨울햇살을 받으며 서 있고 장대한 소나무들이 푸른 기운을 세우며 세월을 무색하게 한다. 좀 길기는 하지만 완만하게 고도를 낮추어가는 산길이 아주 쾌적하다. 봄이면 화사한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어 연분홍 꽃잔치를 벌이는 바로 그 산길이다. 호산아가 이야기를 했다. 몇 년 전 동문회 등산대회 때, 그 만개한 철쭉꽃밭 속에서 정 부회장의 부인이 포즈를 취한 적이 있었다. 꽃을 무색하게 하는 그 화사한 면모가 아름다웠다고 회고했다. 그 산길을 김명식 대원이 그 선배인 홍일점과 대화를 나누며 앞서서 걷고. 뒤를 이어 삼삼오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산길을 내려왔다. 백승윤 대원은 처음 우리 산악회에 나왔을 때의 고행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몇 년 전 남한산성 둘레길을 걸으며 힘들었던 때를 상기했는데 지금은 아주 능숙하게 산행을 한다. 그 동안 산에서의 단련된 몸 덕분이다. 등산은 유산소 운동 중에 가장 훌륭한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청정한 산수(山水)를 찾아 산행을 하며, 온몸의 근력을 키우면서 몸속의 나쁜 것을 방출하는 산행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 [청계산 신년 산행, 하산 완료] — 신년 산행 뒤풀이의 우정이 넘치다
☆… 오후 3시 30분, 옛골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에 하산을 완료했다. 마을 안쪽에 있는 식당 <매봉산장>에 자리를 잡고 뒤풀이를 했다. 아담한 식당 별채를 우리가 독차지하여 오붓한 회식을 할 수 있었다. 보글보글 두부전골을 끓이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두부김치, 구수한 오징어 파전 등을 시켜놓고 잔을 들었다. 먼저 호산아 회장이 신년 산행의 건배를 제의하며 마음과 우정의 잔을 나누었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하여 모든 대원의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모두 환담과 덕담을 나누며 쾌음을 했다. 백승윤 대원이 말했다. ‘우리 문산회는 선·후배가 함께 모인 산우회지만 일단 산에서 만나면 어려운 장유유서(長幼有序)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벗으로 만나기 때문에 친근함을 느낀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연장인 호산아 회장이 그 ‘거리낌 없는 어울림을 좋아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사실 우리들은,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기본적인 예(禮)만 갖추면 어색한 선후배의 차이는 문제되지 않는다.
☆… 특히 오늘은 29회 동기들의 어우러진 우정의 식탁이 좋아 보였다. 25기인 정용호 부회장이 그 식탁을 건너가 건배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었다. 채홍철 총무는 동기들의 마음을 모아 건배를 한다. 특히 씩씩한 기분파인 엄동렬 대원의 호기가 당당하다. 인정이 많은 김상태 대원이 호산아 옆자리로 건너와 잔을 권하며 덕담을 했다. 전날 과음을 했다는 황병무 대원도 얼굴에 홍조가 익어갔다. 오랜만에 참석한 성한철 대원도 기분이 좋다. 착한 이정식 대원은 틈틈이 사진을 찍는다. 백승윤 대원은 그 특유의 익살로 좌중을 즐겁게 하고, 늘 점잖은 32기 김명식 대원과 김희선 대원도 은근히 주흥이 감돈다. 무게감 있는 이근무 대원의 마음 씀이나 유모어가 좌중을 편안하게 했다. 우리 산우회에서 가장 젊은 친구들이다. ‘막걸리 한 잔’이 주량이라던 홍일점도 두어 잔을 비웠으니 분위기가 참 좋다!
♣ [에필로그] — 올해도 건강하고 일마다 여의하고 매사 행복하시기를 빌며…
☆… 오늘은 근교 청계산(淸溪山)에서 올해 들어 첫 산행을 했다. 차가운 겨울이지만 하늘이 맑고 공기가 청정하여 맑은 기운이 천지에 가득했다. 따스한 겨울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지는 날이었다. 숨이 턱에 차오르는 산길에서나 아늑한 산록에서 다정하게 식사를 하면서 정겨운 하루를 보냈다. 각자가 지닌 한 해의 소망(所望)을 기원(祈願)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는 신년 산행을 한 것이다. 만나면 늘 정겹고 믿음직한 산우들이다. 올해에도 변함없이 함께 산행을 하면서 유쾌하고 행복한 삶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