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Krupps (디 크룹스)
디 크룹스(Die Krupps)는 크라프트베르크로 대변되는 독일식 기계사운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인더스트리얼 밴드다. 이 팀의 리더인 유겐 앵글러(Jugen Engler)는 디 크룹스를 결성하기 이전인 76년 14살의 나이로 독일 최초의 펑크밴드인 메일(Male)을 결성해 4년여 동안 활약한 바 있다. 독일 록계에서 스콜피온스의 뒤를 잇는 헬로윈 세대쯤으로 평가받는 유겐은 80년 펑크밴드를 그만두고 81년 프로퍼갠더(Propaganda) 출신의 랄프 도퍼(Ralf Dorper)와 함께 실험적인 사운드를 표방하는 일렉트로닉 밴드 디 크룹스를 가동시킨다.
이 때부터 유겐은 키보드, 보컬, 기타를 담당하며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 모든 사운드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유럽록과 바디뮤직을 결합한 이들의 실험성은 데뷔앨범 [Stahlwerksinfonie]에서 진가를 드러내는데(같은 해에 생긴 그룹 Einsturzende Neubauten도 이런 류의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며 등장했는데, 결국엔 두 그룹이 80년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이끌며 90년대 독일 인더스트리얼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단순히 신디사이저 놀음이 아닌 메틀 퍼커션, 공장 기계소리, 공구 소리, 빈 오일 드럼 소리 등을 만들어내는 등 퍼포먼스적인 요소 등을 결합하며 보다 진보적이고 새로운 일렉트로닉 뮤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자신의 레이블인 아톰 에이지(Atom Age)와 스튜디오 'Atom H'를 만들어 하드코어, 스래쉬메틀, 스피드메틀 등 그의 본래 음악성과 달리 크로스오버적 경향을 드러내며 디 크룹스의 활동을 잠시 멈추기도 했는데, 바로 이때쯤 유겐을 크게 자극했던 것이 메탈리카 사운드였다. 메탈리카의 강렬한 메틀리프와 긴장감 넘치는 헤비사운드가 자신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있어 더 없는 좋은 재료임을 간파했고, 결국 92년 [A Tribute To Metallica]를 내며 본격적인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로의 변모를 예고하게 된다.
이때쯤 유겐은 자신의 오른팔로 히쓴(Heathen) 출신의 기타리스트 리 알투스(Lee Altus)와 드러머 다렌 민터(Darren Minter)를 영입해 93년 본격적인 첫 인더스트리얼 앨범 [The Final Option]을 내놓게 된다. 이후 유겐 앵글러가 만들어낸 일렉트로닉 바디 뮤직과 스래쉬메틀의 결합은 점차 디 크룹스식 인더스트리얼로 자리를 잡아가며 독일의 대표적인 인더스트리얼 밴드로 성장해 나간다. [Rings Of Steel](95), [Odyssey Of The Mind](96), [Metalmorphosis Of Die Krupps '81-'92](97), [Paradise Now](97) 등을 발표하며 음악성을 바꾼지 불과 4년여만에 독일 인더스트리얼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디 크룹스는 나인 인치 네일스, 미니스트리, KMFD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룹 이름인 디 크룹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무기를 공급하던 거대한 공장 이름인 'Dee Kroups'에서 따온 것으로 유겐이 노래하는 파시즘(Fascism), 레이시즘(Racism), 나치즘(Nazism) 등에 적당한 그룹명이 아닌가 생각된다.